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상세
"어째서 사람은,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건가요...?"
ㅡ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나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째서 괴로운 일을 당하면서 까지 살지 않으면 안되는 걸까.
어째서 산다는 것으로부터 도망치면 안되는 걸까.
우리들은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 걸까?"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건가요?
<계속 해서 살아가는 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시로네코테일 완결후 배포된 "시로네코테일 - 리라이트"
https://neko5.booth.pm/items/236867
그야말로 "완결편"이라 명명하기에 적절학 속편..."은 아닌" 리라이트, Booth에서 호평 발매중.
사쿠라이 사야카 역 : 타츠 마나미
야츠기 쿠온 역 : 이와나가 사키
사쿠라이 아야네 역 : 이와모토 사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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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1
사야카 : 응?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다고 생각해. 똑같은 메뉴의 반복이고, 졸릴 때는 적당히 힘 빼면서 하기도 하고
쿠온 : 어떠려나요. 겸손 떠는 거 같은데~
사야카 : 겸손이라니, 그 정도는
쿠온 : 그러고 보니까 그거, 지금은 뭐 읽고 있는 거예요?
사야카 : 괴테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쿠온 : 괴테? 음악가?
사야카 : 그러네. 마왕이라던가, 유명하려나.
쿠온 : 알고 있어요. "아버지~ 아버지~ 마왕이~ 쫓아와~" 이러는 음악이죠?
사야카 : 후훗, 그래도 괴테는 작곡가가 아니라 작사가. 시인이야. 작곡 한건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나 송어를 작곡한 사람.
쿠온 : 송어? 생선 말하는 거예요?
사야카 : 응? 교활한 어부가 생선을 속여서 잡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만들었다는 것 같아.
쿠온 : 옛날 사람은 어떻게 그런...
사야카 : 후훗, 이건 우의, 알레고리. 비유 표현 같은 거야. 실제로는 "아가씨들. 남자들은 이런 식으로 너희들을 속이니까 조심하렴." 이라는 내용이지.
쿠온 : 헤에, 뭐야 그게. 재밌네요.
사야카 : 어때, 조금은 공부할 마음이 생겼어?
쿠온 : 으... 또 그렇게 나를 갱생시키려고 든다. 그 수법에는 안 넘어갈 거니까 말이에요.
사야카 : 어머어머.
쿠온 : 제 선생님은 사야카 씨 만으로 충분하답니다
사야카 : 영광스럽지만, 학교에서만 배울 수 없는 것도 많다고 생각해. 생에 한 번밖에 없는 고등학교 생활이니까 말이야.
쿠온 : 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는걸... 거기에... 그것보다, 이렇게 선생님하고 수다 떠는 게 즐겁고요.
사야카 : 곤란한 아이네.
쿠온 : 애초에, 학교에서만 배울 수 없는 거라니, 뭐에요? 공부라면 혼자서도 할 수 있잖아요.
사야카 : 같은 세대의 아이들이 모이는 장소는 학교 정도밖에 없으니까.
쿠온 : 사람의 성장 속도는 사람 제각각이니까 일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발상이 잘못된 거예요.
사야카 : 그렇다면, 야츠기 씨는 월반하고 싶다는 걸까? 미국 고등학교라도 갈래?
쿠온 : 하고 싶은가 하면 유치원에서 유급이 하고 싶네요. 낮잠 시간 원 츄!
사야카 : 커다란 애기인걸.
쿠온 : 응석 부려도 될까요? 선생님.
사야카 : 안됩니다.
쿠온 : 쳇. 아, 그래도 슬슬 교실로 돌아가야지... 6교시까지 듣지 않으면 선생님이 시끄럽게 구니까요.
사야카 : 장하다 장하다.
쿠온 : 에헤헤. 그럼, 고통스러운 수행을 하러 다녀오겠습니다.
사야카 : 잘 다녀와.
쿠온 : 네~엡.
사야카(나레이션)
젊음이란 눈이 부시다. 허리에 두른 블레이저도, 짧게 올린 스커트도, 음울하게만 여겨졌던 교내의 공기도. 무기질적인 분필 소리도. 그 나이대의 아이들을 둘러 쌓고 있는 것들은 모든 것들이 눈부셔 보인다.
잔혹하게도, 시간의 흐름은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며, 이러한 시간은 모두가 평등하게 지내왔다. 지내온 것이다. 분명...
그런 식으로 생각했기 때문에야말로, 기분은 점점 우울해진다.
사야카 : 다녀왔어. ......다녀왔어, 아야네. 또 불 켜지도 않고... 눈 나빠져.
아야네 : 언니.
사야카 : 왜...?
아야네 : 방에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외출했던 거야?
사야카 : 응. 날씨가 좋아서...
아야네 : 그만둬.
사야카 : ......
아야네 : 부끄럽기 그지없으니까.
사야카 : 미안...
아야네 : 됐으니까. 알았으면 저녁밥이나 만들어줘.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사야카 : 응... 미안해?
아야네 : 딱히.
사야카 : 정말로... 미안해.
아야네 : 시끄러.
사야카 : 미안...
아야네 :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닌 건지.
사야카 : 그건... 그...
아야네 : 아무래도 좋지만 말이야, 빨리 일할 곳 찾으라고. 이 백수가.
사야카 : 응... 힘낼게.
아야네 : 입으로는 몇 마디라도 할 수 있지.
사야카 : 미안...
아야네 : 열받아.
사야카(나레이션)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햇빛은, 이렇게나 눈부시다. 따뜻하고, 상냥하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들은 그 너머에서 살 수 없는 걸까. 한때는, 모두 그 너머에 있었을 터인데.
사야카 : 이불, 지금부터 해도 안 늦으려나.
사야카 : 아...
아야네 : 이미 말려뒀어.
사야카 : 응... 고마워.
아야네 : 딱히.
사야카(나레이션)
나의 그림자는, 일직선으로. 방 안에 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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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2
사야카(나레이션)
아침. 몸을 일으키는 것이 평소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올려다본 천장이, 평소보다 가깝게 느껴져서, 한동안 멍하니 천장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휴대폰의 알람은, 어느샌가 멈춰 있었고, 밖을 쓰레기차가 달리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멀어지니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져서, 두근, 두근, 하고 어째선지 자신의 심장 소리가 싫을 정도로 귀까지 닫았다.
그래도, 귀를 막는 것은 어째선지 내키지가 않아서,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둥글게 말고선, 이불을 뒤집어썼다.
아마도, 봄이 끝나갈 무렵의 일이었다. 그때, 나는 감기라도 걸렸겠지 싶어서, 출근 시간이 아슬아슬할 때까지 누워있기로 마음먹었고, 그대로 직장에 가지 않았다. 갈 수 없게 됐다.
아야네 : 늘 말하잖아. 요리는 시간이 걸리는 것부터 순서대로 하라고. 다시 데우는 거 귀찮잖아.
사야카 : 미안...
아야네 : 딱히 상관없지만 말이야... 만들어 준 사람한테 불평 하는 것도 성격 나쁘다고 생각하고.
사야카 : 그렇지 않아. 미안해, 아야네.
사야카 : ...원고는? 일, 좀 진척 됐어?
아야네 : 뭐야 그거. 비꼬는거야? 웃어 넘기기 힘든데.
사야카 : 그럴 생각은...
아야네 : 어떠련지.
사야카 : 된장국, 다시 데울게.
아야네 : 또 두부 들어가있어...
사야카 : 몸에 좋으니까. 편식하면 안돼.
아야네 : 어린애 취급 하지 말아줘.
사야카 : 그렇지만, 아야네 옛날부터 잘 못 먹었잖아. 독신 생활하면 영양이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우니까, 그러니까...
아야네 : 언니말이야.
사야카 : ...응?
아야네 : 저금. 앞으로 얼마나 남아있어?
사야카 : 어?
아야네 : 얼마나 남아있어?
사야카 : 40만엔 정도... 려나. 저번에 조금 써버려서...
아야네 : 40만인가.
사야카 : 응?
아야네 : 반년. 반년까진 넘어가 주겠는데, 반년 후에도 이대로 변한 게 없으면 나가줘.
사야카 : 어...? 그래도...
아야네 : 친가로 돌아가면 되잖아. 여기 있어도 별수가 없으니까.
사야카 : 그래도, 아야네... 집에는...
아야네 : 뭐가?
사야카 : 뭐가, 라니...
아야네 : 아버지한테 남편이라도 찾아달라고 하면 되잖아. 이제 슬슬 나이도 나이니까 말이야. 지금, 26살이던가? 여자는 27살 넘어가면 시집가기 힘들어진다고.
사야카 : 그래도, 나...
아야네 : 싫으면 일이라도 하던가.
사야카 : ......
아야네 : 언니 집도 따로 있으니까 돌아가면 되잖아. 그런데도 얹혀 살고 있는건 언니 형편이지않아?
사야카 : 그렇...네. 그렇지?
아야네 : ....
사야카 : 응, 되도록이면 빨리 직장 구할게.
아야네 : 하아... 저기, 된장국. 끓어넘치고있어.
사야카 : 미,미안!
아야네 : 멍하니 있다가 불이라도 내지 말아줘.
사야카 : 응. 조심할게.
아야네 : ...아. 네! 사쿠라이입니다. 네, 수고하십니다. 네. 아, 네 네. ...아~ 쓰고는 있습니다만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맞추기야 맞추겠지만 솔직히 아슬아슬 하다고 해야 할까, 빠듯하다고 해야 할까... 하하. ...네? 네, 뭐... 그건 관계없습니다. 괜찮아요, 네. 네?
사야카 : 하아...
쿠온 : 선~생~님. 기다렸어?
사야카 : 기다리지도 않았고, 오히려 오는 바람에 속이 썩을 것 같아요, 야츠기 씨.
쿠온 : 쿠.온.!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말했잖아요.
사야카 : 야츠기 씨. 야츠기 씨~
쿠온 : 심술궃게.
사야카 : 오늘도 야키소바빵?
쿠온 : 물론이죠! 이녀석은 120엔이면서도 고로케가 들어가있는 대단한 녀석이라구요! 늘 품절이 되는 매점의 에이스같은 존재...
사야카 : 어째서 그런 걸 매일 살 수 있는 걸까요?
쿠온 : 그거야, 제가 매점에 제일 먼저 도착하니까요.
사야카 : 그도 그러겠죠. 이제 막 4교시가 끝난 것 같으니까요.
쿠온 : 전략적인 승리. 아오야마 고등학교의 제갈량이라고 불러주세요.
사야카 : 칭찬받을 만한 일이 아닙니다.
쿠온 : 재능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지내는것 어려운 법이죠. ...어라? 선생님은 왠일로 편의점 도시락이네요.
사야카 : 가끔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쿠온 : 요즘 나오는 것들은 괜찮게 나온다는 모양이지만 말이에요.
사야카 : 먹죠.
쿠온 : 옙. 잘 먹겠습니다~
사야카 : 잘 먹겠습니다. 아, 괜찮다면 채소 좀 먹을래? 샐러드도 따로 하나 샀거든.
쿠온 : 방울토마토만 아니라면.
사야카 : 그럼 방울토마토.
쿠온 : 악마!
사야카 : 너를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쿠온 : 으...
사야카 : 그 야키소바빵은 매점의 에이스일지도 모르겠지만, 토마토는 채소의 에이스니까.
쿠온 : 채소의?
사야카 : 연간 소비량 1억2천만 톤 이상. 케찹, 토마토소스, 피자 소스 등에도 사용되고 있어서... 였었나. 일본에서도 무, 감자, 양배추, 양파에 이어서 5위였을거야.
쿠온 : 그렇게 많이 먹는다는 이미지는 없는데...
사야카 : 자기도 모르게 먹고 있다는 뜻이지. 그러니까 자, 분명 괜찮을 거야.
