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경복궁 경회루

세종은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상선이 들어와 세종을 알현했다.

세종: 상선, 지금 몇 시인가? 벌써 보름달이 떴구나.

상선: 지금 자시(23시~01시)이옵니다 전하.

세종: 벌써 그리 되었단 말인가? 내 중전과 세녀에게 가봐야 되는 것 아닌가? 어서 가자고.

상선: 예 전하.


세종은 경회루를 나와 소헌왕후와 왕세녀가 있는 교태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한 소녀가 세종에게 다가온다.


이연희: 할바마마~

세종: 아이고~연희야. 이 시간에 할애비를 마중 나오다니? 기특하구나.

이연희: 소녀는 할바마마가 또 밤을 뜬눈으로 보내실 까봐 걱정이옵니다. 백성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할바마마 건강 관리도 소홀히 하셔서는 아니 되옵니다.

세종: 우리 군주가 어미를 닮아 효심이 깊구나. 허허허허허허~(그때 뭐가 지나간다.) 응? 뭐지?

이연희: 할바마마? 왜요?

세종: 아. 아니다. 이만 강녕전으로 들어가자꾸나.


다가온 소녀의 정체는 세종의 손녀이자 왕세녀 이향의 적장녀 이연희, 훗날 경혜공주로 불리며 조선 왕조 631년의 역사에서 영웅으로 기억되게 된다.


(다음 날)


경복궁 근정전

명나라 사신을 맞이하는 성대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세종은 물론 왕세녀 문종과 소헌왕후 모두 긴장한 모습으로 서있다. 공연이 끝나고 사신은 세종을 따로 만나게 된다.


세종: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았소. 대인.

명 사신: 뭐 저는 황제 폐하의 명을 전달하고 조선의 일을 보고하는 자일 뿐입니다. 황제 폐하께서 조선이 군사력을 강화한다는 소문에 심히 염려하고 계십니다. 혹 그 군사력으로 우리 명국을 치려는 건 아니신지?

세종: 그럴 리가 있겠소? 과인은 그저 북방의 여진족과 3해(서해, 동해, 남해)의 왜구로부터 우리 백성들을 지키고자 할 따름이오.

명 사신: 전하. 신은 저번에도 훈민정음과 천체 관측 기구 제작에 관련한 사태로 한 번 혼란이 있었소. 그리고 한양에 맛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던데....그 마수가 북경으로 넘어오면 알지요? 이번에도 괜한 일로 우리 명국이 조선을 적으로 돌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옵니다. 그러니 처신을 잘 하십시요.

세종: 잘 알겠소. 대인. 여봐라. 신 대인을 처소로 모시거라.

상선: 예. 전하

(경복궁 강녕전)

왕세녀 이향(문종): 참으로 무례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바마마. 사신 주제에 감히 한 나라의 임금에게 협박이라니!?

세종: 진정하거라. 세녀. 지금 명국은 몽골과의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어쩌면 이 기회에 우리가 속국 관계를 끝낼 수도 있단다. 하지만 우선 한양과 전국에 퍼진 소문부터 조사해야 한다.

소헌왕후: 헌데 세녀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데....

그때 갑자기 왕세녀가 쓰러진다

세종: 향아! 정신 차리거라! 어찌 이런 일이! 밖에 아무도 없느냐!? 어의를 부르거라!

잠시 후 어의가 도착해 왕세녀를 진찰한다.

어의: 증상을 보니 과로로 인한 탈진이옵니다. 다행히 증상이 심하진 않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세종: 다행이구나.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왕세녀 이향: 아바마마....

세종: 향아. 그냥 누워 있거라. 어젯밤을 또 샌 것이냐?

왕세녀 이향: 걱정을 끼쳐드려서 송구합니다. 아바마마. 소녀는 단지 아바마마처럼 대신들과 소통하는 왕이 되고 싶어서 그만...

세종: 날 닮을 필요 없다. 그러니 네 몸부터 추스리거라. 딸아.


경복궁 사정전


세종: 편전에 대신들이 다 모여있다니? 뜻밖이오.

맹사성: 전하. 소신이 감히 전하께 아뢰옵니다. 왕세녀 마마의 재능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왕위를 계승하는 것은 아니 되옵니다!

황희: 그렇사옵니다. 본래 여자의 마음은 남자의 마음보다 알기 어렵사옵니다. 만약 잘못된 길을 가 폭군이 되는 날에는.....

세종: 그런 말이 나올 줄 알았소. 황 영상. 과인이 친히 편전에 든 이유는 세녀에게 양위를 하기 위함이오.

김종서: 전하! 양위라니요!? 아직 전하께는 큰 지병이 없으시지 않습니까? 어찌하여 이러시는 것입니까!? 아니 되옵니다! 전하!

대신들: 아니 되옵니다! 전하!

세종: 태조대왕께서도 양위를 하셨고 정종대왕과 과인의 아비인 태종대왕께서도 생전에 양위를 하셨소. 헌데 과인이 양위를 하지 말라는 법이 있소? 명국으로부터 세녀 고명도 왔고 새로운 남편도 맞이했으며 후계자도 낳았으니 오히려 왕위를 잇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소? 혹 경들이 반란을 일으킬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시오? 아니라면 1달 뒤에 양위를 하겠소.

대신들: 전하!


경복궁 자선당


왕세녀 이향: 뭐? 아바마마가 양위를?

상궁1: 네! 마마. 대신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양위하시겠답니다.

이연희: 어마마마.

왕세녀 이향: 난 아직 준비가 안됐다. 어찌 이런 일이...아바마마.

