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www.dlsite.com/maniax/work/=/product_id/RJ01114651.html
최신작은 아니고, 1년 전에 발매한 작품임.
산 것도 대충 그때쯤인데, 이게 내 동인음성 입문작이었음.

사실 그전까지 동음은 그런 게 있구나─ 정도만 알고 별 관심 없었음. 심지어 물과 기름 수준의 상극인 네토라레랑 얀데레를 섞었다니, 아마 평소였다면 손도 안 댔을 거임.

근데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개인적인 이유로 혼자 베트남에 갔다가 차마 말로 표현 못할 나라 꼬라지에 문자 그대로 멘탈이 개박살나고 평생 혐오하던 K-국뽕이 반강제로 치솟는 등의 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음.

그래서 반쯤 정신 나간 상태로 평소라면 절대 안 할 짓을 해버렸는데, 그게 이 얀데레 네토라레 동음 지른 거임. 어디서 뭘 보고 샀는지도 모르겠음. 소시지는 빙초산 맛이 나고 라프텔도 안 되고 그냥 일본어가 듣고 싶었던 것만 기억 남.

근데 이게 엄청 재밌는 거임. 아니 진짜로.

처음엔 그냥 이어폰만 귀에 꽂은 채 석회수 질질 흐르고 장식으로 움직이도 않은 엘리베이터 갖다 처박은 망할 호텔 방구석에서 멍하니 나자빠 있었는데 점점 기운이 나기 시작했음. 문자 그대로 몸에 생기가 돌아온 거임. 홍해 바다 가르는 게 기적이냐 이게 진짜 기적이지 할렐루야였음.

솔직히 얀데레 + 네토라레라는 괴상한 조합만 봐도 알겠지만 줄거리 자체는 정신 나간 내용임.
하지만 그렇다고 무지성 자박꼼은 아님. 오히려 개연성만 보면 충분히 차고 넘침.
사실 얀데레란 게 그런 거잖아?
사랑이 모든 것보다 우선시되는 정신병자. 자신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도덕이고 법률이고 상식이고 나발이고 싸그리 무시할 수 있는 이기주의자.
요즘 들어 얀데레는 그냥 살짝 하드한 순애 정도로 강요되는 분위기가 있는데,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슨 미친 짓이든 기꺼이 저지르는 게 오히려 진짜 제대로 된 얀데레스러웠음.

이 작품도 대충 그런 줄거리임.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오라버니(집사)가 내 고백을 거절해? 자기 말고 더 좋은 사람 만나라고? 내가 일주일이나 집구석에 틀어박혀 펑펑 울었는데 끝까지 무시해? 아아 그래, 그럼 원하는 대로 해줄게. 이 세상에서 가장 추잡하고 더럽고 역겨운 인간에게 안길게. 당연히 오라버니만의 것이었을 내 가장 소중한 처음을 모조리 걸레짝처럼 짓밟혀줄게. 그래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지? 그렇게 말했잖아. 응?
─라는 내용이 초반부에 아주 친절하게 나와주고, 그 뒤로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제대로 저질러버림.

애초에 주인공은 히로인에 비해 압도적인 을인지라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고 거의 고문에 가까운 네토라레 영상을 생생하게 보게 됨.
게다가 여기서 히로인이 고른 상대는 170도 안 되는 키에 체중은 115kg고 인성도 능력도 외모도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 쓰레기 자체인데, 주인공을 도발하고 후회를 부추기는 히로인을 거의 강간 수준으로 따먹음.
개인적인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가 이 점인데, 주인공 앞에서는 약점 하나 없는 최종보스 같은 얀데레 히로인이 정작 자기가 찍은 영상에서는 엄청 가냘프고 비침하게 범해지기만 한다는 거임.
최근 유행하는 오호고에만큼 요란하진 않지만 한쪽 귀로는 소근소근 고압적인 아가씨 보이스, 한쪽 귀로는 앙앙대며 가냘프게 헐떡이는 신음소리의 갭이 아주 환상적인 배덕감을 줌.
그리고 이렇게 여자아이의 가장 소중한 걸 제 손으로 모조리 잃어버린 히로인이지만 어쨌든 주인공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진심임.
이런 짓을 벌인 이유도 결국 '날 사랑해줘'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사랑을 일관되게 갈구함.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의 섹스로 가버리고 그런 몹쓸 남자의 정액으로 자궁을 가득 채워도 히로인이 바라고 원하는 건 주인공 한 사람뿐임.

뭐, 주인공에게 차인 원한은 원한대로 주인공에 대한 사랑만큼 커서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데~그럼 다음에는 또 누구한테 따먹혀 볼까~ 하는 식으로 막나가긴 하지만. 주인공을 사랑한다면서 이런 브레이크 망가진 걸레처럼 구는 모습도 얀데레와 네토라레 양쪽의 매력을 잘 비벼줬다고 생각함.

물론 입문작인 만큼 다소 주관적인 평가이긴 함.
특히 요즘 트렌드대로 얀데레의 처녀성을 엄격하게 따지는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얀데레냐며 심하게 불쾌할 수 있을지도 모름.
그래도 꽤나 유니크한 조합과 훌륭한 성우 연기가 돋보이는 만큼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