나는 수능을 앞둔 고3이다.
"야 너는 이번주가 수능인데 떨리지도 않냐?"
친구들이 나를 볼 때마다 하는 말이다.
아마 내 습관 때문에 나오는 말일 것이다.
난 항상 사람들 앞에서 웃어보이는 습관이 있다.
별로 재밌지도 않은 농담에도 실실 웃어대고, 슬픈 일이 있을때도 애써 드러내지 않고 미소를 짓는다.
어쩌다 이런 습관이 생겼는지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넌 대학교 어디 가고 싶어?"
"야 당연히 S대 아니냐?"
"님 성적은요"
"아 ㅋㅋ"
아무래도 수능이 코 앞이라 친구들끼리의 대화가 거의 대부분 "대학 어디가실?"로 시작한다. S대, Y대, K대, 등등..
나는 사실 어디를 가고 싶은지, 사회에 나가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그저 고등학생이니까, 수능을 봐야하니까 공부만 주구장창 하고 있을 뿐이다. 수능이 끝나면 대충 점수 맞춰서 인서울 컴공이나 지원할 생각이다.
그나마 취업이 잘 될거 같으니까 고른 이유 말고는 없다.
항상 반복되는 날들의 연속이었는데 오늘 아침은 반이 평소와 분위기가 좀 다른 것 같다. 친구들이 떠드는 내용을 보니 전학생이 온다는 것 같다.
왜 하필 지금? 수능 며칠 남지도 않았잖아..
그냥 전학생의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수학책을 펴려던 찰나에 담임선생님이 교문을 열고 전학생과 함께 들어오셨다.
"안녕하세요."
"자 수능 앞두고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잠깐동안 우리 학교에서 지내게됬다고 한다. 이번주가 수능이니까 니들 괜히 어수선해지지 말고 공부나 해라! 음.. 자리는 저기 맨 뒤에 빈자리 가서 앉아라."
아.. 내 옆자리다. 어차피 수능 끝나면 못 볼 사이인데 괜히 말 걸지 말고 공부나 해야겠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드르륵.
다행히 전학생도 나한테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수능까지 조용히 공부할 수 있겠다. 그렇게 나는 수학책을 펴고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인데 반 친구들도 딱히 전학생에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는 듯 하다. 하긴.. 수능이 이번주인데.. 공부하느라 바쁘지.
마지막 종이 울리고 담임선생님의 종례가 끝났다.
오늘은 저녁 뭐먹지... 하면서 짐을 싸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등을 톡톡 친다.
뒤돌아보니 그 전학생이다.
"...저녁 같이 먹을래?"
애매한 상황이 되버렸다. 같이 먹다가 친해지면 반에서 같이 얘기하다가 공부가 잘 안될 거 같고, 거절하면 또 서로 엄청 어색해서 공부가 안될 것이다.
고민 끝에 나는 항상 그렇듯이 밝은 표정으로
"아... 그래! 어디갈래?"
그냥 오늘만 저녁 같이 먹고 반에서는 신경 안쓰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한 말이다. 어색해지는게 공부 못하는 것보다 더 불편하니까..
"생각해 놓은 곳 있어."
"그래? 그럼 믿고 따라간다 ㅋㅋ"
그렇게 같이 걸어가고 있는데 전학생이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한다.
"너.. 좀 이상해."
"엥? 뭐가?"
"...너 항상 그렇게 웃고 있는거. 이상해.. 겉과 속이 다른거 같은?"
"...그래? 그럼 내 속이 어떤거 같은데?"
"웃는 거랑 정반대. 많이 괴로워보여."
머리가 왜인지 아파온다. 그러면서 전학생과의 대화에 점점 빨려 들어간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표정이 우리 아빠 표정이랑 비슷해. 아니, 똑같아. 처음이야 너 같은 사람은. 아빠랑 똑같은 표정을 짓는 사람은."
"그냥 웃는 표정인데.. 차이가 있나?"
"있으니까 이렇게 말 하지. 안 그래도 지금 아빠한테 가고 있는 거였는데 한 번 만나봐."
"엥 우리 저녁 먹으러 가는거 아니였어?"
