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빠르게 - 5턴 내 클리어

안전 제일 - 마녀 생명 80% 초과인 상태로 전투 승리






얼음으로 뒤덮인 황야



나레이션 : '겨울이 지났다. 눈은 녹고 나무에는 싹이 트며 벌레들은 자라기 시작한다.'



나레이션 : '만물이 기지개를 켜고, 봄바람이 산천을 지나며 씨앗이 싹트건만, 욕망으로 가득 찬 대지에서 전쟁의 흔적은 전혀 사라지지 않는다.'



나레이션 : '애초에 운명을 선택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전쟁의 희생물로 정해진 병사들은 전장에서 이기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



나레이션 : '하지만 이상과 운명은 그것에 개의치 않고 죽음을 향해 손짓하는 듯했다.'





설원에 있는 나무 아래



병사 : 고아로 자라며 오랫동안 창칼과 함께 많은 죽음을 보았지만, 여전히 전쟁과 죽는 것이 두렵구나.



병사 : 이 싸움이 끝나면 누구도 전쟁으로 고통받지 않기를... 넉넉하지 않은 식량이지만,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으면 좋겠다...



전령 : 팟시르--! 어서 무장하고 집합해라, 야습을 준비해야 한다--!



팟시르 :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팟시르 : 무슨 기척이지? 거기 나무 그림자에 숨어있는 건 누구냐!?



마녀 : 어라? 인간에게 들키다니, 내 은신술도 아직 많이 부족한가 보네.



팟시르 : 이 배나무는 오래전에 말라 죽었다, 마족의 농간이 아닌 한에야 잎이 자랄 리가 없지.



팟시르 : 빌어먹을 마족 녀석, 제법 오랫동안 기다렸나 보구나.



마녀 : 그리 오래 기다리지도 않았어, 보름 정도 되었나... 보름 동안 네가 매일 중얼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을 방해받은 건 이쪽인데, 그것도 모자라 욕까지 하는 거니?



마녀 : 으음... 매일 잠에서 깨어나게 한 골칫거리는 너인데 말이야... 사과해야 하는 건... 네 쪽이 아닐까?



마녀 : 어디 보자... 그 대가로 네 혀를 잘라야 할까, 아니면 귀를 잘라야 할까?



마녀 : 후훗... 인간의 귀는 분명 맛있겠지.



팟시르 : 그렇게 오랫동안 숨었으면서 날 죽이지도 않는다니, 이 비열한 마족, 대체 네 목적이 뭐냐!?



마녀 : 목적? 날 아직 잘 모르는가 보구나, 악마는 자기가 내키는 대로 움직여, 너희 인간처럼 행동 하나하나를 계산하고 거기에 음모를 깔아두지 않아.



마녀 : 한번 생각해볼까... 최근 보름 동안 너는 뭘 했었지? 내가 널 뭐라고 불러야 할까? 식량을 훔친 좀도둑? 아니면 벌벌 떠는 탈영병?



마녀 : 말끝마다 비열한 마족이니 뭐니 하지만 정작 너는 어떻지? 귀여운 인간, 근무 이탈이나 절도는 미덕이라고 할 수 없을 텐데...?



마녀 : 너는... 비열한 나와 비슷한 부류라고 할 수 있을거야.



팟시르 : 날 죽이기 위해 그렇게 떠드는 거라면 어서 죽여라!



마녀 : 죽여? 우후훗, 그런 건 재미없는걸... 난 그런 것보다 괴롭히며 갖고 노는 걸 더 좋아해.



마녀 : 아, 네게 선택지를 주도록 할까. 후훗.... 내 노예가 되는 게 어때?



마녀 : 내 노예가 된다면 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잔혹한 전장에서도 도망칠 수 있을 거야. 네게 거절할 이유는 없지 않아?



팟시르 : 마족의 입에서 나온 헛소리를 믿을까 보냐, 게다가 나 역시 당당한 군인, 전쟁을 두려워할 리가 있나!



마녀 : 네게 선택할 권리 따윈 없어. 하지만 공교롭게도... 나 역시 아무런 도전도 없는 거래는 좋아하지 않아. 그러니 게임을 한 번 해보도록 할까.



