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주점


취객 : 우리는 도적, 용맹한 도적~♪



취객 : 왼손에는 술병을 끼고, 오른손엔 돈다발을 들었다네~♪



취객 : 아름다운 계집애들은 내게 안기고 싶어하지~♪



기자 : 잠깐만요, 제가 취재하고 싶은 건 서부 조직에 관한 이야기지 그런 저속한 노래가 아닌데요...



주점 주인 : 저 녀석한테 시간 낭비하지 마. 저 녀석이 과거에 작은 조직원이긴 했는데, 지금은 제일 싸구려 술을 들이마시며 자기 옛날이야기로 허풍이나 치는 녀석이니까. 그나마 대부분 과장된 이야기고.



주점 주인 : 세상 물정 모르는 양아치들도 나라가 법제화되고, 총잡이와 무법자의 시대는 갔다는 걸 알고 있다구.



기자 : 으으... 도시 사람들은 모르는 이야기를 보도하려고 특별히 서부 시골까지 온 건데... 이러면 내 원고는... 어떡하면 좋지...



주점 주인 : 훗, 그래서 이런 곳까지 온 거구먼. 그러면 내가 이야기를 들려주지. 이 근방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특종감인 서부의 전설을!



기자 : 그,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인가요? 누구 이야기죠?



주점 주인 : 울던 아이도 울음을 그치게 한다는 그 이름--'미치광이' 도적단!



기자 : 세상에... 그렇게 흉악무도한 이름이라니...



주점 주인 : 흉악무도? 아니, 아니. 내 말은 울던 아이도 그 멍청이들의 이름을 들으면 웃게 된다는 뜻이었는데!



주점 주인 : 길을 막고 강도질하다 아줌마에게 맞아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고, 기껏 남의 집에 강도질하러 집에 들어가선 먹다 남은 생선 부스러기나 털어오기나 하는 등, 매일 같이 이런 얼빠진 일이나 벌이는 서부 제일의 바보 집단이라구!



기자 : 푸훕! 저, 정말요?



아서 : 이런, 이런... 아름다운 웃음소리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아가씨구먼. 도시에서 오신 겁니까, 이런 깡촌에선 볼 수 없는 우아함을 지니셨군요.



기자 : 예...?



아서 : 이 근처를 구경하고 싶으시다면, 연락처를 드릴 테니 한 번--



레드 : 뭘 찝쩍대는 거야, 어서 비켜!



기자 : 꺄악!? 포, 폭력은 쓰지 말아 주세요. 이쪽 분이 말은 경박해도 아직 저를 해친 건 아닌데...



레드 :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니 너도 비켜!



기자 : 으윽!? 난폭한 사람...



주점 주인 : 신경 쓰지 마, 저 녀석은 일 년 내내 저렇게 찌푸린 얼굴이니까. 자자, 이쪽으로 와. 그 세 바보가 벌인 '빛나는 업적'에 대해 이야기해 줄 테니.



기자 : 아, 예! 감사합니다!



레드 : 후우...



아서 : 정말 아쉽군, 저런 미인은 보기 힘든데. 그렇지, 존?



존 : (정신없이 먹고 있다)



아서 : 하하, 나와 같은 의견일 줄 알았어. 레드 저 녀석은 풍류를 모른단 말이야,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저런 여자를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겠어?



존 : (정신없이 먹고 있다)



아서 : 그래, 그래. 레드 저 자식은 은행에서 일 할 때 진작에 머리가 돌아버렸지. 그런 놈이 뭘 알겠냐 이 말이야.



레드 : 닥쳐! 그리고 존, 그만 좀 처먹어!



레드 : 햇빛에 머리가 돌아버리기라도 했냐! 저런 말을 듣고 아무렇지도 않아!?



레드 : 우리 '미치광이' 도적단은 이미 웃음거리가 됐단 말이다!



아서 : 긴장 풀어, 네 얼굴도 주름 좀 펴면 볼만해질 텐데. 분명 아가씨들도 더 좋아할걸.



아서 : 우리가 실패할 때도 있지만 난 마음에 크게 담아두지 않아. 다음에 더 열심히 하면 되잖아.



레드 : 헛소리 그만해! 우리가 언제 한 번이라도 성공한 적 있냐! 단 한 번도 없잖아! 아무래도 좋다는 네 그런 태도도 실패의 원인 중 하나야! 난 네가 여자와 관련된 일 빼고는 진지하게 뭘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레드 : 넌 어떻지, 존? 아무 생각 없어? 거물 도적이 되는 건 네 어릴 적 꿈 아니였냐?!



