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수해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온 악의가 다가오고 있다.






황금성 내부



란차 사령술사 : 국왕 전하, 그 네 명의 이방인이 이미 수해 가장자리로 들어왔습니다. 다만 페랄 출신의 꼬마 말고도 자료에는 언급되지 않은 소녀가 한 명 더 있습니다.



리오벡 : 으음... 드디어 왔군. 아아, 어찌 이리 굼뜬 건지. 이미 못 견디게 지루할 지경이야.



란차 사령술사 : 그렇다면 이제... 어찌해야겠습니까? 영혼 인형으로 기습할까요? 아니면 녀석들의 정신을 조종합니까?



리오벡 : 호오? 네 의견은... 딱히 창의적이지 않은 것 같은데? 어쩌면 네게... 좀 더 생각하기 좋은 환경이라도 조성해줘야 하나...



리오벡 : 으음, 원한다면 특별히 너를 영혼 인형을 다루는 곳으로 보내주마. 그곳이라면 말할 줄 모르는 시체들 뿐일 텐데, 어떠냐?



란차 사령술사 : 저, 전하!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옵소서.



리오벡 :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 같구나, 어디 한 번 들어볼까?



란차 사령술사 : 처, 척후의 보고로는 그 이방인들에겐 마나를 무기로 다루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을 쓰러뜨리기 전에 우리가...



리오벡 : ...



란차 사령술사 : 저, 전하?



리오벡 : 그런 사실이 있었다면 진작에 보고했어야지, 네 충성심이 의심스럽구나.



란차 사령술사 : 저, 전하! 부디 자비를!



란차 사령술사 : 제가 나이트 엘프를 데려가서 그들과 접촉, 그들을 황금성으로 데려오겠습니다!



리오벡 : 흐음... 네가 영혼 인형이 될 지 아닐지는, 네가 어떻게 임무를 완수하느냐에 달려있을 줄 알아라.



란차 사령술사 : 바,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리오벡 : 아, 그래! 그러고 보니 녀석들이 북쪽의 페랄에서 왔다고 했었지.



리오벡 : 그 반역자 놈들은 언제나 북쪽 수해에 숨길 좋아하지 않았나? 우리 손님들에게 보기 흉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 가는 김에 그곳도 정리하도록.






란차 수해



베르너 : ...하압!



베르너 : 역시 소문대로 무성한 수해인데... 너무 빽빽해서 하늘을 가릴 정도야.



마리안델 : 가엘파이스의 마는 원래부터 활발했으니까... 특히나 이곳의 마나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그 농도가 짙어, 이런 곳은 처음이야.



비라쥬 : 확실히 보기 드문 경우긴 해. 하지만 마나가 지나치게 활발하면 이곳에 좋을 것이 별로 없다. 이렇게 뜨겁고 습한 환경이건만, 마치 마족의 서식지처럼 어둡군.



리코리스 : 확실히... 과거 벨제리아와 비슷하네요. 인간이 살기엔 그리 적합한 곳이 아니에요.



쥬다 : 그래서 란차인이 끊임없이 군대를 보내 노람과 페랄을 침공하는 거겠죠.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살다니...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든걸요.



쥬다 : 으음... 마리 누님, 그런데 왜 천으로 코와 입을 막아야 하는 겁니까.



마리안델 : 지나치게 어두운 탓인지, 수해 아래층에 넓은 독 늪지대가 형성됐어. 그리고 늪에서 퍼진 독기가 수해 곳곳에 퍼져있고.



마리안델 : 농도가 그리 짙은 건 아니지만, 대비를 소홀히 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을 침식할 거야.



브렌다 : 란차인은 이런 곳에서 사는 거야? 그들에 관한 어둡고 잔인한 소문이 대륙 곳곳에 퍼져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어.



쥬다 : 하지만 너무 더운 걸요. 숨조차 쉬기 힘들어요... 잠시 벗으면...



쥬다 : 어... 어?



쥬다 : 뭔가... 굉장히 달콤한 냄새가...



