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도착하자마자 니나는 서재로 달려갔다.



마침 소녀의 어머니는 장을 보러 갔는지 자리를 비운 상태여서 그녀는 막힘 없이 책을 찾을 수 있었다.




소녀는 저주에 관한 책들을 전부 꺼내서 책상에 산처럼 쌓았다.




저주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그 중 특정 상황이 되면 발동되는 저주도 있었다.


갑자기 저주를 받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무지한 사람보다 책 한권만 읽은 사람이 더 무섭듯이, 니나는 저주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자 다른 가능성을 머릿속에서 잊은 후, 그것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소녀가 책에 파뭍히고 시간이 조금 흐르자, 그녀의 어머니가 집에 돌아왔다.




그녀는 소녀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녀가 돌아왔단 것을 눈치챘다.


“아가?”



딸을 불러도 대답이 없자, 그녀는 들고 왔던 짐을 내려놓고 딸을 찾으러 집안을 돌아다녔다.




그녀는 금방 서재에서 책으로 만들어진 언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가…?”



그녀가 책의 언덕에 다가가 딸을 부르자, 소녀는 그재서야 그녀의 어머니의 존재를 눈치챌 수 있었다.




“엄마…?”



“아가? 오늘 체집이 별로 성공적이지 않았니? 이 어미에게 다 말해보렴.”




그녀는 딸을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옷이 더러운 채로 서재에서 책으로 탑을 쌓은 것이 신경쓰였지만, 우선 처음 멀리 채집하러 갔다 온 딸을 안아주었다.



만약 성공적이었다면 밝게 웃으며 안겼을 테지만, 그러지 않고 책에 둘러쌓인 것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다는 뜻이었다.




소녀는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느꼈다.



차가워보이는 외견과는 다르게 어머니는 언제나 소녀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그 탓에 소녀는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것을 좋아했다.



소녀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채집하러 숲에 무사히 도착한 것, 마지막 쟃빛 벼를 구할 때 멧돼지를 만난 것, 가방이 어금늬에 걸려 날아가 버려서 도망친 것, 어떤 소년에게 도움을 받은 것까지.



소녀는 오늘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떠들었다.


소녀의 어머니는 딸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딸의 모습을 살폈다.




외견상 보이는 부상은 없었고, 보호 마법을 새긴 목돌이도 발동하지 않은 것을 보니 큰 위협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옷이 조금 흐트러졌지만, 그것 외에 별다른 일은 없어 보이는 것으로 보아하니, 그이가 말했던 호위가 소녀를 잘 지켜주었던 것 같았다.



“아, 그리고…”


“그리고?”


“나…저주에 걸린거 같아…”


“뭐?”




마력의 소용돌이가 요란쳤다.


강한 돌풍이 책의 언덕을 무너트렸고, 소녀를 위해 사온 물건들이 굴러다녔다.



소녀의 어머니와 소녀를 중심으로 분 소용돌이는 짧은 시간에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엄마..?”


“응, 왜 그러니 아가?”



소녀는 차가운 얼굴로 변한 어머니의 얼굴에 잠시 공포를 느꼈으나, 이내 부드럽게 웃는 얼굴을 보고 자신의 기분탓이라 여겼다.



소녀의 어머니가 소녀가 주변에 엉망이된 풍경을 살펴보기 전에 가린 덕분에 소녀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소녀의 어머니는 겉으로는 따뜻하게 웃고 있지만, 속은 설원처럼 얼어붙고 있었다.



감히 나의 아이에게 손을 댔다.



지금 당장 그 저주의 발생지를 추적해, 관계자들을 전부 얼음 동상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딸을 불안하게 만들 수는 없었기에, 인내심을 발휘하여 감정을 속으로 집어넣었다.  



우선 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우선이다.



“딸…그 저주에 걸렸다는 것을 자세히 말해줄 수 있겠니..?”


“응? 어, 응…”



소녀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 위하감을 느꼈지만, 이내 차분히 방금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자신을 구해준 마치 동화속에서 나올 것 같은 소년에 대해서, 그 때 자신의 몸에서 느껴진 이상한 감각을.


그 후 다시 마을에서 소년을 만나자 그 감각이 다시 느껴졌다는 것을.