쿠온 : 으으... 식감이... 무리! 그보다, 그렇게 먹고 있다면 딱히 더 먹지 않아도 괜찮잖아요.
사야카 : 음 뭐, 그 야키소바 소스에도 아마 들어가 있겠지만 말이지.
쿠온 : 봐봐요! 저는 식생활 교육 모델을 따라 하는 건 못하니까 말이에요.
사야카 : 그럼 이 가을 신상품은 혼자서 먹겠습니다.
쿠온 : 몽블랑!
사야카 : 여기에 얽힌 이야기도 다음 날로 보류입니다.
쿠온 : 으... 너, 너무해…. 진정한 제갈량은 선생님이었군요...
사야카 : 자, 어떻게 할거야?
쿠온 : 으... 토마토. 잘 먹겠습니다!
사야카 : 자, 여기.
쿠온 : 냠... 으... 으으으...
사야카 : 어떠신가요?
쿠온 : 토마토입니다...
사야카 : 후훗, 그렇겠지, 토마토니까. 나는 좋아하는데 말이지, 토마토.
쿠온 : 으... 하아. 모르겠어요. 토마토의 매력은 정말 모르겠어요.
사야카 : 어머어머.
쿠온 : 으우... ...있잖아요 선생님은 말이죠 대단하네요
사야카 : 어? 토마토 가지고 그렇게?
쿠온 : 그게 아니라, 박식하시다고요. 머리에 와이파이라도 달려있을 것 같아요.
사야카 : ...인조인간이려나?
쿠온 : 제가 봤을때는 똑같은 괴물이네요. ...수업을 한쪽 귀로 흘려듣고 있는 저로서는 ‘잘도 그렇게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 있구나’ 같은 느낌이죠. 뭐더라, 좋아하는 일이야말로 곧 숙달로 이르는 길, 이라고 하던가요? 하면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지고 그래요?
사야카 : 어떠려나... 나는 평범하게 책을 읽고 외운 것밖에 몰라.
쿠온 : 읽은 책의 내용은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구요. ...선생님은 수업을 듣기만 해도 100점 맞고 그랬죠.
사야카 : 100점은... 별로 없었으려나.
쿠온 : 있긴 했던 거잖아요!
사야카 : 부끄럽게도.
쿠온 : 저야말로 송구스럽네요. 정말로... 선생님은 평범한 사람하고는 다르네요.
사야카 :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쿠온 : 천재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아, 그렇지. 이거. 전부 읽었어요. "그 때, 그는 고맙다고 말했다." 엄청 감탄했어요. 돌려드릴게요.
사야카 : 아니아니, 머리까지 숙이지 않아도...
쿠온 : 세이지로와 오하나의 시간을 넘어선 사랑! 현대로 돌아가는 세이지로가 사라지기 직전, 오하나의 머리 장식에 손을 얹고 속삭이는 장면은 정말로...! 귯~ 하고 마음이 울렸는걸요. 너무 멋져! 닭살 돋아! 작가의 머릿속은 어떻게 돼 있는 거야?!
사야카 : 야츠기씨, 자리에 앉아, 소리 좀 낮춰. 주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까.
쿠온 : 아, 넵, 넵... 학교에 연락이라도 들어가면 위험해라 위험해...
사야카 : 어째선지 눈에 익은 풍경처럼 느껴지는 게 나는 조금 슬픈걸...
쿠온 : 그건 어쨌든, 읽어서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사야카 : 아뇨아뇨. 저는 아무것도.
쿠온 : 아... 점심시간 끝나겠다. 아무리 그래도 출석 일수가 위험하니까 성실하게 의자에 앉아있다 올게요.
사야카 : 수업을 듣고 온다고 하지 않는 점은 역시 문제아인걸.
쿠온 : 이제 슬슬 포기해 주세요. 저는 아웃로로 살아갈 거니까요.
사야카 : 네, 네.
쿠온 : 그럼 선생님. 내일 또 봬요! ...는 토요일이니까, 월요일에!
사야카 : 오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쿠온 :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깁니다. 다음에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사쿠라이 선생님!
사야카 : 너무 기대받으면, 곤란한걸.
쿠온 : 즐겁게 기다리고 있을게요. 선생님~
사야카 : 네에~ 잘 먹었습니다.
손대지 않은 몽블랑은, 선생님에게 선물로 드리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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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3
사야카(나레이션)
그만두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있으신가요? 있겠죠. 인간인걸요. 인생인걸요. 즐거운 일만 있지 않은걸요. 슬픈 일만 있지도 않은걸요.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이겨 낼 수 없을 것만 같은 일이나, 포기해 버리고 싶은 일들도 있거나 해서, 그래도, 힘을 내서 마주하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기도 하고, 이런 일을 반복함으로써, 사람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괴로워도, 아무리 외로워도, 기나긴 밤은 언젠간 밝아 옵니다. ‘아침이 있으니까, 밤이 있는 거구나.’ 그런 식으로,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고, 복 돋아 주고, 힘을 내서, 힘을 내서, 힘을 내서, 계속 힘을 내서...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해 버리고 마는 겁니다.
...어짜피 또, 어쩔 수 없는 시간은 찾아오겠구나, 라고. 아무리 지금이 즐거워도, 그건 언젠간 끝나버리겠구나, 라고. 다음에 찾아올 즐거움을 기다리는 것보다도, 지금의 즐거움이 끝나버리는 것이 두려워. 이 즐거움을 맛보는 것보다도, 언젠간 찾아올 괴로움이 무서워. 영원히 반복되는 오늘이 괴로워. 매일이 괴로워. 나날들이 괴로워.
...사는게 괴로워.
...있잖아요, 선생님.
사람은, 어째서 살아가는 건가요?
다른 사람들은, 어째서, 힘을 낼 수 있는 건가요?
저는... 어째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건가요?
있잖아요... 선생님...
가르쳐주세요... 선생님...
ㅡ그 대답을, 나는 아직도 가지고 있지 않다.
시로네코테일(하얀 고양이의 꼬리)
아야네 : 그러니까!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는 거야. 속옷은 밖에 말려두지 말라고 늘 말하잖아. 바보야? 멍청이야? 최근들어서 치안 나빠진거 모르는거야?
사야카 : 미안해...
아야네 : 뭐라고 할까... 계속 잔소리하는 것도 바보 같은데 말이야, 왜 언니는 그렇게 둔감한거야? 남자하고 사귀어 본 적도 없어?
사야카 : 없지는... 않은데...
아야네 : 뭐야그거? 어느쪽인데?
사야카 : 있어...
아야네 : 아니 흥미는 없는데
사야카 : 뭐야 그거, 먼저 물어봐놓고... 너무해
아야네 : 싫다싫어. 그렇게 풀 죽어 있으면 남자들은 용서해 주겠지.
사야카 : 그럴 생각은...
아야네 : 그럼 무의식적으로 하는거구나. 더 질이 나쁘네.
사야카 : 으...
아야네 : 어쨌든 말이야, 이 정도는 상식의 범주니까. 알아? 일반적으로, 평범하게 인생을 살아왔으면 몸에 익는거라고. 왜 모르는거야?
사야카 : 미안해...
아야네 : 미안이 아니라 말이야... 아... 그냥 됐어. 바보같아.
사야카 : ...마실거라도 탈까?
아야네 : 그래. 부탁할께.
사야카 : 응!
아야네 하아. ... 또 편집자.
사야카 : 응? 안받는거야?
아야네 : 받을리가 없잖아. 아... 싫다 싫어.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를 언니로 두면 정말로 짜증나.
사야카 : ...미안.
아야네 : 사과하지 말라고, 기분 나쁘니까. 그것보다 빨리 마실거나 타줘. 밀크티로. 그러고 나면 핼로워크(일본의 직업 알선소)라도 갔다 와보지?
사야카 : 응...
아야네 : ...정말 끈질기게.
사야카 : 가능하면 빨리, 일자리 찾아볼께.
아야네 : 어. 그렇게 해주세요.
사야카 : 일... 인가...
아야네 : 저기 있잖아. 미리 말해두는데 이상한 남자한테 속아서 풍속점이라던가는 진짜 그만둬. 부끄러우니까.
사야카 : 안해. 그런거, 하지도 못하고.
아야네 : 하지 못한단 말이지...
사야카 : 뭐가
아야네 : 딱히...
사야카 : 정말...
아야네 : 언니말이야. 사람을 죽였을때 어떤 기분이였어?
사야카 : 어...?
아야네 : 그보다 말이야, 지금 어떤 기분?
사야카 : ......아야네...?
아야네 : 떠올릴 수 있어? 그 아이. 꿈에서 본다거나 하지 않아?
사야카 : ...안봐.
아야네 : 흐응... 박정하네.
사야카 : 그치만, 그런...!
아야네 : 거짓말쟁이.
사야카 : ... 아야네.
아야네 : 일할거니까 방해하지 말아줘.
사야카 : 응...
사야카 : ......
쿠온 :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가요? 선생님.
사야카 : 쿠온 씨.
쿠온 : 쿠온이 아니라 야츠기입니다! 어? 그게 아니라, 쿠온입니다! 허 참, 정말로 멍하니 있었던 모양이네요.
사야카 : 응, 그렇네. 조금 생각에 빠져있었을지도
쿠온 : 시름에 잠겨있는 옆모습조차...
사야카 : 정말, 사람을 놀리기나 하고.
쿠온 :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상담해 드릴게요.
사야카 : 어머나, 야츠기 씨야 말로 열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쿠온 : 저도 헛으로 17년 산게 아니니까요. 섬세한 배려 하나 둘 정도는 간단하게 할 수 있다구요.
사야카 : 고마워. 그래도, 정말로 별거 아니니까, 괜찮아.
쿠온 : 체중이... 늘었다... 던가?
사야카 : 응?
쿠온 : 아아아~ 전부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알고 있어요. 알고 있고 말구요. 흑흑... 그럼요, 그렇겠죠. 선생님도 결국 그 난제를...
사야카 : 확실히, 최근에 가슴이 조금 커져서 체중은 늘어났는데... 싫다 참, 속옷 사이즈가 안 맞아 보이는 걸까. ...응? 야츠기씨?
쿠온 : 절망했다! 아픔에 감싸쥔 가슴의 얇기에도... 절망했다!
사야카 : 그래도, 그! 야츠기씨는 성장기니까!
쿠온 : 은근히 크지 않다고 인정하는거죠 그거?! 위로해 주는거 맞는거죠 그거?!
사야카 : 그,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걱정하지 마. 제대로 마사지를 해주면 20살까지는 커질 수 있다는 모양이니까
쿠온 : ...앞으로 3년안에 사람은 달까지 갈 수 있을까요?
사야카 : ...응? 아폴로 11호의 성공 이후 여러가지 계획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월면기지 건설은 전부 예산 문제로 중지됐어. 러시아의 연방 우주국하고 일본의 작사(JAXA)는 장기 계획을 가지고는 있다고 알고있는데, 역시 3년 후는...
쿠온 : 아니에요!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선생님...
사야카 : 어!? 미안해, 뭔가 틀렸던 걸까...
쿠온 : 하하, 하하하. 선생님은 말이에요, 뭐라고 해야하지, 사과하는 버릇 있지 않아요?
사야카 : 응? 어쩌지, 그렇게 자주 사과하고 있으려나
쿠온 : 그게 선생님의 좋은점이라고 한다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요. 전 좋아해요.
사야카 : 고마워.
쿠온 : 천만의 말씀을요. ...아, 그렇게 신경 쓸 것도 아니지만 말이에요. 자주 미안, 미안이라고 말하는 기분이 들어서요.
사야카 : ......
쿠온 : 그... 선생님?
사야카 : ...있잖아, 확실히 나, 누가 물어보는 거에 잘 대답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생각할 때도 있으니까.
쿠온 : 응...? 그래도, 선생님은 박식하잖아요.
