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가 출발하고 게이트는 닫혔다. 하지만 홍수와 마물, 그리고 절망이 이곳에 남아있다.



증인 - 루그너 생명 80% 초과인 상태로 클리어

완벽한 배반 - 아군 퇴각 없음






비밀 동굴



수상한 노동자 : 아야... 쓰읍!



긴장한 노동자 : 조심해! 죽고 싶어? 우리가 여기서 하는 걸 다른 사람이 발견하기라도 하면 모두 끝장이라고!



수상한 노동자 : 걱정하지 마. 한밤중에, 그것도 이런 구석진 산꼭대기엔 우리 말고 아무도 없을 테니까.



수상한 노동자 : 그런데 이래도 정말 괜찮은 거야? 이 자재는 모두 방주를 건조하기 위해 준비한 거잖아?



수상한 노동자 : 우리가 몰래 빼돌려 '신전'을 만드는 게... 정말 방주의 건조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긴장한 노동자 : 흥, 우리에겐 그 사제 감독관이 있잖아... 그리고 높은 자리 사람들 사이의 일을 누가 알겠어?



긴장한 노동자 : 다만 내가 알 수 있는 건... 방주 쪽 상황으로 보건대, 관리 나리들이 방주의 규모가 아무리 크다 떠들어도 우리 모두를 태우기엔 부족하다는 것뿐이야.



긴장한 노동자 : 우린 우리 앞길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그 사제 말이 맞아.



유리안 : 풋, 그 늙어 죽지도 않는 귀족들이 당신에게 이 일을 돕게 한 것은 정말 제대로 된 선택인 것 같군요.



유리안 : 말로 저 녀석들을 구슬리고 당신을 위해 일하게 한 겁니까?



루그너 : 어찌 저를 위한 일이겠습니까? 모두 그들 자신을 위한 일입니다.



유리안 : 하하하, 웃겨 죽겠군요. 이놈이나 저놈이나 모두 바보뿐이라니!



유리안 : 남몰래 엘리시움 계획의 방주 설계를 이용해 귀족을 위한 새로운 구조선을 만들다니... 불쌍한 아레스는 귀족들이 제정신을 차린 줄 알고 있을 텐데!



유리안 : 당신이 생각해 낸 계획입니까? 정말 치졸하군요.



루그너 : 두려움과 나약함은 인간의 천성, 소위 이상과 용기로 견디는 사람은 전장에서 가장 먼저 죽거나 신의 가호를 받는 사람일 뿐입니다.



루그너 : 우리는 당신과 다릅니다. 저는 평범한 사람이고, 대부분의 귀족 역시 그러하지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살아남고자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리안 : ...아니. 만약 귀족들이 원하는 배를 만드는 것뿐이라면 이렇게까지 커다란 규모로 작업할 필요가 없지...



유리안 : 당신이 모아온 노동자는 귀족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루그너 : 말했지 않습니까.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유리안 : 쯧... 위선자 같으니... 말하기 싫으면 그만두시죠! 어쨌든 엘리시움 계획의 진행을 늦출 수만 있다면, 당신들이 어떻게 놀든 저는 상관없습니다.



유리안 : 결국...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루그너 : 당신... 또 그런 '꿈'을 꾸는 겁니까?



유리안 : 저를 걱정하는 듯한 표정 따윈 하지 마시죠. 저도 자라면서 배워온 게 있습니다, 가식은 집어치우세요!



유리안 : 아레스 쪽의 방주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홍수가 언제 들이닥친다 해도 방주를 띄울 수 있어요. ...그때가 되면 모든 것이 늦을 겁니다.



유리안 : 그러니 당신 자신이나 잘 간수하시죠!










제국군 병사 : 대장! 무리입니다.



제국군 병사 : 이쪽의 방어 설비는 곧 무너져 홍수가 곧 들이닥칠 겁니다. 마물들이 계속해서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서둘러 빠져나가야 합니다!



제국군 대장 : 버텨라! 로비나 폐하께서 분명 지원군을 보내주실 거다!



제국군 병사 : 대장! 더는 기다릴 수 없습니다! 이곳에는 엘리시움에 공급할 에너지와 보급품이 있잖습니까.



제국군 병사 : 만약 다른 부대가 우리처럼 발이 묶인 상태라면, 엘리시움은 애초에 배를 띄울 수도 없습니다!



제국군 대장 : 하루만 더 버틴다면... 아니! 그저 한 시간이라도 좋다, 버틸 수만 있다면 그만큼 더 많은 백성이 엘리시움에 탈 수 있단 말이다!



제국군 대장 :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중년 귀족 : 하하, 정말 순진한 황제 폐하의 부하답다고 해야 하나. 하긴... 이렇게 자비롭고 단순하니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각오를 할 수 있는 거겠지.



제국군 대장 : 당신은... 하워드 가문의 가주.... 그리고 루그너님!