세종: 향아. 이제 내가 이 나라를 물려줄 때가 왔구나.

왕세녀 이향: 아바마마. 어찌하여 편전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셨습니까?

세종: 어떤 왕이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왕위에 오른단다. 이 아비도 왕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단다. 중요한 것은 "네가 어떻게 나라를 다스릴 것인가?" 인 것이야.

이연희: 맞습니다 어마마마. 어마마마라면 대신들의 반대를 할바마마처럼 잘 대처하실 수 있습니다.

왕세녀 이향: 그런가? 딸이 이렇게 얘기하니 힘이 돋는...웁!

세종: 왜 그러느냐?

이연희: 설마....

세종: 여봐라! 어의를 들라 하라!

(진맥 후)

어의: 감축드립니다! 회임입니다.

왕세녀 이향: 그게 정말인가? 아바마마.

세종: 어찌 이런 기적이! 허허허허

이연희: 감축드립니다! 어마마마!


(그날 밤)

이연희: 어마마마의 뱃속에 내 동생이 있다니? 기적과 행복이 연이어서 온다니? 난 정말 행운아야~

큐베?: 그 행복. 이어가고 싶지?

이연희: 거기 누구냐!?

큐베?: 아이쿠! 실례하였습니다. 공주마마. 저와 계약하시면 그 행복을 이어가실 수 있습니다.

이연희: 그대의 제안은 고맙지만 나는 아직 원하는 소원이 없네. 어마마마랑 할바마마랑 있으니 더 바라고 싶은 것도 없단다. 

큐베?: 언젠가는 또 보겠지만 후일을 기약하죠.

이연희: 이상하네? 금수가 말을 하다니?


공주는 그날 밤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생물을 처음 만나게 된다. 그 이름은 큐베, 인큐베이터의 약자다. 소녀들과 계약해 엔트로피를 얻고 그들의 절망과 마녀의 소멸로 우주 에너지를 얻는 악질적인 존재. 대부분의 종족이 감정이란 것이 없기 때문에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극소수의 큐베가 감정을 가지고 인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 시각 인천부 제물포방 일대

사냥꾼1: 저놈이 요괴를 만든 괴수다! 저놈을 잡아서 산채로 끓여먹자고!

타이쿄쿠베: 사냥꾼들이 날 쫓아오고 있어! 어떡하지!?

인천부윤: 저기 있다! 마귀 잡아라!

인천부 군사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타이쿄쿠베: 난 마귀가 아니야! 나한테 도대체 왜 이래!?

인천부윤: 이런 또 놓쳤네! 안 그래도 한양에 규베(큐베)라는 마수가 나타내서 한양의 여인들을 노예로 만드는데 설상가상이야.

인천부 군사1: 그러니까요. 서반아(스페인)랑 시암(태국)과의 무역도 이 마수에 관한 소문 때문에 끊기는 건 아닌지.....

인천부 군사2: 어디 한양이랑 인천 뿐이겠어요. 동래(부산), 대구, 안동, 춘천, 강릉, 해주, 전주, 나주, 청주, 천안, 함흥, 원산, 평양, 의주, 청진 조선 8도 전역이 발칵 뒤집혔어요.

인천부윤: 다음 달에 양위식이 있는데....어쨌든 오늘은 놓쳤으니 이만 돌아가고 내일 다시 수색하자고.

인천부 군사들: 네!

사냥꾼1: 에이 젠장. 허탕 쳤네...

타이쿄쿠베: 하...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난 그저 기적을 이뤄주기 위해 이 반도에 들어온 건데....


1000년 전 회상

타이쿄쿠베: 나랑 계약해서 마귀를 물리치는 도사가 되어줘~

고조선 공주: 좋아~백성을 괴롭히는 못된 마귀들을 소탕해 주겠어!


마녀 결계


고구려 공주: 더 이상 못 버티겠어....윽!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쩅그랑!)

타이쿄쿠베: 말도 안 돼! 도사의 말로가 요괴라니!?

큐베1: 포기해. 저 녀석은 이제 요괴야.

타이쿄쿠베: 미쳤어!? 그럴려고 소녀들이랑 계약을 해!? 이제 저 소녀가 겪을 고통을 알기나 해!?

큐베1: 너 병에 걸렸구나. 우리 종족과는 결별이야.

타이쿄쿠베: 저런 냉혈한....흑흑흑.....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ㅠㅠ


신라 신문왕: 백성들을 현혹하는 괴물을 소탕하라!

궁예: 하얀 마군들이 이 철원 일대를 흔들고 있다! 그 마군들을 소탕하라!

태조 이성계: 누구든지 이 하얀 마수를 잡은 이에게 종 7품의 벼슬과 쌀 30석을 내리겠노라~


다시 현실로


타이쿄쿠베: 하....난 마수가 아니야...난 그저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 온 생물이라고....ㅠㅠ


그랬다. 타이쿄쿠베는 고조선 시기에 태어나 조선 시기까지 무려 3000년 넘게 살아온 감정을 품은 인큐베이터다. 이 생물에게 있어서 계약이란 기적을 이루어 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수왕 시기 그 환상은 박살이 나게 되고 이후 1000년의 통일 신라 시기부터 후삼국, 고려 왕조 474년 그리고 조선 왕조 초기까지 이 생물을 잡기 위해 각 왕국의 사람들이 고군분투하게 된다....하지만 이 생물은 3000년을 살면서 감정이라는 것을 발전시키며 지금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는 인간들을 원망하지 않고 이 시스템을 만든 큐베들을 원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