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질 더 리파 채널

원문 : https://arca.live/b/tsfiction/36389448?target=all&keyword=%EB%AC%B4%EB%8F%84%ED%9A%8C&p=1

비고 : 리뷰 + 기타


어느 정도의 간접적인 스포일러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담화꾼 작가님의 '마법소녀 질 더 리파'의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저는 글과는 아무 관련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 난잡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제 감상을 최선을 다해 전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쓸데없이 사족을 붙인 긴 글을 읽고 싶지 않은 분들은 가장 마지막만 확인하셔도 무방합니다.



프롤로고스 (prologos)


 '마법소녀물' 이라는 장르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의 꿈과 추억을 회상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겠고, 누군가에게는 그 꿈을 만들어주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도 있겠죠.

비록 저희가 어린 시절에 보던 '클래식'한 마법소녀물에서 많이 멀어져있어도, 마법소녀물이 가지고 있는 꿈과 희망, 변신과 마스코트 등의 개념은 아직까지 남아있고, 일종의 남성성을 자극하는 소재이기도 하니까요. 저 역시도 남성향 마법소녀물을 자주 접하며 커와서 그런지 이 소설의 장르가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표지의 매력에 이끌린거지, 아니면 마법소녀물이라는 익숙한 향취를 느끼기 위해서였는지, 첫 화를 보게 된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80화쯤 연재되었을 무렵 이 글을 만나게 된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처음 글을 접했을 때의 느낌은 난해함과 익숙함의 중간단계였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웹소설 내의 마법소녀가 항상 밝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지옥' 그 자체로부터 시작하고 있는 소설은 굉장히 드뭅니다. 단순히 불우한 어린 시절을 가진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어두운 밑바닥에서 스스로를 좀먹고 있는 존재를 주인공으로 서사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설계가 필요하니까요. 작가님이 이 소설을 쓰기 전 상당히 치밀하게 기획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치밀한 기획의 영향인지, 라이트하게 소비되는 웹소설과는 달리 매 화 매 화가 상당히 무겁습니다. 인물과 배경에 대한 외형적 묘사가 상당히 복잡하고, 내용을 서술한 문장 역시 한 번 읽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를 포함함 많은 사람들이 첫 화를 보고 다음화를 누르는데 거부감이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다보니 지금은 리파의 여정을 함께 응원하고 있네요.


 그런 의미에서 '마법소녀 질 더 리파'는 고전적인 마법소녀물이 가지고 있는 틀을 유지하며 어반판타지의 색채를 아름답게 녹여낸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론이 다소 길어졌지만 이제 정말 리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파로도스 (parodos)


 리파, 혹은 장이빈이라고 칭하는게 맞을까요? 

우리의 주인공은 어쩌면 왕도 소설의 주인공과는 정반대편에 있는 인물일지도 모릅니다. 

한없이 선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결단력있고... 우리가 보통 '영웅적'이라고 칭하는 인물이 가져야 하는 덕목들이겠죠.


하지만 첫 화부터 장이빈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중에 밝혀지는 그의 욕망이라던가, 1화에서 표현되는 삶의 모습, 심지어는 마법소녀라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의 우유부단함까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주인공보다는 삼류 악당에 더 어울리는 성격일 수도 있겠네요.


이러한 성격은 우리의 리파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인물에게서 드러납니다. 자신의 속마음을 외면과 완전히 단절시켜 소리없이 고통받고 있는 인물, 한없이 완벽해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부족했고 많은 것을 갈망했던 인물, 누구보다 약했기에 누구도 믿지 못했고 스스로를 아프게 한 인물까지.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그 누구도 권선징악형 소설의 완벽한 '용사'를 그리고있지 않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마법소녀 질 더 리파'의 세계는 하나의 소설 속 세계라는 느낌보다, 인물 하나하나가 살아 숨쉬며 고통받고 성장하는 우리 창문 밖에서 벌어지는 세계라는 인식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현실 속 세계에서 완벽한 영웅은 없으니까요.