그 감각은 전부 소년을 만날때마다 느꼈는데, 누가 저주를 건지 모르겠다고.



소녀는 오늘 있었던 일 전부 솔직하게 어머니에게 말해주었다.


그것은 어머니라면 전부 해결해 준다는 믿음에 기인한 행동이었다.




소녀의 이야기를 전부 다 들은 어머니는 생각했다.



이거 사랑 아닌가?




이야기를 다 들어보니 소녀가 자신을 구해준 그 소년에게 한눈에 반한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깥 생활과 담을 쌓았다지만, 15세가 되어도 사랑에 대해 모르다니.


저번에 연애 책을 하나 추천해주었건만, 여전히 사랑이 뭔지 모르는게 딸이지만 조금 한심했다.



하지만 그것이 귀엽게도 느껴지는 건 그녀가 어머니이기 때문일까.




혹시나 해서 소녀의 어머니는 재차 확인했다.




“아가, 그 소년은 어땠니?” 



“응? 어땠냐니?”



“그 소년에 대해서 뭔가 느껴진건 없었니?”



“음…어땠었더라…”




소녀는 그 멋있었던 소년을 떠올렸다.




“......”



“...어머어머”



소녀의 어머니는 소녀가 한번도 보여주지 못한 표정을 보이며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고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거 단단히 빠졌나보네.



설마 기사에게 한눈에 반하다니.


혹시 이것도 내가 물려줬나?




예상하지 못한 비슷한 면을 본 소녀의 어머니는 쿡쿡 웃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아직도 혼자만에 세상에 빠진 소녀를 보며 그녀는 고민했다.




이대로 진실을 알려줘도 된다.


그건 저주같은게 아닌,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걸 알게되면 소녀는 망설임 없이 그 감정을 배재할 것이다.



예전부터 마녀 공부에 방해되는 것들을 배제해 왔었으니까, 아마 지금도 그럴 것이다.



소녀는 어릴 적 부터 소녀의 뛰어난 행동력으로 마녀가 되는 것에 방해되는 것들에게서 멀어졌었다.


친구도 시간을 뺏기는 것을 싫어하여 또래와 놀지 않고 공부만 해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지 않은 게 아니라, 오히려 마도구를 선물해왔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어서 뭐라 하기도 힘든 노릇.




딸이 자신을 동경하고, 또 마녀학에 재미를 느끼는 것은 기쁘지만, 그것이 너무 심했다.


어머니로서는 딸이 마녀학 말고도 다른 흥미거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저번에 마녀가 주인공인 소설을 발견해서 소녀에게 권한 것이었다.



그것도 잘 안 된 것 같았지만




“아!”




소녀의 어머니의 머릿속에 한가지 기발한(하다고 생각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예 소년과 소녀 사이를 응원해주자!’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쁜 아이는 아닌 것 같고, 무엇보다 그이가 호위로 붙여준 사람이니 보장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게다가 어늠니 멧돼지를 순식간에 쓰러트렸다면 무력도 충분할 터.



소녀의 말을 듣기로는 썩 나쁘지 않은 소년이었다.



게다가 어머니가 되어서 소녀의 사랑을 막을 수 없는 노릇.



그녀는 오히려 둘을 응원하고 싶어했다.




문제는 소녀의 흥미를 끄는 것이지만, 방금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었다.




순식간에 생각을 다 마친 소녀의 어머니는 아직도 망상에 빠져있는 소녀의 뺨에 손을 올렸다.


그것을 느낀 소녀는 마침내 망상에서 벗어나 어머니를 볼 수 있었다.




“딸.”



“응? 왜, 엄마?”



“아무래도 딸은 진짜로 저주에 걸린거 같아.”



“뭐?! 진짜로?!”



“그럼, 하지만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란다.”




그 말에 소녀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진짜로?”



“그럼! 이건 마녀들이라면 자주 걸리는 저주란다.”



“마녀들이 자주 걸리는 저주?!”




소녀는 번개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마녀들이 흔하게 저주가 있었다니.


처음 들어보는 저주였다.




다른 마녀가 들었으면 헛소리라 치부할 얘기지만, 어머니를 너무 좋아해서 절대적으로 신뢰하던 소녀는 그 말을 믿었다.