사야카 : 지식만으로는 안되는거야.
쿠온 : 알았다... 사랑고민 이군요! 선생님 연애경험 없을 것 같고!
사야카 : 그렇게보여?
쿠온 : 청순파라는 모순된 단어가 있습니다만, 선생님은 청순이 옷을 입고 돌아다닌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사야카 : 칭찬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걸.
쿠온 : 지금 이대로의 선생님으로 있어 달라는 뜻이에요.
사야카 : 응~? 후훗... 그래도, 나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
쿠온 : 헤?
사야카 : 어른은 말이야, 교활함을 배운 아이야. 영리해 져서,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만 잘하게 되는거지. 겉을 꾸미는것만 잘하는거야.
쿠온 : 갭모에인가요?
사야카 : 야츠기 씨.
쿠온 : 저도 딱히, 선생님이 훌륭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은 누구도 결점 한개 두개쯤 세개, 네개... 뭣하면 샐 수 없을 정도로 가지고 있는거니까요. 저도, 성장하면 그게 전부 없어지냐고 한다면 ‘그런 바보 같은 일이 있겠냐!’ 이런 느낌인걸요. 저는 그저, 선생님을 존경하고 있을 뿐이에요. 좋아하는 거에요, 선생님을.
사야카 : 고마워...
쿠온 : 어... 우시는 건가요? 어떻게 된 거에요 선생님, 응석꾸러기 모드 인가요? 귀엽네요~
사야카 : 정말, 어른을 놀리는 게 아니에요!
쿠온 : 헤헤헤.
사야카(나레이션)
죄악감. 분명 그것은, 죄악감이었다. 너무나도 눈이 부신 존재는, 직시할 수 없다. 그런 자신이 한심해서, 부끄러워져서, 그러니까 나는...
사야카 : 자, 빨리 점심 먹어야지. 시간이 별로 안남았어요.
쿠온 : 네~
사야카(나레이션)
웃는 얼굴로 속여 넘겼다. 그것이 유일한,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만약 그것이 잘못되었고, 만약 그것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 될지라도.
쿠온 : 헤헤헤
사야카(나레이션)
나는 사람을, 계속해서 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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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4
아야네(나레이션)
빗속에서, 한 명의 소녀가 울고 있었다.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우산도 쓰지 않고, 쏟아지는 비는 그녀의 울음소리조차도 집어삼켰다.
하늘의 한 면을 가려버리는 비구름. 시야를 가리는 빗줄기. 탁탁거리며 쓰고 있던 우산에 닿고선 튀어 나가는 소리 자체가 노이즈가 되어, 나의 의식을 어딘가 멀어지게 하여, 눈앞의 현실을 하나의 영상과도 같은 허구의 세계로 바꿔 나갔다.
빗물이 스며드는 끝이 차가웠다. 차라리, 눈으로 바뀌어버린다면 보는 맛이라도 있었을 것 같다고 생각해보고, 눈보라라면 반대로 장르가 바뀌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여기서...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젖은 교복이, 작게 움츠러든 어깨가, 어렴풋이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비가 그치고, 소녀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도, 언니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야네 : 그러니까, 그런 태도가 화난다고 하는 거야. 왜 이해를 못 하는 걸까
사야카 : 미, 미안. 나 그럴 생각은...
아야네 : 그럴 생각이 없어도 계속 그런다는건 일부러 그러는거지? 빈정거리는거야?
사야카 : 미안해, 아야네. 정말로, 미안...
아야네 : 딱히 말이야, 방해하지 말라고 하는게 아니잖아? 쓸대없는 참견할 시간이 있으면, 자기 자신의 일부터 어떻게든 해 보라는 얘기야. 내가 틀렸어?
사야카 : 미안...
아야네 : 사과만 하네. 어린애도 아니니까 말이야...
사야카 : 응...
아야네 : 일은? 구인광고 찾아다 줬잖아
사야카 : 면접 보러 가려고 했는데, 갈 수 없어서...
아야네 : 뭐?
사야카 : 아침에 일어나서, 슈트는 입었어. 화장도 하고, 서류도 제대로 준비했는데... 나... 그...
아야네 : 뭐야? 약속해 놓고 안 간 거야?
사야카 : 응...
아야네 : 그거, 사람으로서 보기 흉하다고 생각하는데. 사회인 그만뒀다고 해도 최저한의 예의는 지키자고.
사야카 : 그래도, 그래도 말이야. 제대로 미안하다는 연락은 했어. 사정은 알고 있으니까 진정되면 연락 다시 달라고...
아야네 : 상대방을 신경 쓰게 했다는 것부터가 안 되잖아. 누구도 그런 사람하고는 같이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사야카 : 그렇...지. 응. 기껏 신경 써줬는데, 미안해.
아야네 : 나는 아무래도 좋으니까 말이야, 하아... 진짜. 어쨌든, 마감일 위험하니까 말이야. 괜히 내 비위 맞춰주려고 하지 않아도 되니까.
사야카 : 그래도, 아야네, 요즘 제대로 안잤잖아. 사람은 말이야 하루에 8시간 자지 않으면 생산성이 뚝 떨어진다는 모양이야. 카페인은 효과가 나올때 까지 30분에서 한시간 정도 걸리니까, 가볍게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서 30분정도만 낮잠을 자주면 머리도 맑아지고 몸도 밤에 잘때보다 3배정도
아야네 : 언니
사야카 : 응?
아야네 : 시끄러워.
사야카 : 미, 미안...
아야네 : 어린애도 아니고, 괜찮다니까. 그러니까 진짜... 쓸대없는 생각 하지마. 저녁밥이라도 만들고 있어.
사야카 : 응...
아야네 : 슬슬 제철이니까 꽁치라던가. 크림스튜도 괜찮아. 버섯 넣어서 말이야. 그런거라면 할 수 있잖아
사야카 : 응. 알겠어.
아야네 : 하아...
사야카 : 있지, 아야네.
아야네 : 왜
사야카 : 아야네는 훌륭하네.
아야네 : ...
사야카 : 장봐올께.
아야네 : 아... 응. 다녀와.
아야네 : 하아... 그냥 내버려 두면 될텐데. 왜 맨날 옛날 일을 떠올리는 걸까.
아야네 : 하암... 으... 어? 언니 벌써 나가는거야?
사야카 : 벌써라니, 벌써 8시야. 여름방학 시작했다고 갑자기 찾아와서 깜짝 놀랐잖아.
아야네 : 하암... 으... 머리아파...
사야카 : 숙취야. 약 부엌에 놔뒀으니까 나중에 먹어.
아야네 : 네~
사야카 : 영차...
아야네 : 있잖아
사야카 : 응?
아야네 : 사실, 저번에 투고한 소설이 상을 아슬아슬하게 놓쳤다던가 뭔가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거든. 그래서, 혹시 괜찮다면 원고를 조금 고쳐서 이쪽이서 출판해보지 않겠냐고 연락이... ...어?! 왜그래?!
사야카 : 축하해! 아야네! 오늘 밤은 맛있는거 만들께! 바로 돌아가진 않을거지? 빨리 돌아올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아야네 : 언니...
사야카 :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렇구나. 아야네가 소설가님인가. 자랑스러운 여동생이라, 언니 너무 기뻐.
아야네 : 언제까지고 어린애 취급 당하는건 싫으니까 말이야.
사야카 : 착하지 착하지
아야네 : 응... 하고 싶었던말은 그거. 서두르고 있었는데 미안해.
사야카 : 아니, 좋은 소식을 들어서 오늘 하루도 힘낼 수 있을것 같은걸. 퇴고 작업? 힘내!
아야네 : 응! 그것보다, 언니야말로 일 힘들지 않아? 괜찮아? 어제 물어보려고 했는데 헤롱거리고 있었니까...
사야카 : 그러네, 그래도 힘들다고 내던져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 자랑스러운 여동생의 언니로 있기 위해서라도, 언니 힘낼께.
아야네 : 그렇구나... 뭐, 언니라면 걱정할 것도 없나.
사야카 : 칭찬을 받아 무척이나 영광입니다. 아, 안 되지 지각한다. 그럼 다녀올게.
아야네 : 다녀와
아야네 : ...뭐야, 일부러 잘 지내나 보러올 필요도 없었나. 으 아파라, 역시 너무 많이 마신 모양인데. 약, 약..
사야카 : 점심밥, 냉장고에 들어있습니다. 언니로부터.
아야네 : ...유능하신 언니라니까. 서두르다 넘어지지나 마, 선생님.
아야네 : 후우... ...하아. 벌써 이런 시간인가.
아야네(나레이션)
초조한 원인을 언니에게 부닥치는 건 잘못됐다.
언니가 나쁜 게 아니다. 알고 있다.
아야네: 매일, 매일... 쓸데없이 성실하다니까. 진짜. 내버려 두라고.
아야네(나레이션)
알고 있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은, 역시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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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5
쿠온 : 후후... 후.. 후후후.. 오? 오? 냐~ 아! 아... 무정해라... 영차... 역시 선생님은 안 계시는구나. 그렇다고 할까, 있으면 있으신 대로 곤란하지만.
쿠온 : 하아. ...아아. 푸른 하늘이 눈에 스며드네. 책... 은 놓고 와버렸으니까. 낮잠? 낮잠은 왠지 시간을 버리는 것 같아서 별로 안 좋아한단 말이지. 왜냐면, 밤이 되면 졸려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낮잠을 자버리면 그만큼 하루가 짧아져 버리는 거죠. 짧아진 하루로 뭔가를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고양이 : 냐~
쿠온 : 냐? 뭘 할 수 있을까요, 고양아. 냐... 냐... 냐. 냐? ......
고양이: 냐~
쿠온 : 어...?
사야카 : 냐냐냐~ 막 이래.
쿠온 : 선생님... 어떻게 고양이가... 잘 따르는...
사야카 : 옜날부터 말이야, 고양이한테는 인기가 있었어. 개는 으르렁거리지만 말이지.
고양이 : 냐~
사야카 : 아, 미안해. 고마워~
고양이 : 냐~
사야카 : 가끔 여기서 보이는데 근처에 사는 아이일까.
쿠온 : 왜 여기에 있는건가요? 일하는 시간인게...
사야카 : 그건 내가 할 대사. 어째서 야츠기 씨는 이런 시간에 공원에 있는 거야? 아직 6교시 끝나지 않았지.
쿠온 : 쾌청한 날씨가 저를 유혹해서... 저도 모르게 방랑벽이 나온 모양이에요.
사야카 : 그렇구나. 그러면 어쩔 수 없으려나.
쿠온 : 깨끗한 가을날에 나들이하기 딱 좋은 날씨니까요.
사야카 : 또 무슨 소리 들은거니?
쿠온 : ...
사야카 : 나는 야츠기씨 편이니까.
쿠온 : ...괴로워. 괴로워, 선생님.
사야카 : 응
쿠온 : 공부가 괴로워. 학교가 괴로워. 살아있는게 괴로워.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해주지 않는게, 너무 무서워.
사야카 : 어머니 말하는거니?
쿠온 : 응... 얼마전에는 아빠도... 네 멋대로 하라고...
사야카 : 그렇구나.
쿠온 : 왜 잘 되지 않는걸까. 왜, 잘 할 수 없는 걸까. 남동생은 말이에요, 뭔가 적당히 하고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성적 내고있는거 같고... 그래도, 나는 오빠같이 공부만 하는 타입도 아니니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왜...? 있잖아요, 왜 이러는 걸까요. 선생님. 왜...?
사야카 : ...
쿠온 : 왜 나는 이렇게 멍청한 걸까.
사야카 : 너무 자기 자신을 탓하지 말아줘. 야츠기 씨는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결과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을 뿐이야
쿠온 : 그럼 언제!? 언제가 되야 결과가 나오는거야? 언제가 되야 더이상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거야? 있잖아, 선생님... 있잖아...