마녀 : 마족은 '생존'에 대한 거래를 하지 않는다지만, 재미있을 것 같으니 이번은 예외로 해줄게.



마녀 : 만약 네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준다면, 기꺼이 내 노예가 되겠어?



팟시르 : 그럴 리가--! 난...



마녀 : 쉬잇... 그리 급하게 대답할 필요 없잖아. 자신의 처지를 잘 생각해보는 게 좋을걸...



마녀 : 군인인 네가 전장에 나서기 전에 다른 죄 때문에 처형당하고 싶진 않겠지?



전령 : 팟시르--! 아직 멀었냐--! 너 빼고 모두 다 집합했다--!]



마녀 : 후훗, 선택의 시간이 온 것 같네.



마녀 : 그러면... 심판받을 때 네가 인간이 지을 수 있는 가장 사랑스러운 표정을 하며 울부짖는 모습을 기다릴게!



마녀 : 그 멋진 공연이 시작되면 박수 정도야 기꺼이 쳐줄 수 있어.



팟시르 : ...그 조건에 응하겠다. 네가 정말 우리가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말이지.



팟시르 : 이제 가봐도 되나?



마녀 : 나중에 다시 만나, 귀염둥이.








대장 : 오늘 우리는 왕성 아래에서 사생결단을 낸다--!



대장 :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해, 고향을 잃고 떠도는 백성들을 위해! 다들 복수의 칼날을 들어 적을 물리쳐라, 우리의 나라를 되찾는 거다--!



적군 대장 : 밤을 틈타 기습할 생각인가? 어리숙한 녀석들--! 활을 쏴라--!



대장 : 이제 물러날 곳은 없다, 돌겨억--!






마녀 : 나약한 생명들... 파멸과 죽음 따윈 전혀 생각지도 않는구나... 하지만 역시 어려운 도전일수록 가치가 있는 것 아니겠어?




마녀 : 선혈이여, 달빛이여, 이곳에 펼쳐진 살육의 연회를 즐겨라--!



적군 대장 : 마, 마물이다... 으윽...








마녀 : 이런, 이런... 이제 내 노예가 돼야겠구나.



팟시르 : 모두 끝났다... 아이들은 더 이상 굶주릴 걱정 따윈 하지 않아도 되겠지... 나도 더는 미련이 없다.



팟시르 : 이제 봄이다, 새들도 고목에 튼 둥지에 돌아갔으니 아무 가족도 없는 고아는 이제 사랑하는 땅에 자신의 피를 뿌리는 게 옳겠지.



팟시르 : 봄비가 내리면, 이 육체를 거름 삼은 폐허에도 분명 생기가 가득해질 거다.



팟시르 : 어둠의 피조물아, 진정한 군인은 네 녀석의 협박 따위에 굴하지 않는다!



마녀 : 무슨!?!?!?



마녀 : 죽을지언정 나와 손을 잡지 않겠다고!?



마녀 : ...



마녀 : 으음... 인간의 결심을 너무 얕잡아봤어.



마녀 : 하지만 이렇게 나약한 생명에게도 저항할 자격이 있을까!? 가소로운 인간, 수명을 다한 등불이 꺼지고, 모든 것에 마지막이 있듯이 네가 지켜온 모든 것들은 결국 아무 의미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마녀 : 네 시체는 썩고 영혼은 사라지겠지. 너의 그 무의미한 저항 역시 영원히 묘지 아래에 잠들 테고.



마녀 : 후훗! 날 실컷 이용한 뒤에 죽음으로 도망치겠다? 역시 내가 선택한 인간이구나, 죽음으로서 그 저열한 공연을 보여주다니!



마녀 : 어리석은 인간! 이걸로 내 손바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넌 반드시 비참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전장의 폐허



나레이션 : '핏빛 황야 곳곳에 시체가 널려있고, 공기 중에는 짙은 비린내가 퍼져있다.'



나레이션 : '그 폐허 위에서 누군가가 가족과 동료의 이름을 작은 소리로 부르고 있었다. 당황스러움과 고통이 엇갈리고, 울부짖는 소리와 우는 소리, 슬퍼하는 소리와 구토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니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 건지도 알 수 없을 지경이다.'



