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25장 - 심연의 바닥, 다시 빛나는 검






란차 변경 밀림



유리안 : 크윽, 빌어먹을...



리오벡 : 피가 흐르는군? 기습을 받았을 때 생긴 상처 같은데.



리오벡 : 너 같은 피라니아는 자신이 피를 흘릴 때도 흥분하나?



유리안 : 이 정도의 상처를 저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리오벡 : 흐흐... 물론 너희 엘리시움인의 그... '각오'를 우습게 보는 건 아니야. 단지 네가 너무 과격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지.



리오벡 : 너무 미쳐버리면 마지막에는 영혼 인형으로 전락해버린다. 반대로 너무 신중하면 먹잇감이 되어버리지.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잘 알아야... 우리 리오벡 가문의 통치처럼 오래 갈 수 있는 법이야.



유리안 : 하하... 당신 정말 역겹군요, 리오벡.




지온 : 전하에 대한 불손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리오벡 : 뭐, 지온 너도 진정해. 더 중요한 일이 남아있잖아?



리오벡 : 우리의 손님을 황금성으로 데려가도록. 흐흐...



지온 : 예, 전하.



리오벡 : 안심해, 유리안. 우리 사냥꾼이 녀석들을 일망타진할 거야.



리오벡 : 저 골짜기 아래로 떨어진 녀석도 예외는 아니야. 지온의 나이트 엘프 일족은 저곳의 독기를 두려워하지 않아. 그리고 내게는... 아주 많은 나이트 엘프들이 있지.



유리안 : 그러면...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리오벡.



유리안 : 그리고 당신과 엘리시움 간에 맺은 협약을 잊지 마시길.



리오벡 : 안심하라구... 그리고 플로렌티아에게 대신 안부 전해줘.



유리안 : 제가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리오벡.



유리안 : 얼마 걸리지 않을 겁니다.



리오벡 : 상황이 갈수록 재밌어지기 시작했어.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구일까? ...가엘파이스? 엘리시움? 외지인? 아니면... 나?



리오벡 : 아하하하하!










매튜 : 익숙한 어둠...



매튜 : 나는 이 어둠 속에서... 얼마나 있었던 걸까?



매튜 :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종종 내 눈앞에 이렇게 끝없는 어둠이 펼쳐져 있곤 했지...



매튜 : 모험을 떠나던 그날 아침과... 젤다와 만났던 그 날 밤... 그리고 그녀와 헤어진 때에도...



매튜 : 이런 평온함은 정말 오랜만이야. 어쩌면 나는 어둠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걸지도...



??? : 정신 차려!



??? : 매튜!




매튜 : 어째서 이런 곳에 사람이!?




매튜 : 젤다... 네가 날 구해준 거야?



젤다 : 오해하지 마, 매튜. 젤다는 너를 죽이고 강습 칼날을 빼앗으라는 임무를 받고 왔을 뿐이야.



젤다 : 네 목숨은 젤다가 가져가는 것에 의미가 있으니까.



매튜 : 크윽... 하지만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야. 주변이 온통 독기로 가득해, 우리 둘 다——



젤다 : 매튜... 너와 젤다, 우리 모두 인간이 아니야.



젤다 : 우리 몸속에는 마족의 피가 흐르고 있어. 여기가 어떤 곳인지 잊은 건 아니겠지?



매튜 : 이역신... 의 흔적이었지. 그렇다면 여기는 카오스의 힘이 남아있는 흔적이란 말이야?



매튜 : 그래서 이곳에 퍼져있는 독기는 마족의 피가 흐르는 내게 아무런 효과가 없고? 정말 아이러니하네... 처음 모험을 떠날 당시만 해도,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마을의 소년 중 하나였는데...



매튜 : 그래서 왜 온 거야? 예전에 분명, 나는 네가 더는 싸우지 않게 할 거라고 했잖아.



젤다 : 그런 말 하지 마, 지난번 처럼 그런 말로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



젤다 : 이 골짜기 아래는 그야말로 자연이 만든 결투장이라고 할 수 있어, 이곳이 바로 우리 운명의 종착지가 될 거야!



