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82, 자세히 보니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 명품 대물 저격총이 아니라 이름 모를 어느 불펍 돌격 소총이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이 총은 바렛의 짝퉁도 아니고 오히려 만들어진 나라도 다를 만큼 아무런 연관도 없지만 맞이한 결말은 정 반대다. 핀란드의 야심작이었지만, 비극으로 끝난 오늘의 주인공. 발멧 M82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총의 제작사인 발멧에 대해 알기 위해선 먼저 핀란드의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전간기 적백 내전으로 러시아에서 독립한 핀란드는 불가침 조약 조차 무시한 채 침공한 소련에 대항해 겨울 전쟁에서 맞서 싸웠고, 이후에도 나치 독일과 함께 소련을 상대로 계속 전쟁을 벌였을 만큼 소련과는 앙숙이었다. 하지만, 추축국 진영의 패착이 깊어지며 핀란드는 나치 독일에게서 등을 돌려 연합국으로 전향했고 전후에는 중립국을 선언하며 소련의 대서방 교역 창구로 남으면서 전쟁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한다.

배상금에 쓸 돈이 필요해진 핀란드 정부는 기존의 공장들을 하나로 합쳐서 더 큰 규모의 국영기업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그렇게 51년에 발멧사가 창설되기에 이른다. 발멧사는 민간과 군사 분야 모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기업으로 철도, 차량과 그 부품, 항공기는 물론 총기 까지 생산하던 곳으로 당연히 핀란드군의 제식 소총인 Rk 62가 이곳에서 개발되고 생산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베트남전에서 5.56mm 소구경 고속탄을 쓰는 미국의 M-16이 맹활약하자 핀란드군 역시도 5.56mm 소구경 고속탄을 쓰는 돌격 소총을 제식 채용하기로 결정하고 Rk 62를 대체할 소총 개발에 착수하기 시작하고 1978년 새로운 소총 M82가 핀란드 육군 공수부대 부터 시범 도입되기에 이른다.

기존의 AK-47의 신뢰성 높은 작동 구조를 거의 그대로 가져 온 덕택에 신뢰도와 내구도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거기에 총의 작동부를 개머리판 쪽으로 옮긴 혁신적인 불펍 구조를 택한 덕에 총열 길이에 비해 전장이 짧아지고 무게도 기존 대비 300g 줄었으며 AK 보다 연사속도도 늘어나는 등의 개선이 있었고 이는 명중율 뿐만 아니라 시가전과 근접전에서도 장점이 되었다. 그리고 기존 Rk 62가 쓰던 7.62×39mm 중간탄을 쓰는 버전 또한 개발해 두어 기존 탄약의 재고 또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었다. 이렇게만 본다면 이런 야심작 소총이 왜 실패작으로 남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지경이지만, 정말로 큰 한두개 정도의 문제가 총의 미래는 물론, 핀란드군의 미래 까지 모조리 망쳐버렸기 때문이었다.

이 총의 진짜 문제점은 의외로 총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조준기였다. 시범 운용 결과, 영점 조절과 높이 및 편차 수정이 불가능한 고정형 기계식 조준기가 총열에서 무려 3cm나 떨어져서 장착된 탓에 좌수자는 조준 자체가 불가능했고 우수자도 아무리 제대로 조준한다 해도 100m 이상 떨어진 표적 조차 맞출 수 없다는 처참한 결과가 나왔다. 물론 우수자 배려나 조준경과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쳐지게 설계한 케이스가 없진 않지만 이렇게까지 심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이쪽은 주력으로 굴릴 돌격 소총이고 그쪽은 대다수가 소수만 쓰이는 DMR 같은 용도다.

거기에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기계식 조준기야, 재설계를 하거나 아예 떼고 슈타이어 AUG 처럼 1.5배율 스코프를 붙이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기계식 조준기 말고도 이 총은 좌수자에 대한 배려가 아예 없었다. 왕복식 장전 손잡이는 사수 기준 총몸의 우측에 있는데다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었는데 이 점으로 인해 좌수자는 사격 시 움직이는 장전 손잡이에 광대뼈를 다치는 경우가 많았을 정도였다. 심지어 방아쇠는 총열에 바로 붙어있어서 많이 쏘면 총열과 함께 방아쇠 역시 달궈져 식을 때 까지 쏠 수가 없었다. 

결국 이 문제로 인해 혁신적인 불펍 소총으로 시작했던 M82는 끝내 1986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생산 중이던 민수용 포함해 2000정(이 물량의 대부분은 민수용)을 끝으로 생산이 중지되면서 초라한 말로를 걷게 된다. 문제는 이 괴작 소총에 질려버린 핀란드군 수뇌부는 5.56mm 탄약 체계의 도입 자체에 손사래를 치면서 중동이나 아프리카 마냥 여전히 7.62×39mm를 정규군의 주력 탄종으로 운용 중이고 발멧사는 이 천덕꾸러기로 인해 또 다른 소총인 Rk 76 까지 안팔리며 1986년에 아예 총기 분야에서 손을 떼 버렸고 그렇게 이 소총 하나는 모두를 배드 엔딩으로 이끌고 말았다.

그렇게 핀란드군은 냉전이 끝난 이후에도 신형 7.62×39mm 소총인 Rk 95를 도입했고 그것 마저도 경기 침체로 전군 도입을 못하고 Rk 62에 레일을 붙인 개량형인 Rk 62M3를 아직까지도 주력으로 굴리고 있다. 물론 그나마 다행인 건 특수부대나 경찰 위주로 G36이나 SCAR-L 같은 5.56mm 소총이 도입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차라리 Rk 62의 형제자매 관계인 갈릴 같은 Rk 62의 5.56mm 버전을 개발해서 도입했더라면, 이런 사단은 없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