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기 동안 수많은 전차들을 동원한 이스라엘군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 것도 모자라 전차 무용론 까지 등장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대전차 미사일이었다. 무게는 사람이나 작은 차량으로도 옮길 수 있는 수준이지만, 한번 발사되어 명중한다면 제 몸무게 보다 한없이 무거운 전차를 부수고 승무원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무기였다.

그런데 만약 음속의 4배 속도로 날며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도 없는, 방어 불능 그 자체나 다름없는 결전병기가 전차를 향해 날아든다면 어땠을까? 바로 오늘의 주인공, 그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색다르게 전차를 부수는 전장의 퀵실버, MGM-166 LOSAT 되시겠다.

나치 독일이 발명한 세계 최초의 대전차 미사일이었던 X-7을 보고 만들어진 소련의 AT-3 새거는 사수가 직접 눈으로 표적을 확인해 조이스틱으로 조종하는데다 비행속도도 느려 어지간한 숙련도가 쌓인 사수가 아니라면 기동중인 적 전차를 명중시키는 건 꿈도 못 꿀 물건이었다. 그러나, 이걸로 4차 중동 전쟁 초반인 1973년, 이집트군이 보병도 대동하지 않고 전차만 들이 밀던 이스라엘의 정예 기갑 부대들을 대파하면서 보병이 할 수 있는 대전차전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되며 지상전 버전 에일라트 쇼크를 각국의 군대와 방위산업계에 남기게 되었다. "탄두 앞에 구리 깔때기 씌워 놓은 조종 가능한 로켓"이 본격적으로 지상전의 조커카드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에 질 세라, 미군을 비롯한 서방군대와 방산업계도 신형 대전차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1970년대 말, 미군은 전차 사냥꾼 A-10 썬더볼트 II (단 공군이 만든 운용 개념도를 보면 F-16도 운용 플랫폼 중 하나로 고려되었던 모양이다.) 대전차 공격기에 장착될 신형 대전차 미사일이 필요해졌는데, 여기에 미 육군과 해병대가 공격헬기에 장착될 대전차 미사일을 필요로 하면서 발사 플랫폼의 FLIR로 목표물을 획득하고 레이져 유도 링크를 이용해 세미 F&F로 유도되어 노즈콘에 들어있는 중금속 관통자로 장갑판을 관통하는 공대지 초음속 대전차 미사일, HVM이 보우트사에 의해 개발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1988년 HVM 개발이 중지 되었고, 무엇보다 미 공군이 냉전 종식 이후 초음속 대전차 미사일을 공군기에 장착하는 걸 포기하면서 공대지 초음속 대전차 미사일 사업 자체가 공중 분해 되어 버리는 바람에 육군과 해병대의 수요만 남아서 새로운 지대지 미사일 사업으로 재탄생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MGM-166 LOSAT 였다. 

항공기 발사형이었던 HVM과는 달리 지상 차량 발사형으로 설계되어 탄체도 30kg에서 80kg으로 더 무거워졌고 사거리는 5km로 일반적인 전차의 전차포 사거리 보다 더 길었다. 그리고 이 미사일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바로 초음속 비행 능력이었다. 비행 속도 마하 4.3으로 F-15 전투기 보다도 빠른 이 대전차 미사일은 HVM과 마찬가지로 그 엄청난 속도를 이용한 운동 에너지 만으로 격파하는 방식 덕분에 사거리 3km, 비행속도 마하 .94의 아음속에 불과한 토우 미사일 보다 발사 지점 노출 및 포착으로 반격을 당할 위험이 압도적으로 낮은 건 물론, 당시는 물론 현재도 사용 중인 전차의 대다수의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슬랫 아머는 그냥 종잇장에 불과하고 반응장갑도 그냥 철판 쪼가리, 하드킬 APS도 헬파이어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는 물론 성형 작약을 사용하지 않는 중금속 관통형 탄두 덕에 드로즈드나 아레나 같은 물건은 물론 날탄도 잡는다는 10~20년대 기준으로도 최신예 APS인 아이언 피스트를 써서 요격탄으로 어찌어찌 맞춘다 해도 기존 대전차 미사일과는 달리 그냥 터지지도 않고 조금이라도 찌그러지면 위력이 급감하는 것도 아니라 날탄 처럼 무유도거나 그냥 가느다란 쇳덩이도 아니라서 궤도를 빗나가게 하거나 허리를 끊을 수가 없어서 그 어떤 방어 수단도 LOSAT 앞에선 그저 자동문일 뿐이었다.

