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에 펼쳐진 이세계의 사막, 그리고 슬픔에 빠진 엘리시온의 황제.



완벽한 작전 - 아군 퇴각 없음

완벽한 개전 - 2턴 내 적 4명 격파







엘리시온 거주민 구역



캐롤리안 : 할아버지! 엘리시온이 또 새로운 세계에 도착했데요! 이번 세계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이라는데, 저도 한 번 가서 보고 싶어요!



노인 : 하하, 방주의 항해는 위험하단다, 어린 녀석이 참 겁도 없어요. 그리고 바깥세상은 네가 갈 수 없는 지역인데다, 사막에 볼만한 게 뭐가 있겠니.



캐롤리안 : 사막이 뭐예요? 모래가 엄청나게 많이 쌓인 건가요?



노인 : 이런, 너처럼 방주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사막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이 할애비가 깜빡했구나.



노인 : 음... 사막은 사막이란다. 도처에 위험이 깔려있고 생명은 시들어가는 곳이지. 하물며 이세계의 사막이라면 보다 위험할--



캐롤리안 : 할아버지, 저 사람 좀 보세요! 왜 땅에 앉아있는 걸까요?



로비나 대제 : ...



노인 : 음? 젊은이, 뭔가 도움이라도 필요한가?



로비나 대제 : ...



캐롤리안 :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죠? 게다가... 우리 말도 듣지 못한 것 같아요.



노인 : ...이런, 여기 실의에 빠진 사람이 또 한 명 있구나. 대홍수가 세상을 덮쳐 엘리시온이 출항한 후에는 이런 사람이 적지 않았지.



노인 : 집으로 데려가자꾸나. 이곳에 특별히 위험한 건 없지만, 그래도 동포가 굶은 채 거리에서 자는 모습을 볼 수는 없지.






민가



노인 : 캐롤리안, 그 젊은이는 그만 괴롭히고 가만히 내버려두려무나.



캐롤리안 : 하지만 할아버지... 정말 이상하단 말이에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듣지도 않아요. 찔러도 아무 반응도 없고요. 마치...



노인 : 후우... 캐롤리안, 네가 태어날 때만 해도 이런 사람이 적지 않았단다. 나도 당시에는 이 사람 같았지.



캐롤리안 : 할아버지도요? 왜요? 이렇게 멍하니 있으면 심심하지 않나요?



노인 : 후후... 심심해? 슬픔과 공포, 무감각함과 분노, 심지어 광기마저 안고 있던 당시 우리에게 그런 감정은 사치였어.



노인 : 이 모든 건 그 대홍수 때문이란다. 우린 너무 많은 것을 잃었던 거야...






노인 : 대홍수가 세상을 덮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대부분이 물에 잠기었지. 엘리시온의 빠른 출항을 위해 우린 예정보다 앞당겨 게이트를 열었단다. 하지만 게이트에서 마물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올 거란 사실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어...



병사 : 보고 드립니다! 엘리시온 통제실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로비나 대제 : 드디어 왔군, 말해라!



병사 : 옛! 지금도 물자와 인력 수송이 진행되고 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날 거라고 합니다. 다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는데, 엘리시온의 출항 정비에 시간이 꽤 걸릴 거라고 합니다!



로비나 대제 : 제길, 역시 너무 서둘렀던 건가! 갑작스러운 홍수와 게이트에서 쏟아져나오는 마물까지, 예상보다 훨씬 나쁜 상황이군! 다른 지역에도 마물이 나타났나?



병사 : 지금 그런 보고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병사 : 게이트가 열린 후, 마물들은 두 갈래로 나뉘어 엘리시온을 포위해왔습니다. 그 중 한 갈래는 이곳에서 폐하께서 막고 계시고, 다른 한 갈래는 힐다 장군이 병력을 이끌고 막고 있습니다!



로비나 대제 : 유일하게 좋은 소식이로군. 갈수록 마물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지만, 나와 힐다라면 분명 막을 수 있을 거다.



로비나 대제 : 대륙 각지로 파견한 경계 부대는... 얼마나 돌아왔지?



병사 : 홍수를 감시하기 위해 각지로 파견한 경계 부대 중 세 부대만이 무사히 수도로 귀환했습니다. 그 밖에 두 부대가 원거리 통신으로 소식을 알려왔는데, 우선 방호시설로 피신한 상태이며, 지금으로서는 수도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합니다.



병사 : 이런 말씀 드리긴 송구하오나... 소식이 없는 다른 부대는 아마...



로비나 대제 : ...알았다. 상심하지 말도록, 병사. 너의 임무를 계속해라!



병사 : 옛!




