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치원 시절 소꿉부랄짱친 이성친구가 있었음
친해서 여기저기 같이 놀러 다니고 그쪽 부모님이 국수집을 했었어서 그것도 얻어 먹고 여튼 막 그랬었음
그런데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와타시가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됨
우리 유치원이 병설유치원이었어서 초등학교는 그쪽으로 가는 게 당연했는데
나는 이사하면 애가 통학하기엔 무리인 거리다 보니 그쪽 동네 학교로 보내기로 확정됨 덕분에 연이 끊기게 될 각이었음
당시 2007년 딴 동네는 몰겠는데 우리 쪽 애들은 순진무구하기 그지 없어서 전화번호를 몰랐음
워낙 통화요금에 민감했던 때라 어른들도 단속하던 분위기에 애들도 용무 있으면 그냥 걔 집 앞에서 부르면 됐으니까 통화를 떠올리지 못했던 거임
빡대갈들이라 할 수도 있는데 그 시절 유딩이면 빡대갈이 맞긴 하잖음 아님말고
여튼 이래저래 헤어짐의 대화를 나누고 나는 이사를 가고 다른 동네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됨
그렇게 매우 어두운 초딩 생활의 연속을 보내는 중이었던 초4
나는 당시 타학교에 걸쳐 일진 포지션이었던 놈들이 찐따로 좀 알고 있을 정도로 살짝 퍼져있는 상태였음
물론 그 타학교엔 짱친이 다니고 있을 초등학교쪽 놈들 포함
내인생최하점인성자존감존심열등자괴감등등이 얽혀있던 난 옛 유치원 친구들을 만나기 두려워 했었음
그 시절엔 나름 괜찮게 지냈고 나쁘지만 않은 인상이었지만
초4 때 난 뚱뚱하고 더 못생겨지고 우울해하고 제 줏대도 없고 열등감도 심하고 인성도 개차반에 남 눈치도 더럽게 보는 새끼였기에
날 괜찮은 애라고 기억하고 있을 애들에게 도저히 현재의 내 쓰레기같던 모습을 내보일 엄두가 안났음
지금 생각하면 이미 조금 알고 있었을 거 같음 일진들이 조금 날 알고 있었으니 어떻게든 들어는 봤었겠지
말이 좀 길어졌는데 좌우지간 초4때 가족끼리 고깃집에 외식하러 갔었음
근데 그 식당 홀 테이블에 걔가 가족이랑 같이 식사중이었던 거임
여자 2차성징은 11살 쯤에 온다던데 얘는 꽤 빨리 왔는지 성숙해있었는데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음
처음엔 정말 반가워서 인사라도 해야지 싶었는데 갑자기 마음에 브레이크가 걸림
이유는 상술했다시피 당시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서 내보일 수 없었던 것
그래서 나는 모르는 척 조용히 가족들과 좌식 테이블에 착석함
앉은 상태에서도 참 머릿 속이 복잡했는데 아무튼 고깃집 조지러 왔겠다 먹으니까 그냥 잊혀지더라고
그러다 엄마가 반찬 좀 더 갖고 오라고 해서 셀프바에 감
근데 거기서 걔를 만난 거임
내가 사춘기였던 걔를 단칼에 알아봤는데 아직 사춘기도 안온 나를 걔가 모를 리가 없었음
바로 나한테 "너 OO야?"라고 물어보는 거임
진짜 그 한 순간에 별에 별 생각이 다 들다가 내가 선택한 루트는 최악이게도 모른 척이었음
난 순수하게 모르겠는 반응을 보여주면서 반찬을 푸고 뒤도 안보고 우리쪽 테이블로 돌아감
식당이 좀 넓었다지만 그래봐야 몇 걸음인데 그 사이에 진짜 별에 별 생각이 다 듬
옛날 괜찮았던 내 모습을 깨뜨리지 않아 다행이라는 자기방어적 생각부터 지금 네가 뭔 짓을 한 건지 아냐는 자기혐오적 생각까지
다시 착석하고 나서도 머릿 속 생각이 제어가 안되서 밥이고 뭐고 손도 안댔음
우리 집이 아빠엄마누나랑 외식하면 먹고 빨리 나가는 편이라 우리가 먼저 나가게 됐는데
난 가게 나서기 전에 자기 가족들과 앉아 있던 걔를 흘깃 보고 나갔음
그 이후로 걔 소식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고 지금까지 영원한 후회로 남게 됐음
당시에 나도 중딩 때 나 고딩 때 훈련소에서 불침번 설때 친구들한테 썰 풀 때의 나도 이거 쓰고 있는 나도 계속 후회하고 있음
대체 왜 그렇게 무서워했던 걸까
왜 애들이 실제로 당시의 날 보면서 인지부조화를 일으켜 혐오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돌이켜보면 결국 난 내 친했던 친구들을 못믿었던 거임
당연히 내 생각대로 애들이 날 혐오할 거라고
시발 병신인가 진짜
그리고 생각해보면 그 친구도 내가 아는 데 모른 체 한 거라고 알았을 거임
모른 척하고 돌아가는 날 보면서 걔는 무슨 생각을 했겠어
결국 난 내 망상에 따라 행동한 그니까 진짜 최악의 선택을 해버린 거
쓰고 나니까 존나 기네
뭔 생각으로 쓴 건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