사야카 : 그건... 그...
쿠온 : 나 이제, 무리야.
사야카 : 야츠기씨 ...!
쿠온 : 미안해 선생님
사야카 : 안돼... 안돼, 그런 짓 하면 안 돼!
쿠온 : 바이바이
사야카 : 야츠기씨!
사야카 : !! 하아... 하아... 어째서?
아야네 : 언제까지 자고만 있을 거야? 아침밥, 빨리 치워버리고 싶은데
사야카 : 하아... 미안해. 지금 일어났어.
아야네 : 보면 알아. 커피, 식어버렸는데.
사야카 : 응... 오늘, 내가 할 차레였었지. 미안.
아야네 : 딱히...
사야카 : 응...? 무슨 일 있어?
아야네 : 하아... 저기 말이야, 그다지 깊이 파고들고 싶지는 않았는데.
사야카 : 응?
아야네 : 잠자리, 너무 안 좋으면 제대로 병원에 가는 게 좋다고. 괜한 고집부리면, 같이 살고있는 나한테 민폐니까.
사야카 : ...아... 응... 그래도, 그, 제대로 잠들 수 있게 됐고, 괜찮으니까.
아야네 : 그렇게 땀 흘려놓고?
사야카 : 신진대사가 좋아진 걸 거야. 분명. 애초에 사람은 하룻밤 동안 한컵 정도의 200ml 정도의 땀을 흘리니까 이정도는
아야네 : 그러니까! 그런건 됐으니까.
사야카 : 미안...
아야네 : 매일 그러는거야?
사야카 : 응... 그... 최근에는 계속.
아야네 : 그럴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말이지. 벌써 2년은 지났는데. 기억력도 좋네.
사야카 : 그래도, 정말로 괜찮아. 그냥 꿈으로만 볼 뿐이니까. 평범하게 생활하는 데 지장은 없으니까
아야네 : 거짓말쟁이
사야카 : 거짓말 아니야.
아야네 : 거짓말.
사야카 : 거짓말 아니라니까!
아야네 : 그럼, 원래 다니던 직장에 얼굴 비출 수 있어?
사야카 : 그건...
아야네 : 전철은 탈 수 있어?
사야카 : ...
아야네 : 언니말이야, 언니가 생각하는것보다 심각하다는거 알고있어?
사야카 : ...알고있어.
아야네 : 모르는거같은데.
사야카 : 알고있어!
아야네 : 몰라.
사야카 : ...
아야네 : 그런 얼굴 해봤자 안 무서워. 여동생 집으로 도망친 언니같은건 요만큼도... 현실을 좀 보라고. 언니.
사야카 : ...아야네.
아야네 : 언제까지고 백수생활 하고 있지말고. ...병원, 가자.
사야카 : 그래도...
아야네 : 아무도 언니 탓 안하니까.
사야카 : ...
아야네 : 언니.
사야카 : ...알겠어.
아야네 : ...커피, 다시 타줄테니까. 빨리 갈아입어.
사야카 : 응... 아야네.
아야네 : ...왜?
사야카 : 미안해
아야네 : 됐어.
사야카 : ...못쓰겠네, 나.
사야카(나레이션)
흠뻑 땀으로 젖은 몸. 피부에 들러붙는 잠옷은 기분 나쁘게 느껴졌다. 앞머리는 볼에 붙어있었고, 시트도 다시 빠는게 좋겠지.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아침은 진작에 지나서, 부드러운 햇살에 눈을 가늘게 떠보면 거리는 조용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여기서 보면 그 공원은 보이지 않는다. 보일 리도 없다. 그런데도, 어딘가로부터 그 경치는 머릿속에 떠올라서, 꾹 하고 마음 깊숙한 곳을 졸라온다.
사야카 : 정말 못쓰겠네. 정말로...
사야카(나레이션)
그 공원에서 보낸 시간은 잊기 어려운 추억이라고, 그렇게 느끼고 있다. 나를 "선생님" 이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머릿속으로부터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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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6
쿠온 : 어라어라 선생님, 얼굴이 영 밝지 않으신데요.
사야카 : 어젯밤에 과식을 해버렸거든.
쿠온 : 밤에 먹는 간식은 좋지 않아요. 방심하면 배가 나와서 영원히 안들어간다구요.
사야카 : 먹고 나서 소화가 될 때까지 2시간에서 4시간, 그러고 나서 자면 살로 붙지는 않아.
쿠온 : 하지만 수면 부족으로 피부가 걱정되네요.
사야카 : 수면 부족인 건 부정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 하암... 좋은 날씨라서 졸음이 오는걸.
쿠온 : 제 무릎이라도 괜찮다면 빌려드릴 수 있는데요?
사야카 : 무릎베개라고 부르는데, 허벅지베개지.
쿠온 : 네~! 현역여고생의 절대영역에 무릎을 베시죠
사야카 : 그렇게 들으니까 왠지 더 베기 힘들어지는걸.
쿠온 : 어머나.
사야카 : 그것보다, 야츠기씨.
쿠온 : 쿠온.
사야카 : ...그러네. 그러면, 쿠온씨. 슬슬 말이지. 이 야외 수업도 끝내야 된다고 생각해.
쿠온 : 에~ 왜요. 좋잖아요. 야외 수업. 저는 즐거워요.
사야카 : 즐겁다는 것만으로는 안돼. 제대로 수업에 나가서 공부해야지.
쿠온 : 공부는 하고 있어요.
사야카 : 학교생활은?
쿠온 : 즐겁지 않아서요.
사야카 : 그게 아니라,
쿠온 : 선생님은 심술쟁이
사야카 : 즐겁지 않아도, 학교는 다녀야 하는 곳이야.
쿠온 : 가고싶지 않은걸.
사야카 : 야츠기 씨
쿠온 : 가고 싶지 않아, 가고 싶지 않아, 가고 싶지 않아! 그런곳, 가고 싶지 않은걸요! 그리고, 쿠온이라니까요 선생님! 공부 못해도 별로 상관없고, 무리해도 좋을거 하나 없는걸요.
사야카 : 그래도 가는게 좋아.
쿠온 : 다른 사람한테 무슨 말 들었어요? 그 애하고 친하게 지내지 말라던가?
사야카 : 아니야, 그런 적은 없어. 그냥 나는 너를 생각해서
쿠온 : 다우트
사야카 : 거짓말 아니야.
쿠온 : 뭔가 숨기고 있죠.
사야카 : 숨기지 않았어.
쿠온 : 숨기고 있어.
사야카 : 숨기지 않았어
쿠온 : 숨기고 있어! 알고있어요? 선생님은 거짓말 할때 오른쪽을 쳐다봐요.
사야카 : 다우트. 심리학적으로는 평소 쓰는 손의 반대 방향이야. 그러니까 내가 보는 건 왼쪽.
쿠온 : ...저하고 대화하는게 싫어졌나요?
사야카 : 아니야.
쿠온 :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게 쓸대없는 짓이라고 드디어 눈치채기라도 한건가요?
사야카 : 진정해, 야츠기 씨! 나는 그저...
쿠온 : 쿠.온! 저, 선생님께 미움받을 짓이라도 했나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잘못이라도 한건가요?
사야카 : 야츠... 쿠온 씨.
쿠온 : 잘못했다면 제가 사과할게요. 알려주세요.
사야카 : 으응, 그런게 아니야. 그런게... ...그저, 제대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쿠온 : 제대로...? 뭐에요 그게. 제대로 라는게, 제대로 수업 듣고, 제대로 공부하고 오라는 건가요?
사야카 : ...그래.
쿠온 : ...! 선생님이 저한테 가장 먼저 했던 말 기억하고 계세요?
사야카 : 그땐... 내가 틀렸었어.
쿠온 : 선생님이, 어떤 방법이든 간에 네가 좋아하는 대로 하면 된다고, 말해주셨다고요? 저는 그 말에 구원받았는데
사야카 : 하지만 그건, 어떤 것도 해결해 줄 수 없어.
쿠온 : 해결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는 그저, 선생님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사야카 : ...
쿠온 : 선생님?
사야카 : 그렇게... 너하고 얘기를 나누면서, 조금이라도 힘이 된다면, 도와 줄 수 있다면,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말이지, 역시 그건 단순히 도망치고만 있을 뿐이야.
쿠온 : 도망치는 게 나쁜 건가요? 무리하면서까지 맞서도 상처만 받을 뿐이고, 괴로우면서까지도 해야 할 일은 없다고, 그렇게 가르쳐준 것도 선생님이에요!
사야카 : 응... 그렇지.
쿠온 : 그것도... 틀렸다는는건가요?
사야카 : 그래.
쿠온 : ...
사야카 : 괴로운 일로부터 도망쳐도, 눈을 돌려도, 애매하게 놔둔채로 있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제대로 마주 보고, 자기 자신의 과거로 만들지 않으면, 내일은 변하지 않아.
쿠온 : 아니야... 또 얼버무리려고 하고 있어.
사야카 : 얼버무리려고는...
쿠온 : 제대로 이쪽을 봐줘요 선생님!
사야카 : 야츠기 씨...
쿠온 : 맞는 말만 하는척 하면서 이론으로 어물쩡 넘기려고 하고있어.
사야카 : 미안해...
쿠온 : 역시... 어른은 치사하네요. 제일 중요한건 말하려고 하지 않는구나.
사야카 : 네 걱정을 하고있는건 진짜야.
쿠온 : 그럼, 저한테 해줄 말은 미안해가 아니었겠죠.
사야카 : ...
쿠온 : 학교로 돌아갈께요.
사야카 : 그렇구나. 응. 그게 좋아.
쿠온 : 선생님.
사야카 : 왜?
쿠온 : 다우트, 거짓말이라고, 말해주세요.
사야카 : ...이런건, 애초에 빨리 그만두는게 좋았어.
쿠온 : 선생님은 바보.
사야카 : ...미안해.
아야네 : 그 러 니 까! 해드릴 수 있는 말은 하나도 없고, 언니는 여기에 없으니까 돌아가주세요. 경찰 부를거에요? ...진짜.
아야네 : 죠가사키씨! 죠가사키씨죠 언니 얘기 기자한테 말한 거. 회식 자리에서? 저기 말이죠, 이쪽은 마감 직전이라 안 그래도 초조한데 쓸데없는 일까지 늘리지 말아 주실래요? 관둬버릴 거에요. 원고 관둬버린다고요? 화 난거 아니에요. 엄청나게 화난 거라고요! 아아아 안 들립니다. 안 들려요. 죄송하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처리해 주세요. 아침부터 계속 저러고 있다고요? 계속! 언니하고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할건데요! ...네? 네? 걱정하고 있을 리가 없잖아요. 앞으로 반년뿐이니까요. 부득이하게 이러는 거예요. 조금만 지나면 바로 내쫓을 거니까. 네. 네. 시간 안에는 할게요. 알고 있어요. 어쨌든, 기자는 어떻게든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네. 그럼.
아야네 : 하아... 지쳤다. 한 사람의 인생을 구경거리로 해서 벌고 있는 내가 말하는 것도 뭣하지만 말이야... 다른 사람 인생을 여기저기 파헤치고 다니면서 뭐가 즐거운 건지. ...즐겁지는 않으려나. 즐겁지 않겠지. 살기 위해서, 돈을 위해서 인가... ...하아. 싫다 정말. 오늘 정도는 쉬어도 될텐데... 성실도 하셔라.
사야카 : 다녀왔어. 아야네? 지금 현관에서 아주머니하고 마주쳤는데, 편집자님?
아야네 : 어... 응. 뭐.
사야카 : 그렇구나. 뭐랄까 생긋생긋하고 계셔서 인상 좋으셨으니까. 다음번엔 제대로 인사드려야겠네.
아야네 : 언니가 구태여 참견할 일도 아니야.
사야카 : 응? 왜? 무슨 일 있어?