"사실 그거 거짓말이야. 그냥 학교에서 너가 계속 그런 표정 짓고 있는거보고 아빠 생각나서 일부러 같이 가자고 한거야. 거짓말한건 미안해. 그래도 꼭 한 번 만나줬으면 좋겠어."
원래 같았으면 거절했겠지만.. 처음 느껴보는 이 감정에 못이겨 결국 같이 가겠다고 한다.
터벅. 터벅.
"다 왔어."
아, 정신도 놓고 걸어왔나보다. 그런데... 건물 입구에 한자 3글자가 적혀있다.
納骨堂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저게 무슨 글자인지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얼른 들어와 추워."
말 없이 따라 들어간다.
터벅.
터벅.
터벅.
"여기야. 우리 아빠 자리."
전학생 옆에 나란히 섰다.
"아빠. 우리 반 친구야. 아빠 부탁대로 데리고 왔어."
부탁..? 뭐였을까.
"자. 한 번 읽어봐."
전학생이 나한테 종이 한 장을 내민다.
아빠가 미안하다. 미안해서 또 미안하다. 항상
서로 웃고 있었는데.. 이젠 그러지 못하겠구나.
마지막 부탁이 있는데 꼭 들어주렴. 그럼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거 같네. 혹시 아빠랑 똑같은 표정을
짓는 사람이 있으면 꼭 내 자리로 데려와줘.
그리고 내 방 책상 오른쪽 서랍에 편지봉투가 하나
있을거야. 그건 열어보지 말고 그 사람에게 나중에
전해주겠니.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고개를 들자 전학생이 편지 봉투를 나에게 준다.
"그거 뜯고 읽어봐. 나도 무슨 내용인지 궁금한데 아빠 부탁이니까.."
아무 말 없이 봉투 입구를 뜯었다.
이걸 읽고 계시는 분이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저 같은 실수를 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삶의 목표가 없는 것 만큼 괴로운건 없습니다. 꼭,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목표를 세우세요.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려 하는 삶을 살아가 주세요. 그저 사람들이 하는 대로, 그런 수동적인 삶은 건강을 망칩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너, 그게 진짜 표정이구나."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 이게 아닌데.. 왜 이러지 ㅋㅋ...."
"숨길 필요 없어. 적어도 내 앞에서는. 그래서, 목표는 정했어?"
"아니.. 잘 모르겠네."
"그럼 첫 번째 목표로 나랑 같은 대학교 가는건 어때? 나 공부 좀 하거든 ㅋㅋ"
"아 진짜..? 어디 갈건데?"
"Y대 의대!"
"내 점수로는 어림도 없는데."
"그러니까 목표로 하라는 거지!"
"아...ㅋㅋㅋㅋㅋㅋ"
어느새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일부러 만들어 낸 웃음이 아닌.. 내 진짜 웃음..
"그럼 나 재수해야 하는데.. 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 내가 기다리고 있을건데!"
"..ㅎㅎ 목표가 생겼네. 고마워... 정말.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아저씨.."
그렇게 나는 수험생 생활을 1년 더하게 되었다.
1년 후
내 이름이랑.. 수험번호랑..
마음속으로 기도하면서 마우스를 누른다.
합격.
꿈을 꾸는 것 같다. 내 인생 첫번째 목표를 이루어 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온다. 부모님도 울고, 나도 울었다. 슬퍼서 우는게 아닌, 기뻐서 나오는 눈물이다.
카톡을 보냈다. 붙었다고. 목표를 이뤘다고.
답장이 온다. 축하한다고. 지금 학교 입구로 오라고.
학교로 달려갔다. 입구에 그 전학생이 보인다.
"나 왔어."
"기다리고 있었어! 그럼 내가 2번째 목표도 줄까?"
2번째 목표는 내가 이미 정했다.
"아니. 그건 내가 이미 정했어 ㅋㅋ"
"아 진짜? 뭔데?"
"너랑 사귀는거.."
"...그 목표.. 벌써 이룬거 같은데?ㅋㅋㅋ"
갑자기 전학생이 내 손을 잡는다.
"아.... ㅋㅋㅋㅋ 그럼 3번째 목표는 뭘로 할까..ㅋㅋ"
"같이 의사 되기!"
*************
이번주 수능이라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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