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ㅇ
5년인가 6년쯤 전에 마비노기 접엇다가 요번에 수련 의미없어질정도로 편해졋다길래 와봄

유저 수준을 논하는 글들이 많이 젠되길래
내 경험담이라도 적당히 풀어볼까함


나는 마비노기를 레시피북 나왔을시절부터 텀을 둬가면서 했음.
그거 관련해서 가이드북 글을 싸려다 서론만 내놓고 내가 틀딱에 조루라 찍 쌌는데 요즘 마비노기 다시 하니까 각잡고 다시 쓰려고

암튼 이 글에선 중요한게 그게 아니니깐 바로 본론으로 넘어감


 요즘 시류와는 달리 예전 마비노기에는 에린에서 만나 사귀거나 결혼한, 말도안되는 사례들이 꽤 있었어.

 현재는 길드들이 대부분 여미새, 남미새를 쳐내고 있다는 내용을 확인 가능한 부분이라 그런 사례가 많이 줄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또 모르는 일이지.

 아무튼 내가 그래도 적지않은 기간동안 마비노기를 하면서 볼 수 있었던, 혹은 겪었던 달달구리(반어법)한 만남의 썰들을 좀 풀어볼 생각임.

 예전만 해도, 아니 사실 최근까지도 마비노기에서 만나서 현실 만남으로까지 발전하는 일은 적지 않았을 거야. 대충 G3~C3 언저리까지는 굉장히 잦았다고 생각하고. 당장 예전 마비노기에 대해 예전에 사람들이 글을 쓴 내용들이나 실제로 내가 봤던 내용이나 상당수의 사례를 볼 수 있었어. 뭐, 그땐 순수하던 시절이니까.

 예전 마비노기의 컨텐츠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정도는 아는 사람은 알거야. 던전에서는 나과장이 잡아가지 않았던 것을 이용해 아레나에 모여 서로 채팅이나 하고 있었다는 내용은 사실 예전 마비노기 하면 항상 언급되는 필수요소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현재 시점과는 반대의 이유(무료서비스로는 성장, 컨텐츠 향유의 제한이 있었고, 정액제 유저들로써는 할게 없고)로 채팅이 흥했지. 그리고 그럴 때마다 빠지지 않는게 캠파였어. 심지어 아레나 내부가 아니어도 그냥 길가다가 캠파켜놓으면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서 들렀다 가고, 오성요리 나눠먹으면서 리액션 보고, 류트켜고 그러던 시절이었지.

 나도 그런 목가적인 분위기가 맘에 들어서 항상 장작을 이고 다녔었는데, 하루는 길마가 나 골잡타이틀 따게해준다고 키아던전와서 이것저것 준비한다고 여신상 로비 앞에 캠파켜고 앉아 있었어. 닉넴은 아직도 기억나지만 굳이 언급은 안 하고 그냥 P정도로만 해둘게. 다음에도 비슷하게 나오겠지만, 저 명칭에 의미는 없어.

 거기에 이제 여캐 둘이 지나가다가 앉은거야. 그때야 스스럼없이 말 걸고 그랬었으니까 내가 말을 텄었지. 대충 '뭐 하시던 중이냐' '키아 돌러 왔다' '어 우리도 돌려던 중이었는데 같이 하실?' 같은 흐름이 되어서 4인팟으로 키아 일반을 헉헉대며 돌았지. 그때 그나마 우리 넷 중에는 길마가 제일 스펙이 좋았어. 그때 당시 G3 클리어 타이틀인 에린의 수호자 타이틀을 꼈었거든. (난 로나와 판의 판타지라이프 보고 획득 방법을 알았던 맨손곰 타이틀 꼈었음)

 길마 캐리 및 어쨌든 늘어난 사람수로 생각보다 간단하게 골렘 잡고(근데 내가 골잡을 못 땀) 스켈레톤 정리하고 하다보니 내가 2시간을 다 썼음. 그래서 보상방에 둘러앉아서 또 열심히 이야기 꽃을 피웠었지. 다만 나는 그때 학생 신분이었고, 부모님 눈치도 보이고 해서 한도끝도 없이 이야기를 할 수도 없어서 길마만 남기고 로그아웃을 했었어.

