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반 던전에 막 출시 됐을 시절의 이야기임.


나는 지금은 곧 서른을 바라보는 아저씨지만 당시만해도 갓 스무살이 된.. 군대도 안 간 솜털 뽀송뽀송한 어린 학생이었음.


그런데 서버를 성인 섭인 하프로 시작해서 그런지 가입한 길드의 길드원들은 대체로 스물 후반, 서른 초중반. 진짜 많으면 마흔 아저씨도 있는 그런 길드 였고. 그렇다보니 나는 신규 길드원들이 들어와도 만년 막내 였음.



원래 길드 가입 조건도 남성 유저는 군필자 이상만 받는 연령대가 높은 그런 성인 길드였는데 길마 아저씨가 내가 뉴비로 뽈뽈 거리는게 안타까워서 길드원 양해를 구하고 데려온거..



아무튼 친절한 형, 누나들 덕분에 난 마비 적응 잘 하고 꾸준히 접속하고 다니는데 어느날 부길마 누나(서른살 중반/유부녀) 가 우리 정모 슬슬 할 때 아니냐고 하는거야.


난 솔직히 막 고등학교 졸업했던 나이 여서 지갑 사정도 별로고 다른 길드원들과 달리 지방에 살고 해서 불참 할려고 했는데 길마 아저씨가 나 학생+지방인거 알아서 나 사는 가까운데에 정모를 하자고 함.


형누나들은 다들 찬성 했지.

다들 서울에 살아서 경상도 까지는 거리가 멀텐데 말야..


원래는 안 가려고 했던 정모는 그렇게 해서 가게 됐어. 나 때문에 경상도 온다는데 정작 내가 빼긴 좀 그렇잖아.


그래도 집돌이 찐따 기질 어디 안간다고 도착하는 직전 까지 내내 안절부절을 못하겠더라. 전날 까지 스카이프(당시에는 디코를 안썼었음)로 하소연 하니까 부길마 누나는 그냥 작은 호프집을 저녁 시간 통째로 예약 해서 길드원 밖에 없을테니 마음 편하게 하고 오라는데..


오히려 부담 백배 였어. 찐어른들의 세계는 클라스가 다르구나 싶을 정도로..



그래도 정모 시간은 결국 찾아 왔고. 난 지나치게 일찍 온 탓에 한시간은 일찍 도착 했는데 의외로 나보다 먼저 도착한 길드원분들이 아주 없진 않았음.


쭈뼛쭈뼛 가서 저..파이리에요.. 하고 인사하니까 다들 진짜 애기네 애기! 이러면서 반겨줌.


평소 친하게 지낸 엘궁 형(32살)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엉덩이를 두드려 주더라.


약속 시간 까지 다 되어가니까 모든 길드원들이 다 도착했고. 평소 같이 사냥 가거나 어울리는 무리 끼리 테이블에서 합류함.


나는 길마 아저씨랑 인간 븝미 아저씨(44살) 이랑 친했는데 아무래도 나이 차가 심하니까. 평소 같이 어울리되 나잇대가 비슷한 스물 후반 형, 누나들이랑 같은 테이블에서 술을 마심.


테이블에 앉고 그 '아이던' 님...? 하니까 닉네임은 부끄러우니까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얼굴 붉힘.. 다른 형누나들은 편한대로 부르라고 하고..


그땐 솔직히 좀 어이가 없었음. 맨날 길챗으로 섹X! X스! 하고 외치고 다녀서 부길마 누나가 쪽팔리니까 작작해 하고 혼내던 형으로 추정되던 길드원이었거든..


뭐 그래도 이쁘셔서 그런지 선입견은 곧 날라가더라.



술은 맛 없어서 안주 위주로 먹었는데 분위기 자체는 좋아서 시간은 잘 갔음. 다들 착하고 배려도 잘해주니까 그런것도 있을거구.


근데 문제는 아이던 누나 술버릇이 사람을 괴롭히는거였다는게 문제 였어.


술에 완전히 취하기 전 까지는 그래도 멀쩡했는데 취하니까 아이구 우리 파이리! 이러면서 백허그 하고 볼부비고 제정신이 아니어도 한참 아니었음.


