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천민 주제에!"


 여느때와 같이 츤데레 발작과도 같은 말을 내뱉은 하쿠류는 이쪽으론 눈길도 한 번 주지 않고 자신의 칼자루를 매만지고 있었다.


 녀석이 착임한지도 어언 2주, 이제 슬슬 비서함 업무에도 익숙해질 때가 됐는데도 저런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하면 지휘관 입장으로선 상당히 곤란했다.


 지금껏 비서함을 맡아 온 함순이들이 특출나게 일을 잘했다는 건 아니었지만, 틈만 나면 저렇게 약자는 죽어야 한다는 둥, 천민 따위가 함부로 말을 걸지 말라는 둥 하며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이쪽도 다 생각이 있었다.


"야, 하쿠류."

"내가 분명 함부로 말 걸지 말-"

"닥치고 칼 내놔."

"무, 뭐?!"


 평소와는 달리 한껏 목소리를 내리깔고 위협적으로 말하자, 순간 녀석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아무리 강한 척 해봐야 어차피 도면 단계에서 끝난 계획함. 게다가 원판이 그 다이호였으니 허세를 부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칼 내놓으라고, 새꺄."

"히, 히익!!!"


 내가 주먹까지 들어가며 쥐어박는 시늉을 하니 하쿠류는 그제야 눈물을 찔끔 흘려가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검집째로 들어보였다.


 그걸 단박에 낚아채어 집무실 탁자 위에 올려놓자, 녀석은 마치 여의주를 빼앗긴 이무기마냥 안절부절 못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뭘 잘했다고 울어, 울면 니 군생활 끝나냐?"

"그게 아니라,"

"아니라는 반말이고 새꺄."


 역시 그동안 애 존중해주겠다고 고분고분 말을 들어줬던 게 탈이었다.


 신입이라고 잘 대해줘봤자 애 성격만 버리고, 이렇게 별 것도 아닌 일로 눈물이나 질질 짜는 걸 보면 애가 몸뚱이만 컷지, 시작함들이나 유니콘보다도 모자라보였다.


"칼 돌려받고 싶어?"

"으, 응…."

"응은 반말이고 새꺄, 자꾸 반말 할래?"

"아, 아닙니다! 꼭 받고 싶습니다!"


 이어지는 나의 협잡에 하쿠류는 답지않게 존댓말까지 붙여가며 긍정의 뜻을 밝혀왔지만, 여기서 쉽게 돌려줘 버리면 애 한번 길들여보려던 나의 취지에 어긋난다. 


 그러니 여기선 좀 더 골려줄 필요가 있었다.


"그럼 여기가 안이지, 밖이야?"

"예?"

"'예?' 누가 지휘관한테 대답 그따위로 하래, 니 위로 내 아래로 다 집합시켜?"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뭘 잘했다고 자꾸 질질 짜, 니가 무슨 민간 여객선이야?!"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처음의 그 사람을 얕잡아 보던 태도는 온데간데 없고, 이젠 어깨까지 들썩이며 눈물을 질질 짜는 하쿠류의 모습은 참 가관이었다. 


"그대여, 너무 과한 것 아닌가?"

"나가토는 나가있어, 뒤지기 싫으면."

"…알겠다, 맍붕이여."


 집무실 밖까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고성이 오가다 보니, 나름 중앵의 수장인 나가토는 집무실 문을 살짝 열고 고개를 빼꼼 내민 채로 그렇게 말을 걸었으나, 이어지는 나의 지적에 도로 집어넣고 문을 닫았다.


"그래, 알몸으로 도게자 하면 돌려줄 수도 있어."

"잘 못들었습니다?"

"뭐라고 들었는데."

"알몸으로 도게자하라고 들었습니다."

"제대로 들었네, 팍 씨."


 나의 위협에 다시금 온 몸으로 쫄아붙었다는 걸 표현하는 하쿠류의 모습은 꽤나 볼 만한 모습이었다. 


 그것보다, 저렇게 꽉 찬 옆가슴과 밑가슴이 다 드러나고, 통통한 허벅지를 보란듯이 강조한 복장은 마치, 나 좀 만져주세요. 하는 한남의 욕구를 자극하는 차림이 아닌가.


 꼭 알몸 도게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야릇한 복장이었지만, 저걸 평상복처럼 입고 다니는 녀석에게 그 차림 그대로 도게자를 시켜봤자 별 데미지도 없을 거란 건 자명했다.


"지금 여기서 벗으면 되겠습니까?"

"그래, 당장 벗어."

"……"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입을 닫고 한 겹씩 옷을 벗기 시작한 하쿠류는 기세 좋게 시작한 것 치곤 양 볼을 붉히고 온 몸을 부들부들 떨어가며 옷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천쪼가리들을 벗겨냈다.


 처음에는 가슴이 파인 상의와 그 용도를 의심하기에 충분한 젖가리개, 그 다음으로는 치마와 훈도시를 연상케 하는 팬티, 마지막으로 대체 왜 입었는지가 궁금한 사이 하이 삭스까지. 


 태초의 모습 그대로를 드러낸 하쿠류의 몸매는  보는 이로 하여금 넋을 놓게 만드는 조각상과도 같이 아름다웠다.


 양 볼과 같이 선홍빛으로 물든 유륜과 유두, 그 근처로 선명히 보이는 연보랏빛의 핏줄들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성욕을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1자로 가지런히 새겨진 대음순의 Y존과 은빛으로 빛나는 음모는 대체 이게 전쟁병기인지 셐스머신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시면 부끄럽습니다…."

"어어, 다 벗었으면 빨리 도게자 해야지."

"네, 알겠습니다!"


 얼빠진 목소리로 튀어나온 나의 지시에, 하쿠류의 백옥과도 같은 살결들이 일렁이며 큰절을 하는 것과도 같은 모양을 잡아갔다.


 지면에 맞닿은 유두를 가릴 정도로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아래로 이어지는 연분홍빛의 보지..., 정말 사람을 홀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괘씸하기 그지없는 몸뚱이였다. 


 이런 애를 두고도 아무짓도 하지 않으면 한남으로서의 수치겠지.


"히약?! 지, 지휘관님! 그만둬 주세요!"


 구두와 양말을 벗고 엄지발가락으로 하쿠류의 보지를 문지르자, 녀석은 그런 귀여운 비명과 함께 애써 도게자 자세를 유지하며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런 비명과는 별개로 처음에는 뽀송뽀송했던 녀석의 보지도 점차 음란한 물소리와 함께 젖어가기 시작했고, 그만그만 거리는 목소리도 단순한 부정이 아닌 교성 섞인 단말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애 반응이 이런데 내가 미쳤냐, 절대 그만 안두지. 


"헌병대입니다, 신고 받고 왔습니다."

"씨발?"


 그렇게 한창 재미를 보려던 찰나, 집무실 문을 여는 우렁찬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헌병 완장을 찬 병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미친, 이거 무조건 나가토가 부른 거다.


"소장 김맍붕, 당신을 협박 및 갈취, 그리고 성군기 위반으로 체포합니다."

"아니 씨발, 나 아직 한 발도 못쌌다고!"


 당연히 헌병들은 나의 그런 외침을 무시하며 손에 수갑과 함께 포승줄을 둘렀고, 같이 온 여성 헌병장교는 자기가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하쿠류에게 둘러주며 내게 경멸어린 시선을 보내왔다.


"좆됐네."


에휴 씨발.


오늘은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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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성군기를 잘 지키도록 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