 예나 지금이나, 사람 만나려면 어떤 단체에 속하는게 가장 간단하면서 정석적인 방법이야. 그건 게임이나 현실이나 마찬가지고, 이 글을 보는 챈럼들도 잘 알고 있을테지. 마비노기는 당장 기반없는 뉴비들은 친구랑 시작한거 아니면 거의 대부분 솔로로는 오래 마음잡고 하기 힘든 게임이니 최소한 여럿이서 할 수 있는 컨텐츠도 경험할 수 있는 길드에 드는 게 이상적일 거야. 친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참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길가의 돌맹이보다는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어서 그나마 덜 쓸쓸하게 게임을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사실 상술한 것보다도 길드라는 요소는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겠어. 왜냐하면 이 썰, 그리고 이 이후에도 여러번 내가 겪은 친목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길드이기 때문이야. 모든 사건은 길드에 들면서부터 시작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보면 돼.

 키아던전 보상방에서 로그아웃을 한 날 이후 그 두 유저는 길드에서 모습을 볼 수 있게 됐어. 그 둘은 각각 V와 D 라고 해놓을게.

 그때 우리 길마는 모르는 사람이 봐도 꽤 인싸다운 사람이었음. 내가 학생이었던거에 비해서 그 사람은 대학생이었고 휴학중이랬나, 그랬을 거임. 차도 있댔고, 혼자 살고. 그 당시(2005년)에 그 정도면 존나 잘 나가는 인간이던 거지.

 물론, 인터넷에서 입이나 터는 인간들은 절대로 믿으면 안된다는 진리를 이땐 아직 필자는 모르고 있던 시기이긴 해.

 하여튼 어떻게 구워 삶았는지, 키아를 같이 돌았던 V랑 우리 길마 P는 잘 어울려 다녔음. 사실 좀 편의를 봐주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지만, 그래봐야 뭐 소소한 템지원이나 가자는데 같이 가던 그 수준이었지. 물론 본인도 열심히 했을테고.

 V는 말하자면 내추럴 본 여왕벌이었어. 길드의 모든 남정네는 본인에게 관심이 있었어야 했고, 다른 여자들은 본인의 들러리면 충분했었지. 새로 여자 길드원이 들어오기라도 하면, 필요 이상으로 까칠하게 대하던 경우도 있었고 또는 갑자기 며칠 잠수타다가 나타나서는 본인이 무슨 문제가 있었고 힘들었고 등등의 TMI를 풀기도 했었음. 그리고 그럴때마다 V의 주변에는 그 말에 동조할 남자들과 V의 광배에 의존하는 몇 여자들이 있었지.

 보통 여기까지는 의외로 불만인 사람들이 존재해도 어느정도 굴러가는 경우가 있어. 문제는 이런 모임이 온라인에서만 유지되는게 아니라 오프라인 모임으로 발전하는, 특히 신분상, 위치상, 기분상, 일정상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이 발생하는 경우와 그 접촉에서 발생하는 모종의 이성관계가 발생하는 경우지.

 필자가 이런 썰들로 여러분에게 시사하고자 하는 바는 없어.

 다만 그래도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단 한가지 얻는 교훈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개인적으로 "인터넷에서, 특히 게임에서는 사람 만나는게 아니다" 이길 바라.

 때는 무르익었고, 한번 보자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었어. 그리고 많은 길드원들이 동조했지. 그렇게 대규모 길드도 아닌지라 몇명 동조하니까 물타기가 시원하게 됐던거 같기도 한데, 나는 어쨌든 학생이었던 데다 겁도 좀 나서 동의는 하지만 참석은 안 하겠다고 P에게 개인적으로 이야기했어.

 만약 이 글을 봐 주시는 여러분 중에 길드를 운영하고 있거나,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오프모임은 제발 지양해달라고 하고 싶어. 최악의 선택지야.

 며칠이 지났어. 다들 별 다른거 없이 게임 하는 것처럼 보였고, 나도 참석은 못했지만 그런게 뭐 대수려니 싶기도 했지. 근데 대수가 맞더라고.

 잘 모르겠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하니까 겉돌게 되는건 나나, 사정이 있어 가지 못했다고 하는 D라던지, 혹은 길드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이었어.

 사실상 친목질의 폐해를 그대로 겪게 되었지.

