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4 많이들 타이카 와이티티 욕하던데
감독 영혼의 쉴드 쳐주려고 왔다.
스포는 예고편에서 나오는 정도까지만 되게 신경 썼다.
술 먹고 써서 내용이 좀 근본 없다. 고멘.

목차
1.간단한 평가
2.뭘 잘못했는가
3.어떻게 했어야 하는가
4.왜 이리 되었을까


1.간단한 평가

영화 시작부분을 떠올려보자.

고르의 기구한 사연에서 시작했다.
고르가 분노하게 되는 계기.
그리고 빌런이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빌런으로서의 그의 힘.
여기까지가 극초반이었다.


이번 토르4 혹평하는 사람이든 호평하는 사람이든 부정하지 못할 사실은
이 극초반의 분위기는 상당한 물건이었다는 점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본다.

그후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가오갤 멤버들 특유의 유쾌하고 화목한 분위기와
겉으론 괜찮은 척하면서 마음에 기스를 한아름 입어버린 토르의 케미.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오히려 좋았다.
아주 좋았다.
본인 최애가 가오갤이라서 그런지 아주 좋았다.
감독의 가오갤 캐릭들에 대한 높은 이해도까지 맞물린 건지 정말 괜찮았다.

딱 여기까지 좋았다.

극의 스토리가 점점 본격적으로 판을 키워가면서,
토르의 스토리와 고르의 스토리가 맞닿아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영화의 재미가 수직하락하기 시작했다.
내 예전에 비트코인하면서 이런 떡락이 설마 두번은 없으리라고 장담했는데
거짓말처럼 깨져버렸다.
왜 그랬던 걸까.



2.뭘 잘못했을까.

다들 유머가 뇌절이었다고,
중반부턴 그만했어야 했다고 하는데
내 의견은 조금 다르다.
개그는 뇌절이어도 된다.

얘들이 이번에 잘못한 건 연령대 설정이라고 본다.


얘?
농담 계속했다.
재밌었다.




얘? 원래 개그물인 거 감안해도 심각할 정도로 많았다.
근데도 괜찮았다.



얘? 빌런한테 딸래미 장난감 던지면서 싸운 애 아님?


반면 토르4?
개그 남발했는데 얜 혹평이 수두룩빽빽하잖아.

그 혹평의 원인으로 꼽는 장면 중 하나는 위기에 처한 이들을 구하러 갈 때 보였던 토르의 진중치 못한 대응 아닌가?
중간중간 나오는 전개의 가벼움 아닌가?
몇몇 개그의 미성숙한 측면 아닌가?
그후로도 종종 지나치게 연령대를 낮게 겨냥한 듯한 장면이 보였다.
영화 본 사람들은 부정 못하리라 본다.

빌런과 스토리라인, 설정 푸는 것 자첸 멋들어지게 해냈다.
주제도 준수했다고 난 본다.
다만 연출이 아쉬웠던 것이다.


3.어떻게 했어야 하는가

예를 들어
고르와의 전투 도중에 토르가 한번이라도 자신을 투영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어떨 것 같은가?

토르 입장에서도 고르는 자신과 매우 비슷한 입장이다.
토르는 문신으로 새길 정도로 로키의 죽음을 슬퍼했다.
토르 2에서 보면 둘이 미우니 고우니 해도 피를 나눈 혈육이란 걸 알 수 있다.
인워에서 보면 로키 죽자마자 스페이스스톤 '따위' 는 안중에도 없이 로키부터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로키가 죽은 것에 대해 가히 피눈물을 흘리는 듯한 묘사가 나온다.
브링 미 타노스가 바로 그 맥락이었다.
그런 토르의 입장에서 고르가 마냥 악인으로만 보일 리가 없다.
그걸 살렸어야 했다.

영화 후반을 넘어가면 제인토르의 고뇌가 드러난다.
스포이기에 자세힌 말 못하지만 어쨌든 고뇌가 있다.
제인은 지금껏 그걸 알고도 마이티토르를 해왔다.
그걸 살렸어야 했다.
살렸어야 했다.

발키리가 제인을 많이 아낀다.
영화 초반에 보면 친자매처럼 아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랜 친구라고 믿을 정도이다.
발키리가 나중에 마이티토르의 고뇌를 알 만한 때가 있었다.
그걸 살렸어야 했다.


