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박에서 벗어난 자가 할 수 있는 건 도망만이 아니다. 도리어 그 속박을 부술 수도 있다.



완벽한 전투 - 아군 퇴각 없음

완벽한 개전 - 2턴 내 적 4명 격파





해변 부두



리자 : 뭐, 뭐라고요--! 뭐가 그렇게 비싸요!? 금화 한 개면 충분하다고 들었는데!?



부두 관리인 : 이런, 페랄의 꼬마 아가씨. 그건 평상시 가격이고, 지금은 사정이 좀 달라.



부두 관리인 : 성간함 도시에 가려는 사람이 아가씨 혼자도 아니고, 저렴한 표는 진작에 다 나갔어. 지금 남은 건 귀빈석 표뿐이야.



리자 : ...저렴한 표를 사고 싶은데 언제쯤이면 살 수 있을까요?



부두 관리인 : 우리도 일손이 한정되어 있어서... 선원들도 쉬어야 하고, 배도 유지 보수 해야 하니까 일주일 정도 뒤가 되겠지.



리자 : 그렇게나 오래요!? 저기, 아저씨... 좀 싸게 해줄 수 없어요? 아니면 창고 자리도 괜찮은데.



리자 :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이래 봬도 제가 제법 힘이 좋거든요. 일이든 호위든 다 할 수 있어요!



부두 관리인 : 나도 아가씨를 돕고는 싶은데, 주위를 한 번 둘러봐. 저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데, 아가씨한테만 특혜를 줬다가는 아마 여기가 뒤집어질걸.



부두 관리인 : 이번은 단념하고 지금은 우선 머물 곳부터 찾는 게 어때.



리자 : ...예. 고마워요, 아저씨.



리자 : ...



리자 : 쳇, 정말 운도 없지.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멈춰야 한다니.



리자 : 대체 무슨 일이 있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성간함 도시에 가려는 거야... 아버지께서 달의 백성은 외부인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셨었는데.



리자 :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섬에 갈 수 없는 이상 별 의미 없는 거겠지.



리자 : 쉴 수 있는 곳에 상단이 있다면, 어쩌면 섞여 탈 방법이 있을지도...



쉰 목소리 : ...드디어 곧 출항인가? 이걸로 그 귀찮은 녀석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겠군.



목소리 : 이 망할 푯값 때문에 지갑이 텅 비게 되었지만, 성간함 도시에만 갈 수 있다면 재기를 노려볼 수 있겠지!



리자 : ...이 짜증 나지만 익숙한 목소리는... 설마--!



노예 상인 : 응? 너... 너는! 리자--!



노예 상인 :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날 수 있어 정말 반갑구나. 이것도 인연이겠지!



리자 : ...여기까지 도망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노예 상인 : 네가 갑자기 날 배신해서 어찌나 고생했는지 모른단다. 하지만 나도 괜히 사람들을 키운 게 아니라서 말이야. 너보다는 훨씬 충성스러운 녀석들이거든.



리자 : ...그래?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익숙한 얼굴이 제법 준 것 같네. 아무래도 당신이 말한 것처럼 쉽지는 않았던 모양이야.



리자 : 당신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성간함 도시에 가려는 이유를 추측해 볼까? 아마도 추격하는 병사들을 피하고 그 커다란 보따리 안에 있는 보물을 팔기 위해서겠지?



노예 상인 : ...한동안 보지 못했다고 그런 태도로 날 대하다니, 정말 가슴이 아프구나.



노예 상인 : 나는 네 목숨을 구해주었는데, 너는 도리어 나를 배신하고 함정에 빠뜨렸지. 너같이 사람을 속이는 더러운 도둑은, 반드시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해!



리자 : 흥, 결국 내게 복수하겠다는 거잖아.



리자 : 당신들 따윈 무섭지 않으니 덤벼보시지!









노예 상인 : 예전에 내가 생명은 가치를 매길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었지. 그건 너 같은 배신자 역시 마찬가지다.



노예 상인 : ...항복해라, 리자! 상단에 돌아오고 계속 날 위해 일을 해라. 내가 재기하는 것을 도와준다면 네가 범한 모든 잘못은 가볍게 처리해주마.



노예 상인 : 고생해서 찾아낸 네 아버지에 관한 소식이 내게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라.



리자 : 그딴 말은 집어치워! 내가 아직도 당신 거짓말을 믿을 것 같아!?