매튜 : 아니, 아니야!



매튜 : 우리의 운명은 이런 곳에서 끝나지 않을거야! 예전에 네가 나를 조종하던 혼돈을 베어냈듯이, 오늘 나는 이 검으로 네가 더는 마검의 꼭두각시가 되지 않게 하겠어!



매튜 : 젤다... 이제는 나도 사정 봐주지 않을 거야. 과거의 너를 위해서라도.



젤다 : 쓸데 없는 소리는 그만 해!









젤다 : 나는 만들어진 도구고, 도구는 자신의 사명을 다해야 그 의미가 있어.



매튜 : 절대 너는 도구 따위가 아니야. 비록 마검 때문에 탄생했다지만, 나는 네가 누구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어!



매튜 : 기억을 떠올려, 젤다!






젤다 : 어째서야... 분명 같은 검을 가지고 있는데, 어째서 나는 너를 이길 수 없는 거냐고!



매튜 : 젤다... 너는 망설이고 있는 걸.



젤다 : 으윽...!



마음의 소리 : '젤다는 매튜가 보고 싶어...'



마음의 소리 : '매튜를... 해칠 수는 없어!'



젤다 : 그만해... 더는 나를 방해하지 마! 나는 알하자드의 사자고, 만들어진 존재야!



젤다 :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나같은 피조물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젤다 : 나는 이미 한 번 실패한 몸... 주인도 두 번이나 실패하는 것을 용납하진 않을거야!



마음의 소리 : '하지만 젤다는... 매튜가 제일 좋은걸!'



젤다 : '젤다'라는 건 그저 코드네임일 뿐이야! 나는 네가 아니야, 내게 저 소년에 대한 쓸데 없는 감정 따윈 없어...!



젤다 : 나는 너같은 유령 따위에게 조종당하지 않을 거야!




웨탐 : 훌륭하다.



웨탐 : 이것으로 네가 지난번의 피조물보다 우수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매튜 : 웨탐!



웨탐 : 솔직히 조금 의외였다, 또 다른 나. 아샤메르의 그림자를 쓰러뜨릴 수 있었던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어.



웨탐 : 힘으로 따지자면 너와 나의 차이는 이제 굉장히 좁혀졌다 할 수 있겠지.



웨탐 : 그래서 너를 지탱하는 것이 대체 뭐지? 빛을 향한 신념인가, 아니면 이... 소녀를 되찾고자 하는 마음인가!



매튜 : 어째서냐, 웨탐! 어째서 매번 젤다를 이용하고, 이런 방식으로 내 마음을 흔들려는 거냐!



매튜 : 하지만 네 뜻대로 되진 않아!



매튜 : 젤다가 나와 있었던 일을 기억하든 못 하든 상관없어... 나는 포기하지 않고 젤다를 데려가겠다!



웨탐 : ...



웨탐 : 너는 내 고충을 모른다, 매튜.



웨탐 : 하나의 육체에 두 개의 영혼이 있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특히나 그녀 때문에 발목이 잡혀있는 상태라면 더더욱 그렇지.



웨탐 : 원래라면 나약한 영혼을 가진 마물은 알하자드의 절대적인 힘 앞에서 소멸하거나 굴복해야 한다.



웨탐 : 하지만 '그녀'는 예외였지... 너와의 인연이 너무 강력해서 굴복하지 않은... 예외였다.



매튜 : 그러니까 네게 있어 젤다는, 그저 거슬리는 영혼뿐이라는 거잖아!



웨탐 : 어쩌면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이제 나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했다. 만약 내가 너희의 유대를 끊어낼 수 없다면...



웨탐 : 네 손으로 끊게 하는 것은 어떨까?



웨탐 : 너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육체에 영혼을 담는다면...



웨탐 : 어떻게 될까?



젤다 : ...



웨탐 : 또 다른 내가 너무 약해서 싸우다 죽어버리기라도 한다면, 남은 영혼 역시 저항할 의지를 잃어버리겠지.



웨탐 : 혹은 네가 지금처럼 빨리 강해져서...



