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의 장—.

모든 것의 시작은 한 장의 종이 조각이었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던 백지.

그리스의 한 유적에서 발굴된 종이조각은 과학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없다고 판명되었다.

그 후, 지구 곳곳에서 똑 같은 종이조각들이 발견되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안에서, 바닷속 해저유적에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혹은 도심 한복판에서.

그러나 이 종이조각들을 사람들이 발견하는 일은 없었다.

나타나자 마자, 누군가에 의해 수집되었고, 이윽고 한 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그 누군가는 책을 펼쳐 첫 장에 이런 글을 썼다.

이 책에 쓰여진 모든 것은 현실이 된다.”

그는 책을 처음 종이조각이 발견된 유적 깊은 곳에 숨겨놓았다.

그 책은 이후 한 소년에게 발굴되어, 모든 일의 시초가 된다.

 

운명의 장.

몇백년이 지나고, 한 소녀가 그 책을 열어보게 된다.

소녀는 소원을 빌었다.

운석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싶어.”

다음 날, 소녀는 관측되지 않은 운석에 안면을 강타당해, 소원을 이루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소년이 책을 열었다.

움직이는 공룡을 실제로 보고싶어.”

다음 날, 소년은 정체 불명의 괴수에게 산 채로 잡아 먹힌다.

청년이 책을 열었다.

회사의 상사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네.”

다음 날, 청년은 상사와 다투다 건물의 옥상에서 떨어져 죽게 된다.

노인이 책을 열었다.

젊어지고 싶구나.”

다음 날, 노인의 집에 불법 침입한 한 청년이 머리를 맞아 살해당했다는 기사가 뉴스에 떴다.

저주 걸린 책이라며, 소원의 책은 봉인 당했다.

그러나 봉인은 바로 다음날, 의미가 없게 되었다.

한 소녀가 봉인을 깨뜨렸다.

신이 되고 싶어.”

소녀는 신이 되었다.

소녀는 다른 신들을 만들어냈다.

소녀의 이름은 테라.

책과 소녀의 이야기는, 각색되어 신화가 되었다.

소녀가 신이 되기 전, 책의 희생자들은 잊혀지고, 책은 신의 책이라 불렸다.

테라는 책의 희생자들을 하나하나 찾아갔다.

운석을 맞아 죽은 소녀.

테라는 운석에 가호를 내렸다.

공룡에 잡아 먹힌 소년.

테라는 괴수에 가호를 내렸다.

상사를 죽인 대가로 자신까지 함께 죽여버린 청년.

테라는 청년의 영혼을 살아있는 생체행성으로 만들어 가호를 내렸다.

회춘하여 살해당한 노인.

테라는 노인의 후손에게 가호를 내렸다.

가호를 받은 운석은 토지를 맑게 하고 성수를 만들어내 사람들을 건강하게 했다.

가호를 받은 괴수는 말을 하게 되어 마을의 인간들과 공생하게 되었다.

가호를 받아 생체행성이 된 청년은 넓은 우주를 돌아다니다, 이윽고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가호를 받은 노인의 후손은 새로운 인류가 되었다.

노인의 후손은 요술을 부렸다.

그는 자신의 요술을 이능력이라 불렀다.

 

인간의 장.

인류는 둘로 나뉘었다.

이능력을 가진 신인류와, 가지지 못한 구 인류.

새로운 인류는 발전하여 새로운 나라를 만들었다.

새로운 지구를 만들었다.

행성을 만들었다.

그들만을 위한 궁전을 만들었다.

궁전은 구 인류의 언어에서 따와, 궁전(La palace)을 자신들의 언어로 바꾸어, L: Raplace…라플라스라고 불리게 되었다.

처음으로 만들어진 라플라스의 인류는 천년을 넘는 시간을 연구하고 연구해, 새로운 지구를 만들어냈다.

라플라스 Type: B. 새로운 행성은 그리 불리게 되었다.

지구의 라플라스에 비하면 왜소하고, 소수의 인간들만 남겨진 B. 

지구의 인류는 그들의 강력한 이능력을 동경하고, 질투했다.