노예 상인 : 정말 안타깝구나, 나는 네가 좀 더 똑똑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네게 쓴맛을 보여주는 수밖에.



리자 : 핫, 고작 이 정도 인원으로 날 제압하겠다고?



노예 상인 : 물론 아니다, 리자. 네 솜씨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노예 상인 : 하지만 넌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게 확실하구나. 상인이란 무릇 자신만의 무기를 가진 법이다.



리자 : 그게 뭔데?



노예 상인 : 지켜보는 여러분, 제 말 좀 들어주십시오! 이 여자아이는 도둑입니다! 우리 상단의 물건을 훔치고 제 수행원을 해치더니, 이제는 성간함 도시로 도망치려 합니다!



노예 상인 : 지금 지켜보는 여러분 가운데에 뛰어난 무예 실력을 갖춘 분들이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를 도와 이 여자를 잡아주신다면 후한 사례를 약속하겠습니다!



리자 : ...이런 뻔뻔한! 당신 말을 믿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노예 상인 : 물론이다. 분명 누군가 날 도와주겠지. 내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는 확신할 수 없겠지만, 내가 건네줄 사례금은 거짓이 없거든. 그게 바로 이 대륙의 현실이다.



노예 상인 : 이제 네가 어떻게 발악하는지 지켜보도록 하마.






리자 : 아직도 저 망할 상인을 지켜주겠다고 한다면 당신들도 같이 쓰러뜨릴 거에요!






리자 : 역시 별거 아니었잖아.









탐욕스러운 용병 : 저 아가씨, 솜씨가 제법인데다 공격도 예사롭지 않군. 분명 도적이 분명해! 거기 상인, 내가 도와주지!



노예 상인 : 아이고, 감사합니다 용사님! 사례금은 한 푼도 빠짐없이 드리겠습니다!



노예 상인 : 리자야, 이제는 알 수 있겠지?



정의로운 용병 : 우리가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마, 아가씨! 저 녀석들, 머릿수를 믿고 사람을 괴롭히는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나쁜 녀석인 게 분명해!



리자 : ...고맙습니다!



리자 :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이 대륙이 답 없는 상황이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겠네요!









노예 상인 : 어떻게 이럴 수가! 쓰레기들, 모두 쓰레기들이야!



노예 상인 : 윽! 다, 다가오지 마! 날 죽이지 마라!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줄테니!



리자 : 흥, 당신을 죽이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직접 가져가.






해변 부두



리자 : 으음... 어디에 둔 거지... 아, 찾았다! 이게 바로 귀빈석 표인가?



노예 상인 : 리자야! 우리 다시 한 번 상의하자꾸나. 짐 속에 있는 보물을 네게도 나눠줄 테니 표는 내게 다오. 그리고 날 풀어주기만 하면--



리자 : 절 도와주신 좋은 여러분, 죄송한데 저 녀석들 묶는 것을 도와주시겠어요? 시끄러운 게 싫다면 저 입을 틀어막아도 돼요.



노예 상인 : 네, 네 녀석이--!



정의로운 용병 : 좋아. 그런데 녀석들은 어떻게 처리할 거지? 이렇게 버려두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리자 : 츠루야의 경비들이 지금 이 녀석을 찾고 있어요. 경비들에게 넘겨주면 아마 상금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드리는 사례라고 생각해주세요.



정의로운 용병 : 정말!? 하하, 여럿이서 조그만 아가씨 하나를 괴롭히는 게 못마땅해 나선 건데, 이렇게 현상범을 잡을 수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는걸.



부두 관리인 : 다들 비켜! 대체 누가 소란을 피우는 거야! 곧 배가 출발해야 하는데 소란을 피우다니, 모두 경비한테 잡혀가고 싶어!?



정의로운 용병 : 일찍도 오는군... 아가씨, 성간함 도시에 갈 생각이라면 어서 배에 타.



정의로운 용병 : 보아하니 아가씨도 경비 눈에 띄면 안 되는 것 같은데.



리자 : ...



정의로운 용병 : 하하, 그리 걱정할 필요 없어. 현상금 때문에라도 저 녀석을 풀어주진 않을 테니까.



울려 퍼지는 종소리 : 땅--땅--



리자 : 앗, 이건... 출발 신호에요! 죄송합니다, 이만 먼저 가볼게요!



리자 : ...



리자 : 죄송합니다만 좀 비켜주세요, 배에 타야 해서요!



리자 : 후우... 드디어... 이제 정말 성간함 도시로 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