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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그거! 대단하잖아!”



잠시 후 모두의 힘을 합쳐 마녀를 쓰러트린 이후, 내 마법의 정체, 마법 복사에 대해서 들은 아서는, 이제는 성격을 감출 생각조차 없는지,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좋아해 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아무리 진심이 아니었지만 가웨인을 이긴 것도 대단한데, 그러면 우리의 무기들도 전부 쓸 수 있는 거야?”

“그렇죠? 자, 여기.”



다시 가방에 손을 넣어, 꺼내져있던 가웨인의 검을 제외한 3개의 검을 더 꺼내 들었다.

물론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아서의 파란색

베디비어의 은색

가웨인의 붉은색

케이의 금색


각자의 손잡이와 검집에 있는, 각자의 상징색이 전부 나의 소울젬의 색인 하늘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역시 아서의 검이 가장 화려하다.



“흠, 확실히 대단하네.”



케이라고 소개된 사람은 아서와 닮은 구석이 있었다. 이름을 생각해보면 언니인 건가?

신중하고,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고, 살짝은 나를 경계하는 느낌이었다.


참고로 서로 본명은 따로 있지만, 변신 중에는 기사의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아서가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조금 전에 사용했던 기술들도 본래, 당신의 능력이 아니었던 건가요?”

“네. 제 능력은 다른 분들의 능력을 가져올 뿐이라서요. 그렇다고 해도, 저도 경력이 짧아서, 지금 제가 쓸 수 있는 건 그게 다에요.”



베디비어라 불린 사람은 케이와 아서의 중간 느낌이었다.

궁금증이 많고, 나에게 여러모로 흥미를 느끼고 있었지만, 무언가 분석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있잖아. 나중에 한 번 더 대련 부탁해도 될까?”

“그렇지만 저 조금 전 그게 최선이었는데요. 조금 전에 보여주신 그걸 진작에 쓰셨으면, 저 무조건 졌어요?”

“상관없어. 조금 전에는 내가 방심했던 거니까, 반칙이고 뭐고 없어. 하지만 다음에는 다를 거야.”



기사 연기를 그만둔 가웨인은 생각보다 경쟁심이 강한 느낌이었다.

나름 원탁 최강의 기사 중 일원인 가웨인의 이름인데, 졌다는 사실이 보통 분한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좋아! 지금부터 너는 랜슬롯이야!”



아서는 이 중에서는 제일 어려보였…. 에엑?!



“랜슬롯이요?!”

“응! 가웨인을 이겼잖아. 그렇다고 갤러해드를 줄 수는 없고. 그렇다면 랜슬롯이지.”

“으음…. 갑자기 그렇게 이야기하셔도...”

“맞아, 너무 성급해.”



아, 케이씨의 지원이다.

베디비어씨도 역시 너무 성급했다고 생각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랜슬롯의 이름이 그렇게 좋은 이름은 아니잖아? 본인 의견도 들어봐야지.”

“달라! 우리의 왕국은 영원할 거니까!”

“아, 그렇지만 저 나름대로 여행 중 이라서, 곧 떠날 생각인데요.”

“아, 떠돌이 라는 거 진짜구나...”



그 말을 듣고 아서는 확실히 크게 실망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음, 저러면 바로 떠나긴 힘든데...



“그, 그러면 하루 이틀 정도는 머물 수 있을 장소가 있을까요?”

“있... 긴 한데...”



아서는 살짝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베디비어씨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을 본 베디비어씨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그래, 편하지는 않겠지만, 우리 집이라면 괜찮겠지요.”

“베디?!”

“뭐, 어때요.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요.”



그 의견을 받을 거라곤 생각 못 했는지, 케이씨가 조금 놀라 하셨다.

가웨인씨나 아서는 그저 내가 조금 더 이곳에 머무른다는 사실이 기쁜 모양이었다.



“그럼 그 전에 멀린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멀린이요?”

“응, 정확히는 멀린의 사역마지만!”

“...”

“자, 멀린 나와!”