그 탓에 생긴 불화로 인해, 두 세계는 완전히 단절되었다.

이능력이나 마법보다 과학이 훨씬 더 발전된 지구의 외경 (外境, 아포크리파), 그리고 과학보다 이능력과 마법이 발달된 라플라스 Type: B의 성경(星境, 셀레스티아).

두 세계는 지금까지 다시 충돌하지 않고 평화를 지켜내고 있다.

두 세계가 갈라질 때, 책도 두개로 갈라졌다.

외경에 있는 생명의 서.

성경에 있는 죽음의 서.

남쪽에는 생명의 서, 북쪽에는 죽음의 서.

두 권의 책은 그렇게 모두에게서 잊혀졌다.

테라는 두 책을 별자리에 봉인했다.

 

정의의 장.

유스티티아.

테라의 딸.

정의의 신.

율법의 신.

천칭의 신.

어느 날, 한 소녀가 태어났다.

소녀는 법을 만들어 냈다.

소녀가 만든 법은 소녀가 살던 작은 마을에 적용되었다.

운석이 떨어져, 숲 속에서 잠들어 있던 소녀가 사망하였다.

소녀는 율법과 정의의 신이라 불리게 되었다.

소녀는 테라 신의 딸이라 불리게 되었다.

소녀는 천칭의 신이라 불리게 되었다.

소녀는 사람들의 소원에 따라, 신이 되어 다시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어리석은 인간들을 처벌하였다.

살인을 저지른 인간들을 사살하였다.

소녀는 복수의 신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유스티티아.

그녀의 이름은 아스트레아.

그녀의 이름은 네메시스.

 

유스티티아를 섬기는 자들이 나타났다.

선한 일을 하고 악한 자들을 처벌했다.

천칭의 신을 섬기는 자들의 이름은 ‘리브라(Libra)’.

천칭이 있을 곳.

그렇게 마을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도시가 되었다.

천칭의 도시는 정의와 복수의 도시.

그들은 셀레스티아의 12개 나라 중 가장 작고, 평화로운 나라가 되었다.

 

백양의 장.

흑토(黑土), 백악(白堊), 황옥(黃玉), 적석(赤石).

연금술. 인공적으로 금을 만들려 한 시도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그러나, 이름과는 다르게, 지금은 금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는 행해지지 않고 있다. 

무에서 금을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재료, 현자의 돌.

이는 술사의 연금술을 강화하는 아이템이다.

그러나, 현자의 돌은 만들어낸 창조주의 능력만 강화하며,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인간 100명의 시체와, 술자의 피 두방울이다.

인간의 시체가 검은 흙으로 변하고, 피를 뿌려 새하얗게 변한다.

그리고 10년의 시간이 흘러 햇빛을 받아 노랗고 단단해진 뒤, 다시 술자의 피 한방울을 받아 붉은 빛을 내뿜는 현자의 돌이 된다.

지금까지 이 현자의 돌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사람은 단 둘 밖에 없다.

전쟁으로 죽은 인간들의 시체를 이용해 현자의 돌을 만들어낸 아포크리파의 연금술사, 니콜라 플람베.

그리고, 이능력을 이용해 시체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피 두 방울만으로 현자의 돌을 만들어낸 천재 연금술사. 니플라멜 크리플라.

니플라멜, 이능력은 ‘호문쿨루스’.

무에서 유, 영혼이 없는 시체 같은 인공인간을 만들어내는 이능력을 이용해, 니플라멜은 현자의 돌을 만들어냈다.

니플라멜은 현자의 탑이라 불리는 탑에서 생활하며, 양을 기르며 살고 있었다.

언덕 높이에 위치한 그 탑의 주인이자, 양치기, 연금술사인 니플라멜은 마을사람들의 수호신과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는 평생동안 단 한 번 밖에 현자의 돌을 사용하지 않았다.

어느 날, 니플라멜은 자신이 살고 있던 현자의 탑 근처의 수해에, 사악한 괴수가 나타난 것을 깨달았다.

그는 괴수를 보자마자 자신은 그 존재를 어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과거 자신이 흥미를 가져 만들었던 현자의 돌을 꺼내 들었다.

