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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늦지 않았다!”


내 앞에는 메어리가 내 것과 닮은 지팡이로 아슬아슬하게 내 지팡이를 막고 있었고.


“뭘 위해 소울젬을 부숴버리려고 하시는 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이야기 좀 나눠보자고!”


내 뒤에는 소피가 나를 더 못 움직이게 끌어안고 있었다.


“어떻게? 분명, 너희들이 집으로 돌아간 것을 확인했고, 또 이 근처에는 아무도 없는 것을 직전까지 확인했는데?”


내 고유마법은 [사람 조종]이 [신체 장악]으로 발전된 것

나의 능력 범위 안이라면, [내가 조종할 수 있는 대상을 감지] 하는 것으로 생쥐 한 마리라도 확인할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벌레는 무리였지만.


하지만, 직전까지, 이 둘은 [이곳에 없었다]

안나의 투명화도 이 감지를 벗어나지는 못했는데?


“후후, 소피 언니 몰래 익혀온 기술이거든! 언니가 놓친 것은 내 고유마법이 [자신의 대역을 만들고 자신은 숨기]라는 능력이 분할된 것이라는 점이지!”


그렇다.

보통의 마법소녀는 소원 하나에 고유 마법 하나

안나도 고유 마법이 두 개인 것이 아니라, 한 개의 능력을 두 가지 방향으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언니가 안 계실 때 안나가 투명한 상태에서, 감이 좋은 마녀한테 크게 베였는데도 멀쩡했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날 집에 돌아가서 침대에 뉘어놓은 내 분신이 내가 당했던 부분에 커다란 상처가 생긴 것을 보았지.”


설마, 대역이라는 것이…


“즉! 내가 숨어있는 동안 오는 모든 충격도 나의 [대역]에게 넘어간다는 것을 보고 실험을 해본 결과!”


“제가 투명화한 안나를 조종하려고 해도, 바로 앞에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목표를 잡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 대신 안나의 대역이 마법의 목표로 지정될 뿐이었어요.”


“즉! 드디어 나도 언니에게 한 방 먹여줄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언니에게는 숨기고 있었지! 나중에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문제는 제가 그걸 쓸 수 있을지 없을지 몰랐던 거지만, 다행히 잘 된 모양이네요.”


그 말을 하며 메어리는 미소를 보였다. 정말 뿌듯하고, 정말 다행이라는 듯이


“그럼, 집에 보낸 것은. 너희 둘의 분신… 아니, 대역이겠구나. 안나 넌 괜찮겠니? 집에 있는 분신도 사라졌을 텐데?”


“윽, 들키기 전에 들어가야겠지, 들켰어도 예전에도 밤중에 몰래 나왔던 전적이 있으니, 조금 혼나고 끝날… 거로 생각해!”


최소한 최근에 나는 부모님 말씀은 잘 들었다고? 라며 안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언니의 위치는 개의 후각을 참고해서 찾아냈어요. 잘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건 또 너무 의외였다.

지금 보아하니, 메어리의 등에 안나의 총이 메어 있었다.

한 번에 하나밖에 못 썼으면서, 어느새 두 개를 동시에 쓸 수 있게 된 모양이었다.


“... 개의 후각?”


“아 네! 동물들을 자주 조종하면서, 동물들은 어떻게 사람에게는 없는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을까. 하며 열심히 분석한 결과, 육체 강화 느낌으로 동물들의 감각을 조금은 따라 할 수 있더라고요! 고양이의 균형 감각이라던가, 쥐의 청각이라던가 말이에요! 언니는 당연히 하실 줄 알았는데...”


“그래도 비가 그쳐서 다행이었지. 비가 계속 왔으면 진짜 방법이 없었잖아.”


동물들의 감각을 가져온다니, 순간 그런 생각을 한 번도 못 해본 내가 잘못인 건가 싶었다.


동물들로 연습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동물의 특수한 움직임이야, 나는 처음부터 당연하게 조종할 수 있었고,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고 난 이후로는 다른 동료들이나 지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연습한 게 다였지. 그 이후론 실전이었고.