제국군 대장 : 마침 잘 와주셨습니다. 우리는 로비나 폐하께서 홍수 공사를 검사하기 위해 파견하신 부대입니다. 지금 이곳의 물자를 엘리시움에 운반하기 위해 사람을 찾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제국군 대장 :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년 귀족 : 아, 걱정 말게. 우리가 왔지 않는가.



제국군 대장 : 다행입니다...




제국군 대장 : 잠깐... 안돼! 당신들... 지금 뭐하는 겁니까!



중년 귀족 : 뭘 하냐니? 그야 자네가 원하는 대로 자네를 도우러 온 걸세.



중년 귀족 : 이 물자는 자네들에게 너무 많아. 그러니 우리에게 맡기게. 걱정하지 말게나, 내가 좀 더 가치 있게 쓸 거라고 약속하지.



제국군 대장 : 네 녀석들... 감히 엘리시움 계획을, 로비나 폐하를 배신한다는 거냐!



중년 귀족 : 호오? 그리 듣기 나쁘게 말할 필요 없지 않나. 우리는 그저 우리의 존귀하신, 세상 물정 모르는 폐하의 부담을 덜어 드리고자 할 뿐이네. 물자를 분배하는 귀찮은 작업 말이야.



중년 귀족 : 자네도 원한다면 우리와 함께해도 좋아. 뭣 하러 아무 쓸모 없는 평민을 위해 그런 수고를 들인단 말인가? 방주는 이미 완성되어 이제 아무 가치도 없는 것들인 것을...



중년 귀족 : 이제 그 평민은 우리 폐하의 짐일 뿐이란 말일세!



제국군 대장 : 헛소리! 폐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신다! 이 개자식들... 물자는 절대 넘겨줄 수 없다!



중년 귀족 : 멍청하긴... 루그너, 처리하게.



루그너 : ...여신께서 이곳의 죄를 사해주시길.






제국군 대장 : 어서 가야 해... 엘리시움으로 돌아가 루그너와 귀족들이 폐하를 배신했다는 소식을 전해야 한다...!



중년 귀족 : 루그너! 지금 뭘 하는 건가, 어서 녀석들을 쫓지 않고! 녀석들이 비밀을 누설하게 해선 안 되네!



루그너 : 더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중년 귀족 : 뭐라?



중년 귀족 : 뭐하는 건가!



루그너 : '그 아가씨'와의 약속에 따라 당신들을 이곳에 오랫동안 묶어두었습니다. ...지금이라면 이미 모든 안배가 끝났을 겁니다.



루그너 : 그리고 이제 당신의 죄를 씻어낼 차례입니다.






격전 후의 교외



중년 귀족 : 멍청한 자! 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 건가! 방주에 올라 살기 싫은 건 아니겠지!?



루그너 : 물론 살아남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갓집 개처럼 구차하게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루그너 : 처음부터 저는 방주에 오를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곳은 제가 돌아갈 장소가 아니니까요.



중년 귀족 : 이 미친놈, 멍청한 자식... 그렇다면 대체 뭣 때문에 이러는 거냐!?



루그너 : 그러고 보니 당신들에겐 감사해야겠군요.



루그너 : 당신들이 교회를 이용해 엘리시움 계획에 손을 대려 하지 않았다면, 저 역시 손쉽게 귀족들이 빼돌린 자재와 인력을 이용해 진정한 신전을 짓지 못했을 겁니다.



중년 귀족 : 신전...?



루그너 : 예, 홍수의 습격을 저지할 수 있는 성역이지요.



루그너 : 저처럼 출신이 비천하고 아무런 재주도, 혈통도 없어 선택받지 못해 방주에 탈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도 살아남을 수 있는 희망입니다.



루그너 : 그것이야말로 여신의 고탑이고, 이 모든 것이 여신의 인도입니다.



중년 귀족 : 이 빌어먹을 녀석이!!!



중년 귀족 : 방주에 올라 살아남은 사람들은 네 녀석의 그런 모습을 모를 거다, 그들 눈에 너는 그저 패배한 반역자이자 겨우 목숨만 건진 상갓집 개일 뿐이란 말이다!



중년 귀족 : 깨끗한 사제복을 걸쳤다고 해서 네 녀석의 추악한 영혼까지 꾸밀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루그너 : 이상한 말을 하는군요. 어째서 제가 그들의 생각을 신경 써야 합니까. 이 모든 것은 루시리스 교회의 교의를 따른 것이거늘!



루그너 : 게다가 제가 진짜 원하는 것은...









멀리서 들려오는 거대한 소리 : 쿠궁--!!!



중년 귀족 : 이게 무슨 소리... 저게 뭐야!!!



루그너 : 아, 여신이 보우하사. 아무래도 마이야 씨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 모양입니다.



중년 귀족 : 이 비열한 가짜 사제 녀석, 저게 대체 뭐냔 말이다!!!



루그너 : 모르겠습니까? 저게 바로 엘리시움입니다.



루그너 : 우리의 방주가 출항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