술냄새도 심하고 힘들어서 억지로라도 떨어트리려는데 아니 무슨 여자분이 힘이 엄청 쎄더라.


오죽하면 내가 옆에 있던 형누나들한테 도와달라고 할 정도였음(근데 그냥 웃기만하고 아무도 안도와줌 ㅅㅂ)


시간이 자정 도 넘어서 이제 다들 사라지는데 아이던 누나는 계속 떨어질 생각을 안하고. 그때쯤 되니까 부길마 누나도 정신 좀 차려! 집가던가! 호텔로 가서 자던가! 하면서 억지로 떼려는데 나 포함 어른 두명이 힘을 써도 안 떨어지더라..


길마 형이 반쯤 취해가지고 웃으면서 말하는데 아이던 누나 펜싱 선수 출신이여서 힘으로는 남자 길드원도 못 이긴다고 쪼갬..ㅅㅂ....


씨름을 해도 안 떨어지니까 부길마 누나가 한숨 쉬면서 파이리야. 너 자취한댔지? 그냥 하루만 너가 재워라 이럼...


나는 놀래가지고 아니 저 그래도 전 남자고..아이던 누나는 여잔데..어떻게... 우물우물 거리니까 부길마 누나는 응큼하긴 하고 웃는데..그냥 다들 진지하게 생각은 안하는거 같았음.


난 정말 데려가야 하나 싶었는데 아이던 누나는 떨어질 생각도 안하고. 호프집에 계속 있을수도 없으니까 자취하는 원룸에 데려갔지.


자취방에 데려오니까 아이던 누나가 그제서야 힘을 풀고 내 침대에 가서 쓰러지는거야.


에휴.. 오늘은 맨바닥에서 자야겠구나 하는데 아이던 누나가 멀뚱멀뚱 날 보더니. 같이 자자면서 침대에 오라고..혀 꼬부라진 발음으로 말을 함..


모쏠아다여서 쑥맥이었던 난 당연히 거부 했는데. 침대에서 나온 누나가 억지로 끌고 가더라. 아니 무슨 술취한 여자분 힘이 이렇게 쎈건지..스스로 자괴감이 올정도 였음. 키도 나보다 작은거 같은데 힘이 너무 쎄니까 왠지 내가 쪽팔리더라.


근데 쪽팔린 감정도 얼마 안간게. 그 좁은 1인용 침대에서 딱 둘이 붙어 있으니까. 술냄새에..샴푸냄새에..내 심장 소리인지 누나 심장 소리인지 너무 크게 들림.


침을 삼키는 소리까지 그렇게 크게 들리는건 처음이었음.


그러다 아이던 누나가 말하는거야. 히히..웃으면서.


내가 지금 15억 골드 까지 모았는데 50페러핸들셋을 맞출까. 아니면 그냥 돈을 더 모아서 나브워로드를 만들까. 사실 이거 물어볼려고 글 썼음. 근데 여기서 글 마치면 맨 뒤에서부터 읽는 사람도 있을수 있으니까.


그렇게 한숨도 못 자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드디어 제 정신을 차린건지 아이던 누나가 얼굴을 붉어지면서..나 남자 집에 잔거 처음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억지로 데려온게 아니고..누나가 계속 잡고 안 떨어져서 집에 데려온거에요..하니까..거기 까지는 또 기억이 난데.


그래도 사고칠뻔했지 사고 치진 않아서 해프닝으로 넘어가자고 꼴에 남자인 내가 분위기를 풀었음.


이제 누나 집으로 돌아가실거냐고 하니까. 아직 숙취가 덜 풀려서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되겠냐고 하는거야.


그러면 아침이라도 먹고 속 좀 풀자 하니까. 배달 시켜주더라.

그것도 그냥 짬뽕도 아니고 3천원 더 비싼 해물삼선짬뽕..너무 반할거 같았음. 아니 밤 사이 일 때문에 이미 반했는걸지도 모르고.


사실 아직 누나가 덥다면서 벗었던 반라가 머릿속에 없어지지가 않았음..


그러다 큰 용기를 내서 누나 번호 물어봐도 될까요? 이러는데 피식 웃으면서 번호를 주셨음.  그게 내가 길드원인 아이던 누나랑 썸을 타게 된  순간이었음.



다음 썰은 시간 나면 마저 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