아야네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사야카 : 수상한데.
아야네 : ...
사야카 : 응? 어? 우체통에 뭔가 들어가 있는데
아야네 : 아... 아, 사실 조금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현관에서 돌아가라고 보냈거든. 그래서 우체통에 자료 같은 걸 집어넣은 거겠지.
사야카 : 그렇구나. ...미안해.
아야네 : 어?
사야카 : 원고 잘 써지지 않는거, 내 탓이지. 가능하면 빨리 여기서 나갈 테니까.
아야네 : 아... 응. 그러네.
사야카 : 저녁밥 만들게.
아야네 : 응. ...정말로. 귀찮게.
사야카 : 아야네?
아야네 : ...왜?
사야카 : 그라탕 만들려고 했는데, 도리아라도 괜찮을까?
아야네 : 응. 마음대로 해.
사야카 : 알았어.
아야네 : 언니
사야카 : 왜?
아야네 : 왠지 좀 건강해 보이네.
사야카 : 응. 컨디션 좋은거 같아. 언제까지고 아야네한테 민폐만 끼치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아야네 : 그렇구나.
사야카 : 좋아~ 밥 맛있게 만들게.
아야네 : ...후우.
아야네 : ...아오야기 고등학교. 스쿨 카운셀러. 인터넷은 참 싫다. 지난 일들도 언제까지고 눌러 앉고있으니까 말이야. ...진짜, 자기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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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7
사야카 : 저는 그저, 조금이라도 그 아이의 힘이 됐으면 해서... 아뇨, 절대로 그런건! ...학교에서 부탁받은 게 아니라, 제 개인적인 행동입니다. 돌아가 주세요! 말씀 드릴 건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네. 폐를 끼쳤습니다. 어째서... 어째서... 이런 일이... 아뇨. 죄송합니다. 하지 마세요! 이거 놓으세요! ...저는 그저.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죄송합니다.
...도와줘.
죄송합니다.
...누군가, 도와줘.
미안해요...
도와줘...
쿠온? : 선생님
사야카 : !? 으...
엑스트라 : 저기... 괜찮아요? 저기... 죄송합니다! 저기요! 역무원님!
아야네 : 기가 차네. 갑자기 병원에서 전화가 오는걸.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어.
사야카 : 미안해.
아야네 : 전철 타려고 했던 거야?
사야카 : 응
아야네 : 왜?
사야카 : 미안...
아야네 : ...아니, 미안. 나야말로 미안해. 화내는거 아니니까. 왜, 무슨 일 있었어?
사야카 :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이대로라면 안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아야네 : 저기말이야... ...아니, 폐 끼치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말라고. 언니한테 그 역은 라스트 보스 같은 거잖아. 왜 여기저기 넘겨 뛰고 마왕의 성으로 가는 건데.
사야카 : 미안해... 가끔은 과감한 치료도 필요하다고 책에 쓰여 있었으니까.
아야네 : 책에 의존한 지식이 실전에서 도움이 안될 때도 있다고는 노하우 책에 안 적혀있는 거야?
사야카 : 있었을지도...
아야네 : 작가로서 책임을 느끼지 않는건 아니지만 말이야... ......아?
사야카 : 아, 역에서 도와준...
아야네 : 언니, 안전벨트
사야카 : 응?
아야네 : 됐으니까 빨리.
사야카 : 아앗
아야네 : 진짜, 정말로.
사야카 : 왜 그래? 아야네, 도와준 사람 엄청 놀란 표정이었어
아야네 : 좋은 사람은 아니야 분명히
사야카 : 그래도, 도와줬는데...
아야네 : 너무 순진해! 왜 역에서 도와줬다는 사람이 일부러 병원까지 찾아오는건데?
사야카 : 떨어트린 물건을 건내주러 왔다던가...
아야네 : 그럼 경찰한테 넘겨주거나 하겠지. 직접 만나러 오는건 사고를 이용하려는 경박한 남자거나 되먹지도 못한 남자거나 둘중 하나니까.
사야카 : 그래도...
아야네 : 하아... 언니. 여태까지 몇명하고 사귀어봤어?
사야카 : 어?
아야네 : 몇명?
사야카 : 3명...
아야네 : 손도 못쥐게 했지.
사야카 : 그, 그치만 부끄러웠으니까
아야네 : 그래서, 초조하게 만든 끝에 버려졌다.
사야카 : 응...
아야네 : 남자가 인상 좋은 표정 짓고 있을 때는 사심 숨기고 있을 때라는 걸 기억하는 게 좋아. 얼마 안 가서 잡아먹혀 버릴지도 모르니까.
사야카 : 아야네는 너무 과장이 심해.
아야네 : 언니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거야. 됐으니까 한동안 밖에 돌아다니지 마. 알았어?
사야카 : 그래도, 그러면 아야네한테 방해가 되니까
아야네 : 이미 충분히 방해되서 민폐 끼치고 있으니까 더이상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사야카 : 응...
아야네 : 진짜...
사야카 : 아, 그래도...
아야네 : 왜?
사야카 : 아무것도 아니야. 슬슬 우유가 다 떨어지겠구나 싶어서.
아야네 : 중간에 편의점 들를께. 그럼됐지.
사야카 : 응
아야네 : 하아... 비 오네. 빨래밖에 걸어두지 않았겠지.
사야카 : 있지, 아야네.
아야네 : 왜?
사야카 : 거짓말쟁이는 나쁜걸까.
아야네 : 글쎄다. 뭐, 만약 염라 대왕님이 계신다면 나는 혀개 몇개 있어도 부족하겠지. 몇개고 뽑히고 싶지는 않지만
사야카 : 아프려나?
아야네 : 저번에 수면 부족으로 혀 끝에 쥐났을때는 죽는줄 알았어.
사야카 : ...싫은걸
아야네 : 꽤 자주 하는 얘기지만 말이야, 사람이 거짓말 할 때는 누군가를 지키고 싶을 때라는 거.
사야카 : 좋은 거짓말과 나쁜 거짓말?
아야네 : 그것도 있지만 말이야. 타인이든 자기 자신이든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거라면 어쩔 수 없는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사람간의 정이겠지.
사야카 : 그래도 그걸로 상처받거나 한다면
아야네 : 그런 건 사람 나름이잖아. 용서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관계 나름. 자기 자식의 거짓말은 귀여운 법이니까.
사야카 : ...
아야네 : 이런 사람이 카운셀러라니 어처구니가 없네.
사야카 : 지금은 무직이니까.
아야네 : 뭐야, 언니 풀죽어있는거야? 삐진거야? 지금
사야카 : 아니야. 그냥
아야네 : 그냥?
사야카 : 아야네하고 이렇게 얘기 나누는 거 오랜만이라고 생각해서.
아야네 : ...바보아니야? 맨날 얘기하잖아.
사야카 : 그럴까?
아야네 : 그렇다니까. ...!
사야카 : ...?
아야네 : 아무것도 아니야. 아는 사람 지나가서.
사야카 : 응?
아야네 :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사야카 : 그것도,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거짓말?
아야네 : 아닙니다. 그냥 아무래도 좋은 걸 떠올렸을 뿐이니까.
사야카 : 그렇구나. ...정말로, 미안해.
아야네 : 뭐가?
사야카 : 힘낼테니까. 나.
아야네 : 그래.
사야카 : 응.
아야네 : 비... 인가.
사야카 : 왜그래?
아야네 : 언니한테는 비가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사야카 : 뭐야 그게.
아야네 : 글쎄 뭘까.
아야네(나레이션)
비는, 비는 하늘로부터 내리는 축복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의 근원. 모든 것들은 이 내리쏟아지는 생명의 물방울로부터 태어나, 이 땅에 자리 잡았다.
비는, 눈물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바보 같은 얘기다. 사람 한명 한명을 위해서 하늘이 과연 눈물을 흘릴까. 마음속의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릴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엄청난 민폐가 따로 없다. 혼자서 울고 있으라지. 참다가 사람들한테 민폐 끼치지 말라고, 바보 같은게.
하지만 사람은 말한다. 서로 털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혼자서 고민하지 않고, 아픔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건 말이야, 그저 응석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니야? 사람의 약한 부분에 기대고만 있는 건 아니야?
아야네 : 있지, 너는 어떻게 생각해?
쿠온 : ...네?
아야네 : 우산도 쓰지 않고 비나 맞으면서, 누군가가 아닌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는 걸 마냥 기다리고 있다니. 그거 말이야 사람의 호의에 응석 부리고 있는 거 아니야? 기대고 있는 거 아니야? 안 그래? 어떻게 생각해.
쿠온 : 어떻게, 라니.. 저기, 저는 그냥....
아야네 : 그냥 비 맞으면서 청춘에 빠져 있는 거야?
쿠온 : ...네. 뭐, 그렇죠.
아야네 : 짜증나.
쿠온 : 네?
아야네 : 그런거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짜증나. 여기 보란 듯이 관심을 주세요, 도와주세요~ 라면서 포즈 취해놓고, 말 걸어주면 그런 건 바라지 않았다고 거절하고, 바라고 있었던 주제에 아닌 척이나 하고 진짜 그런 건 됐으니까, 짜증 나니까.
쿠온 : ...언니? 저기...
아야네 : 알고 있어, 알고 있어. 난생 처음 보는 사람한테 무슨 말을 듣든 귀담아지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고, 그렇다는 건 애초에 아주 잘 알고서 왔으니까.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으니까.
쿠온 : ...?
아야네 : 그 교복. 아오야마 고등학교지.
쿠온 : ...
아야네 : 경계하지 않아도 돼. 유명한 사립고등학교잖아?
쿠온 : 누구세요?
아야네 : 왜? 신경 쓰여? 청춘을 취해있는 어린애를 발견했으니까 말 걸어봤을 뿐인 마음씨 상냥한 언니지. ...말해두는데, 계속 기다려도 안 오니까.
쿠온 : 네?
아야네 : 혹시 어쩌면, 하고 기대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현실은 그렇게 물러 터지지 않았으니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인생이 잘 풀리지는 않으니까.
쿠온 : 선생님하고 아는 사이...신가요? 선생님께 부탁받고... 온 건가요?
아야네 : 그러니까 아니라고. 우연히 지나가던 중에 말 걸어봤을 뿐이야. 그냥 변덕이지.
쿠온 : 하고 싶은 말을 모르겠는데요.
아야네 : 그러네, 나도 왜 내가 여기 왔는지... 눈에 밟힌 게 잘못이겠지. 내 성격하고 안 맞아. 일단 물어봐 줄게. 뭘 고민하고 있는 거야?
쿠온 : 별로 고민 같은건...
아야네 : 고민하고 있으니까 비를 뒤집어쓰고 있는 거잖아? 이유도 없이 가만히 비에 맞고 있으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겠지.
쿠온 : 으...
아야네 : 뭐냐, 여행 간 곳에서는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 부끄러운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하잖아?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남이라고 생각하고, 자자. 슬슬 추워지기 시작했고.
쿠온 : ...
아야네 : 뭐, 딱히 상관없지만 말이지. 딱히 상담해 주려고 온 것도 아니고.
쿠온 : 네?
아야네 : 감기 걸린다고 충고해 줘야겠다 싶어서.
쿠온 : 언니야말로 뭘 망설이고 있는 거에요?
아야네 : 뭐?
쿠온 : 왜냐면,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전혀 모르겠고. 저한테 볼일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혼자 묻고 답하면서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안 하는 것 같고. 저희 어디서 만난 적 있나요? 그게 아니면, 정말로 선생님하고 아는 사이인가요?
아야네 : 그 정도로 눈치가 빠르면서... 아니, 빨라도 아무 소용 없나.
쿠온 : ...?
아야네 : 하아... 응, 뭐 그렇지. 뭐라고 할까. 네가 조금 눈에 거슬린다고 해야 할까. 아니, 마음에 둘 정도는 아닌데 진짜 정말로 신발에 들어간 작은 돌 정도로는 짜증나.