10일동안 계속된 사투 끝에, 그는 괴수를 쓰러뜨렸다.

그리고 4발짝 내딛었을 때, 그는 서있는 채로 생을 마감했다.

괴수의 시체, 뼈는 그 자리 그대로 남겨졌다.

그리고 니플라멜이 죽은 자리에는 그의 모습을 재현한 비석이 새워졌다.

지금도 그는 현자의 탑의 주인이라 불리며, 현자의 탑과 괴수의 뼈가 있는 곳은 관광명소가 되어, 마을은 번창했다.

그리고 그 마을이 성장하여 나라가 만들어졌다.

셀레스티아에서 가장 연금술이 유명하고, 발전된 나라. 연금술의 나라 아리에스(Aries). 니플라멜의 이야기는, 아리에스의 건국신화이기도 하다.

 

성경의 장.

아리에스, 타우루스, 제미니, 캔서, 레오, 비르고, 리브라, 스콜피우스, 사지타리우스, 카프리코너스, 아쿠에리어스, 파이시스.

셀레스티아에는 12개의 나라가 있다.

그러나 그 형태가 만들어지기 전, 셀레스티아는 한 국가가 땅의 모든 것을 통치하고 있었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셀레스티아의 첫번째 국가. 오피우크스. 

의술과 마법이 가장 발전되어, 몇백년간의 평화를 유지하고 있던 그 나라는, 하룻밤만에 멸망했다.

의술과 마법을 합쳐, 죽은 자를 되살리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죽은 자가 되살아나는 것은 세계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었다.

이론상으로는 되살아나야 했던 인간의 시체는 소멸되었고, 시전자는 폭발하여, 주변의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었다.

관계 되어있는 모든 인간들은 괴물이 되었다.

남아있던 것은 흩어진 소수의 인간 뿐, 그 외의 모든 것은 소실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오피우크스는 멸망했다.

오피우크스의 도시가 있던 장소에는 그 폭발의 흔적과, 오피우크스의 성벽의 파편이 흩날려져 있다.

 

그리고 흩어져 살던 인류가 다시 발전하여, 지금의 셀레스티아, 12개의 국가가 된 것이다.

 

 

어떤 책을 찾아봐도, 이것과 별 다를 것 없는 내용밖에 적혀져 있지 않다. 

한숨을 쉬며, 책을 다시 책장에 꽂아 넣었다.

하아…역시 평범한 도서관엔 이런 내용밖에 없나…”

내가 찾아보지 못한 장소는 이 도서관에는 딱 한 곳 밖에 없다.

통행증이 있는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금서구역.

그곳의 책들은 전부 지금의 종교에서 허락하지 않아 합법적인 루트로는 구할 수 없거나, 보는 것 만으로도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책들이다.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 이구만…과제로 낼 분량은 나오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낙제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자…”

대학 특별강의 중, 가장 쉬워보여서 고른 역사, 이런 귀찮은 과제가 있을 줄 알았다면 고르진 않았을 거다.

그나마 셀레스티아 역사라서 다행인가, 다른 조 두개는 분명 아포크리파 역사 랑 오피우크스 유적이었었지…오피우크스 애들은 불쌍한 정도인데, 거의 정보가 없어서 몇일동안 유적 탐사나 하고 있어야 될거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그룹 메시지메 보낸다.

정보 정리는 대충 끝났어, PPT 제작 누구였지? 종이에다 해서 직접 만나서 주는게 더 빠를 것 같은데.”

메시지를 보내자 마자, 바로 답장이 왔다.

나야, 도서관이지? 입구 쪽에 있으니까 나와서 줘.”

짧게 알았다고 답장을 한 뒤, 짐을 챙겨 도서관에서 나간다.

도서관에서 나가자 마자, 눈에 띄는 하얀색 장발의 남성이 날 보고 손을 흔든다.

웬일이야, 히스? 네가 도서관 같은 델 다 오고, 전엔 근처에만 가도 책 알레르기가 반응해서 오기 싫다 하지 않았던가?”

히스가 쓴웃음을 짓는다.