 뭐 다들 순진했지. 어리숙하기도 했고 말이지. 그리고 한편으로 새로운 사람을 게임에서 만나서 현실에서도 논다는 자극에 정신을 못 차린거기도 했어.
 
 그리고 이건 나도 그랬었고. 물론 이 시점에선 빠져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말야, V랑 P가 동시에 접속하거나, 같이 한동안 접속 안하는 일이 조금 늘었어. 듣기로 모였던 날 분위기가 좋았다고 하더라고. 뭐 그거까진 이해 못할것도 아니야. 마침 보급되기 시작했던 핸드폰의 영향도 있겠다, 서로 폰번호 교환해서 문자하고 했을수도 있지. 그래서 오히려 필자는 서로 사귄다고 했을때 그렇게 놀라지 않았어.

 근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더라고.

 겉돌았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모르는 이야기(V의 얼굴이 예쁘더라, 누구가 노래 잘하더라)가 나오거나, 심지어 실명을 거론하면서 서로 물고빠는데 여념이 없던 그때의 길드 분위기가 맘에 안 드는 차에, 길마랑 V가 사귄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오니 분명 고까웠겠지. 그리고 그 사람들 중에는 상술했듯이, 그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던 D가 있었어.

 군생활 시절, 각 생활관엔 국방일보 말고도 뭔가가 하나 더 있었지? 바로 HIM이라는 잡지야. 지금 읽어보면 비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내용으로 알차게 구성된(섹스 칼럼니스트란게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어) 그 잡지는 짬찌때나 읽던 잡지였는데, 특집 기사가 하나 났었어. 어이없게도 게임에서 여자 꼬시기에 관한 특집기사였지. 추천 게임으로는 떡디션, 테일즈런너, 러브비트 같은 그런 게임들 있지? 그런 게임들이 주였고 오히려 마비노기는 없었는데, 있었어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지. 하여간 그 기사는 지금 생각해도 생생한 충격으로 다가와. 세부적인 내용으로는 닉네임엔 큐티나 섹시를 넣어 이미지를 강조하고, 여자들은 실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이 없으니까 게임 실력이 좋으면 매력 어필이 되는 경우도 있다 같은 개 어이없는 내용이었지.

 그리고 그건 그때보다 과거인 이 시절에도 적용되는 내용이야. 물론 P의 닉네임에 큐트나 섹시가 들어간 건 아니었지만 그 당시 P는 마비노기에 꽤 진심이었거든. 위에 썼듯 에린의 수호자 타이틀을 달았다는 건, 스펙은 물론이거니와 근성, 여유 등 모든걸 갖고 있었던 사람이란 뜻이니까.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스킵하면 메인스트림의 메인 보상을 얻을 수 없었거든.

 처음 만났던 그 키아 던전으로 되돌아가 보면, 어쨌든 스펙과 장비가 독보적으로 우월했던 P에게 D와 V의 관심이 쏠리는건 당연한 일이었어. 그랬기 때문에 더욱 V와 P가 사귀는 것도 스무스하게 진행 됐을지도 몰라. 나? 부끄럽게도 난 그게 부러웠었고.

 사실 마비노기의 길드라고 하면, 아직까지 그렇듯 뭐 크게 좋은 혜택이 있지는 않지? 그때는 왕성 연회나 길드전 같은 컨텐츠는 물론이고 길드홀도 없던, 그야말로 동호회 수준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고. 물론, 길드 타이틀 이벤트가 있던 시절에는 길드 타이틀이 길드 혜택이었겠지. 개인적으로 길드 타이틀 같은건 상시기능으로 넣어줬으면 하는 바램임.

 하여튼 그렇게 잔잔한 수준의 길드 컨텐츠였기 때문에, 길드 마스터의 여자친구라는 타이틀에 길드원들이 조심스러웠던거야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P가 대놓고 특혜를 줬다거나 하진 않았어. 의외로 공명정대하면서 모두를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거든.