그러자 저쪽에서 다가오는 작은 발걸음

설마, 했지만. 역시였다.



“큐베...”

“응, 오랜만이네. 여행을 떠나고 나선 처음인가?”

“아, 역시 서로 아는 사이구나!”


잘 아는 사이고 말고요.





“자, 집안이 좀 더럽지만, 들어오세요.”



베디비어의 집은 마을의 구석에 있었다.

많이 낡고, 정리도 잘 안 되어있는, 작은 이층집이었다.

벽은 반쯤 삭아서 금이 가 있는 부분과 칠이 벗겨진 부분이 있었다.

더 어두워져서 오면 무서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살며시 안에 들어가 보면, 더럽다고 표현한 것 치고 안은 깔끔했다.


거실에는 원형의 탁자와 의자들이 놓여있었고, 거실과 부엌의 경계가 오묘했다.

안쪽에 문 몇 개와 위로 가는 계단이 있었는데, 바닥이 삐걱거리거나, 낡아 있거나 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 탁자가 우리의 원탁이에요. 웃기죠?”



집의 구석에 닦아내기 힘든 얼룩들이나, 곰팡이들이 있기는 했지만, 어딘가 깨져있거나, 거미줄이 쳐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약간 어수선함이 있기도 했고, 물건들은 전부 낡아 있었고, 정리가 안 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서 정리를 하려고 한 것이 보였다.


다만, 집 안은 조용하고, 공기는 차가웠다.

마치 집에 아무도 없는 듯…. 아니, 집에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꼼꼼히 둘러보시면 좀 부끄러운데 말이죠.”

“아, 죄송해요.”



그녀의 오른쪽 팔은 팔꿈치 부분부터 없었다.

그 팔은 어떻게 된 것인지 보기는 힘들었다.


지금은 7월인데도, 긴소매를 입어서 그 부분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



“기다려고 있으세요. 간단하게 뭐라도 만들어줄게요.”

“아뇨, 제가 할게요.”

“제 팔 때문에 신경 쓰이는 것이면 괜찮아요. 그래도 손님인데, 일을 시킬 수는...”

“숙박비 대신이에요. 베디비어씨는 들어가세요!”



힘으로 그녀를 억지로 밀어내서 마루에 소파에 앉혔다.

후후, 그럼. 보여드릴게요.


거의 10년 동안 해왔던 저의 청소의 실력과 1년간 열심히 배워둔 요리 실력을!





“그러면 여기까지.”

“이미 충분한데요...”



사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많이 못 했지만, 일단 겉보기에는 문제없을 정도로 정리해두었다.

저녁도 간단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베디비어씨는 잘 먹어주었다.



“고마워요. 이렇게까지 해줄 필요는 없었을 텐데...”

“제가 원해서 한 일인걸요.”



안쪽 찻장에서 찾아온 찻잎을 끓여서 베디씨에게 가져다드리고, 나도 한 잔 함께 했다.

안나가 가져다주던 달콤한 과자들이 그리워지네...


베디비어씨는 왼팔로 컵을 들어, 조심히 차를 마시고 있었다.

표정이 좋으신 것을 보니, 마음에 드셨나 보다.



“제 팔이 왜 이런지 궁금한 모양이네요.”

“아, 아뇨. 조금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방금 전에도 청소하시면서 계속 제 오른팔을 힐끗힐끗 쳐다보기던데요.”



읏, 실수했다.

가능한 신경 안 쓰이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우우...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아니에요.”



그녀는 다시 차를 한잔 마셨다.



“농사가 망해서, 부모님이 땅을 다 팔고 근처 공장에서 일하시다가 과로로 돌아가셨거든요.”

“......”

“고아원에 가기에는 집을 버릴 수가 없어서 가까운 곳에 있는 광산에서 일을 했어요. 그러다 사고가 있었죠.”



아...



“엘리. 그러니까. 아서 말이에요. 그 애와 케이님이 자주 찾아와서 절 챙겨줬죠. 본인들도 힘들게 사는걸. 저도 알고 있는데.”

