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령의 신비로운 목소리가 거짓된 믿음의 베일을 벗겨 낸다. 배후에 감춰진 진실은 대륙에 어떤 운명을 가져올 것인가?






구름 도시



아마데우스의 사관 : 도착했습니다, 여러분. 여기가 바로 노람의 새로운 수도, '구름 도시'입니다.



아마데우스의 사관 : 아마데우스 전하의 어가는 먼저 도시에 들어갔습니다. 여러분을 머물 장소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베르너 :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도시의 위치가 참 독특하군요. 보다 따뜻한 툰드라 지대도 있을 텐데, 구름 속으로 솟아오른 산맥의 꼭대기라니...



베르너 : 정말 드문 위치입니다.



브렌다 :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아마데우스의 사관 : 선지자 님의 초청을 받은 손님이시니, 내부 사정을 어느 정도 알려 드려도 괜찮겠지요.



아마데우스의 사관 : 새로운 수도인 이 도시는 아마데우스 전하께서 우리의 국교인 '딜로이트' 교의 예언에 따라 지으셨습니다.



아마데우스의 사관 : 이 도시는 선조의 성스러운 영혼과 보다 가까워지기 위해, 그리고 예언의 목소리를 더욱 잘 듣기 위해서 이곳에 지어졌지요. 저쪽의 거목이 보이십니까? 오랜 세월 동안 선조의 영혼께서 머무르는 곳입니다.



브렌다 : 종교적인 믿음과 조상 숭배가 합쳐진 나라라니... 가엘파이스의 네 나라는 제각기 특색이 있다니까.



아마데우스의 사관 : 선조의 영혼께서 내려주시는 말씀은 틀린 적이 없습니다. 방주의 습격 역시 예언과 들어맞았지요. 물론 여러분의 방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베르너 : 물론 저도 '신앙'이나 '조상 숭배' 같은 것을 알고는 있습니다만... 그 예언이라는 것이 그렇게 자세히 알려줄 수 있다는 말입니까?



마리안델 : 음... 어쩌면 그 선지자라는 사람이 정말로 조상의 영혼과 소통할 수 있는 걸지도 몰라.



마리안델 : 그리고 아까 그 선지자가 노람 설산의 신목이 가진 힘이라면 리코리스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었지. 최대한 빨리 저 거목이 있는 곳으로 가보는 게 좋을 거 같아.



아마데우스의 사관 : 알겠습니다. 여러분의 요청은 제가 선지자님과 아마데우스 전하께 전달해 드리도록 하지요.



아마데우스의 사관 : 오늘은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브렌다 : 마리, 베르너, 너희 정말로 우리가 방주와 가엘파이스인 사이를 중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



베르너 : 적어도 설산의 환경이 방주의 군사 행동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겠지. 게다가 아레스는 지금 리코리스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어, 섣불리 군대를 이끌고 오지 못 할 거야.



베르너 : 만약 우리가 리코리스를 치료해서 계기를 마련하고, 그 계기로 방주와 대륙 국가 사이에 상호 불가침 관계를 맺게 할 수 있다면, 아레스의 계획을 억제할 수도 있겠지.



비라쥬 : 방주에서 답장이 왔다. 리코리스의 치료를 위해 노람인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군.



비라쥬 : 하지만 그들 또한 이번 일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어. 그래서 그들은 노람에게 협조하는 우리가... 조금 더 '성의'를 보여줬으면 한다는데.



브렌다 : 흠, 정말 고상한 표현이네. 분명 그 머리 좋은 재상의 솜씨겠지.



브렌다 : 우리 중 한 명이 방주에 인질로 가길 원하는 걸 거야.



베르너 : 인질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해. 역시 내가 가야...



베르너 : 아니야, 베르너. 너는 우리의 리더니만큼 위험을 자처해선 안 돼. 게다가 노람 쪽 일이 순조롭게 풀릴 거라는 보장도 없으니만큼, 너라는 전력은 이곳에 머무는 게 옳아.



비라쥬 : 마리는 신목과 소통해야 하니 빠질 수 없고...



브렌다 : 그러면 남은 건 너와 나네. 비라쥬, 툭 까놓고 말해서 너도 알다시피 나는 인질 같은 신세를 참고 견딜만한 성미가 안돼.