웨탐 : 그녀를 죽이는 날이 올지도 모르고. 그리고 만약 그런 날이 있다면...



웨탐 : 나는 그 날을 오늘로 정할 것이다!




웨탐 : 나의 피조물아, 알하자드의 힘으로 녀석을 쓰러뜨려라!



매튜 : 안돼... 젤다, 제발 정신 차려... 너는 피조물 따위가 아니야! 살아있는 인간이라구!



젤다 : 매튜... 주인...










매튜 : 베르너 씨... 내게 더 강한 힘을 빌려줘...



웨탐 : 흐음... 그래, 그거다, 매튜. 힘을 갈구해라... 그리고 네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없앴다는 고통 속에 몸부림쳐라!



웨탐 : 가라, 젤다!




웨탐 : 으하하하!



웨탐 : ...으음?



젤다 : 앗! 어떻게...!



매튜 : 이 힘이 동료를 향할 거라고 생각한 거냐! 그건 네 망상일 뿐이다, 웨탐!




웨탐 : 무슨!



매튜 : 젤다를 조종하는 너의 힘은 이미 어느 정도 약해진 상태였지. 그래서 너는 어쩔 수 없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 그 힘을 유지하려 한 거야. 내 말이 맞겠지?



웨탐 : 쳇...



매튜 : 이제 네가 젤다에게 건네준 무기도, 네 힘도 모두 약해졌을 터!



매튜 : 정신 차려, 젤다!



웨탐 : 잠꼬대는 그만해라! 저 나약한 영혼은 육체를 유지할 수 없... 아니, 이게 무슨!



매튜 : 젤다는 코드네임일 뿐이고, 지금 그녀는 과거 나와 생사를 함께한 동료가 아니야.



매튜 : 하지만 나는 그녀가 마족의 꼭두각시가 되는 걸 원치 않아!



젤다 : 매튜...



웨탐 : 으하하하! 잘했다... 또 다른 나!



웨탐 : 내가 이런 낭패를 보다니... 나도 너무 나약했던 것 같군.



웨탐 : 다른 자의 힘을 빌리려 했다는 것은 내가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방증일지도 모르겠구나.



웨탐 : 하지만 그렇다고 네가 '젤다'와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마라!




웨탐 : 실패한 피조물... 알하자드의 이름으로... 내 육체로 돌아와라... 다시 한 번 나와 하나가 되는 거다!



매튜 : 뭐라고! 안돼! 젤다!






매튜 : 웨탐...! 오늘이 바로 네 제삿날이다!



웨탐 : 이런 순간에도 더욱 강해지고 영리해졌구나, 또 다른 나!




웨탐 : 설마하니 피조물에게 배신당하고, 또 다른 나에게 기습을 당하는 날이 올 줄이야, 하하하!



웨탐 : 잘했다, 또 다른 나. 오늘은 너의 승리다. 반복되는 싸움 속에서 드디어 승리를 한 번 거머쥐는구나!



웨탐 : 마치 혼돈과 빛의 싸움처럼!



매튜 : 그게 무슨 소리지!



웨탐 : 내 말은...



웨탐 : 이 장난감과 함께 짧은 순간의 승리를 즐겨두라는 뜻이다!




젤다 : 매튜... 네가 날 구해준 거야?



매튜 : 내, 내가 녀석을 물리쳤어... 웨탐을 물리쳤다고... 내, 내가...



젤다 : 나는 대체 누구일까... 난 대체 무슨 존재지? 젤다? 소년을 사랑하는 소녀? 마족의 암살자? 살육 병기? 아니면 영웅의 동료...?



젤다 : 이 모든 것은... 으윽!



젤다 : 아니, 나는 이런 게 아니야!



매튜 : 정신 차린 거야... 젤다? 우선, 여기를 빠져나가... 으윽...



젤다 : 아니, 나는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걸. 지금은 너와 함께 갈 수 없어, 매튜.



젤다 : 그래도 더는 알하자드의 꼭두각시가 되진 않을거야. 이건 확실해.



젤다 : 하지만... 그렇다고 너와의 달콤한 추억을 가진 그 소녀가 될 수도 없어.



