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어떠한 문제로 인해 지상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지하세계이다. 나는 여기서 계속 살고 일하며, 생활을 이어나갈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이곳의 모든 지하건물은 "지하철"로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하나의 지하건물 안에 주거 공간, 학교, 상점 등이 전부 다 있는 형식이다. 깊은 층으로 구성된, 생활시설이 밀집된 깊은 지하건물. 우린 그걸 "섹터"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하철은 그 섹터를 잇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섹터에서 내가 맡게된 일은 일종의 외교관이다. 지하철로 연결된 다른 수많은 섹터를 다니며 섹터간의 교역, 물류를 조율한다. 당연히 식량 생산이나 제조를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진 섹터는 다른 섹터보다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고, 내가 속한 섹터는 일종의 하청 업체 일을 한다. 섹터 중에서는 다른 섹터보다 그 힘이 절대 우위에 있어 거의 귀족같은 대접을 받는 곳도 있다.

굉장히 신기한 점은, 사람들이 우위에 있는 섹터에 대해서 그들이 어떤 횡포를 벌이든 그다지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고,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그것을 딱히 표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쟁이 생기면 내가 그곳으로 출근해서 그것을 조율한다.

나는 늘 일을 할 때 섹터간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그 날도 어느 날과 다름없이 지하철을 타고 분쟁이 있는 섹터로 출근하는 날이었다. 문제의 장면을 보기 전 까지만 해도 말이다.

지하철은 유일한 교통수단이기에 꽤나 많은 열차가 돌아다니고, 가끔 두개 이상의 열차가 같은 정거장에 멈춰있는 일이 있다. 나는 내가 탄 열차 정거장에 내리기를 기다리며, 앞쪽 열차를 보고 있었다. 앞쪽 열차는 일부 사람들을 내리고 출발하더니, 갑자기 빛이 잘 안보이는 곳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열차가 갑자기 뒤집히려 하더니 사람들을 밖으로 쏟아내버렸다. 스프링 의자라도 있는지, 그 열차에 탄 모든 사람들이 튀어올라 선로에 떨어져버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열차에 탄 사람들을 열차 스스로가 선로로 던졌다는 것 말고는 이해할 수 없었다. 혼란스러울 틈새도 없이, 갑자기 그 선로로 다른 열차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화물차로 보이는 열차는... 사람들을 그대로 덮쳤다. 사람들은 전부 선로에 갈려나가 죽었고, 그 화물차로 보이는 열차는 선로에 깔린 사람들을 청소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믿기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도 아무런 생각이 없어보인다는 것이었다.

잠시후... 나는 깨닫고 말았다. 여기는 군인도, 경찰도, 그 어떤 민병대도 없다. 유일한 교통수단인 지하철이 모든 일을 한다. 인구 조절, 불만 세력 제거... 불만세력은 불만을 가지고 싶어도 지하철을 통제하는 섹터에 의해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외지인인 내가 지하철을 타는 일을 맡게 된 이유일까?

나는 이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고 나서 깜짝 놀랐고, 곧이어 한 사람이 떠올랐다. 내 섹터에서 친해진, 그나마 말이 잘 통하던 "누나"이다. 나는 그 누나를 어떻게든 이 미친 곳에서 빼내고 푸른 하늘이 보이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나는 누나를 찾아가서, 손을 꼭 쥐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지하철을 타러 나오니, 마침 한 열차가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했고, 반대편 선로에는 열차 의자에 앉으면 바닥에 발도 닿게 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출발한 열차는 내가 봤던 끔찍한 장면 그대로의 일을 다시 벌였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선로 위로 떨어지고, 그대로 다음 열차가 그들을 청소한다.

아무래도 이 섹터의 인원들은 모두 불만세력으로 낙인찍혀 전원 숙청당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탈 열차도 들어왔다. 그리고, 열차 안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 아무래도 이 열차 역시 다른 섹터에서 탄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온 모양이다.

결국 나는 누나를 데리고 다른 섹터까지 선로를 아슬아슬하게 걸어서 대피하기로 했다. 선로는 깨끗했지만 나는 그곳을 발로 밟는게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다른 섹터에 도착하자, 아무래도 소요사태가 일어난 모양이었다. 그래서 대량 숙청이 벌어진 것일까? 이곳저곳에서 지하철, 그리고 열차 자체를 테러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누나를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최대한 대피했다.

테러 세력에 의해 지하철 곳곳이 무너졌고, 나는 그러다 갑자기 햇빛이 들어오는 천장을 발견했다. 이 미친 곳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누나의 손을 꽉 붙잡고 그곳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누나, 이곳은 너무 위험하니까 우리 빨리 푸른 하늘이 보이는 곳으로 가자."

그러자 누나는 푸른 하늘이 보고 싶다면 섹터에서도 볼 수 있다고 말했고, 그 미친 곳으로 다시 돌아가려 했다. 나는 누나를 붙잡고 다시 한번 설득하려 했다.

그러자 누나는...

"누나가 보쿠군의 이곳에서 안좋은 액을 다 뽑아줄게"

라고 했다.
이게 무슨 미친 소리야... 하며 누나에게 화를 내려고 하자 ...
밝은 불빛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동음을 듣다 잠에 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