비라쥬 : 으음... 어쨌든 전면전에서도 나보다는 네가 낫지. 게다가 네가 방주에서 소동을 일으킬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고.



비라쥬 : 그러면 내가 가는 게 낫겠군. 내가 소형 우주선을 타고 방주로 출발하며 리코리스를 보내라고 연락하겠다.



베르너 : 그러면 이제... 저 거목에 방문할 시기를 기다리면 되겠군.






궁전 안쪽



아마데우스 왕 : 저런 이방인이 신목의 제장에 간다는 이야기는 없었거늘... 너무 위험하지 않겠나?



아단켈모 : 그건 사소한 일일 뿐이에요, 아시겠어요?



아단켈모 :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목표가 있잖아요. 그들을 체스 말로 다뤄서 단번에 우리의 계획을 실현하면 된답니다.



아마데우스 왕 : 우리의 계획을 실현한다고?



아마데우스 왕 : 아마데우스의 망령이 그 나무 안에서 우리를 방해하고 있거늘... 그 분홍 머리 여자가 눈치라도 챈다면 어쩔 셈인가!?



아단켈모 : 아마데우스의 힘은 리코리스라는 여자와 비교한다면 달빛 아래의 반딧불에 불과해요. 아시겠나요?



아단켈모 : 그 여자는 시공을 넘을 수 있는 '열쇠'이고, 게이트를 직접 열 수 있는 '촉매' 랍니다.



아마데우스 왕 : 호오? 그러니까 그 여자만 있으면 더는 나무의 영혼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을 찾을 필요 없다는 말인가?



아단켈모 : 성공한다면야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요.



아단켈모 : 흥, 아마데우스 그 녀석, 살아생전으로도 모자라 죽어서까지 우리를 방해하고 있으니... 이제야 겨우 그 녀석을 다른 영혼들과 함께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있겠네요.



아마데우스 왕 : 그렇게 된다면야 좋겠지만... 자네가 내게 그 녀석이 완전히 죽지 않고 나무에 영혼이 깃들었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하루도 편히 잔 적이 없다네!



아단켈모 : 하하! 어쨌든 당신은 찬탈자니까요. 이번 생애에서는 진짜가 되지 못하겠죠. 어쩌면 그 두려움이 '대가'일지도.



아마데우스 왕 : 이 세상에서 지금 '아마데우스'라고 불리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야! 내가 바로 진짜 노람의 왕이라고!



아마데우스 왕 : 갈아 마실 것 같으니... 고작 나무 주제에 창칼도 통하지 않고, 어떻게 건드릴 방도조차 없어... 대체 어째서인 것인지!



아단켈모 : 아주 오래전에... 츠루야인은 황야의 지식을 탐구했고, 페랄인은 전쟁의 불길에 몸을 던졌으며, 란차인은 생사와 윤회를 장악했죠.



아단켈모 : 노람인은 신탁을 기록했답니다. 그리고 그 거목이 바로 신탁을 전달하는 존재고요.



아마데우스 왕 : 신탁? 이 땅은 마족이 만든 땅이 아니었던가?



아단켈모 : ...신과 마는 초월적인 존재의 형식에 불과해요. 하나는 '질서'를 뜻하고, 다른 하나는 '혼돈'을 뜻하지요.



아단켈모 : 혼돈은 힘을 퍼뜨리며 질서를 뒤흔들어요. 그리고 질서는 희망을... 인간에게 맡기고요.



아단켈모 : 하지만 의외로... 인간이야말로 가장 약하고, 타락하기 쉬운 존재랍니다. 본래라면 신중하게 힘을 지켜야 할 인간이 유혹에 빠지고, 자신의 직책을 망각한 채... 힘에 도취되곤 하거든요.



아마데우스 왕 : 알 듯하면서도 모르겠군...



아단켈모 : 흠, 됐어요. 당신 또한 우매한 인간 중 하나니, 자신의 존재를 넘어서는 일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죠.



아단켈모 : 가서 준비하세요. 신목의 제장에서 우리는 마지막 혼돈을 맞이할 겁니다. 하하.



아마데우스 왕 : 저기... 신게서 우리에게 필승의 예언을 내려주셨나?



아단켈모 : 물론이죠.



아단켈모 : 왜냐하면... 이미 수없이 반복된 승리니까요.









아마데우스 왕 : 어서 오게, 먼 곳에서 온 손님들이여.