또한, 토우 개량형에도 사용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제 신형 FLIR 시스템도 적용되며 기존의 유도 방식도 향상되어 한번에 두개의 유도탄 까지 유도하면서 두 표적과의 동시 교전이 가능해졌고 발사 플랫폼도 조그만 지프 따위가 아닌 M-2 브래들리, 또는 M-8 뷰포드 차대에 장착되어 중기관총 공격 쯤은 가볍게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1990년 부터 시작된 테스트를 시작으로 그 밝은 미래를 향해 걸어 나가면 될 일만 남았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보였단 말이다.

그러나 역시 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잘 나갈 것 같았던 이 사업은 92년, 기술 시연 단계로 사업 자체가 축소되고 96년엔 미 국방부에서 프로그램 종료를 권고하기 까지 하는 등 시련이 계속 되었다. 물론 이 강력한 무기를 미 육군이 쉽게 포기할 리도 없었던 터라 97년 ACTD 사업으로 간신히 살려내 진행하면서 냉전 종식 이후 비용 절감과 C-130 허큘리스를 통한 전술 항공 수송을 위해 경량화할 목적으로 4발을 쏠 수 있는 장축화 험비 기반의 차량으로 바꿔서 2002년 10월 부터 2003년 까지 발사차량 12대와 미사일 144발 (이 중 108발이 2002년 8월 추가 주문 분량) 의 저율 초도 생산 분량을 미 육군에 인도하며 2003년 화이트샌드 사격장에서, 2004년 주야간 사격과 포트 블리스에서 사용자 시험 훈련을 거치며 다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도 모를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테스트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제 미 육군에게 더 이상 이 미사일을 채용할 의지 같은 건 없었다. 미군은 이미 비용 문제로 더 작고 가벼우며 EFP 탄두를 쓰는 CKEM을 개발하기 시작한 탓에 LOSAT는 그냥 초기 저율 생산 버전 435발만 인수하기로 결정했고 심지어 이 저율 생산 버전 조차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예산으로 인해 생산할 예산 조차 할당 받지 못하고 글자 그대로 토사구팽 당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수퍼 무기를 죽인 것일까? 사실 이들이 간과한 건 단순히 이라크&아프간전 발발 같은 변수만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성형작약탄을 사용하는 통상의 대전차 미사일의 경우 폭발하면서 파편을 발생시켜 토치카, 건물, 경우에 따라선 사람(물론 미군 한정)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표적에 사격할 수 있는 범용성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폭발력도 없이 그냥 순전히 탄속을 이용한 운동 에너지로 대전차 장갑 관통력만을 바라보고 만들어진 LOSAT는 이런 목적에 전혀 부합하는 물건이 아니었다. 물론 탄속이 빠른 만큼 대공 사격 능력이 다른 대전차 미사일 보다야 뛰어났겠지만, 어차피 본격적인 지대공 미사일이 아닌 한 헬기나 무인기 같은 저속 저고도 표적 따위나 잡고 있을 대전차 미사일엔 과분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이건 기존 대전차 미사일 보다 신속히 장전해 빨리 목표물에 대응하는게 힘들었다. 길이만 3m에 이르고 무게는 헬파이어 보다 훨씬 무거워 차량 없이는 운용 자체가 불가능한 물건을 무슨 수로 빨리 장전해서 코 앞에 나타난 전차를 향해 쏠 수 있을까? 게다가 이건 포탄 처럼 영거리에서 가장 강력한 물건이 아니라 최소 사정거리가 있는 미사일인 탓에 너무 가까운 거리에선 위력이 반감 되는 등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다른 건 다 제쳐 두더라도 일단 가격이 발 당 23만 달러에 이르러 토우의 11배, 헬파이어의 2배에 이르고 LOSAT 5발이면 BGM-109 토마호크랑 비슷하고 18발은 M-1A2 에이브럼스와 맞먹는 수준이다.

그렇게 이후 진행 된 CKEM 사업은 비싼 가격에 비해 관통자 탑재 불가로 인해 대신한 EFP의 관통 성능 부족 (ERA 얹은 T-72는 잡을 수 있음)으로 인해 역시 취소되며 더 이상 미군은 초음속 HTK 대전차 미사일 사업을 진행하진 않고 있다. 그러나, 신냉전이 다시 발발한 이후 유럽을 비롯한 NATO가 군축을 접고 신무기들을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시작한 차세대 다목적 기갑차량 MGCS 사업에서 초음속 대전차 미사일 발사 차량이 확인되어 초음속 대전차 미사일의 부활 가능성이 다시 생겨나고 있다. 과연 이 미사일은 이제까지 개발 된 선대 무기들의 전철을 밟을까, 아니면 저주를 깨고 성공적인 무기로 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