 문제는 V야. 상술했듯이 내추럴 본 여왕벌, 관심종자를 사람으로 체화시킨 것 같은 이 여자는 P를 등에 업고 기세등등했어. 그때나 지금(추정)이나 길마라고 뭐가 더 따로 있지도 않았던 길드 컨텐츠에서, 왜 기세등등했는지는 잘 모르겠어. 물론 발언권에서 조금 차이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P지 V가 아니었거든. P는 V를 길드 운영 측면에서는 완벽하게 배제시켰어. ...적어도 내가 보기엔 말이지. 대뜸 부길마에 앉힌다던지 하는 인사를 했다면 분명 반발이 있었겠지만, 말했듯이 P는 의외로 공명정대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러한 부분에서 제외시키는 느낌도 들긴 했었지. 그리고 V도 그걸 알고 있었을 거야.

 이 썰의 결말을 풀기에 앞서서, 당시 그 길드에는 길마 P를 필두로 개중 그나마 고스펙이던 유저가 몇명인가 존재했어. 부길마 K도 그 중 하나였었지. 스펙 자체는 P와 비등했을 거라고 생각해.

 K는 P와는 다른 사람이었어. 별개의 인물이라는 뜻이 아니라, 전체적인 인성이나 언행 등이 말이지. 마비노기는 모두가 인정하듯 본인이 뉴비라는 식으로 우회해서 자랑하는 짓거리가 정말 흔한데, 그거야 이때도 다를바 없었지만 그나마 우회해서 말할 정도로 겸손을 떨 줄 아는 놈들은 양반이고 진짜 악질은 다른 사람이 인정할 때 까지 지 잘난척을 직설적으로 하는 놈들이라고 생각해.

 K는 그런 놈이었어. 본인 스펙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현실에 대한 내용도 솔직히 믿기 어려운 내용만 떠들어 댔었고.

 왜 부길마였나? P와 친구였기 때문이야. 길드가 해체되고 나서, P와는 연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내용이 사실이었는가는 알 수 없어. 애초에 현실 친구였는지 아니면 그냥 마비노기에서 만나게 된 친구였는지, 정확히는 몰라.

 어쨌든, 두 사람은 너무 달랐고 그럼에도 서로 존중을 했으니까 길드가 굴러는 간거야. K도 내가 부정적으로 서술해서 그렇지, 자기 나름대로 뉴들박같은건 자주 했었어.

 그리고 이 K에게 V가 붙어먹으면서, 이 시절의 종지부를 찍는 일이 일어났어.

 P는 V와 데이트를 자주 했나봐. 집은 좀 멀었어도 말이지. 잘 지내는 줄 알았어. 으레 현실 커플들이 마비노기에서도 티내려고 하는 결혼 같은건 하지 않았지만. 굳이 그런걸 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 그런가보다 했어. 그냥 겜 상에서 결혼하는거에 뭔 의미가 있겠니?

 하지만 그때는 몰랐어. 이 결혼이라는 시스템이 이 썰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다는 걸.

 아직도 기억난다. 딱 이맘때쯤이었을 거야. 2005년 12월 말. 저마다 이리아 업데이트 예정, 말 업데이트 등의 굵직한 컨텐츠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 나도 말 타고 넓은 대륙을 달린다니 와! 하면서 가슴이 웅장해져 있을 때였어. 물론, 말을 사지는 못했고 걍 길드원들 샤이어에 꼽껴서 다닐 뿐이었지만. 한편으론 또 아쉽기도 했는데, 나는 당분간은 자주 접속하지 못할 것 같았거든. 현실적으로 진학 문제도 겹치고, 언제까지고 게임만 할 수는 없는 나이가 되어버려서 매일 2시간씩 할 수는 없어졌지. 그래서 게임을 하는 순간만큼은 알차게 보내고 싶었어. 실제로도 알차게 보냈고.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새해가 되기 전 시기에 저녁 먹고 느긋하게 마비노기에 접속했는데 흉흉한 소문이 돌더라고.

 - V랑 K가 결혼(게임)했다.
 - 되게 비밀리에 후다닥 했다더라.

 사실 이전부터 V랑 K가 눈에 띄게 친해진 구석은 보였어. P는 아랑곳하지 않았지만-아마 그냥 소꿉놀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나봐- 솔직히 길드원들은 보고있기 거북했을것 같아. 분명 그러다가 번호를 주고받고서 문자도 했을테고, 심하면 만났을수도 있겠지.