사용 방법부터 익숙하게 가능한 나와 달리, 메어리는 처음부터 요령까지 쌓아 올려야 하기에 힘들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되어 날 가로막았다.


뭔가 웃기네.


나라면 이 정도 방해야 당장에 떨쳐낼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러지는 않는다.


“자, 그럼 무슨 일인지 순순히 말씀하시지!”


짧은 시간에 이 정도까지 성장했으니, 한번 기대해 볼까 했다.

너희들이라면 말해줘도 괜찮겠지.


“그래”


내려치려던 팔에 힘을 빼고, 지팡이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메어리의 미는 힘과 안나의 당기는 힘 때문에 뒤로 조금 밀려 나갔지만, 넘어지진 않았다.


“어디서부터 알려줄까? 처음부터? 아니면 요점만 해서?”


너무 깔끔하게 대답하니 둘이 당황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먼저 반응한 것은 메어리였다.


“처음부터요!”


정말이지, 처음 봤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지는구나.


“좀 긴 이야기가 될 건데 괜찮겠니?”


“... 예전에 언니가 말씀하셨지요. 과거를 잊으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과거에 매여 사는 것은 안 된다고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저희는 반년 넘게 함께 살면서 서로의 과거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있어요.


 물론, 서로 취향이 어떤지, 요즘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어요. 지금까지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왔어요.


 하지만 저번에 안나와 싸우고나서 느꼈어요. 아무리 말하기 힘든 상처라고 해도, 누군가 자신의 상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도 얼마나 안도가 되는지요!


아저씨는 쓰러지기 직전에 저한테 언니를 부탁한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과거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안 해주셨죠.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혔어요.


하지만 이제 알겠어요. 언니의 입을 통해서, 그 상처를 공유받고, 공감해주며 위로해주는 것. 그 정도면 저도 할 수 있어요.”



"동료 마법소녀로써!"



어쩜 실소가 절로 나오는 이유가 아닐 수 없었다. 결국, 감정론이었다. 아직 어리네 란 감상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감정을 죽이고, 모든 것을 연기 해왔다고 해도 자신은 인간이었다.

누구처럼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연기 도중에도 진심이 묻어나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방금 보면 그녀에게 정을 주는 모습을 보이던데, 꽤 진심 같았어.’


‘감정에 대해 이해 못 하신다면서, 농담도 다 하네. 우리 인큐베이터 씨’


‘마법소녀로 살려면 감정 따위 오히려 방해인 것은 너도 잘 알고 있잖아?

하지만 말이야. 그날 이후로 감정을 죽이고 살았다고 한들, 난 사람이야.

너희들 같은 무감각한 괴물이 아니라.’



그렇기에 더욱 서로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내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서…

메어리에게 한 말도 변명에 가까웠다.


사실 그 누구보다 과거에 매여 사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니까.


“그래, 그럼… 처음부터 이야기해 줄게.”





 1881년 내가 11살이었을 때 영국은 신민 지역과의 전쟁{1}에서 참패를 거두었고, 거리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당시 군인으로 참전하셨던 아버지는 다리를 심하게 다치셨고, 결국 군대를 나오시게 되었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당시의 공포와 충격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계셨다.

어제까지만 해도 농담이나 하던 동지가 죽어가는데도, 자신은 어느새 총알이 박힌 다리를 이끌고 그곳을 도망쳐왔다고, 자신이 동료들을 버리고 왔기에 그들이 죽은 거라며 자책하셨다.


방 한구석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시며 무기력하게 계시던 그 모습이 얼마나 불쌍해 보였는지…


하지만 그대로 가다간 먹고 살기도 힘들어질 지경이었다.

어머니는 모아둔 돈과 인맥으로 잡화점을 열었지만, 당시 거리 분위기가 문제인지. 여자가 운영하는 가게가 문제인지. 손님들이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



1년간은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지만,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셨다.


아니, 솔직히 정말로 ‘사고’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언제나처럼 ‘부업’을 위해 잠시 나갔다 온다던 어머니가 사람들의 손에 의해 시체가 되어 돌아온 것뿐이니까.