“전혀 몰랐어…그런데 이 저주는 어디서 온 거야? ”



“저주를 건 사람은 아가도 만나본 사람이란다.”



“내가? 누군데?”



“오늘 만난 소년이 있었잖니.”




소녀의 머릿속에서 다시 한번 번개가 쳤다.




착한 사람인 것 같았는데.


오늘 처음 만났지만 벌써 신뢰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인식이 부정당한 것에 소녀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소녀를 잠시 귀여워한 소녀의 어머니는 금세 소녀의 착각 아닌 착각을 고쳐주었다.




“정확히는 소년이 일부러 건 것이 아니란다.”



“뭐?! 의도성을 지니지 않은 저주도 있었어?!”




오늘 소녀의 머릿속에서는 폭풍 주의보가 발생하고 있었다.




“그럼~이 어미를 믿지?”



“어, 응! 엄마가 말한 거니까 사실이겠지…”




‘후후후후…’




언제나 놀리는 보람이 있는 딸이었다.




“그러면 엄마, 이제 어떻게 해야해?”



“그건 말이지. 후후후…”



소녀의 어머니는 쓰러져 있는 책들 속에서 하나의 책을 꺼냈다.










아직 겨울이 다 지나지 않아 아침해가 늦게 뜬 다음 날.



도시의 외각에 위치한 탓에 소녀의 집 근처에는 야생동물들이 많았다.


매일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는 새들이 그들의 둥지에서 기어나와 아침을 노래했다.



새들의 공연이 숲에 울려퍼졌고, 그들의 합창은 창문을 넘어 곤히 자고 있는 소녀의 귀에도 흘려들어갔다.



아름다운 숲의 지저김이 소녀를 깨우고 있었다.




따르르릉-!!


“으악!”




하지만 소녀는 일어나지 못했고, 시계의 알림에 놀라 튀어올랐다.



재빨리 시계의 알림을 끈 소녀는 아직도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귀를 감쌌다.




“으으…너무 소리가 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시끄러웠다.


이정도로 소리가 크다면 잠은 확실하게 깨겠지만 사용자의 아침은 엉망으로 시작할 것이다.



“하…나중에 알아서 조절하는 기능이라도 달아야지…”




소녀는 머리를 저어 어지러운 머리를 털어냈며 일어났다.




그리고 어제 어머니가 말했던 내용을 떠올렸다.




‘이 책은 아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마도구란다’


‘이 페이지에 질문을 적으면 그 뒷페이지에 정보를 적어 답해줄 거란다.’


‘다만 이 책은 게으럼뱅이라서 자주 답해주지 않는단다.’


‘어디보자…그래, 대략 아침 7시 쯤에 확인할 거란다’



미묘하게 어머니가 기상하는 시간과 비슷했지만, 어머니가 만든 마도구라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책에게 상냥하게 말해달라와 그날 있었던 일들을 적으면 더 답변이 정확해 질 것이라고 덧붙이며 책을 건넸었다.




소녀는 어제 잠에 들기 전에 적어놓은 것에 대한 답변을 보기 위해 책을 살펴보았다.




페이지를 넘기자 신기하게도 질문을 적은 페이지 뒤에는 답변이 적혀있었다.




[정보가 많을 수록 더 정확한 답을 얻는 법!]

[우선 그 소년에 대해 알아보는게 어떨까요?]

[먼저 그 소년에게 접근하는 거예요!]


“접근하라고? 어떻게?”



니나가 몰래 접근하려고 해도 어설픈 움직임으로는 소년이 눈치채는 미래 밖에 안 보였다.


저번에 만든 마도구도 어제 다 써버려서 니나에겐 소년에게 몰래 다가갈 수단도 없었다.


그런 소녀의 마음을 눈치챈 듯 책에 새로운 글자가 적혔다.


[때론 정공법이 더 잘 통하는 법!]


“정공법?”


니나의 의문은 더 깊어져갔다.











수료식이다!!

나 이제 폰 쓸 수 있다!!


질질 끌어서 미안.

이제부터 순애에 집중할거야


후반기 교육 받으면서 틈틈히 써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