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모든 전쟁을 끝낼 전쟁이라 불릴 만큼 참혹함 그 자체였던 1차 세계 대전이 끝을 향해 가던 1918년, 그 중에서도 아비규환 그 자체였던 참호전의 연속이던 서부 전선에서 영국과 프랑스를 도와 참전한 미군은 독일 제국군을 완전히 끝장 내기 위한 뫼즈-아르곤 공세의 서막으로 생미이엘 전투를 벌이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상병 한명이 혜성 처럼 등장해 단신으로 M1917 엔필드 볼트 액션 소총과 M1911 자동 권총 1자루 만으로 25명을 사살하고 무려 1개 중대에 맞먹는 132명의 병력을 포로로 생포하는 둘도 없을 전설적인 전과를 남기며 수훈 십자장과 명예 훈장을 포함한 50개에 달하는 훈장 까지 탄 전설의 영웅 그 자체가 되니, 그의 이름은 바로 앨빈 C. 요크였다.

그런데, 이런 영웅의 이름을 따와 만들어졌다기엔 어처구니 없을 만큼 참담한 수준의 괴작 무기가 있으니, 바로 제대로 된 고민 없이 좋아 보이는 성능 하나만 보고 무기를 만들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사례이자 어물전 망신을 꼴뚜기가 시키듯 참전 용사 망신을 시킨 자주대공포, M-247 서전트 요크 자주 대공포 되시겠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미군은 소련의 23mm 4연장 자주 대공포 ZSU-23-4에 자극받아 지상에서 작전하는 전차와 장갑차를 포함한 기갑부대를 호위해 줄 자주 대공포인 M-163 VADS를 개발해 배치한다. 가벼운 APC인 M-113 장갑차 위에 간단한 레이다에 M-61 20mm 6연장 개틀링포를 장착하고 전기 모터로 구동되는 개방형 유인 포탑을 얹은 이 간단한 자주 대공포를 꽤나 요긴하게 사용했던 미군이었지만, 시간은 이들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흐른 70년대, 소련에선 신형 무장헬기 Mi-24 하인드가 등장하면서 소련 육군도 이제 미 육군 대공포 사거리 밖에서 AT-6 스파이럴 대전차 미사일을 날리며 미군 기갑 부대에 중대한 위협을 줄 수 있다는 걸 미군도 깨닫게 되었다. M-163 VADS는 신형 M-1 에이브럼스와 M-2 브래들리를 호위하기엔 서스펜션과 파워 트레인이 너무 약해 기동력도 떨어졌고, 개방형 포탑은 사수를 위협에 노출되게 만들었으며, 없는 것 보다 조금 나은 정도에 불과한 저성능 레이다와 20mm 개틀링도 원거리에서 대전차 미사일로 공격하는 무장헬기를 상대하기엔 사거리도 너무 짧고 반동을 감당할 수 없는 가벼운 차체 탓에 높은 연사력을 50% 밖에 활용할 수 없었다.

그렇게 사거리도 길고 방호력도 더 뛰어난 신형 자주 대공포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된 미 육군은 스페리 랜드, GE, GD, 레이시언, 포드 에어로 스페이스가 경합하는 차기 자주 대공포 사업인 DIVAD 계획을 진행하게 된다. 이 사업에서 최종 선정된 것은 M-48 패튼 전차 차체에 외를리콘 KDA 35mm 쌍열 기관포, Mk.15 팰렁스의 사통 장치 와 관제 시스템을 탑재한 GD사의 XM-246을 누르고 채택 된 동일 차체에 보포스 40mm 쌍열 기관포와 F-16 전투기의 레이다를 사통으로 얹은 포드사의 모델인 XM-247이었다.

