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에 앉아서 동음을 깎아 파는 노인이 있었다.

센빠이 동음을 하나 사가지고 가려고

그녀에게 녹음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아

좀 싸게 해 달라고 했더니,

"동음 하나 가지고 값을 깎으려오?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해서 더 깎지도 못하고 녹음해 달라고만 부탁했다.


...

처음에는 빨리 하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굼뜨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재녹음을 하고 있다. 

그냥 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체한다.

더 녹음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달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하며 되려 야단이다. 나도 기가 막혀서,

"서클장이 좋다는데 뭘 더 녹음한단 말이오?"

노인은 "다른 데 가 사우. 난 안 팔겠소." 

하는 퉁명스런 대답이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녹음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좀 누그러진 말투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태연스럽게

멘솔 담배에 불을 당기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 헤드셋을 이리저리 쓰고 들어 보더니,

다 됐다고 내준다. 사실 아까부터 다 돼 있던 음성이다.


...

DL에 와서 작품을 내놨더니, 

청자들은 꼴려서 다섯 발쯤 뺐다고 야단이다.

랭킹에 있던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

방망이 깎던 노인(윤오영)

의 일부를 패러디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