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옆자리 괜찮아? 


너무 많이 마셨어? 


네, 물이에요. 너무 많이 마셔버렸네


훨씬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니까.


야, 너네들, 억지로 마시게 하는 거 그만해라. 


이 아이는 싫어하는 거잖아. 


술은 즐겁게 마시는 거야. 


너희들처럼 마구마구 마시는 게 아니야.


자, 자 나는 그 녀석과 둘이서만 마실 테니까. 


흠, 재앙이었어. 


아, 처음 뵙겠습니다. 


나는 이마이 유리나. 


너보다 한 살 선배야. 미안해. 


모처럼 신관에 와줬는데


어지럽혀서 미안해. 


요즘은 봉사 동아리에 들어가려고 하는 신입생은 거의 없거든. 


다양한 취미와 오락이 있는 시대니까. 


그래서 신입생이 들어온 게 다들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흥분한 것일지도 몰라. 


미안해. 내가 좀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안정이 되었나? 


다행이다, 다행이다. 


저기, 넌 왜 우리 서클에 들어오려고 했어? 


응응. 그래 그래. 


그러니까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도 운동도 아무것도 잘 안 되고, 


왕따도 당하고, 


뒤처진 삶을 살았기 때문에 


대학에서 그 정도로 자신을 바꾸고 싶었다는 거구나. 


그렇구나, 그렇구나. 


음, 촌스럽지 않아


정말 멋진 이유라고 생각해. 


이대로 계속 갇혀 있어도 괜찮을 텐데, 


남을 원망하거나 남을 괴롭히지 않고, 


오히려 남에게 도움이 되자고


자신을 바꾸자고.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니. 


쉽게 흉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자신감을 가져.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멋진 사람이야. 


사람의 아픔을 잘 아는 착한 사람인 것 같아. 


나, 너를 좋아하게 됐어. 


앞으로 잘 부탁할게. 


우리, 분명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아, 미안해. 첫 대면이라 낯설었나 봐. 


나도 평소에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 


너랑은 왠지 말하기 편하다고 할까. 


왠지 모르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거창해보이네. 미안해. 


그래도 주변 친구들한테는 쿨하다거나 접근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요. 


전혀 그런 느낌 안 들어? 


그런가  


나도 좀 술에 취해서 푹신푹신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얽히는 게 귀찮아. 미안, 미안. 


그럼, 진정되면 오늘은 슬그머니 먼저 돌아가야겠어. 


또 서클에서 만날 때 잘 부탁해. 


괜찮아, 괜찮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자, 일어설 수 있어? 


어이쿠. 어머, 다리가 좀 후들거리네. 


응? 아, 괜찮아, 괜찮아. 


몸에 부딪히지 않았어. 


아니,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니까 맞아도 괜찮아. 


너, 멍청하고 귀엽네. 


알았어. 


혼자서는 걱정되니까 내가 역까지 태워다 줄게. 


괜찮아, 괜찮아. 나도 슬슬 돌아가고 싶었으니까. 


오히려 빠져나갈 핑계가 생겨서 다행인 것 같아. 


너, 어디까지 갈 거야? 


어, 꽤 멀리서 오는구나. 잠깐만


그거 막차 안 끝나지 않았어? 


아차. 


잠자는 카페에 묵을 거니까 괜찮겠지? 


음, 하지만 그렇게 자는건 아닌 것 같고. 


알았어. 오늘은 집에 와. 


내가 바로 거기서 혼자 살고 있으니까. 


괜찮으니까 괜찮으니까. 


어려운 후배를 도와주는 건 선배의 의무니까. 


그냥 솔직하게 응석 부리면 돼요. 


자, 가자. 


어때? 


해장차도 마시고 목욕도 하고 많이 진정됐나 봐. 


괜찮아, 괜찮아, 우리 집이 좁아서 미안해, 


침대도 1인용이잖아? 


그래, 여기서 둘이서 자는 느낌이 될까봐 


아, 좁아서 싫었는데 


그럼 내가 바닥에서 자면 되겠네? 


남녀가 같이 자는 건 위험해?


뭐야 아직 술에 취해있잖아 


뭐 그래도 객관적으로 보면 내가 너를 데려온 것처럼 보이겠지 


미안 미안 그런 게 아니야 


나는 그냥 개방적이니까 


그리고 너는 그런 이상한 짓은 안 한다는 걸 왠지 알겠지 


알았다고 할까, 믿을 수 있다고 할까, 


뭔가 동생 같은 느낌이니까 


신경 쓰지 말고 어서 자자, 


수고했어, 어때? 


잘 수 있을 것 같아? 


좋은 냄새가 나? 


그만해, 부끄러워, 


너 아직 술이 덜 깬 것 같으니까 


가까운 건 좁아서 어쩔 수 없지, 


굳이 만지거나 하지 않으면 괜찮을 테니 이제 됐어? 


귀에 숨결이 닿는다고? 


그러니까 그런 창피한 말 하지 마. 


자, 머리 쓰다듬어 줄 테니까 빨리 자자? 


내일 아침부터 시작해야지 


나도 그래 잘 자, 잘 자. 


왜 얼음 유리나가 왜 이렇게까지 해줄까라니? 


그 별명은 누구한테 들었어? 


그래, 그 녀석들인가... 


난 그렇게 차갑지 않아... 


그 녀석들처럼 속셈이 뻔히 보이는 녀석들한테는 누구나 경계하잖아... 


미안, 귀에 대고... 


나머지는 그래... 


누구한테도 말한 적 없지만, 


장래에 카운슬러가 되는 게 꿈이거든요...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의어서... 


응. 이렇게 어렸을 때라 지금은 괜찮아 


그땐 엄청 우울해졌지만 


그래도 그때 주변 사람들이 너무 잘해줘서 구원을 받았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도와주고 싶어서 


지금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거든 


신간으로 네 이야기를 듣고 열심히 노력하는 너를 도와주고 싶어졌다고 할까, 


어려운 후배 한 명이라도 빨리 손을 내밀어 줄 수 없다면 


그런 건 꿈도 못 꾼다고 생각했어, 


착해? 그런 거 아니야, 


그만하라고 


너무 많이 말했어..


왠지 부끄러워서 열이 나기 시작했어..


지금 이 얘기는 아무한테도 하면 안 되니까, 


자고 있었나? 


나한테만 물어봐. 


그래도 이것으로 조금은 너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잘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