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18장 - 복귀






영종 침실



리자 : 와아...! 츠루야에 머무니 정말 편하네... 남의 물건을 슬쩍해도 되지 않는 영종의 손님 생활이 아주 마음에 들어.



그레니어 : 하지만 줄곧 이렇게 편히 머물 수만도 없는 노릇이야. 츠루야의 재건 작업도 한창이니 이제 슬슬 떠날 때가 된 거지.



그레니어 :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잖아.



마크렌 : 그 말이 맞다. 아직 마리의 행방을 모르는 이상, 이곳에 마음 편히 머물 수만은 없어.



리자 : 그래서 어디로 갈 생각인데?



아멜다 : 츠루야에서 있었던 일을 통해, 각지의 '신전'을 이용한다면 마나 파편 속에 깃든 마리 씨의 힘으로 대륙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



아멜다 : 그래서 츠루야 근처를 가 볼 생각이야.



아즈사 : 츠루야 근처라고 한다면 북부의 페랄 사막과 남쪽의 노람 산맥이군요. 하지만 노람은 연이은 산봉우리와 절벽 등 험난한 지형 탓에 외부의 조력이 없다면 가기 힘들 겁니다.



아즈사 : 게다가 지금 성교국은 아직 새로운 왕이 즉위하지 않은 혼잡한 상태라.. 바닷길 또한 막힌 상태고요.



그레니어 :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인데...



리자 : 북부의 페랄말이지...



리자 : 그래서 언제 그 잔인한 사막에 갈 생각이야?



그레니어 : 이제 츠루야의 일도 거의 마무리 되었으니 곧 출발하겠지.



캐롤리안 : 페랄이라고? 정말 우리 엘리시움과 맞설 생각이냐, 이 가증스러운 외지인!



그레니어 : 그게 무슨 소리... 아니, 네가 왜 여깄는 건데!



캐롤리안 : 왜 여깄느냐니... 지금 나는 패배한 포로 신세다, 내 거취는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아즈사 : 물령의 용과의 싸움에서 부상당한 그녀를 영종의 호위승이 데려왔습니다.



캐롤리안 : 군사 작전 실패라니... 이미 각오했던 일이긴 하다만...



아즈사 : 영종은 이미 당신에 대한 처분을 결정했습니다.



캐롤리안 : 감금인가? 아니면 처형...?



아즈사 : 아니요. 이제부터 영종은 온 힘을 다해 나라를 안정시키고 이 땅의 자연을 회복시킬 생각입니다.



아즈사 : 더는 엘리시움과 싸우지 않을 거예요.



아즈사 : 그리고 당신 역시 우리를 도와 폭주한 물령의 용에 맞서 싸웠으니...



아즈사 : 영종은 당신을 풀어주기로 했습니다.



캐롤리안 : 어딘가 신전에 보내 비구니로 만들 줄 알았는데... 당신, 융통성 없어 보였지만 사실은 꽤 의리있는 사람이었군!



아즈사 : 흥, 하지만 만약 엘리시움이 다시 침략한다면...



캐롤리안 : 이번 작전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플로렌티아 사령관 각하께서도 아마 더는 이 땅에 미련을 두지 않으실 테지.



캐롤리안 : 어쩌면 나도 이번 실패를 책임지고 처벌받을지도 모르겠지만, 후회는 없다.



캐롤리안 : 그리고 너희 성검군.



그레니어 : 어? 감사 인사라도 하려고?



캐롤리안 : 그건 아니다. 그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



그레니어 : 얼마 지나지 않아...?



캐롤리안 : 너희가 가려는 페랄은 츠루야와는 달라. 국토 대부분이 우리 엘리시움에게 점령당한 전장이지.



아멜다 : 전장이라니... 그럴 수가!



아즈사 : 페랄의 형세가... 제 생각보다 다급한가 보군요.



아멜다 : 그 말이 사실이라면 매튜와도 상의해야 해...



아멜다 : 그러고 보니 오늘 온종일 매튜가 보이지 않네,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웨탐 : 츠루야의 마나가 회복되었나. 더는 이곳에 머무를 의미가 없군... 어쨌든 계획은 이미...



??? : 기다려!



매튜 : 츠루야를 파괴하고 오보로를 용으로 변하게 한 건 모두 네가 한 짓이지, 웨탐!