아버지는 여전히 방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계셨기에, 12살인 내가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해도, 집안의 사정이 점점 나빠졌을 때, 아버지 다리의 상처가 덧나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어떤 병에 걸리셨음에도 돈이 없어 치료를 전혀 못 받고 계셨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던 내가, 가게가 잘 되기만 했었어도 조금은 상황이 나아졌을까? 라고 생각했을 때 그놈이 찾아왔다.


“마법소녀가 되어준다면 너의 소원을 하나 들어줄게!”











그날, 나는 내 인생에서 두고두고 제일로 후회할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가게에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











아버지의 병을 고쳐달라고 하면 될 것을. 하다못해 돈을 달라고 했으면 될 것을.


지금은 운영하지도 못하는 가게에 손님들이 오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어버렸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땐, 이미 단 하나 뿐인 기회는 사라진 상태이었다.


그 사실에 절망해, 바보 같은 자신을 저주했다.


저주하고, 또 저주하고, 저주했다.


가게를 보는 사람이 없어 오기만 했다가, 닫힌 문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눈물이 더 나오지 않고, 목에서 피가 나올 때까지 울었다.


자신의 한심함에 가슴이 메어 터져 죽을 거 같은데 죽을 수가 없었다.


너무 아파서 가슴에 커다란 말뚝이라도 박힌 것 같다는 느낌에 괴로웠다.


자해해도 이상하게 육체적 고통은 느껴지지 않고 가슴의 고통만 커졌다.




그런 나를 살려준 것은 정말이지, 우연히도 그곳을 지나가던 라나였다.


그녀의 마법은 [위기가 있는 곳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어디를 피해야 하는지 뿐만 아니라, 어디에 누군가가 위험에 처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마법은 나의 상태가 많이 위험하다고 판단했고, 덕분에 나는 그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녀의 동료 중 한 명인 노라의 마법, 치유의 마법으로 아버지의 병은 많이 회복하실 수 있었다.

병이 너무 많이 진행되어 완치에는 매우 오래 걸리겠다고 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죽다 살아나신 아버지가 나에게 제일 먼저 하신 말씀은 사과였다.


너를 그렇게 괴롭게 울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라고 나에게 울면서 사과하셨다.

그 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불쌍하다고 생각해버렸다.


아버지는 어느 정도 회복되고 나서는 장사를 시작하셨다.

내 소원 덕에 손님은 자주 찾아와 집안 사정이 많이 나아질 수 있었지만, 노라의 마법은 회복력 향상에 가까워서 이미 망가진 다리를 고칠 수는 없었다.

절뚝거리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불쌍하다고 생각해버렸다.



그 이후로도 라나는 내 감정을 풀어주는 데 큰 도움을 주었으며, 나를 포함한 4명의 마법소녀들이 서로를 의지해가며, 내가 마법소녀로써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다만 다른 동료들과는 달리, 나는 큐베를 신뢰할 수는 없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큐베는 내 소원을 이루어 줬을 뿐, 결국 그렇게 소원을 빈 내 잘못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굳이 대놓고 그런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내가 마법소녀로써 경험과 실력을 쌓아, 충분히 1인분이 가능해졌을 때였다.


아버지에게는 그때 내가 마법소녀임을 밝혔다.

많이 놀라셨을 텐데도, 차분하게 받아주시고, 오히려 고맙다. 해주시고, 또 위로해주셔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때 나 스스로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 느껴지는 '이 감정'은 지금 떠올리면 안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이 감정'이 올라오는 거지? 라는 의문을 품으며 아버지를 올려다본 순간 한가지 알 수 있었다.


난 아버지의 불쌍한 모습을 너무 오래 본 것이었지도 모르겠다.



병은 결국 고칠 수가 없었다. 일반적인 병은 아닌지, 노라의 마법으로도 완치가 안 됐지만, 계속 연명하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각주

{1} 1차 보어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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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병은 폐암과 파상품임

둘 다 당시에는 불치병이지


특히 암은 회복력 향상으로는 무리지 않을까... 초기였다면 모를까.


억제가 가능한게 다행이었겠네.


안나의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본편에서 조금 더 풀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 설정에서 살짝 풀긴했지만.

소피를 따라 잡는 방법에 대해 추리 해본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