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우연이었어

흥미도 없었지 그가 쓰는 글은 재미가 없거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꾸 그가 눈에 밟히더라


지금은

그의 트위터 계정도

그의 작은 동음리뷰 계정도 알아버렸어

그가 좋아하는 성우 말고도

그가 좋아하는 게임도 알아버렸고

그가 좋아하는 다른 사소한 취향도 

그가 싫어하는 취향도

아주 단편적인 사생활도 몇 가지 더 알아버렸어


및챈 말고도 

그가 자주 나타나는 다른 커뮤에 나도 함께 있어

그의 글에 항상 첫 개추를 찍어주는 사람, 그게 나야

그에게 댓글은 달지 않으니까

그래도 나는 늘 그를 지켜보고 있어


그가 여기저기서 흘리는 정보를 종합했을 때 

그는 아마 

이번 시험을 잘 본 것 같아

여름방학에는 일본에 갈 거래 

일본어 공부가 재밌대 

번역기 없이 진심 담은 편지를 쓰게 되고 싶다나

그림 공부를 시작했대

동음을 들으면서 딸딸이 대신 운동을 시작했는데 

몸이 좋아진 것 같아서 뿌듯하대

한번씩 취직 걱정을 하는 게 졸업이 가까운 학년인가봐

고양이파

코카콜라를 선호하고 제로 음료는 별로라던가

사진 찍을 때 뿐 아니라 책상은 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대


그는

우울한 글은 쓰지 않아 

감추는 거겠지

꾸며진 모습이지만 그가 반짝반짝 빛나보여서 

나는 인터넷에서 그의 흔적들을 계속 찾아 헤메고 있어


이전에는 당연히 관심 없었지만 

이제는 그가 듣는 동음과 같은 동음을 들어

그때 우리는 같은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

나는 똥글보다는 그가 남기는 리뷰를 눈여겨 보곤 해

그가 무엇을 느낄지, 무엇을 말할지 궁금하니까

그가 아카와 트위터에 남기는 리뷰에는 온도차가 좀 있어

그 온도차가, 

어째서 내게는 음침함이 아니라 상냥함처럼 느껴지는 걸까?


일종의 오시카츠일까 이것도


이런 기분은 처음이라 이제는

및챈에 들어오는 게 너무 두려워 

왜 하필 그일까

하지만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이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이제는 그를 찾지 않으려고 해

너는 이 글을 보겠지?

네가 나를 혐오하길 바라고

네가 나를 혐오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나도 나의 혐오스러운 구석을 외면하지 않으려고 해


나는 일상으로 돌아갈 거야

지금처럼 계속 행복하길 바라, 및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