매튜 : 오늘은 간단히 벗어날 수 없을 거다!




웨탐 : 혼자 쫓아왔군. 그토록 신봉하는 동료도 뒷전으로 미뤄둔 건가, 또 다른 나.



매튜 : 너는 내가 분열되어 태어난 산물이니 응당 내가 마무리 지어야지! 다른 동료까지 위험에 휘말리게 할 필요는 없어!



웨탐 : 하아... 그건 네가 자신의 또 다른 면을 마주할 때의 나약함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 둘러대는 핑계에 불과하다.



웨탐 : 영웅이라 할지라도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어두운 면이 있기 마련이지.



웨탐 : 다른 누구도 그것을 없앨 수 없듯이, 너 또한 그 어두운 면을 없앨 수 없다.



매튜 : 너는 또 다른 내가 아니야! 너는 웨탐이고, 난 매튜다! 너는 혼돈을 의미하고, 나는 빛을 의미하는 사람이라고!



웨탐 : 하지만 너도 우리 둘 사이의 연결이 존재함을 부정하진 못할 거다! 



웨탐 : 바로 지금 너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지만, 네 동료는 알 지 못하는 것처럼! 심지어 너는 네 동료에게 그런 점을, 네 어두운 면을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있어!



웨탐 : 그리고 네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한, 언제까지고 날 이길 수 없다!



매튜 : 우리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되는 무수한 적을 이겨왔다! 보젤, 크루거, 기자로프까지... 너 역시 예외는 아니야!



웨탐 : 네가 이룬 그 가련한 성취가 모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빌려 이룬 것이라는 것조차 잊어버린 거냐!?



웨탐 : 하하하! 또 다른 나, 지금 너는 가장 미친 마족보다 건방지구나! 네 손에 든 검을 봐라! 그 인간의 검으로 나를, 알하자드를 이기겠다고!?



웨탐 : 주제를 모르는군!



웨탐 : 너 혼자서 인간의 검으로 영혼을, 나를 벨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거냐!



매튜 : 너는 그들을 쓰러뜨린 힘이 온전히 랑그릿사의 힘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건 내 힘이야!



웨탐 : 물론 그게 네가 영혼과 맞바꿔 얻은 힘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매튜 : 그리고 이제... 내가 낸 모든 것을 되찾아야겠어! 받아라!




웨탐 : 하압!



웨탐 : 으윽!



웨탐 : 새로운 검을 얻었더니 확실히 강해지긴 했구나.



웨탐 : 본래 우리는 하나거늘, 어째서 내게 이리 가혹하게 구는 거냐, 또 다른 나.



매튜 : 아니, 나는 너의 존재를 절대 인정할 수 없어! 너는 내가 몰고 온 골칫거리에 불과해!



웨탐 : 골칫거리... 라고?



웨탐 : 그렇다면 네게 있어 그녀는 어떤 존재인지가 궁금해지는군.



젤다 : 매튜...



매튜 : 제, 젤다! 어떻게... 웨탐! 이런 치졸한 환영으로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건가!



젤다 : 매튜... 난...



매튜 :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설마 젤다... 너 정말...



매튜 : 젤다야!?



젤다 : ...



매튜 : 왜 그래? ...날 봐. 나 기억 안나? 나 매튜라고!



젤다 : 난...



웨탐 : 알하자드의 영혼이여, 그에게 네가 누구인지 말해줘라.



젤다 : 나는 젤다, 웨탐님의 사자.



젤다 : 너는 매튜, 빛의 후예, 적이다.



웨탐 : 좋아... 매튜, 내가 영혼의 쓸데없는 부분을 없애는 데 도움을 주었구나. 인간의 힘으로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었다니... 잘했다, 또 다른 나.



매튜 : 아, 안돼... 웨탐, 젤다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웨탐 :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이 영혼은 지나치게 부서진 탓에, 제대로 된 의식을 형성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한계인 상태지.



웨탐 : 그녀는 기억하지 못한다.



매튜 :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우리가 만난 순간을, 우리가 함께 싸운 순간을... 모두, 모두...



젤다 : 젤다는 너를 몰라. 젤다가 아는 건 네가 적이라는 것뿐.