우리가 원하던 토르4?
별 거 없다.
고르가 피눈물을 흘리며 토르를 죽이려 드는 장면.
그런 고르에게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미안함과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막아서는 토르.
고뇌를 안고 있었으나 이미 해탈한 자의 위엄을 보이는 마이티토르.
제인과 토르의 관계를 알고 둘을 다 아끼는 입장에서 미쳐버릴 것 같은 발키리.
코르그 코르그.
이걸 못했다.
맛보기 수준으로만 대충 다뤘다.

조금만 더 무게감 있게 주제를 다뤘더라면
나는 MCU의 오랜 팬이었던 사람으로서 천조국 방향으로 그랜절 올렸을 거다.
두번 올렸을 거다.



4.왜 이리 되었을까

다들 감독 욕하던데 내 생각은 다르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라그나로크에선 완급조절 잘했다.

방금까지 닥스랑 콩트찍던 애들이 오딘 죽는 장면에서 절망했고 벙쪘다.
가장 그 장면에 필요한 완급으로 연출했다.

토르 각성 장면에서도 긴장감 조성 잘했다.
가장 그 장면에 필요한 완급이었다.

로키랑 토르가 담소 나눌 때도 두 형제간의 감정을 잘 풀었다.
가장 그 장면에 필요한 완급으로.

감독은 무죄였으리라 본다.
문제는 디즈니였으리라 본다.


방금부터 지속적으로 내가 주장하는 건
관객들이 원하는, 혹은 영화에 필요한 핀트와 본 작품의 핀트가 어긋나있었다 인데
이거 뭔가 익숙하지 않나?



얘네이지 않나.

블위는 정작 블위에 대한 과거사 어필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닥스는 19금 호러로 간다는 영화가 10금 호러 수준으로 그쳐버리고
캡마는 뭐 말이 필요한가?

근데 얘네 공통점 뭐인가?
엔드게임 전후, 즉 새로운 세대를 위한 영화란 점 아닌가?
디즈니는 이걸 눈여겨봤다고 본다.

"새로운 세대? 기성세대의 반대? 얼라들? 그럼 얼라들 겨냥하고 만드는 게 좋겠지?"

정확히 이거라고 본다.
실제로 굳이 새 시청자를 끌어들일 생각을 안하고 기성 시청자들만 보고 만든 스파이더맨은 엔드게임 이후에 나왔음에도 호평이 주를 이뤘잖나.

그냥 우연의 연속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쯤에서 타이카 와이티티의 말을 상기해보고 싶다.






개봉 이전에 나왔던 말들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
저때의 햄식이형은 엔드게임 각본이나 인워 각본을 읽은 후일 텐데 저런 말을 한다고?
미에크 의상? 얼굴도 안 비췄는데?
어벤져스 5 느낌은 쥐뿔 안 났는데 무슨 느낌?
슬슬 눈치챘으리라고 본다.
이 영화, 두번 쓰여졌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첫번째 것은
햄식이형이 본 개쩌는 각본.
그리고 두번째가
우리가 보는, 디즈니가 압박을 넣어서 새로 짠 각본.
이렇게 놓고 보면 영화 초반부와 후반부의 전개 양상이 판이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은가.

사실 영화계에선 흔한 일이라고 들었다.
위에서 클레임이 걸리면 각본을 바꾸는 것은.
영화 초반과 후반을 다른 시나리오라이터로 구성하는 것도 곧잘 있다고 들었고.
내 보기엔 디즈니가 이거 한 거라고 본다.
"야 너희 개그 있다곤 해도 너무 다크하다. 적당히 애들 좋아할 만한 것으로 바꿔라."
이 정도 넣었겠지 뭐.
아직은 증거도 없으니 한낱 억측일 뿐이지만.
... 난 분명히 억측이라고 했음. 미키마우스님 보고 성내지 마라.


요약.
1.라그나로크 때 전적 생각하면 감독의 센스부재는 의심하기 어려움.
2.너무나 판이한 초반과 후반의 분위기로 미루어 두명의 시나리오 라이터가 있던 게 아닐까 싶음.
3.즉, 괜찮았던 첫번째 각본은 소실된 채로, 우리가 본 건 위에서의 압력으로 뒤바뀐 두번째 각본이 아닐까 싶음. (어디까지나 추측)


시시껄렁한 뇌피셜 들어줘서 고맙다.
다음 마블 영화는 이런 뇌피셜 안 떠들고 '여윽시 마블 폼 안 죽었네' 라며 싱글벙글 마블챈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