“마법소녀는 어쩌다가 되신 건가요?”

“마법소녀? 아, 그렇군요. 마법소녀인가요. 후후...”



그녀는 앉아있던 의자에 몸을 완전히 기대고 눈을 감았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아서가 예전부터 조금 남자아이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던 아이였거든요. 원탁의 기사들 이야기를 들고 자주 찾아와서는 절 보고 베디비어라며 신나게 떠들곤 했어요.”


“그러던 얘가, 갑자기 멀린을 만났다며, 사람들을 괴물로부터 구해줄 수 있는 기사님이 될 수 있다고. 저한테 찾아와서 그 멀린을 소개해주더라고요.”


“원탁의 기사단을 구하고 있으니, 저보고 베디비어가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거 있죠?”

“그럼 소원을 기사가 되고 싶다고 빈 것인가요?”

“아뇨, 그러진 않았어요.”


“솔직히 팔을 고쳐달라고 할까.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랬다가는 베디비어가 아니라며 실망할 거 같아서요. 그 아이의 마지막까지 옆에 있고 싶다고 소원을 빌었어요. 그게 이제 3달 정도 되었네요.”

“3달 정도밖에 안 되셨구나...”


“표정이 안 좋으시네요. 역시 케이님의 말처럼 멀린, 큐베라고 하셨나요? 그것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이겠죠.”

“아, 네...”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 말하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인 이야기고요.”

“설마 아시나요?”

“케이님은 알고 계실지도요. 자신의 동생이 위험한 놈에게 사기당한 것 같다며, 걱정된다고 따라서 기사가 된 분이거든요. 그것도 [내 소원은, 나중에 내가 원할 때, 내 소원 하나를 이루어주는 것이야] 라고 하시면서 말이죠.”



그렇다면 일단 본인은 모른다는 이야기겠지.


소울젬의 진실과 마녀화에 대해서. 그녀들은 모르고 있다.

그것을 말해주는 것이 옳을까.


내가 말해주지 않아도, 그녀들은 지금처럼 잘 지낼 것이다.

괜히 내가 말해줬다가 그녀들의 일상이 깨지면...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차라리 안 말해야 하는 게 맞나?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소피 언니처럼 최악의 방법으로 알게 된다면...



아, 그렇구나.

소피 언니는, 우리를 볼 때마다 이런 고민을 계속해오시던 것이구나.


솔직히 난 소피 언니처럼 큐베에게 혐오감이 들 정도로 싫어하지 않는다.

지금도 조금은 큐베에게 고맙다는 감정이 남아있다.

마법소녀의 진실은 무거운 것이었지만, 이렇게 자유롭게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큐베 덕분이었으니까.



“말하지 않으셔도 돼요.”



내가 고민하고 있으니, 그녀가 먼저 나한테 이야기했다.



“웬만한 진실은 다 받아들이기로 마음먹고 있었는걸요. 큐베가 사실 악마였고, 우리는 영혼의 계약을 했다거나, 사실은 세상을 파괴하고 있다거나. 음, 제 상상력이 부족해서 이 이상은 잘 모르겠네요.”

“그런가요.”

“네. 아, 그리고 앞으로 좀 더 조심해야겠네요. 마녀랑 싸우다가 죽지 않도록 하고, 소울젬 관리도 좀 더 꼼꼼히 해야겠죠. 그 정도야 간단한 일이죠.”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고, 의자에서 일어나 갑자기 변신하더니, 칼을 꺼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칼을 앞으로 쭉 뻗어보았다.

그녀의 은발과 갑옷의 은빛이 하나로 어울렸다.



“어떤 고난이 있어도. 그것을 이겨내는 것이 기사니까요.”



조금은 감탄하고 있더니, 그녀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그 아이가 저한테 해주던 말이에요. 조금은 기사 같았을까요?”



그야 당연한 질문을...



“네, 매우 멋있는 기사님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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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 4명의 마법이 뭔지 궁금하다고?


이미 필요한 것은 다 알려줬다.


나머지는 2부를 기다리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