젤다 : 알하자드를 위협하는 자는 누구든 적이다...



매튜 : 그럴 리가 없어! 분명 다른 사람일 거야! 다른 마족이겠지! 다른 마족이 그녀의 모습으로 변신한 거야!



웨탐 : 하하하! 갑자기 너희 두 연인을 위한 재미있는 이벤트가 떠올랐다.



웨탐 : 이제부터 서로 죽여라. 마침 내게 적당한 무기도 있으니.



웨탐 : 받아라.



젤다 : 예.



매튜 : 그 검은... 강습형 마광검의 다른 부분이잖아! 어째서 네가 그걸 가진 거지!



웨탐 : 나머지 궁금한 점은 그 검을 얻은 후에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웨탐 : 물론 네가 살아남는다면 말이지.



웨탐 : 이만 나는 물러가겠다. 오랜만에 애인과 해후한 기쁨을 천천히 맛보도록.






젤다 : 덤벼, 매튜. 이건 정해진 운명이야.




매튜 : 젤다... 정말 날 기억 못 하는 거니...?



젤다 : ...



젤다 : 으윽...



매튜 : 그만해! 더는 싸우지 않겠어!



매튜 : 젤다, 나야... 나 매튜라고!



젤다 : 매튜는 적이야. 젤다는 널 알았던 적이 없어. 젤다는 적과 함께하지 않아.



매튜 : 말하는 방식도 완전히 변했어... 어째서 유일한 기억이...



젤다 : 이런 무의미한 대화도 여기까지야!






매튜 : 그만!



젤다 : 아직 끝나지 않았어!




젤다 : 어째서 저항하지 않는 거지.



매튜 : 더는... 젤다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으니까.



매튜 : 예전의 싸움에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어... 하지만 적어도 지금 네가 살아있잖아.



매튜 : 내가 널 구한다면... 부디... 자유롭게 살아가. 더는 싸움에 몸을 던질 필요 없어.



젤다 : 네 말은... 명령이 아니야. 젤다는 따르지 않을 거야.



젤다 : 젤다가 따르는 건 웨탐님의 의지뿐.



매튜 : 그 녀석은 내 일부야! 그 녀석을 따르면서 왜 내가 누군지 떠올릴 수 없는 건데!



젤다 : 젤다는 만들어진 존재니까.



젤다 : 어쩌면 같은 모습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영혼은 달라.



매튜 : 다르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젤다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매튜 : 젤다, 너 지금 울고 있잖아!



젤다 : 운다니... 난 그런 기억 없어. 눈에서 눈물이라 불리는 것이 흐르지만...



젤다 : 눈물? 눈물, 매튜, 머플러, 검...



젤다 : 으윽...



젤다 : 검이 빛나고 있어...



매튜 : 베르너 씨가 남긴 두 검이... 으앗!




그레니어 : 매튜!



아멜다 : 저건... 웨탐이잖아! 매튜, 우리가 도와주러 왔어!



웨탐 : 그 검... 빙의도 풀 수 있는 건가?



웨탐 : 루시리스의 사자라니... 흐음. 으음? 힘이 억눌린 건가?



매튜 : 그 반쪽짜리 검은 여전히 날 거부하는군. 빌어먹을 인간의 힘 같으니!



매튜 : 웨탐! 네 악행도 여기까지다!



매튜 : 마광칼날을, 베르너 씨의 기억을 돌려줘!



웨탐 : 아, 지배에 반항할수록, 그 지배는 흥분되는 법이지. 그렇지 않나?



웨탐 : 이 검은 갈수록 흥미로워지는군. 그 검으로 너를 처리하라고 한 건, 아무래도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웨탐 :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은 아니야. 이런 무의미한 싸움을 할 시간이 없다.



매튜 : 안돼! 거기, 서! 어딜 가려고! 겁쟁이 녀석, 다시 돌아와!



매튜 : 으아아아아--!






영종 침실



그레니어 : 젤다의 영혼이 웨탐의 몸 속에 있었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아멜다 : ...아마 매튜의 충격이 클 거야.



그레니어 : 뭐가 원래 젤다라는 거야, 그저 똑같이 생긴 도구일 뿐이잖아! 매튜 녀석, 그것도 못 알아채곤...



매튜 : 아니, 분명 젤다였어.