마리안델 : 달콤한 냄새라고? 그럴 리가...



베르너 : 이런... 이건 환각제야! 모두 싸울 준비해!









브렌다 : 냄새가 위에서부터 나오고 있어, 누군가 나무 위에 숨어있는 거야!



쥬다 : 쳇... 어두운 곳에서 기습이라니, 역시 란차인다운 방식이네!



??? : 이곳에서 떠나라!




비라쥬 : 습격해오는 각도가 변했다! 위가 아니라 온 사방이군, 포위당했어!



브렌다 : 포위라니... 그럴 리가! 분명 아무도 보지 못했는데...



비라쥬 : 나무의 그림자와 퍼져있는 덩굴, 그리고 늪지까지... 우리가 가보지 못한 모든 곳에 녀석들이 있을 수도 있어!



베르너 : 조심히 나아가야겠는걸...




쥬다 : 이대로 가다가는 적을 발견하는 건 둘째치고, 제대로 싸울 수도 없잖아요!



??? : 어서 꺼져라!



리코리스 : 적이 어두운 곳에 숨어있다면... 제가 가진 힘으로 저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만들어야겠어요!




마리안델 : 리코, 그 힘을 사용할 필요는 없잖아!



리코리스 : 우리가 동료라면 저도 여러분을 도와야 해요. 지금 저는 성스러운 빛의 힘을 다루지 못하니,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야죠!



리코리스 : 하압!





란차 백성 : 으윽...! 저건 대체 뭐하는 녀석이야!



란차 나이트 엘프 : 저 여자가 다루는 힘은 리오벡 가문이 영혼 인형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힘과 매우 비슷해. 설마... 이곳도 리오벡의 사령술사들에게 발견된 건가!



란차 나이트 엘프 : 반드시 녀석들을 쓰러뜨려야 해!



리코리스 : ...아직도 도망치지 않았다고요? 그러면 다시 한 번...



베르너 : 그만해, 리코! 저들의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충분해! 더는 무의미한 사상자를 낼 필요 없어!



베르너 : 복장을 보니 군인이 아니야. 그리고 중간마다 평범한 백성들도 끼어있어, 무차별적인 공격을 해선 안 돼!



마리안델 : 리코, 당신의 상태가 또...



마리안델 : 베르너, 여기는 당신과 쥬다에게 맡길게. 나는 리코의 상태를 살펴야겠어!



베르너 : 맡겨줘!



쥬다 : 좋아, 베르너 씨! 이제야 겨우 함께 싸울 수 있겠군요!



베르너 : 요즘 꽤나 성장했더군. 이제 수련의 성과를 보여봐!






란차 백성 : 리오백 가문... 너, 너희의 통치도... 얼마 남지 않았다...



베르너 : 아까부터 비슷한 말을 하는군. 이봐, 당신들 지금 오해하고 있는거야! 우리는 애초에 리오벡인가 하는 자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당신 란차인을 적으로 삼아야 할 이유 따윈 없어.



베르너 : 당신... 란차의 백성인가?



란차 백성 : 당신들... 리오벡의 부하가 아니라고? 그러면 어째서 여기에...



란차 백성 : 세, 세상에! 여, 영혼 인형이다! 어서 도망쳐!



거대 영혼 인형 : 크오오오--!



쥬다 : 저게 그 소문으로 듣던 란차 왕실의 사병... 적의 유해로 만든 거대한 괴물인가!



쥬다 : 어째서 이런 곳에!



베르너 : 영혼 인형이라... 사령술의 산물인가? 저런 것들은 애초에 피아를 구분할 수 없을 텐데! 저런 괴물을 평범한 백성들이 출입하는 구역으로 보내다니, 대체 무슨 속셈인 거지!



베르너 : 영혼 인형을 막아야 해, 저것들이 방금 주민들과 마주하기라도 한다면 상상도 못할 결과를 불러올 거야!






쥬다 : 이, 이걸로 끝이겠지... 정말 역겨워, 검에서 악취가 나는 것 같잖아... 어서 가죠, 마리 누나와 합류해야 해요!