시대가 흐르고 기술이 발전한 만큼 VADS 와는 현격한 성능 차이가 있었다. 차대는 근본이 1세대 주력 전차로 쓰이던 M-48 패튼으로 적 공격 헬기의 기총과 로켓탄 정도는 쉽게 막는 상당한 방호력을 지녔고 조악한 연비로 인한 짧은 항속거리로도 악명높은 휘발유 엔진도 디젤 엔진으로 개선되었다. 전간기 시절 부터 2차 대전을 거쳐 현재도 절찬리에 세계 곳곳에서 사용중인 걸작 스웨덴 보포스제 40mm 기관포를 연사 속도만 1문당 330rpm에서 300rpm으로 조금 낮춰 반동을 억제한 모델을 탑재해 사거리와 화력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자랑거리는 XM-200A 사통장치였다. 미군의 4세대 주력 전투기 F-16에도 쓰인 AN/APG-66 MSA 화력 통제 레이다를 통해 전자동으로 작동하며 승무원이 전원을 켜고 교전 결심만 하면 알아서 목표물 포착, 추적, 피아식별, 사격 우선 순위 지정, 탄종 선택, 발사 타이밍 까지 맞춰 사격 까지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당대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글자 그대로 괴물이었다. 이런 뛰어난 성능에 미 육군의 기대는 날로 높아만 갔지만, 이때 그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들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고성능이 역으로 발목을 잡는 패착으로 다가오리라는 사실을.

잘 나갈 것만 같았던 M-247은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적군을 향해 백발 백중 사격 실력을 뽐냈던 요크 병장과는 달리 1982년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프로토타입 테스트 도중 표적이 아니라 생뚱맞게 관람석에서 잘 보고 있던 관객들과 군 당국 고위 관계자들을 조준하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일(불행 중 다행으로 경상으로 그쳤다.)을 저지르는 걸 시작으로 우여곡절 끝에 양산 되었지만, 이 결함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나무 더미와 헬기를 헷갈리고 옥상 근처 환풍기 같은 클러터를 레이다가 전혀 걸러내지 못했다 (이 전까지 알려져 있던 화장실 환풍기 조준설은 낭설). 물론 미군도 결함을 어떻게든 고쳐서 명중율을 높혀 보려고 노력은 해 봤지만 결국 결함 해결이 전무한 탓에  85년 생산 라인을 폐쇄 할 때 까지 생산된 전체 수량은 겨우 50대에 그쳤고, 그 마저도 전시용 몇대를 제외하고 결국 대다수가 공군의 지상 타격용 표적으로 소모 되었다.

그럼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근본적인 원인은 다름아닌 레이다였다. 이 레이다는 앞에서 언급했듯 섬세한 항공기에 들어가는 화력 통제 레이다로 험지를 주파하는 궤도 차량에 장착될 물건이 아니었다. 게다가 장애물이 없는 공중과 사방이 장애물 천지인 지상에서 잡히는 클러터의 숫자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고 이걸 걸러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요원한 상태였다. 결국 적절한 소프트웨어의 개발만 제대로 이루어 졌더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었을 개발이 제대로 된 연구도 하지 않고 무작정 성능 좋다고 전투기 레이다를 달아 버린 성급한 행동의 말로였다. 

여기에 더해, 미 육군 입장에서 세계 최강이라 제공권 장악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미 공군이 있는 마당에 굳이 고성능 야전 방공망이 필요하냔 의문이 더해져 끝내 후속작 개발 마저 느리빼며 M-163을 무려 21세기 초반 까지 운용하다가 퇴역 시켰다. 또 이후에 나온 M-2 브래들리 기반의 M-6 라인베커 대공 장갑차 마저도 냉전 종식 이후 실전에서 쓸 이유가 없다고 전량 일반 브래들리로 전환해 버리며 험비에 스팅어와 M-3P 12.7mm 기총을 얹어 놓은 AN/TWQ-1 어벤져가 야전방공 체계의 전부였었다. 그러나, 현재 탈냉전 기조가 막을 내리고 다시 고강도 전면전의 위협이 세상에 드리워지며 이제 옛날 처럼 공군력 만으로 해결을 볼 수 없게 되어 버린데다 드론 위협의 증가로 드디어 스트라이커 장갑차에 4면 고정형 AESA 레이다와 30 X 113mm 체인건에 7.62mm 공축 기관총, FIM-92 스팅어 미사일에 안티드론 목적으로 AGM-114L 롱보우 헬파이어 까지 장착한 고성능 차륜형 자주 대공포 M-SHORAD를 개발해서 2019년 부터 생산, 배치하게 되었다. 만약 M-247 개발이 오늘날에 제대로 진행 되었더라면, 과거 처럼 미성숙한 기술을 들이대다 취소 되는 일 같은 건 없지 않았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