그레니어 : 윽, 매튜!? 대체 언제부터...



매튜 : 다음 목적지는 예전에 상의했던 거기야?



매튜 : 페랄?



그레니어 : 어, 어... 그렇긴 한데, 매튜 너...



매튜 : 그러면 준비하자. 오후에 출발하자고.



아멜다 : 저기... 매튜, 정말 괜찮은 거야?



매튜 : 난 괜찮아. 어제 싸움에서도 아무런 손해도 없었잖아.



매튜 : 어서 가자. 검은 우리가 머뭇거리는 걸 용납지 않을거야.



아멜다 : 하지만...



마크렌 : 제대로 생각한 거겠지? 결정했으면 바로 출발하자.



그레니어 : 마크렌 씨도 놀리면 어떻게 해!



마크렌 : 난 놀린 적 없어. 지금 제대로 결정했는지를 묻고 있는 거다.



매튜 : 응, 결정했어.



마크렌 : 좋아, 그러면 오후에 영봉 아래에서 모이자고.



매튜 : 이유는 묻지 않는 거야? 어쩌면 다시 젤다를 만나서 충동적으로 결정한 걸지도 모르잖아. 



마크렌 : 그럴 필요 없다.



마크렌 : 신념을 위해 대가를 지불할 준비를 마쳤다고 네 눈이 내게 말해주었으니.



마크렌 : 네 신념에 찬성하고 이해한다. 그러면 나도 동요하지 않는 거고.



마크렌 : 한 때의 충동이니 뭐니는...



마크렌 : 당시 대장도 고작 몇 명만으로 레겐부르크의 왕국의 군대에 맞서려 했지. 베르너는 크림조랜더의 안전을 위해 먼바다를 건너갔고.



마크렌 : 마찬가지로 경솔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마크렌 : 하지만 네가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겠다면, 나는 너와 함께 싸우겠다!



그레니어 : 나도!



아멜다 : 물론 나도 빼먹지는 말고!



매튜 : 모두들... 미안해... 분명 함께 맞서자고 말해놓고는 또 혼자 움직이고 말았어.



아멜다 : 괜찮아, 매튜. 네가 너무 무리하지 않고,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지만 않으면 돼.



아멜다 : 설사 웨탐과 결판을 짓고 싶다 하더라도... 혼자 맞서려 하지 마.



아멜다 : 네가 젤다를 잃었을 때 가슴 아파했던 것처럼, 우리도 너를 잃는다면 똑같이 가슴 아파할 테니까...



매튜 : 아멜다...






영봉 산기슭



아즈사 : 저는 여기까지 밖에 바래다 드릴 수 없네요. 다들 츠루야의 은인이니 만큼 영종과 츠루야의 백성은 언제라도 여러분을 환영할 거예요.



아즈사 : 이 길을 따라가면 페랄의 사막에 도착할 수 있어요.



매튜 : 고마워, 아즈사 씨. 그리고 츠루야를 구한 건 아즈사 씨야. 아즈사 씨의 강인함과 따스함이 츠루야의 운명을 바꾼 거야.



매튜 : 우리도 이곳을 잊지 못할 거야... 그러면 잘 있어!



그레니어 : 잘 있어, 아즈사 씨!



아멜다 : 잘 있어요!



마크렌 : 건강해, 아즈사.



리자 : 잘 있어요! 환대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그레니어 : 어... 어라!



그레니어 : 리자!? 언제부터 따라온 거야! 너 분명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하지 않았어?



리자 : 흥! 노랑머리 너,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그렇게 친한 척했던 주제에... 세세한 건 모르는 거냐구!



그레니어 : 무슨 말이야!



리자 : 나는 본토박이 페랄인이야!



리자 : 이걸로 너희는 거금을 들여도 구하지 못하는 페랄 가이드를 얻은 셈이지!



리자 : 어서 따라오기나 해!



매튜 : 하하... 그러면 신세 좀 질게, 리자.



아멜다 : 그레니어 저 녀석... 의외로 미소녀에게 인기가 있네. 분명 예전에 마을에서는 이러지 않았는데 어떻게 된 거지.



마크렌 : 하하, 젊다는 건 정말 좋다니까. 하지만 보이는 것처럼 만사가 순탄하기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