베르너 : 사령술... 예전에 만났던 그로브라는 마족이 사용하던 기술과 흡사하군... 란차 왕실의 군대가 이런 것일 줄이야.



베르너 :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란차 사령 술사 : 누가 감히 내 귀여운 영혼 인형을...!



쥬다 : 전쟁 병기를 백성들이 사는 마을로 보내다니, 돌아버리기라도 한 거냐!



란차 사령 술사 : 호오? 당신들... 리오벡 전하의 손님이군요. 베르너 씨, 그리고 마리안델 씨.



란차 사령 술사 : 란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베르너 : 당신들의 환영 방식은 이런 식인가? 정말 역겹기 짝이 없군.



란차 사령 술사 : 후후... 타지에서 온 이방인이시니 우리의 방식을 이해 못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요.



란차 사령 술사 : 란차는 대대로 리오벡 가문의 위대한 통치 아래에서 가지를 뻗쳤습니다. 우리는 그저 리오벡 님의 뜻을 펼칠 뿐...



마리안델 : 백성을 박해하는 이런 방식이 통치 방식이라는 건가요? 저는 납득할 수 없어요!



란차 사령 술사 : 오해하고 계시군요, 마리안델 씨. 이 자들은 선량한 백성이 아닙니다.



란차 사령 술사 : 저들은 반란을 계획하는 벌레일 뿐, 그래서 여러분의 도착을 적대시하고 이렇게 환각제도 사용한 것 아니겠습니까.



란차 사령 술사 : 저자들야말로 진정한 악의 무리라고 할 수 있지요!



베르너 : 반란이라... 하지만 저들은...



란차 사령 술사 : 됐습니다, 베르너 씨. 당신도 잘 알지 못하는 일이라면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란차 사령 술사 : 여러분이 품은 의문은 리오벡 전하께서 답해주실 겁니다.



쥬다 : 그 리오벡이라는 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데!?



란차 사령 술사 : 저와 함께 가시지요. 란차의 빛나는 심장인 황금성으로 모시겠습니다.



란차 사령 술사 : 우리의 왕께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황금성 내부



란차 사령 술사 : 전하... 전하의 뜻대로 베르너 일행을 황금성 안으로 데려왔습니다.



리오벡 : 흐음, 나중에 맞으러 가야겠군.



리오벡 : 뭔가 특이한 사항은 없었나?



란차 사령 술사 : 특이한 사항이라면... 그 마리라는 여자는 마나를 감지할 수 있는 듯 했습니다.



란차 사령 술사 : 노람인의 능력과 매우 흡사한 것이... 혹시 스파이가 아닐까요?



리오벡 : 아니, 그 여자가 겪은 일은 노람인의 별것 아닌 요술보다 훨씬 끔찍한 것이다.



리오벡 : 어떤 의미로는 그 여자와 리더인 베르너라는 남자, 우리가 부리는 시체 노예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존재라고 할 수 있지.



란차 사령 술사 : 그, 그들이... 영혼 인형이라는 말씀입니까?



리오벡 : 비유일 뿐이다. 저들은 모종의 개조를 받은 탓에 정상적인 사람을 아득히 초월한 수명을 갖고 있지. 후후, 대체 누가 저렇게까지 한 건지 흥미롭군.



리오벡 : 하지만 가장 이상한 건 저들이 아니야.



란차 사령 술사 : 전하의 말씀은...



리오벡 : 후후... 그 백발 소녀 말이다... 그녀가 지닌 힘은 대체 뭘까?



리오벡 : 이 대륙에 저런 혼돈의 힘을 다루는 자가 있다는 건 듣지 못했는데... 신이시여, 어째서 다른 자에게 힘을 허락한 겁니까...



란차 사령 술사 : 전하... 전하의 말씀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리오벡 : ...가서 연회 준비를 하도록.



리오벡 : 이번에는... 과연 누가 신에게 반기를 든 자인지 두고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