로비나 대제 : 또다시 나의 결정 때문에 희생자가 발생했구나... 모두 나의 탓이다... 나의 생각이 너무 순진했던 걸까...



로비나 대제 : 하지만! 설사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저 마물들과 함께 가겠다!



로비나 대제 : 모두 비켜라! 누구도 엘리시온의 앞을 막을 수 없다!






로비나 대제 : 모두 잘 들어라! 우리의 임무는 마물을 저지해 엘리시온을 지키는 것이다! 무모한 공격은 하지 마라, 전선을 유지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 자신의 안전을 우선시해라!



근위대 : 옛!






로비나 대제 : 후우... 후우...



로비나 대제 : 공격이 갈수록 잦아지는군... 엘리시온 쪽 신호는 아직 멀었나!



근위대 : 폐하, 게이트가 열린 것만으로도 마물들이 끝도 없이 쏟아져 오고 있는데다, 대홍수가 우리 뒤를 위협하며 그나마 촉박한 시간마저 갉아먹고 있습니다!



로비나 대제 : 겁먹지 마라, 병사들이여! 엘리시온의 깃발 아래 하나로 뭉친다면, 우린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근위대 : 아닙니다, 폐하. 저희는 싸움이 두려운 게 아닙니다.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폐하께서 서둘러 엘리시온에 돌아가 정비를 마친 후, 처음 출항하시는 걸 보고 싶습니다.



근위대 : 그래야만 게이트를 닫고 마물의 원군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전까지! 저희 황실 근위대가 목숨을 걸고 이곳을 지키겠습니다!



로비나 대제 : ...이미 너무 많은 사람과 이별했다. 나는... 그리고 일리시온의 사람들은 이제 과거와 미래를 어찌 마주할 수 있을지...



근위대 : 폐하!



로비나 대제 : 더 이상의 희생은 필요 없다! 더는 나 때문에 누군가 죽는 것 따윈 용납지 않을 것이다! 설사 이 목숨이 사라지더라도!



로비나 대제 : 엘리시온을 위하여--!!!






로비나 대제 : 무슨 일이지!?



근위대 : 폐하, 에, 엘리시온입니다!!! 엘리시온 방향에서 거대한 진동과 소리가 났습니다!!!



로비나 대제 : 뭐라고!?!?!? 어떻게 그런--!?



로비나 대제 : 지금 엘리시온에는 어떤 사고도 발생해선 안 된다! 전군 진형을 좁혀라, 방주를 향해 움직인다!



근위대 : 이곳의 전선은 어찌합니까, 폐하! 마물들이 이곳을 뚫는다면 곧바로 엘리시온으로 달려갈 겁니다!



로비나 대제 : ...젠장! 젠장! 젠자앙!!!



로비나 대제 : 너희는 진형을 유지한 채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라!



로비나 대제 : 죽지 마라, 날 기다려라, 나는 반드시 돌아온다!!!







엘리시온



플로렌티아 : 콜록콜록콜록! 하늘을 뒤덮을 정도의 연기와 거대한 소리가 났으니 아레스도 곧 이곳으로 달려오겠군요.



힐다 : 아레스는 이 일을 모르고 있나?



플로렌티아 : 물론이죠. 애초에 아레스에게는 비밀로 했어요. 알게 된다면 절대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요.



힐다 : 쯧! 모두 다 그 메이드 녀석이 혼자 결정한 거잖아? 확실히 현실적인 계획이긴 하지만.



힐다 : 그래서 아레스가 오면 어쩔 셈이야? 순순히 말을 들을 것 같지 않은데.



토와 : 그때는 내가 달래보겠다. 마이야가 마지막으로 부탁한 일이니만큼, 필요하면 손을 써야겠지.



로비나 대제 : 대체 무슨 일이야!?



로비나 대제 : 다들 여기에 있었나! 무슨 일이야, 어서 무슨 일인지 말해줘, 엘리시온은 어떻게 된 거야?



로비나 대제 : 으윽--!? 토와 선생님, 선생님께서도 여기에!?



토와 : 한 번만 말할 테니 잘 들어라.



토와 : 아무런 습격도, 사고도 없었다. 출항 전에 우리는 엘리시온에서 가장 거대한 거주민 구역을 분리했고, 거대한 소리와 진동은 거주민 구역이 떨어져 나간 충격으로 발생한 것이다.



로비나 대제 : --!!! 다들 미쳤습니까! 어떻게 그런 짓을!?



토와 : 게이트가 열리고 마물이 끝없이 나오고 있다. 계속해서 버틴다면 엘리시온 안팎의 사람들은 홍수 때문에 죽거나 마물 때문에 죽어서 전부 이곳에 묻히게 되겠지. 네게 다른 좋은 방법이 있나?