쿠온 : ...
아야네 : 어린애는 말이야, 애답게 고민하고, 고민했으면 몸을 움직여서 스트레스 같은건 땀하고 같이 흘려보내라고. 어째서 그런 거로 고민했을까, 하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테니까.
쿠온 : 어른다운 의견이네요.
아야네 : 어른도 한때는 어렸으니까 말이지. 선배니까.
쿠온 : 그래도, 그렇게 웃을 수 있는 날은 어렸을 때보다 행복한가요.
아야네 : 살아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엄청난 바보거나, 신한테 사랑받고 있는 듯한 놈들뿐이지.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는 행복하려나.
쿠온 : 뭐야 그게.
아야네 : 그러니까 죽고 싶다고? 살아 있어서 즐겁지 않다면 이제 끝내버려도 괜찮겠지, 같은 느낌?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쿠온 : 누구도 죽는다고 한 적은 없는데요.
아야네 : 진짜로? 죽을 생각 없어? 태평하게 고민만 하면서 살다가 노쇠할 때까지 지낼 수 있어? 그럼 다행이지. 쓸데없는 걱정이었겠네.
쿠온 : ...
아야네 : 왜?
쿠온 : 어째서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런 소리를 들으면 안 되는 걸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야네 : 태어났을 때부터 사람은 어머니하고 연결된 법이지. 그리고 그 연결은 점점 넓어지기 시작하고. 너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아.
쿠온 뭐에요 그게. 조금 전하고 말하는 게 다르지 않나요?
아야네 : 모순된 것 같으면서도 모순돼있지 않단 말이지, 이게. 사람은 다른 사람의 발목을 잡기만 하는 생물이니까 말이야.
쿠온 : 돌아가는 건가요?
아야네 : 하고 싶은 말은 다 했으니까. 너도 빨리 돌아가지? 그리고 목욕하고 머리도 잘 말리고 이불 덮고 푹 잠이나 자라고.
쿠온 : ...
아야네 : 적어도 나는 그렇게 할 거니까. ...후훗
아야네(나레이션)
비를 보면, 늘 그날을 떠올리는 것은, 나 또한 과거에 얽매여 있다는 뜻이겠지.
아야네 : 언니. 버터하고 당근 사 왔어. 근데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딱히 마가린이어도 ...언니? 왜? 무슨 일이야?
사야카 : 아야네... ...이거, 아까 우체통에
아야네 : ...! 신경 안 써도 되니까.
사야카 : 그래도
아야네 : 신경 안 써도 되니까!
사야카 : 아야네...
아야네 : 한가한 사람도 있구나, 하고 웃어넘기면 되는 거야. 이런 건.
사야카 : 응... ...미안해.
아야네 : ...지금 사과 하는거 이상하지 않아?
사야카 : ...응. 진짜로, 미안... ...나, 우리 집으로 돌아갈게.
아야네 : 언니! ...아
아야네(나레이션)
아무리 떨어져다 하더라도, 과거는 발밑에서 손을 뻗어온다.
"지금"은, "과거" 위에 서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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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8
사야카(나레이션)
감정으로부터 기인하는 기억은 단순한 암기에 비해 기억에 남기 쉽다고 한다. 사람은 무언가를 기억할 때, 머리뿐만이 아니라 마음이 함께 움직이면 효율이 높아진다.
좋아서 하는 일이 곧 숙달로 이르는 길이다, 라는 말은 이를 굉장히 잘 표현한 말로, 반복연습으로 인한 절차적 기억과 더해, "좋아"한다는 마음마저 더해지면 타인보다도 지식의 축적량이 많아지는 것이 이유일 것이다. 똑같은 것을 담담히 반복해 나가는 루틴 워크를 통해서는, 손에 익기는 해도 지식으로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한화 휴재.
기억은 남는 것이다. 기억에 감정이나 장소 등이 따라오는 것을 "에피소드 기억"이라고 하며, 즉 이것을 "추억"이라 부른다. 어디서 누군가와 무엇을 했는가, 어떻게 느꼈는가. 그것을 사람은 강한 감정일수록 지식으로서 축적하고, "기억"이 된다. 무언가를 외우고 싶을 때는 감정을 움직이면 된다는 것은 이를 역으로 이용한 학습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화 휴재.
사람의 마음이란 신기하다. "당신의 기분은 어떠신가요"라고 질문을 받았을 때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대는 사람은 있어도,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는 머리를 감싸 쥘 것이다. 지금 제 기분을 알겠나요? 라고 하며.
한화 휴재.
가슴이 아프다. 그곳에 마음은 없을 터인데. 아프다면 머리일 것이다. 감정은 대뇌의 편도체에 있으며, 그것을 억제하는 것이 전두엽전영역이다. 이상한 얘기지만, 나는 머리를 감 싸쥔다. 아니, 누른다.
한화 휴재.
감정과 기억은 애매한 결합 관계에 있으며, 강한 감정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그 결합의 선명함이 짙어진다고 한다. 그것을 "섬광 기억"이라 하며 심리적 외상에 의한 "플래시백"과는 다르게 일시적으로 중요한 기억으로서 기억에 남을 뿐으로
한화 휴재.
사야카 : 하아... 하아...
좋지 못한 기억은, 좋지 못한 감정과 함께, 선명하게, 지금 나의 눈앞에 떠올라서.
사야카 : 읏...
아무렇게나 던져진 말은, 감정을 동반하는 지식으로서 지금도 이처럼 나의 뇌에 깊게 새겨져 있다.
사야카 : 한화... 휴재...
지금,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은 이런 게 아닐 텐데.
아야네 : 이렇게 된 이상, 책임 추구라던가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이제 뭘 어떻게 하든 늦었으니까. ...그 이야기는 접어 두고, 한화 휴재? 입으로 직접 말하는 단어는 아니죠, 이거. 이해를 못 하겠는데요. 하아. 재판이라던가 그런 생각은 안 하고 있으니까 안심해주세요. 언니가 나간 거 알고 기자도 그쪽으로 간 모양이라 일은 평범하게 할 수 있고. 네. 원고는 나중에 보낼게요. 일단 완성은 했으니까. 당연하잖아요. 이래 봬도 사회인이라는 자각은 있으니까 마감은 지켜야죠. 손이 남는다면 언니 쪽 일이나 어떻게든 막아 주세요. 실수로라도 또 기사로 나온다든가 하는 일은 없도록 해주세요. 네. 부탁드립니다.
아야네 : ...기껏해봐야 편집자가 그런 것까지 할 수 있을 거라곤 기대도 안 하지만 말이지. 하아. 지쳤다. 졸려. 이대로 잠들면... 아, 배고프다. 편의점... 귀찮아. 컵라면 같은 거나... 밥, 제대로 먹고 있으려나.
아야네 : ...아? 네. 여보세요. 뭡니까 죠가사키 씨. 까먹은 말이라도 있었어요? 네? 네. 네. ...네?
쿠온 : 냐고로로 냐고로로 ...막 이러면서. 응? 그 고양이 어디로 간 거지?
사야카 : 안녕.
쿠온 : 어, 선생님!
사야카 : 좋은 날씨네.
쿠온 : 네... 뭐...
사야카 : 오늘도 땡땡이?
쿠온 : 네...
사야카 : 그렇구나. 옆에 앉아도 될까?
쿠온 : 앉으세요.
사야카 : 무슨일 있었어?
쿠온 : 아뇨, ...이제 말 거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야카 : 왜?
쿠온 : 왜라니...
사야카 : 나 말이야,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어.
쿠온 : 네?
사야카 : 사람과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서로 다른 법이니까.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걸 알고 싶어서 여러 가지 책을 끝에서부터 차례대로 읽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이걸로 조금이라도 상대방의 기분을 알게 된다면 좋겠다 싶어서. 근데 이것도 결국, 상대방을 똑바로 마주 보는 것하고는 다르겠지.
쿠온 : 선생님...? 저, 저기! 이전에는 심한 말 해서 죄송했습니다. 저를 걱정해주셨을 뿐인데. 저는. 선생님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아무것도 모르는 건 저 였는데.
사야카 : 아니, 나야말로 네 기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했어.
쿠온 : 저... 외로웠어요. 선생님에게 응석 부리고 있었던 거라고... 공원에 오면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어 준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마음 어딘가에서 안심 해서... 그래도, 기대고만 있으면 언젠가는 버림받을 수 있다는걸, 받기만 할 뿐이면 안 되는 거라고. 머리를 식혔어요. 아무래도 집에 있을 수 없어서, 뛰쳐나와서 빗속 공원에 서 있었어요. 당연하지만 아무도 없었는데, 선생님도 올 리가 없는걸 알고 있었는데... 와주실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을 해버리기도 하고. 그랬더니 처음 보는 여성분한테 청춘에 빠져있지 말라고 야단맞았어요. 누군가가 기대게 해주는 걸 기대하고 있다고. 울컥했지만 정곡을 찌르는 말이어서, 저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여유가 있었고, 다른 사람한테 혼날 정도로 응석만 부리고 있었다고 알게 됐어요.
사야카 : 그러네... 응 그럴지도 모르겠네.
쿠온 : 선생님...
사야카 : 그래도 안심해. 너를 혼자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야. 나는 계속 옆에 있을게.
쿠온 : 고맙습니다.
사야카 :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버리거나 하지 않아. 포기하거나 하지 않을 거야. 자기 자신이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그렇지 않을 때도 많은걸. 그러니까 내가 곁에서 네 손을 잡아줄게.
쿠온 :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과장 아니에요? 그렇게까지 생각해 주시는 건 기쁘지만 말이에요. 자립해보려는 사람을 응석 부리게 해서 어쩌려고 그래요. 이럴 때는 탁, 하고 등을 누르면서 "힘내!"라고 말해주는 편이 편하달까?
사야카 : 아니, 괴로울 때마다 나를 의지해도 상관없어. 나도 알지 못하는 게 잔뜩 있으니까. 모르는 것도 많고. 힘이 될 수는 없어도 같이 상처를 공유할 수는 있어. 같이 괴로워해줄 수는 있어. 네 아픔을 같이 알아 갈 수는 있을거야.
쿠온 : 선생님...?
사야카 : 왜냐면, 사람을 자아를 가지게 돼버렸는걸. 타인의 마음속을 통해서 밖에 자신을 찾을 수 없는걸.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상대를 통해서 밖에 찾을 수 없어. 자신의 아픔은 자신밖에 모른다는 것은 거짓말이야. 그 아픔은,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어. 다른 사람 속에 있는 자신에게 아픔을 떠넘겨서, 자기 자신의 상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상황을 정리하는 것도 냉정하게 생각하는 것도 할 수 있게 되서
쿠온 : 선생님, 너무 폭주하고 계세요! 자아가, 뭐라구요? 조금 진정하고 설명해줘요.
사야카 : 나는... 너를 혼자 남겨두지 않아. 절대로.
쿠온 : 선생님...?
사야카 : 그러니까, "야오리 씨" 당신은 안심하고, 선생님한테 기대도 괜찮아.
쿠온 : 네? 정말, 선생님. 저는 야츠기라니까요. 아니, 쿠.온! 이름으로 불러 달라고 했잖아요, 선생님.
사야카 : 야오리 씨.
쿠온 : 어...?
사야카 : 삶에 의미 같은 건 없어. 야오리 씨.
쿠온(나레이션)
이때 선생님은, 저 같은 건, 조금도 눈에 넣고 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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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9
아야네 : 언니? 언니!!
아야네 : 언니? 있어?
아야네 : ...! 뭐야, 이거.
아야네 : 이런 기사, 아무리 그래도 당사자 집에 보내거나 하는거야?
아야네 : 언니! 언니!! 없는거야?! ...! 공원이구나.