마법소녀들이 그리고 있는 이 이야기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악마들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소설에서도 악역의 사연을 그리고 있긴 하지만, 마법소녀 질 더 리파의 악마들은 악역이라기 보다는 거울 속의 주인공을 보는 것 같은 감상을 자아냅니다. 어쩌면 리파만큼 선했고, 리파만큼 악했고, 리파만큼 고통받고 있던 인물들이니까요. 저 외의 다른 독자분들 역시 비슷한 느낌을 느끼셨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마법소녀 질 더 리파'의 각각의 인물은 자신만의 삶을 가지고 있는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상으로 그려집니다. 플레이어 리파가 게임을 할 동안 가만히 서 있는 npc가 아닌, 자신만의 삶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플레이어 캐릭터와 같은 느낌이죠. 그래서 각각의 인물을 통해서 하나의 사건을 다시 들여다봤을 때는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죠.



에페이소디온 (epeisodion)


 전투, 살육, 사랑, 죽음, 피폐, 성장, 시련, 전쟁...


'마법소녀 질 더 리파'는 수많은 사건들과 인물들이 서로 뒤섞이며 '질 더 리파'라는 하나의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붉은색과 검은색, 푸른색과 하얀색, 분홍색, 노란색, 갈색... 

팔레트에 수많은 물감을 뒤섞으면 보통은 검은색이 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팔레트는 수많은 색이 놓였음에도 각각의 색이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질 더 리파의 가장 큰 매력이자 가장 큰 단점이 바로 이 오묘한 조화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갖춘 수많은 꽃들이 피어있는 화원을 보며 누군가는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도, 누군가는 난잡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테고 후자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 글에 다소 거부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법소녀 질 더 리파'가 난잡한 색채를 마구잡이로 섞어놓은 글인가, 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인물들을 얽히고 사랑하는 과정, 주인공이 주변 사람들과 교류하며 성정하는 과정, 주인공과 악의 세력간의 긴장감 넘치는 전투 등 각각의 에피소드는 따로 보아도 주제적 완결성을 갖추고 있는 하나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주제 전체를 관통하는 플롯을 따라서 진행하는 서사를 따르고 있죠. 


문장 하나하나의 작가만의 세상이 한꺼풀씩 펼쳐지고 있다보니, 수많은 상징이나 미처 눈치채지 못한 떡밥들이 글 곳곳에 자리매김하고 있고, 꽤 소설을 열심히 본다고 생각하는 저도 1화부터 정주행을 하다보면 "이런 내용이 있었나?" 하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처음보는 독자들에게는 이 난관이 더 크게 다가올테고, 패스트 컬쳐로써 소비되는 경향이 강한 웹소설 시장에서 주류가 되는 흐름은 아니기에 신규 독자층이 유입되는데 어느 정도 난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각 막이 종결되었을 때 완성되는 그림의 매력이 있기에 꾸준히 보고 있는 독자층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설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소위 리격탄이라고 불리는 게임 장르가 있죠. 신규 유입이 극단적으로 적지만 기존 유저층은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단합력도 뛰어납니다. 소설계의 리격탄과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모르겠네요.




엑소도스 (exodos)


 그래서 결국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냐? 

 

 사실 리뷰글은 기존 독자층에게 '아 다른 사람은 이런 방식으로 글을 읽었구나' 를 느끼게 하는 기능보다는 신규 독자층에게 '이 소설은 이런 내용이구나' 를 알려주는 기능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결말은 짧게 요약하겠습니다.


 처음엔 다소 난해할 수 있으나, 읽을수록 질 더 리파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글 자체에 쏟는 노력도 굉장하기 때문에 질 더 리파만의 색깔을 이해한 순간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겁니다.






 각 파트의 제목은 그리스 비극의 구성에서 따왔지만, 이 소설은 비극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부족한 리뷰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앞으로도 작가님의 글을 보는 것을 낙으로 살았으면 좋겠네요. 


 부족한 리뷰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그리고 훌륭한 글을 써주신 담화꾼 작가님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