로비나 대제 : ...그렇습니까... 그랬군요... 알겠습니다. 후우, 사실 저도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로비나 대제 : 남겨진다는 게 반드시 죽는다는 의미는 아니겠지요. 하지만 그들을 이끌어주고 지킬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제가--



플로렌티아 : 그렇습니다. 사실 폐하의 의지를 대표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지금 사람들을 각지의 방호 시설로 피난시키고 있습니다.



로비나 대제 : 플로렌티아!? 어째서 날 말리는 거야, 이거 놔! 그래서 그 사람들을 이끄는 자가... 대체 누군데!? 어서 놓지 못해! 누가 남아있는 거냐고!? 마이야는, 마이야는 어디에 있고!?



플로렌티아 : 소란피우지 마십시오! 이 결정은 우리가 저들을 포기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 아닙니다,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위해 내린 결정입니다!



플로렌티아 : 게다가 마이야 씨는 혼자 싸우는 게 아닙니다. 마이야 씨는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고, 많은 사람을 설득했어요.



플로렌티아 : 안느... 베르너와 마리엘...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까지... 이 결정에 가슴이 찢어지는 사람은 폐하뿐만이 아닙니다!



로비나 대제 : 다들 이것 놔! 마이야는 어디에 있어!? 너희 지금 뭐하는 거야!? 안느! 베르너! 모두들! 이것 놓으라고! 내 근위대가 지금 싸우고 있어,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토와 : 플로렌티아, 기관실에 연락해.



플로렌티아 : 오랫동안 계획하고 준비했건만... 결국,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떠나게 되는군요... 우리 세계를 마지막으로 눈에 담아두세요...



플로렌티아 : 엘리시온... 출항!!!



로비나 대제 : 안돼--!!!!!







민가



노인 : 폐하께서는 목이 갈라져라 동료들의 이름을 외쳤지만, 엘리시온은 출항하고 말았단다...



캐롤리안 : ...할아버지... 베르너... 우리 아버지께선... 살아 계실까요...?



로비나 대제 : --!? 네가... 베르너와 로잘리아의...?



캐롤리안 : 어!? 오빠, 윽... 아저씨, 말할 줄 아는구나, 우리 부모님을 아세요?



로비나 대제 : ...



캐롤리안 : 뭐예요, 또 아무 말도 안 하고! 고개까지 돌리다니, 정말 못됐어!



노인 : ...캐롤리안, 네 아버지 베르너 단장님은 굳건한 분이셨단다. 할애비는 그분이 원래 세계에 살아계실 거라 믿고 있어요. 하지만...



노인 : 죽고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니? 우리가 더는 맛있는 음식이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지 못하거나 더는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지 못한다는 게 죽음의 공포보다 큰 법이란다.



노인 : 엘리시온이 많은 세계를 지나쳐왔지만, 누구도 다음 목적지가 어디일지는 알 수 없어. 그러니 방주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우리로서는 영영 알 수 없단다.



캐롤리안 : ...흐흑...



로비나 대제 : ...



노인 : 이런, 이 늙은이가 감정이 격해 내뱉은 말로 분위기가 무거워졌구먼. 캐롤리안, 우는 건 너답지 않구나, 네 꿈이 뭐라고 했지?



캐롤리안 : ...흐윽... 캐롤리안은, 울지 않아요... 캐롤리안은 나중에 엄마처럼 강한 기사가 될 거예요!



로비나 대제 : ...로잘리아...



노인 : 젊은이, 자네가 대홍수 도중 무엇을 잃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심정을 나는 이해할 수 있네. 당시 떨어져나간 거주민 구역에는 내 가족도 적지 않았지.



로비나 대제 : ...



노인 : 나 역시 오랫동안 모든 의욕을 잃고 숨만 쉬며 살아 있었어. 매 순간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네.



노인 : 그토록 많은 죽음과 이별을 겪은 내가... 그리고 엘리시온의 사람들이 이제 어떻게 과거와 미래를 마주해야 하겠나?



로비나 대제 : --!?



노인 : 과거를 저버리지 말게. 과거는 우리가 도망치거나 부담감을 느껴야 할 것이 아니야. 바로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증명이지.



노인 : 우린 헤어지고 사라진 사람들의 몫까지 미래를 개척해야 하네. 그게 바로 우리의, 모든 엘리시온의 책임인게야.



로비나 대제 : 책... 임...



노인 : 사람은 역시 손발이 바빠야 쓸데없는 생각을 안 하는 법이지.



노인 : 캐롤리안의 부모를 아는 것 보니, 자네 역시 과거 군에 복무했었나 보군? 내일 아침 나와 함께 군사 구역에 가보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