마리안델 : 여기가 신목의 근처... 가까이 다가갈수록 신목의 속삭임이 더 강하게 느껴져...






아마데우스 왕 : 정말 문제없는 건가? 여차하면 우선 저 여자부터 처리하는 게?



아단켈모 : ...괜찮아요. 우리의 주인공이 등장하기만 한다면, 저 여자의 존재 따윈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때가 되면 아마데우스의 영혼이 돌아온다 한들 뭘 어쩔 수 있겠어요?



아레스 : 약속대로 내가 왔다, 베르너.



베르너 : 아레스! 이번 일을 계기로 각 나라와 평화 협정을 맺고 싶다면...



아레스 : ...그건 리코리스가 약속대로 깨어난 뒤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아마데우스 왕 : 저 녀석이겠지...



아단켈모 : 엘리시움의 왕이시여, 당신의 여동생은 지금 이세계의 신이 침입한 상태입니다. 이쪽으로 데려와 주세요.



아레스 : 내가 곁에서 지켜보겠다. 만에 하나 감히 리코에게 손을 댄다면...



베르너 : 그러면 내가 가장 먼저 나서겠어!



아레스 : 으음...



아단켈모 : 선조의 영혼이시여... 부디 이세계의 신이 퍼트린 오염을 거두어주소서... 그리고 이 소녀에게... 안식을 주소서...




아레스 : 리코... 오빠가 곁에 있을 게...




베르너 : 왜 그래, 마리?



마리안델 : 아아... 느껴져... 신목이 하는 말이 변했어... 마치 고통스러운 듯, 그리고... 도움을 청하고 있어!?



마리안델 : 어떻게 된 일이지? 저 힘, 정말로 리코를 정화하고 있는 거야!?




수수께끼의 목소리 : 반드시... 막아야...



수수께끼의 목소리 : 부디... 나를 도와... 저 찬탈자와... 거짓 선지자를... 제거해주게!




마리안델 : 멈춰! 당신, 리코를 구하는 게 아니지!



아마데우스 왕 : 큭, 저년이...!



아마데우스 왕 : 여봐라! 저들을 막아라, 선지자를 방해하게 둬선 안 된다!




브렌다 : 빌어먹을, 병사를 배치해뒀어! 앞서 한 이야기랑 다르잖아, 이건 무슨 꿍꿍이야!?



아레스 : 이 자식들이...!



아마데우스 왕 : 충고 하나 하지...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아레스. 자네의 소중한 여동생이 아직 선지자의 손에 있지 않나.



아레스 : 어떠냐, 베르너! 저게 바로 너희가 지켜주겠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던 자들이다! 너희가 믿었던 건 고작 저런 것이었단 말이냐!?



베르너 : 내가 막겠어, 아레스.



베르너 : 아마데우스! 당신은 우리의 믿음을 배신했다. 어떤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짓밟은 대가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마!



아단켈모 : 저들을 막으세요, 아마데우스!





아마데우스 왕 : 눈보라 속에서 죽어라, 이방인!







아마데우스 왕 : 비, 빌어먹을... 구, 구름 도시로 가라, 가서 더 많은 병력을 불러와!



베르너 : 얼마나 많은 원군이 온들, 네 최후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마리안델 : 분노에 삼켜져선 안 돼, 베르너. 내가 나무 속의 영혼을 소환할 테니, 시간을 조금 벌어줘!



베르너 : 그래... 마리, 어떻게 해서든 우리는 리코를 구해야 해!






마리안델 : 아아... 나무 속에 갇힌 영혼이여... 부디 저의 기도에 답해주소서... 마나의 힘으로 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소서!




아마데우스 왕 : 이, 이런...!



진짜 아마데우스 : ...드디어 이곳에 다시 발을 내딛게 되었구나. 마나와 소통할 수 있는 이여, 그대의 존재에 감사한다.



브렌다 : 다, 당신 인간 맞아? 어째 몸이... 조금 이상해 보이는데!




진짜 아마데우스 :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내 육신은 진작에 사라졌고, 지금의 나는 신목의 힘으로 잠시 구 현화 된 존재일 뿐이다.



진짜 아마데우스 : 그리고 내 모습을 훔쳐간 저 가짜는 내 신분마저 빼앗아 갔구나.