젤다 : 정말 미안해, 매튜.



젤다 : ...매튜?



매튜 : 제엘... 다...



젤다 : 벌써 의식을 잃은 거야...? 느리긴 하지만 이곳의 독기에 영향을 받은 거구나.



젤다 : 우선 여기를 빠져나가야겠어!



??? : ...쌍검의 계승자여, 겨우 찾았군요.



젤다 : 누구?



지온 : 그렇게 놀랄 필요 없습니다. 저희는 나이트 엘프, 이곳의 독기는 저희에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죠.



젤다 : 너는 추격하던 란차인이잖아!?



젤다 : 크윽... 잘도 이런 순간에...



지온 : ...우리 사이에 많은 오해가 있긴 하지만, 제 목표는 당신이 아니라 저 소년입니다.



젤다 : ...아니, 안돼!



지온 : 스스로 인지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이런 순간에서도 본능적으로 저 소년을 감싸고 있군요.



젤다 : 그야 조금 전 매튜가 날 구해줬으니까!



지온 : 당신의 속마음이 어떻든 상관없습니다. 저는 두 사람을 란차로 초청하고 싶습니다.



지온 : 그것도 포로가 아닌...



지온 : 가엘파이스의 구원자로서.







이역신의 흔적



??? : 신의 사자님... 보기 드물게 낭패를 당하셨군요.



??? : 잠시만 기다려주시지요,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웨탐 : 낭패라... 흥, 네 예견 속에도 이런 모습이 보였었나? 예전 보젤도 과거의 피조물에게 물어뜯겼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웨탐 : 서로 배척하고 싸우는 건 우리 마족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그저 빛과 어둠의 투쟁으로 포장해 또 다른 나는 그 잔혹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 뿐...



웨탐 : 녀석과 그 미숙한 소녀 모두 우스울 정도로 어리석은 존재지.



??? : 원하신다면 제가 사자님을 위해 그 소녀를 제거하겠습니다.



??? : 두 사람 모두 란차 지휘관에게 구조되었을 겁니다.



웨탐 : 제거한다고? 아무 의미 없는 짓이야. 그 영혼은 결국 내 주변을 맴돌게 될 거다.



웨탐 : 그 소녀는 새로운 길을 걷겠다고 했지만, 그게 그녀가 우리의 계획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인 건 아니다.



웨탐 : 정말이지 순진하다니까... 마치 또 다른 나처럼.



??? : ...하지만 그녀는 예언에 나타난 적 없는 존재입니다.



??? : 그런 변수가 우리 주인의 미래에 어떤 요소로 작용할지는...



웨탐 : 흥, 체스판 위에 체스 말이 하나 더 늘어난 것뿐이다.



웨탐 : 하지만 이번 체스 말은 카오스가 직접 내려놓은 거지.



웨탐 : 좋아, 이제 곧 클라이맥스에 다다를 거다. 준비해두도록.



??? : 알겠습니다, 사자님.








란차 수해



란차 나이트 엘프 : 젤다 씨, 지금 란차를 떠나시게요? 매튜 씨가 깨어난 후 같이 가는 것 아니었나요?




젤다 : 그럴 수는 없어. 그러니 매튜에게 마광 칼날은 내가 가져간다고 전해줘.



젤다 : 검이 이상하게 떨리고 있어, 이 검을 남쪽으로 가져가야 해. 거기에서 무언가가... 검과 젤다를 부르고 있어.



란차 나이트 엘프 : 매튜 씨가 깨어나면 슬퍼할 겁니다.



젤다 : 적어도 지금 젤다는 매튜가 그리워하는 그 젤다가 아닌걸...



젤다 : 과거의 젤다는 마검의 영혼이자 매튜의 연인이었지만... 똑같이 젤다라고 불리는 나는 대체 누구인 걸까?



젤다 : 이 점이 젤다를 힘들게 해. 마치 젤다의 마음이 두 개로 갈라진 것 같아.



젤다 : 어쩌면 젤다가 마음의 소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면 그게 진정한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젤다 : 빛이든 어둠이든 상관없어. 지금 나는 나만의 운명을 찾고 싶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