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이켜보면 선배는 항상 꽤나 저한테 받치기만하는 삶을 살아왔네요.
매주 주말에는 저의 집에 놀러와주고 ,
내 몸상태가 안좋을때는 한시도 떠나지 않고 간병해주시고
저를 과보호하는건 선배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요.
...아뇨. 감사를 하는거에요.
"언제나 제 곁에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농담도 뭣도 아니라 선배가 없었으면 저의 인생 분명 오늘까지 계속되지 않았을테니까....
아 떠들다보니 이제 조금이면 도착하네요. 공원
1걸음-
2걸음-
3걸음-
네.
도착이에요.
(기지게피는소리)
공원까지 의외로 눈깜짝할새네요.
네. 저의 몸은 전혀 문제 없어요.
숨이차지도 않고 뭐하면 돌아갈때는 뛰어도 괜찮을 정도에요.
역으로 선배쪽은 괜찮은가요? 조금 피곤해보이는데요?
하하, 그런가요.
어제 연속 사정의 피로가 아직 남아 있나보네요.
그건 뭐... 수고하셨습니다.
그건 그렇다치고 좋은 경치네요 선배.
거리가 한 눈에 다 들어와요.
저희집도 보여요.
저렇게 멀리있는게...
놀랍네요.
저희 아침에 저기서 출발해서 여기까지 걸어왔다는게...
옛날에 나라면 진작에 쓰러졌을만한 운동량인데 이걸 이렇게 간단히...
다시금 실감하네요.
저 정말로 건강해졌구나- 라고
저기요, 선배.
저 내일부터 학교에 가려고 생각해요.
네.
이제 충분히 건강해졌으니 등하교도 수업도 체육조차도 문제없이 할수있을테니까.
그거랑요 선배.
저 친구도 만들꺼에요.
지금까지의 인생은 선배말고는 친구라고 부를 사람이 없었지만
조금만 더 자신의 사회를 넓히고 싶으니까요.
그 다음에 선배.
저 부활동을 하고 싶어요.
맞아요. 운동부요
모처럼이니까, 지금까지 할수 없었던 만큼 마음껏 몸을 움직이고 싶잖아요.
그리고 지금 말한것들이 할 수 있게되면 저는 이제 평범한 여자아이에요.
매일 아침 교복을 입고 학교까지 걸어가서 수업을 받고 부활동에서 땀을 흘린뒤 친구와 떠들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 평범하지만 행복한 생활을 보내는 여자아이.
멋진일이죠? 선배.
침대위에서 밖에 살수 없었던 환자가 정상인이 된다니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일이에요.
정말..
행복...하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
죄송해요. 선배.
하면 안되는 말이라는걸 알고있지만
어떻게해도 참을수가 없어서...
그러니... 말할게요...
(심호흡)
선배 저는...
사실은 건강해지고 싶지 않았어요.
계속 그 침대위에서 선배가 신경써줬으면 했어요.
"괜찮아?" "오늘 상태는 어때?" 라고
선배가 상냥한 말을 계속 걸어주셨으면 했어요.
저는 망가졌다구요.
당신을 향한 감정이 굉장히 뒤틀려 있어요.
신경써줬으면해서 걱정해줬으면해서 민폐를 계속 끼치고 싶어서...
사실대로 말하면 선배에게 "나는 니가 없으면 살아갈수가 없는 사람이야" 라는
강박관념을 심고 싶어서...
그래서.
학교따위 가고 싶지 않고.
부활동도 친구도 필요없어.
선배 이외에 의지할 사람이 없는 외톨이에다 병약한 후배로 계속 있고 싶었어요.
최악이죠...?
그래도...
그럼에도 저는 이렇게 건강해지는 선택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지탱해준 선배에게 제가 건강해지는걸 저보다 원하고 있는 당신에게 빛을 갚지 않을수는 없었으니까요.
죄송해요...
역시 이런얘기 하는게 아니였는데요.
잊어주세요.
그냥 환경이 바뀌는거에 겁을먹고있는 소심한 사람의 헛소리니까요.
네?
청자: 환자인척을 하고 지금처럼 살면돼.(대본에만 나와있는 대사)
무슨 바보같은 말을하는건가요? 선배
그런건 당연히 안되는거죠!
거기다 그렇게 학교에 가지 않고 지금같은 생활을해도 선배는 제가 건강해진걸 알고있으니까
여태 그랬던것처럼 걱정해주시진 않을거잖아요?
그럼...
저한테는 아무 의미 없어요.
아뇨아뇨. "지금처럼 너를위해 살게" 라고 선언하셔도 곤란한데요.
왜 그러시는거에요? 선배.
그런 프로포즈 같은말 하지 말아 주세요.
그런...
매력적인..제안을 하지말아주세요.
정말 괜찮은가요?
지금처럼 이불위에서 당신외에는 기댈곳없는 소꿉친구로서의 생활을 계속해도 되는건가요?
저는 이제 몸이 병약하지 않다구요?
그럼에도 앞으로 선배가 환자를 대하듯이 나를...
신경써주실 건가요...?
그런...가요..
그럼... 저..
그렇게 할래요... 선배.
(웃음)
아뇨, 기뻐서요..
왠지 용서받은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저의 이런 보기 흉한 감정을 선배가 받아주실줄은...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네
네!
이쪽이야말로 앞으로도 잘부탁드려요.
정말 좋아해요, 선배
그럼 선배 저....
돌아가는길에는 어부바 해주세요.
네. 지금까지 했던거처럼 하라고 하셨으니까
저 병약해서 더는 걸을수 없어요.
그러니 어부바해줘요.
...저기 선배 왜 싫다는 표정을 하고 있나요?
당신이 선택한거라고요. 이건
자! 빨리 저를 업어주세요.
버스정류장까지만 가면 뒤에는 버스타고 돌아가면 되니까요.
선배의 등... 따뜻해요.
그럼 돌아가요. 선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