아마데우스 왕 : 허, 헛소리 마라... 내가 바로 노람의 성왕 아마데우스다! 너야말로 찬탈자야! 아무도 없느냐, 녀석을 죽여라!



진짜 아마데우스 : 너와 거짓 선지자의 음모를 언제까지고 감출 수 있을 줄 알았더냐!?



베르너 : 거짓 선지자... 아단켈모를 말하는 건가?



진짜 아마데우스 : 그렇다... 그 여자는 겉으로는 신탁을 받는 행세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 대륙의 진정한 '어둠'이다!



아마데우스 왕 : 뭘 멍하니 서 있는 거냐... 쓸모없는 것들! 됐다, 내가 직접 쓰러뜨려 주마!



진짜 아마데우스 : 오너라... 선조의 의지 아래, 너의 거짓된 왕권을 부숴주겠다!





아단켈모 : ...시간을 끄는 것조차 하지 못하다니, 역시 쓰레기는 쓰레기군요...



진짜 아마데우스 : 왔는가... 아단켈모! 신탁의 영웅이 나타난 이상, 네 음모도 이걸로 끝이다!



아단켈모 : 이렇게 된 이상, 모두 죽여야겠어요...




브렌다 : 으윽... 노람인까지...!



진짜 아마데우스 : 아아... 눈과 서리의 백성이.. 용서받지 못하리라!!!





매튜 : 늦지 않았나...!



매튜 : 아레스! 리코를 구하기 위해 혼자 나섰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출발했다, 무사한가!






아레스 : 리코... 리코를 어디로 데려간 거냐!!!



아단켈모 : 후후... 이미 늦었답니다... 저의 주인... 아아...






신목 아래



아레스 : 제길...!



매튜 : 잠깐, 아레스!



매튜 : 우리의 사명이 무엇인지 잊으면 안 돼! 노람의 마나를 회수해야 한다!



베르너 : 역시 노람의 힘을 노리고 있던 건가?



매튜 :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마리안델 : 하지만...



아마데우스 : 저들이 하게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군, 아가씨. 만약 당신들이 진정 이 세계의 마나를 억제할 힘이 있다면... 부디 올바르게 사용해줬으면 하네.



베르너 : 어째서... 정말 이해할 수 없군, 이런 약탈을 어떻게 올바르다고 할 수 있겠어!



아레스 : 당신이 바로 진정한 노람의 성왕인가... 그래, 당신이 내가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있다면, 적어도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거겠지.



아마데우스 : 노람인은 옛사람의 교훈을 존중하고, 그건 바로 그 힘을 신중히 사용하는 것이라네. 이 세계에 흐르는 마나의 힘이란, 바로 여신께서 본래 가엘파이스인이 지켜야 한다고 하셨던 것이지.



아마데우스 :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며 여신의 존재는 희미해졌고, 힘을 추구하는 자는 혼돈의 힘을 지켜야 하는 책임을 져버렸어.



아마데우스 : 그들은 그것을 탐닉하기 시작했고... 그러한 모든 것이 이세계의 신에 양분을 공급해주고 있는 것일세...



마리안델 : 그러니까, 그게 바로 가엘파이스의 마나가 가진 힘의 진실이라는 건가요? 마나의 힘이 이 세계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고요...?



매튜 : 그리고 우리가 과거에 실패했던 원인이면서... 내가 반드시 막아야 하는 미래이기도 해!



베르너 : 진작부터 알고 있던 건가, 아레스?



아레스 : 그래... 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게 되었지.



베르너 : 그렇다면... 어째서 내게, 마리에게 이 모든 사실을 말해주지 않은 거지!? 어쩌면 다른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르잖아!



아레스 : 네가 이렇게 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런 결정을 내린 거야...



아레스 : 베르너, 언제나 원만하게 해결할 수만은 없어.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때때로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야.



아레스 : 하지만 너는 그렇게 하지 않고... 모두를 구하려 하겠지. 과거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마리안델 : 그래서 당신은 처음부터 그 모든 원한과 고통을 혼자 짊어지기로 했던 건가요!? 그건... 너무 잔혹한 일이잖아요.



아레스 : 잔혹하다라...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거야말로 진짜 '잔혹한 일'이겠지.



아레스 : 그만, 이제 움직일 시간이야. 엘리시움에 연락해! 이게 우리의... 마지막 행동이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