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장면을 바라보는 두 눈동자


퇴근 후 문득 생각이 나 야외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하지만 본래 야경을 즐기기 좋은 장소였던 테라스는 지금 이 순간 단점만 도드라졌다.

등불이 켜진 밤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와 폭우가 쏟아질 것만 같았으니까.


??? : 지휘관? 왜 이런 날씨에 밖에 있는 거지?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서야 시야 사각지대에 있던 에기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휘관 : 뭐… 그냥 끌려서?


에기르 : 정말 성의 없는 대답이네. 한 잔 할래? 여기 술은 정말 맛있거든.


→ 미성년자는 음주 금지야!

에기르 : …뭐? 농담이지?


술을 마시면 사고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 역시 마시지 않는게 좋겠어.

에기르 : 개인적인 시간에도 이렇게 엄격하게 구는 거야? 정말이지, 자기 관리 최고봉이라니까.


그럼 한 잔 할까.

에기르 : 마음에 드는 대답인 걸!?


에기르 : 사실 나도 장난친 거야. '술'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특별히 제조된 맥아맛 음료라고.


그녀는 호박색 액체가 담긴 유리잔을 내 앞에 들고와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지휘관 : 그러고보니… 에기르는 왜 혼자 여기 있는 거지?


에기르 : 바다의 난폭함을 감상하기 위한 적당한 장소를 찾고 싶었거든. 흐음… 지휘관처럼 나도 그냥 끌려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에기르 : 비를 피해야하니까 안으로 들어갈래? 괜히 감기걸리면 업무에 지장이 갈 테니까.


에기르 : …왜 날 쳐다보는 거야?


→ 에기르는 감기에 걸리면 어떡하려고?


에기르 : 쳇, 황량한 바다의 신은 이런 작은 빗방울에 지지 않아.


에기르 : 게다가 빗물에 몸과 마음의 피곤함을 씻어내는 것도 기대되.


→ 만약 괜찮다면, 에기르와 함께 비를 맞을게.


에기르 : 나랑 같이… 너, 너 바보야!?


에기르 : …아무리 내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고해도 이런 무모한 행동은 삼가해줘!


에기르 : ……알겠어, 나도 안으로 들어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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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를 사이에 두고 가게 안과 밖은 전혀 다른 세상처럼 보였다.


에기르 : …가끔 이렇게 비를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


에기르가 창 너머 빗물을 몰고 온 강풍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세상을 가리켰다.


에기르 : 봐… 지금의 바다는 위험해보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아?


그녀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은 채 황금빛 눈망울로 먼 해수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입술 사이로 애매한 말을 흘렸다.

비에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더니 그녀의 뺨을 타고 가녀린 목을 따라 더 깊은 곳으로 흘러내렸다.


에기르 : 지휘관 ?


황금빛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쳐졌다.


에기르 : 흐흐흐, 그 멍청한 표정은 뭐야? 설마 나한테 반한 거야?


→ 맞아

에기르 : 에?! 저, 정말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에기르 : …흥.


→ 에기르의 말처럼 반한 것 같아.

에기르 : 에?! 저, 정말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에기르 : …흥.


→ 달빛이 정말 아릅답네.

에기르 : 달빛...? 이렇게 짙은 먹구름에 대체 달빛이 어딨다는 거야…

에기르 : 서, 설마 또 사쿠라 엠파이어의 무슨 고전같은 거야!?

에기르 : 너, 너... 흥!


그녀는 부끄러워 안전부절 못하는 듯 자리에서 여러 번 자세를 바궜다.


지휘관 : 이럴 때 에기르의 반응은 정말 재밌네.


에기르 : 야, 조용히 안하면 입을 물어뜯어버릴 줄 알아!


지휘관 : 난ㅡㅡ


뭔가 말하려는 순간 갑자기 시야에 에기르가 가까워졌다.

은은한 맥아향과 함께 입술에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하지만 곧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지휘관 : 으아, 아파…


에기르 : 흥, 내가 경고했지? 자업자득이라고!


에기르 : 바다의 신이 너에게 주는… 벌이야.


그녀가 잔을 들자, 황금빛 눈동자는 호박색 액체에 의해 부드럽게 빛났다.

커튼 밖,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