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술주정이다

그 누가 인격 능력 완벽한 디렉터를 원했을까? 애초에 그런 디렉터가 존재하기는 할까? 그런데 너는 기본마저도 못했다. 네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이지선다 문제 중에 단 하나만 맞췄어도 상황은 달랐을 거다.

날 욕하고 직원들에 대한 비난은 자제해달라고? 선장이 뱃머리 좆같이 돌려서 암초에 꼬라박았으면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이치에 맞는 일이 아닐까?

직원들은 죄 없다 다 내 잘못이다 나만 쑤셔라 내가 욕받이다 예수 코스프레하고있는데 네가 떠든 말을 누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일까? 지금 게임 하고있는 애들이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그냥 남아있는 거지 대가리가 나빠서 남아있는 게 아니다. 네 입에서 쏟아지는 말들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급조한 임기응변식 허풍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불편한 거 견디고 버텨내며 묵언의 지지를 보내준 유저들과 그 형태는 다양할지언정 목적만큼은 동일했던, 더 나은 메이플스토리를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어준 수많은 고객들을 위해 단 한 순간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있냐? 이번 방송에 얼굴을 들이밀기까지 정말 단 한 번이라도 무슨 말을 해야 실망하지 않을까 생각해본 적은 있냐?

모든 것이 어느 정도 자연스러웠던 순간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게 네 임기 중이 아니었을지언정 코 묻은돈 뜯어 가며 키워낸 거대한 성을 보면서 넥슨 창문 몇 개는 내가 달았다, 넥슨 기둥 하나쯤은 내 돈으로 세웠다며 웃어넘기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최소한의 양심이란 것이 네게 남아있다면 정직하게 게임하는 사람들은 피해 보는 일 없었어야 하는거아니냐?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비웃음거리가 되는 일들은, 반칙할 줄 모르는 바보들이 업신여겨지는 일들은 사회에서 겪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의 끝에 뭐가 있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그런데 계속해서 손을 댄다. 의도는 알 수 없다. 백번 천번 양보해서 뚝심 있게 개척해가는 이 길이 올바른 방향이라 가정하더라도, 그 길을 걷기 위해 네가 내놓은 기준은 플레이어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척도임에 틀림이 없다.

게임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꾸역꾸역 기어 나와주는 길드원들이 참으로 병신같으면서 고마웠다. 하지만 언제까지 나올까? 이런 의미 없는 짓을 나는 언제까지 하자고 해야할까? 이런 생각이 기어코 내 잠자리까지 위협했을 때 나는 비로소 포기하자고 했다.

길드의, 유저들의 성장동력이 상실된다. 길드의 존재가치가 사라진다. 지금의 메이플 유저들은 죽은 상태다.

네 목표가 남아있는 놈들을 다 털어버리고 게임을 망하게 하는 거라면 너무도 잘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덕분에 다들 굉장히 우울한 상태다. 집단적 무기력증이 전염병처럼 유저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만족하는가?

지금까지 유저들은 어쩌면 강원기가 정신 차리고 당장은 아닐지언정 우리를 괴롭혔던 모든 것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해주지 않을까? 하는 사흘 굶은 거지새끼나 할만한 존나게 처량한 상상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다른 커뮤니티에서 날아오는 조롱과 멸시를 2년 전에도 받아본 적 있고 2년 후의 우리가 또다시 그 과녁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당장 행복하고 싶다. 너는 이런 우리를 보기 좋게 배신했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소망은 변치 않는다. 우리는 적어도 게임하는 순간만큼은 행복하고 싶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다음에 네가 취해야 할 행동은 정해져 있다. 물론 기대는 하지 않는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첫발을 내디뎠을 때의 고양감과 첫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을 때의 성취감, 한창 잘나가던 시절 네 이름으로 커뮤니티를 도배하며 환호와 갈채를 보내던 유저들의 모습이 네 안에 티끌만큼이라도 남아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네게 쏟아지는 무수한 칼날들이 그저 너를 상처입히기만을 바라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지금 널 노려보는 시선들과 널 물어뜯는 이빨들이 그저 네 고통만을 바라고, 피 흘리는 것만을 원한다고 생각한다면, 어쩌겠나? 네가 선택한 싸움이고 네가 만든 지옥인걸. 돌이킬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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