존 : 끄윽~ 역시 이 집 스튜는 최고야, 끝내줘!



레드 : ...내가 미쳤지, 어째서 이런 저능아들이랑 함께한 건지...



존 : 흐흠, 모두 존이 멍청하다고 말하지만... 후후, 사실 나는 멍청하지 않아.



존 : '미치광이'의 실패는 모두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다고. 그리고 이미 이런 상황을 바꿀 끝내주는 계획도 짜 놓았지!



존 : 두 사람 다 귀 좀 갖다 대봐...






아서 : 이 무례한 녀석, 아가씨들에겐 손도 댈 수 없다!




레드 : 우리...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



아서 : 쯧, 또 왜 그래. 너도 존의 계획에 찬성했잖아.



레드 : 존의 계획이라...



레드 : '열차 습격 사건 자작극을 꾸미자'라고 했었지... 계획 자체에는 아무 문제 없어. 그런데 그 계획이 존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게 문제란 말이지...



아서 : 너무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어. 잘 생각해봐, 이 계획이 성공하면 우리의 지명도는 단숨에 올라갈 거야. 그러면 우리의 평판이 좋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그걸로 핑커턴 패거리에 가입할 수 있을 거야!



레드 : 지금 서부 제일 조직이라는 핑커턴 패거리...



레드 : 거물을 뒷배로 두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 때문에 생기는 골치 아픈 일도 있을 거다. 그걸 잊으면 안 돼.



레드 : 그래서 정작 존은 어디 있지? 아무리 연습이라지만 왜 우리 둘밖에 없는 거야?



아서 : 아, 존은 핑커턴 패거리 두목에게 편지를 부치러 갔어. 우리의 작품을 관람하러 오라고 편지를 부쳤거든.



레드 : 제법 부지런하잖아? 아무래도 이번에는 진지하게 움직이는 것 같군...



레드 : 좋아, 그러면 우린 연습을 계속하자.



아서 : 이 무례한 녀석, 아가씨들에겐 손도 댈 수 없다!



레드 : ...여자 따위엔 관심 없다. 순순히 돈이나 넘겨라!



아서 : 뭐라고!?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를 보고도 무덤덤하다니, 설마 고자인 거냐?




레드 : 이 머릿속이 여자로만 가득 찬 얼간이 녀석, 오늘 아주 제대로 손을 봐주마!






아서 : 으윽! 아프잖아! 레드, 적당히 하기로 한 것 아니었어?



레드 : 그 말만 없었다면 더 패줬을 거다!






레드 : 으음... 대사가 뭐였더라...



레드 : 아, 이 나약한 녀석들. 진작에 돈을 넘겼으면 아픈 일도 없었을 텐데. 다들 말이 통하는 교양인이잖아?



레드 : 잘 기억해라, 우린 '미치광이' 도적단이다!



존 : 오, 벌써 연습 시작한 건가. 훌륭해, 아주 멋져!



존 : 그런데 아서는 왜 다친 거야?



레드 : 신경쓰지 마. 편지는 어떻게 됐어, 별문제 없었지?



아서 : 당연하지! 몇 번이고 잘못 쓴 글자나 표현이 없는지 살펴봤다고. 우체국 가는 길에 신발 끈도 안 풀렸고, 편지도 잃어버리지 않았어!



레드 : 좋아, 좋아. 어쨌든 제대로 보냈다는 말이지. 그래, 그러면 다음 단계 준비를 시작하자고.








'미치광이'의 거점


나레이션 : 다음 날



레드 : 존--! 존 스미스! 너 어딨어!



존 : 헤이, 레드. 오늘 왜 이리 쌩쌩해? 말소리도 소리 지르는 것처럼 기운이 넘치잖아.



레드 : 너 어제 어디에 편지를 보낸 거야!?



존 : 당연히 핑커턴 패거리 두목에게 보냈지. 왜, 다른 패거리에게 보내야 해?



레드 : 그러면 이건 어떻게 된 일이야!?



아서 : 어디보자... 신문이잖아?



아서 : 이건... 네 편지가 실려있어, 존! 너 신문사로 편지를 보낸 거야?



존 : 아니, 물론 핑커턴 패거리에게 보냈지. 네가 말해준 그 주소 그대로 적어넣었다고!



아서 : ...내가 언제 너한테 주소를 말해줬는데?



존 : 어제 술집에서 돌아오며 네가 계속 중얼거렸잖아, 까먹은 거야?



아서 : ...그건 내가 어렵게 따낸 기자 아가씨의 연락처라고!



레드 : 야이 머저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