오피우크스 유적에서 재밌는 걸 발견했거든, 좀 조사해 보려고 왔지.”

히스는 가방에서 돌로 된 큐브를 꺼낸다.

이거 뭐 같아?”

아무런 이상한 게 보이지 않고 평범해 보이는 돌조각 큐브.

그냥 오피우크스에서 쓰던 큐브 아니야? 지금은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걸 예전에 돌로 만든거라던가…”

히스가 웃는다.

하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렇게 보일수도, 이건 상자야. 퍼즐을 풀면 자물쇠가 열리고 그 안에 뭔가 들어있겠지. 근데 색이 바래서 알아볼 수 없잖아. 그래서 그냥 퍼즐을 안풀고도 열 방법이 있나 해서 들고왔지.”

히스의 손에서 돌 큐브를 빼앗아 바닥에 놓는다.

뭐하는 거야?”

바닥에 놓인 큐브를 잘 조준해서 발바닥으로 때려 부순다.

자, 이제 열렸어.”

히스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본다.

허어…저거 곡괭이로 때려도 안열려서 들고 온 건데…그걸 그냥 발로 때려부순다고? 여전히 힘은 세구나…”

히스는 바닥에 남겨진 파편들을 주워 가방에 담는다.

일단 나중에 쓸 수도 있으니까 파편들도 다 줍고…”

마지막으로, 돌 큐브에서 나온 검고 작은 상자를 손에 쥐고 바라본다.

이건 또 뭐래…어쨌든 뭔가 있을 것 같으니까 가져간다~고마워, 유스터스.”

히스가 말을 끝내고 등을 돌려 도서관에서 멀어진다. 책 알레르기 반응이라도 왔나…

에휴…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가야겠다.”

그대로 등을 돌려, 집을 향했다.

무언가 불안한 느낌도 그대로 남겨둔 채…

 

 

 

1부 흑토의 장 1막. Ciel in L: Raplace

Coming soon…











아스테리즘이 뭔가 뭔가 그래서 리메이크, 주인공은 시엘 그대로지만 설정이 변했죠.

근데 프롤로그가 글자수 4400....이거야 본편은 더 길게 만들어야 겠구만요

여전히 제가 소설 올릴때는 사람도 없습니다, 어차피 아무도 안보는거...

프롤로그 시작부분부터 후반까지는 전에 읽은 성경 느낌으로 했는데 스페인어로 읽은거라 한국어 성경도 저럴지는 모르겠네요


일단 저 히스란 놈도 아스테리즘 나올 예정이였는데, 그땐 주인공 형이자 학교 선배였죠, 지금은 그냥 평범하게 좋은 사람입니다 아마

유스터스는 주인공이 아닙니다, 쟤도 그냥 평범한 대학생임ㅇㅇ


하루만 하는 특강으로 역사를 고른 불쌍한 애들은 다른애들 다른 강의 듣고 쉬고있을 때 조별과제 해야 됨 

불쌍

외경이 아포크리파인 이유는 외경 찾으면 나오는게 아포크리파라서...사실 아포크리파를 먼저 만들고 그 다음에 셀레스티아란 이름이 생각나서, 외경하고 성경이란 뭔가 종교적인 네이밍이 됐는데, 사실 신이니 뭐니 하지만 신같은거 없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셀레스티아 애들이 신, 아포크리파 애들이 인간이 되죠

사실 이능력이나 마법이 발달된 세계라곤 해도, 총도 있고 얘네들 다 폰 씁니다. 그저 총보다 이능력이 더 세기도 하고 해서 보조무기정도로 쓰긴 하지만...

이능력은 애매한것도 있고 세보이는 것도 있는데, 그건 다 조정을 해서 밸런스 맞출거임.

이유는 내가 전투씬은 못쓰니까 그냥 머리 쓰라고...

RPG보다는 전략게임이 될 것 같네요, 사실 전략게임처럼 머리 쓰는것보단 액션이 훨씬 더 편하긴 합니다. 소설 쓸 때 전투씬이랑은 반대로요.

뭐 팔을 어떻게 움직였네, 칼을 어떻게 날렸네 그런거 하나하나 쓰기도 귀찮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