 어쨌든 그런 소문에, 길드 분위기가 아주 이상하게 돌고 있었어. 안타깝게도 바람을 피웠든 뭘 했든지간에 사실 그건 개인 자유고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것이 기존 관계를 주변에 알린 상황이었다면, 바람을 피운 사람도 그거에 어울린 사람도 욕을 먹게 되는건 참 자연스러운 일이지? 오죽하면 공개고백이 비겁한 짓이라고까지 하겠어.

 V를 대놓고 뭐라 하는 길챗은 없었지만, K가 V를 욕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 모습은 분명히 좋지 않은 모습이긴 했지. 그런 K의 모습에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어. 그리고 P가 접속하자마자 상황을 알고는 사실확인부터 하더라고.

 사실이고말고, 우리 길드가 자주 모이던 곳인 티르코네일 은행 앞에 서있던 K의 타이틀만 봐도 알 수 있었어. 서로 친하게 지내고 물고 빨고 하던 모습에도 대범히 소꿉놀이 취급을 하면서 웃어 넘기던 P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겠지. 길챗으로 온갖 말이 오가기 시작했어. K도 지지 않는다고, V를 놔주라는 식으로 얘기했지. 정작 그 V는 접속을 하지 않았고 말야. 그냥 척 보기도 위험 천만한 개인정보가 막 튀어나오고, 그에 따른 대화의 수위도 올라갔어. 모두들 알겠지만, 게임 내에서 타인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공개하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으니 하면 안돼.

 길드 분위기가 개판이었어. 이전까진 이상하다, 엉망이다 정도였지만, 이 시점부터는 완전히 개판이 된 거야. 상호 비방, 근거없는 네거티브, 그 와중에 V에 대한 규탄도 섞이고, 심지어는 V는 길마랑 부길마 꼬리치면서 뭘 하고싶냐는 말까지 나왔어. 오프에 끼지 못했던 D의 발언이었지.

 그때 V가 접속했더라고. 바로 상황을 알았는지, 그냥 본인이 길드를 탈퇴하겠다고 하더라. 모두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대충 짐작하듯이 쇼지. 붙잡아주길 바라는 제스쳐였어. 실제로도 그 얘길 해놓고도 안나가고 버티고 있었고. 그렇게 이야길 하고서, 동정여론이 생기며 상황이 본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길 기다린거야.

 근데, D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모두까기를 시작했어. 이미 개판이 된 분위기에, 실제로 서운했던 것들까지 모두 토해내기 시작했지. 그리고 그 얘기들에 많은, 오프모임에 참석하지 못해서 겉돌던 길드원, 그리고 그 기회조차 없던 신입 길드원들이 동조했어.

 이미 길드 분위기는 걷잡을 수가 없었지. 지금이야 게임내에서 감정싸움같은걸 해봐야 쓸데없는 짓이지만, 예전 울프에서는 시비가 붙어서 PVP를 하고선 지면 길드끼리 싸움으로 넘어가던 일도 있었고 뭐 그러던 낭만 넘치는 시절이니까. 그렇다고 이때 내가 울프였다는건 아니고.

 그제서야, 정말 그제서야 V는 아무말도 없이 길드를 나갔어. K도 그쯤 되니 본인이 더 어떤 말을 얹기도 그랬는지 침묵하고 있었고 P는, 어땠으려나.

 어쨌든 그날 그 시간을 기점으로 완벽하게 길드는 해체되어서 없어졌고, 자연스레 나는 이리아 업데이트를 눈으로 보지 못하고 2006년 1월 중 1차 마접을 하게 됐어.

 하지만, 나는 이때의 일에 대해서 부정적인 감정이 거의 없었어. 나도 어느정도 관심종자 끼가 있었던 거지. 그리고 이건 3년 후, 마비노기 부분 유료화를 맞이해 마비노기에 복귀하며 절정을 맞이하게 돼.




다음 편에 계속.


모든 등장인물은 실존인물일수도 아닐수도 있으며
어떤 가명에도 닉네임을 특정할 수 있는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혹시 설마 진짜로 해당 사건의 당사자라 이 글이 불편하실 경우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본 글은 친목질이 나쁘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지 않으며 단순히 어떤식으로 단추를 잘 못 끼우게 되면 어디까지 꼬라박을 수 있는 지에 대한 글입니다.

현재 길드에서 지인들을 만나 잘 게임하고 계신 분들을 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