쿠온 : 자, 잠깐만 선생님! 어디로 가는거에요?
사야카 : 어디라니, 바다가 보고싶다고 한건 야오리씨잖아. 빨리 가지 않으면 밤이 되버린다구.
쿠온 : 그런 말 한적 없고 저는 야오리가 아니라 야츠기! 야츠기가 아니라 쿠온이에요!
사야카 : 수평선은 말이야, 멀게 보이지만 의외로 가까워. 거리로치면 약 4500m 정도. 차를 타고 간다면 몇 분이면 도착하겠네.
쿠온 : 그래도 도착할 무렵에는 또다른 수평선이 거기에... 아니 그게 아니라 말이에요.
사야카 : 미안해.
쿠온 : 네?
사야카 : 조금더 빨리 갔으면 좋았을텐데
쿠온 : 선생님?
사야카 : 자, 빨리 가자. 야오리씨.
쿠온 : 아...
쿠온(나레이션)
그 후로 선생님은, 마치 침묵을 두려워하듯 끝없이 잡학을 입에 담았다. 바다가 푸른 이유. 돌고래는 사는 지역에 따라 언어가 다르다. 문어의 빨판에는 미각이 갖추어져 있다던가, 해달은 애용하는 돌을 주머니에 넣어놓고 계속해서 사용한다는 등 평소라면 그렇구나, 하고 끄덕거리며 즐길 수 있을 만한 화재를 차례차례. 마치,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려는 듯, 나에게 말을 던져왔다.
쿠온 : 선생님? 무슨일... 있으셨던 거죠?
사야카 : 어?
쿠온 : 역시 이상해요. 아까부터 제 이름도 계속 틀리고, 역시 무슨 일 있으신 건죠.
사야카 : 아무 일도 없어. 나는 그저... ...!
(3번선에 전철 정차합니다.)
쿠온 : 선생님?
사야카 : 안 돼. 안 돼. 그런거, 절대로 하면 안 돼.
쿠온 : 선생님? 잠, 잠깐만요 선생님? 어디 아프신거에요? 선생님?
사야카 : 하아... 하아... ...!
쿠온 : 선생님? 선생님...? 저기... ...! 역, 역무원씨!
사야카 : 미안해, 미안해 야오리씨. 나... 나, 야오리씨를 구하지 못했어.
쿠온 : 선생님...?
사야카 : 너는 그렇게나,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는데. 나한테 그렇게도 상담을 받으려 했는데. 나는 아무것도 대답해 줄 수 없어서. 힘이 되주지 못해서. 바다도...
쿠온 : 정신 차리세요 선생님! 저는 야오리가 아니고 바다에 가자는 약속 같은 것도 안 했어요.
사야카 : ...그런식으로 너는, 나에게 도움 받는걸 포기했어. 나로서는 네 힘이 되줄 수 없으니까. 나로서는 너를 도와줄 수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너는...! ...몸을 던졌어.
쿠온 : 도대체, 누구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무슨 얘기에요?
사야카 나는 이제 : 다시는... 너를 버리거나 하지 않을게. 너를... 저버리거나 하지 않을 테니까. 네가, 자살 같은 걸 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까.
쿠온 : 선생님...?
사야카 : 좋은 약은 입에 쓰고, 때로는 과격한 치료도 필요한 법이야.
쿠온 : 선, 선생님? 위험해요, 선생님!
사야카 : 어떤 것을 세는 단위는, 죽어서 남기는 부분으로 부터 유래됐다고해. 생선은 꼬리. 새는 날개. 소는 머리. ...사람은 말이지, 이름(名)이 남는거야.
쿠온 : ...!
사야카 : 내 이름으로, 너를 묶어둘게. ...야오리씨.
쿠온 : 선생님!
...
...
...
사야카(나레이션)
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지독한 생물이라는 모양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사람은 나였다. 그 아이의 괴로움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떠오르는 말들은, 아픔과 함께 새겨졌다. 던져진 말들은, ‘기억’이 되어 나에게 박혔다. 나라는 존재는, 그들의 말에 의해서 형성되었다. 후회한다고 해서 어쩔 방법이 없다. 후회한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도 없다. 변명해서는 안됐다. 말을 고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학생을 죽게 내버려 둔 박정한 사람.
이야기를 듣기만 할뿐 행동하지 않은 직무 태만.
그래, 내가 죽게 놔두고 말았어. 내가, 그 아이의 아픔을 가장 잘 알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어째서 멈추지 못했던 걸까.
책임은 전부 나한테 있었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눈치채놓고, 눈치채지 못한 척을 했었다.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어리숙했다.
세계가 붉게 물들었다.
붉게, 새빨갛게, 시뻘건 색으로...
내가 죽게 내버려 뒀다.
붉은색으로, 그녀는 웃고 있었다.
(내가 죽게 내버려 뒀다).
웃으면서, 나를 붙들어 매었다. 이 장소에. 그녀의 죽음으로써.
내가 그녀를 죽였다.
내가... 그녀를...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은 나였다.
(나는 아무것도 나쁘지 않아.)
그녀의 아픔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멈추는 것도 할 수 있었을 터였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나는 도와줄 수 있었다. 도와주는 게 가능했다.
변명을 해서는 안 됐다.
(싫어, 아니야,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아!)
대답해 주지 못했다. 대답할 수 없었다. 대답해 주지 않으면 안 됐었는데!
내가, 죽게 내버려 둔 거야. 죽게 내버려 둔 거야. 내가 죽게 내버려 뒀어!
...내가 그녀를 죽였다.
사람은, 어째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요?
대답해 줄 수 없었다.
대답해 줄 수가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해 주지 않으면 안됐었는데.
선생님이니까. 나는 선생님이었으니까. 인생의 선배였으니까. 이끄는 처지였으니까.
입장에 구애되고 말았다. 자기 자신을 지키느라 필사적이었다.
물어봤다면, 이렇게 대답해야만 했다.
살아가는 의미 같은 건, 아무것도 없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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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10
오디오 드라마. 시로네코테일 (하얀 고양이의 꼬리)
쿠온 : 선생님!
아야네 : ...! 하아...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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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카 : 아야네...?
아야네 : 바보아니야!? 뭐하는거야, 바보!
사야카 : 왜 아야네가...? 아니, 그것보다 나 야오리씨에게
아야네 : 야오리는 죽었어! 언니 눈앞에서, 역에서, 전차로 뛰어들어서 죽었다고!
사야카 : 너무해, 사람이 죽었다던가 농담으로라도 말하면 안돼!
아야네 : 그게 아니잖아, 그게...
쿠온 : 선생님... 선생님...!
사야카 : 야오리 씨...
아야네 : 야오리가 아니야. 그 애는 야오리 미온이 아니야. 이름은 모르지만.
쿠온 : 쿠온이에요! 야오리가 아니라 야츠기에요! 미온이 아니라 쿠온이에요! 비슷하지만, 다르다구요! 저는 야츠기 쿠온이에요! 선생님이 알고있는 그 아이하고는 다르다구요!
사야카 : 쿠온...? 쿠온... 씨...?
쿠온 : 네...
사야카 : 나... 어... 그렇구나. 나, 잠이 덜 깼던 거려나.
아야네 : 몽유병? 좀 봐달라고.
사야카 : 미안...
쿠온 : 선생님? 선생님인거죠? 제가 알고있는 사야카씨인거죠?
사야카 : 응. 미안해, 조금 이상해졌던 모양이라. 그...
쿠온 : 으응, 괜찮아요! 선생님이 천연인 건 원래부터 그랬는걸. 괜찮아요!
사야카 : 그러니까... 어, 응.
아야네 : 정말로... 아아. 역무원한테 사정 설명하고 올 테니까 둘이서 여기서 기다려. 놔두고 어디 가버리면 평생 원망할 거니까.
사야카 : 미안...
아야네 : 하아...
쿠온 :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사야카 : 야츠기 씨...
쿠온 : 왜냐면, 왜냐면 엄청나게 놀랐는걸요.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어요. 정말로 멈췄었는지도 몰라요. 그 정도로 놀라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서... 선생님하고 만났을 때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요. 선생님 의자에서 멍하니 있던 저한테, '21g 붕 떠 있어요.'라고 말을 건 거 기억하고 있어요? 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해서, 도라에몽인가요? 하고 대답했는걸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이상한 대답을 들었다는 듯이 웃어서, 저 이런 식으로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사야카 : 응.
쿠온 : ...왜, 선생님이 죽으려고 하는 거야? 왜 선생님이 전철로 뛰어들어야 하는 거야? 알려줘 선생님. 언제나처럼 제대로 알려줘!
사야카 : 야츠기 씨...
쿠온 : 쿠온이라니까요!
사야카 : 쿠온 씨. 있지, 이치에 맞지 않는 건 잔뜩 있곤 해. 어떤 일에는 답은 있고,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어. 배움의 끝에는 선인이 있고, 의문의 끝에는 진리가 있다고 해. ...이런 말은 속임수. 얼버무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버렸어.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경험을 시켜주는 거라고, 생각을 하게 해주는 거라고 생각했어.
쿠온 : 모르겠어요... 저, 바보니까 그런 추상적인 말을 들어도 이해할 수 없어요! 그... 야오리, 라는 사람이 원인인 건가요? 그 사람이 선생님께 무슨 짓을 한 건가요?
사야카 : 무슨 짓을 한 건 나. 아니, 하지 않았던 거려나. 쿠온 씨, 조금만 나하고 사귀어 줄 수 있어?
쿠온 : 네...?
사야카 : 학교로 가자.
사야카(나레이션)
야오리 미온은 상냥한 여자아이였다. 밝고, 건강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에 의미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나날을 살아가는게 괴롭다. 그저 이유도 없이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두렵다. 마치 자기 자신만이 내 버려진 듯한 감각에, 주위로부터 자신만이 붕 떠 있는 듯한 위화감에 그녀는 괴로워하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나는 그 도움에 응해주지 못했다.
어째서 사람은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가.
어째서 사람은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되는가.
행복이란 뭐야? 행복하지 않은 게 불행하단 거야?
행복해지려고 하니까, 위로 올라가려고 하니까 괴로워. 죽고 싶어 져.
하지만 땅에서 구르면서,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은 먼눈으로 바라만 보는 것도 괴롭다. 멈추어 서는 것도, 계속해서 걷는 것도 몸을 좀먹고, 몸을 붙든다. 살아가는 게 괴롭다. 생각하는 게 괴롭다.
숨을 쉬는 게, 괴롭다.
고통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괴로움으로부터 도망친 곳은, 죽음이었다.
현실로부터 눈을 돌리고 있어도, 살아 있는 한 언젠가는 마주 봐야만 한다.
현실이 괴롭다면, 현실을 지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녀에게 있어서는 구원이었다. 그녀는, 그걸로 구원을 받은 것이다.
사야카 : 죽는다는 게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어.
쿠온 : 선생님?
사야카 : 후훗... 멋대로 들어왔는데 괜찮았으려나?
쿠온 : 당연히 혼난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 고등학교, 이것보단 방범 대책 잘해놨을 거로 생각했었는데.
사야카 : 제대로 해놨으면 쿠온 씨가 점심시간에 빠져나올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쿠온 : 그렇구나. 그것도 그러네요.
사야카 : 후우... 옥상은 예전부터 동경했었어. 전에 있었던 고등학교는 폐쇄돼있었으니까.
쿠온 : 우리 학교는 운동장 작으니까요. 점심 여기서 먹는 애들 많아요.
사야카 : 그럼 쿠온 씨도 이제부터 여기서 밥을 먹겠네.
쿠온 : 먹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요.
사야카 그럼. 어떻게 되든, 나도 더는 그 공원엔 안 갈 거니까.
쿠온 : ...스파르타.
사야카 : ...여기서도 보이는구나. 어쩐지, 종소리가 잘 들린다 했어.