나레이션 : '햇빛이 사라지고 먹구름이 몰려온 하늘에서 갑작스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빛방울은 마치 전쟁의 흔적을 위로하는 듯 폐허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나레이션 : '그리고 그때, 한 무리의 모습이 먼 곳에서부터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이의 모습을 한 그들은 다급히 외치 외치기 시작했다.'



남자아이 : 팟시르 형--! 팟시르 형--!



여자아이 : 우욱... 여기 너무 무서워... 오빠... 빨리 돌아가자, 흐윽... 팟시르 오빠는 여기에 없을 거야!



??? : 어? 팟시르라고?



여자아이 : 팟시르 오빠를 보셨나요?



마녀 : 후훗, 너희가 말하는 팟시르가, 저기에 누워있는 귀여운 시체를 말하는 거니?



남자아이 : 팟시르 형--!!!



여자아이 : 으아앙--! 그럴 리 없어--! 어째서... 거짓말이야... 팟시르 오빠... 흐윽...



마녀 : 하하,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구나. 그런데... 먹을 걸 훔치고 약속도 지키지 않은 좀도둑에게 울어줄 가치가 있을까?



남자아이 : 손대지 마!!! 저리 가버려! 팟시르 형을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란 말이야--! 우리 같은 전쟁고아들은 형이 도와준 덕에 살아있는 거라고--!



남자아이 : 당신이 뭔데 형을 욕해!? 모두를 위해 형은 자기 몫의 식량도 우리에게 나눠줬어, 그런 형이 도둑질할 리가 없잖아!



남자아이 : 팟시르 형을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어서 사라져--!



남자아이 : 흑...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병사인 팟시르 형, 우리가 형의 용기와 희생을 비석에 새길 거야...



남자아이 : 맹세하겠어! 목숨 바쳐 승리한 형을 위해, 내가 아이들을 돌봐줄게! 고향을 위해 희생한 형을 잊지 않을게!



여자아이 : 오빠...



마녀 : 하하, 정말 무례한 인간이네! 감히 내게 대들어!? 정말 곡소리 나게 만들어 줄까!?



여자아이 : 으앙! 저 언니, 갑자기 무서워졌어--! 흑흑...



남자아이 : 손톱? 뿔!? 다, 당신... 인간이 아니구나!? 마족이었어!?



남자아이 : 나, 난... 난 당신이 무섭지 않아! 진정한 마음은 악에 지지 않아!



마녀 : 진정한 마음? 그렇게 말만 번지르르하고 약속을 어긴 팟시르는 결국 네가 만든 조잡한 묘비와 벌레를 동무 삼아 저 무덤 속에서 썩어갈 뿐이란다!



남자아이 : 당신이 형을 죽인 거야!?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해치는 마족! 당신은 미쳤어, 당신은 미쳤다고--!



마녀 : 미쳤다고? 내게는 오히려 훌륭한 칭찬인걸.



마녀 : ...



마녀 : 훗... 정말 뭐라 말하기 힘든 인간이야. 분명 나와 비슷한데도, 저렇게 많은 사람이 걱정해주는 걸 보면 나름 부러운 점도 있고...



마녀 : 흥, 하지만 내게 그런 가소로운 것들은 필요 없어!



마녀 : 인간에게 죽음이란 모든 것의 종점이지, 그렇지 않아, 팟시르!?



마녀 : 나비? 어머, 봄이 되었구나... 비가 그치면 날씨가 좋겠는걸...



마녀 : 그러면 이제 내가 직접... 네가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흔적을 지워주마!



마녀 : 아무 이름도 없는 인간아, 편히 쉬어라! 너를 위해 심은 배나무가 너의 시체 위에서, 너의 피를 양분 삼아 꽃을 활짝 피울 테니.



마녀 : 향기가 자욱하고 꽃은 바람에 흔들리다 떨어지겠지... 그래! 그 달콤한 책임은 너에 대한 처벌로서 정말 근사한 방법일 거야.



마녀 : ...



팟시르 : 내가 널 대신해 이 세상을 즐겨주마, 팟시르!







슬슬 조각 2배 할 때가 되어서, 조각 2배 열리면 팟시르 뚫고 하려 했는데 왕가놈이 조각 2배할 기미를 안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