쿠온 : 보이니까, 가자고 생각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학교를 빠져나오니까 왠지 모르게 발이 닿았을 뿐이지만요.
사야카 : 세렌디피티. 이 경우에는 정보의 축적이라고 해야 할까. 무자각 속에서 쌓아 올려졌던 흥미가, 자연스럽게 겉으로 나오는 거래.
쿠온 : 저는 로맨티스트니까요. 운명이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쪽을 좋아하려나요. 선생님하고 만나고, 선생님하고 이렇게 학교에 오는 건 이미 정해져 있던 운명.
사야카 : ...그럼, 그 이야기의 끝을 보러 가보자.
쿠온 : 네?
사야카 : 자. 이영...차.
쿠온 : 서, 선생님! 위험해요! 내려와 주세요!
사야카 : 자, 내려왔습니다.
쿠온 : 그쪽이 아니라, 펜스 안쪽으로요! 떨어지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래요!
사야카 : 겉보기와는 다르게 운동신경 좋은 편이야. 자, 쿠온 씨도 이쪽으로 오렴. 자.
쿠온 : 으...
사야카 : 자.
쿠온 : 으... 정말! ....우와아아아
사야카 : 발 헛디뎌서 떨어지지는 말아줘. 깜짝 놀라버리니까.
쿠온 : 이미 충분히 심장은 두근거리고 있다고요!
사야카 : 아, 흔들다리 효과!
쿠온 : 그런거 원하지 않았으니까요!
사야카 : 후훗
쿠온 : 영차... 하아... 우와아아아... 무서워라...
사야카 : 자, 제대로 펜스 잡고 있어.
쿠온 : 으... 선생님. 무슨 생각 하고 계시는 거예요?
사야카 응?
쿠온 : 설마 뛰어내린다던가, 하지는 않으시는 거죠?
사야카 : 어떠려나.
쿠온 : 웃을 수 없다구요!
사야카 : 괜찮아. 안심해도 돼.
쿠온 : 아니, 설득력 전혀 없으니까요.
사야카 : 후훗, 정말로 야츠기 씨는 재미있네.
쿠온 : 여느 때보다 천연스러움이 배가 돼 있어요.
사야카 : 실례네. 나는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건데.
쿠온 : 저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그것보다, 야츠기가 아니라 쿠온이에요! 야오리라고 하는 애하고 헷갈린다면 더욱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사야카 : ...
쿠온 : 선생님...?
사야카 : 있지, 처음에는 속죄라도 할 생각이었어. 너를 구한다면, 용서받지는 않을까 싶었지. 용서받으면 좋겠다, 라고.
쿠온 : ...
사야카 : 그러니까, 미안해. 쿠온 씨하고 제대로 마주 보고 있지 않았어.
쿠온 : ...괜찮지 않나요?
사야카 : ...어?
쿠온 : 저도, 선생님하고. 사야카 씨 하고 제대로 마주 보고 있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요. 그 사람... 역으로 찾아온 사람은 사야카 씨의 여동생인 거죠? 그 사람한테 이런 저런 말을 듣고... 사야카 씨를 형편 좋은 도망칠 장소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구나, 하고. 그렇지만 선생님, 제가 응석 부리면 이러니저러니 해도 응석을 받아주니까요. 기분이 좋았어요.
사야카 : 쿠온씨...
쿠온 : 그 야오리라고 하는 애가 자살해 버린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고, 저는 괜찮아요. 이 악물고 버텨볼게요.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 웃어주지 않잖아요?
사야카 : ...후훗. 잘난 듯이.
쿠온 : 지금은 제 쪽이 오히려 선생님이죠.
사야카 : 그러네. 그럴지도.
쿠온 : 있죠, 사야카씨. 저하고 같이 바다가요.
사야카 : 응?
쿠온 : 그 아이하고 한 약속, 언제까지고 남겨둔 상태로 있으니까 어중간하게 고민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차라리 전부 정리해 버려요. 어제를 과거로, 내일을 바꾸러 가지 않으실래요?
사야카 : ......후훗. 정말로 선생님 같은걸. 쿠온 씨.
쿠온 : 엣헴
사야카 : 어제를 과거로. 내일을 바꾸러, 인가.
쿠온 : 사야카 씨?
사야카 : 응?
쿠온 : 그렇게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잡고 있는 모습, 꽤 그럴듯해 보이네요.
사야카 : 고마워.
쿠온 : 천만의 말씀을.
사야카 : 지금 드디어 알게 됐어. 사람은 말이야, 자신 곁에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이 있는 걸로 안심하는구나.
쿠온 : 네...?
사야카 : 결국엔 타인. 남의 일. 자문자답하면서 고민하는 것 보다, 누군가의 일을 고민하는 거로, 문제로부터 눈을 돌릴 수 있는 걸지도.
쿠온 : 선... 선생님? ...위험해요, 선생님.
사야카 : ...쿠온 씨?
쿠온 : ...네?
사야카 :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미안해.
쿠온 : 사야카 씨, 읏...! 사야카 씨!
사야카 : 안녕.
쿠온 : 사야카 씨!
사야카(나레이션)
분명, 주변 사람한테 어떤 취급을 당하던, 상관없었다. 비판을 당하더라도, 아무리 주변에서 나를 부정해도, 그 사람들에 대한 것을 나는 모른다. 나에 대한 것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단 한 명. 그저 단 한 명만이,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가까운 곳에서, 누구보다도 냉정하게. 나를 보고, 알고 있다.
나는, 나는 이 이상,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았다. 한심한 자기 자신을, 보고 있고 싶지 않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미소지어 보였다.
...
...
...
쿠온 : 있죠, 언니. 언니를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사야카 : 어?
쿠온 : 뭐랄까 박식하고 말이야. 학교 선생님들보다 더 선생님 같은걸.
사야카 : 응. 나는 상관없는데.
쿠온 : 그럼, 선생님! 질문입니다!
사야카 : 응? 어, 그럼... 야츠기 씨? 무엇인가요?
쿠온 : 사람은 어째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요?
사야카 : 어...?
쿠온 : 무엇을 위해서 사람은 열심히 살아가는 건가요?
사야카 : 그건...
쿠온 : 그건?
사야카 : ......
쿠온 : 선생님?
사야카 : 그건... 같이 생각해보도록 해요. 점심밥 먹으면서.
쿠온 : 털썩! 질질 끌어놓고선 그거에요?
사야카 : 그럼. 왜냐면, 한마디로는 대답할 수 없고, 아주 중요한 테마인걸.
쿠온 : 그, 그렇지만, 젓가락하고 같이 들기에는 너무 무거운 주제가 아닐까요?
사야카 :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 의외로 먹어보니까 그렇게 쓰지 않았다, 같은 일도 있다고 생각하고.
쿠온 : 정말로요? 믿어도 되는 거죠, 선생님
사야카 : 물론. 후훗, 선생님을 믿으렴
쿠온 : 알았어요! 지금부터 잘 부탁드릴게요, 선생님.
사야카 :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쿠온 : 에헤헤
사야카 : 후후
사야카(나레이션)
조용히 가슴에 손을 대 보니, 심장 소리가 살짝 빨라져 있었다.
긴장하고 있다.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으려나. 나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있는 걸까. 햇볕이 드는 자리에서, 눈 부신 햇살 속에서, 하얀 고양이의 뒷모습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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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11
아야네 : 아, 어서와.
쿠온 : 안녕하세요.
아야네 : 학교... 다니고 있구나. 방과후 매일 오고있다고 간호사님이 말씀하셨어.
쿠온 : 네. 여기서 도망치면, 사야카 씨 한테서도 도망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아야네 : 그렇구나.
쿠온 : ...탓하지 않는 건가요?
아야네 : 뭐를?
쿠온 : 막지 못했던 걸요... 그때, 가장 가까이 있었던 건, 저였는데. 그런데도, 저는...
아야네 : 그렇게 말한다면, 같이 살고 있던 나한테도 책임은 있고 말이야. 무슨 뻔뻔한 얼굴을 하고 여고생을 탓할 수 있겠어.
쿠온 : ...죄송합니다.
아야네 : 아니, 나야말로 미안.
아야네 : ...예쁜 얼굴을 하고선 말이야. 선생님이 말이야, 언니가 눈을 뜰지 말지는 언니 나름이래. 운도 나쁘지, 부딪혔던 곳이 좋아서 목숨에 큰 이상은 없대. 이제는 언니의 의식이 돌아올지 말지. ...돌아온다고 생각해? 언니.
쿠온 : ...
아야네 : 돌아올 리가 없겠지. 죽고 싶어서, 죽자고 생각해서 뛰어내릴 정도인걸. 이대로 눈을 뜨지 않는 게, 언니도 기뻐한다고 생각해.
쿠온 :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저는 싫어요! 조금 더 선생님하고 대화하고 싶어요. 조금 더 선생님하고 이곳저곳에 기보고 싶어요. 조금 더 선생님하고...! 사야카 씨하고, 친해지고 싶었어요.
아야네 : 그래.
쿠온 : ...죄송합니다. 아야네씨도 분명 똑같겠죠.
아야네 : 어떠려나.
쿠온 : 네...?
아야네 : 결국 이렇게 돼버리고, 인제야 집에서 언니가 사라졌는데, 나도 신기할 정도로 일은 순조롭단 말이지. 마감일 같은 건 이쪽에서 앞당겨 버릴 정도로. ...그러니까, 슬퍼하고 있냐고 물어본다면, 살짝, 다르려나.
쿠온 : 그래도 그건, 얼버무리고 있을 뿐이잖아요!
아야네 : 그렇다고 해서. 슬퍼하기만 하면 어찌할 방법이 없잖아. 언니, 아직 살아 있으니까!
쿠온 : ...
아야네 : 차라리, 죽는 편이 편했을 텐데
쿠온 : ......
아야네 : 미안, 나 먼저 돌아갈게. 너는 느긋하게 있다 가.
쿠온 : 아야네 씨...
쿠온(나레이션)
사아캬씨는, 계속 잠들어있다. 마치 현실을 거부하는 듯이. 편하게, 또 엄숙하게. 억지로 깨우는게 망설여질 정도로, 행복하게 잠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살아가는 것이 괴롭다면, 죽어버리면 된다고 사야카 씨는 말했다. 괴로움으로부터 도망가는 건 나쁜 일이 아니라고.
쿠온 : 하지만 그건... 살아가기 위해서 도망치고 있는 게 아닌가요? 살고 싶으니까 열심히 하고, 살고 싶으니까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요? 선생님... 있잖아요, 선생님. 대답해 주세요. 선생님...
쿠온(나레이션)
사아캬씨는 옥상에서 뛰어내릴 때, 웃고 있지 않았다. 도망치는 것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마지막엔 웃고 있어야만 한다. 드디어 해방되는구나, 하고 안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쿠온 : 그러니까... 다우트. 거짓말쟁이는 좋지 않아요. 그러면 이제 선생님이라고 안 불러줄 거니까요. ...제발요, 사야카 씨.
쿠온(나레이션)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속에서 잠들어있는 모습을, 나는 그림자 속에서 그저 바라만 본다. 손을 뻗기만 해도 닿을 수 있는 거리인데, 나와 사야카 씨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경계선과도 같은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째서 나는, 이런 곳에 서 있는 걸까.
이제, 그 누구도 그 물음에는 대답해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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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12
오디오 드라마 시로네코 테일 (하얀 고양이의 꼬리)
각본, 감독 : 아오이 코우
도움 : MASSAN
일러스트 : 유우이치(祐壱)
사쿠라이 사야카 역 : 타츠 마나미
사쿠라이 아야네 역 : 이와모토 사요리
야츠나가 쿠온 역 : 이와나가 사키
제작은 극단 네코이리타마테바코에서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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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건 아니고 옛날에 한거임
및챈에 안올린거 같아서 올렸다
감성이 돋아나는 시간 새벽2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