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미치쿠사야를 모르시면 글의 재미가 급감합니다.


-----------------------------------------------------------------------------


1.

나는 도심에서 태어났다.


도시에서 태어나, 거기서 배우며 자랐고, 그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주변에는 언제 어디든 간에 사람들이 넘쳐났고, 혼자 있는 시간이라고는 긴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잠드는 짧은 시간만이 전부인 그런 삶이다. 


그런 속에서 살면서도 그 삶은 항상 외롭다. 학교 동창도, 직장 동료도, 심지어는 가족들마저도 결국은 타인으로 느껴지는 삶.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다. 아무런 의문도, 부정도, 의심도 없이 그저 인정받고 싶다.


그런 마음이 차오를 때마다 나는 그 곳에 전화를 건다.


뚜- 뚜-


뚜- 뚜-


뚜- 뚜-


"네, 미치쿠사야입니다."


미치쿠사야(道草屋).


도심에서 한없이 떨어진 한 산골짜기 마을에 위치한 여관이었다.

왜 이런 곳에 있는 여관을 알게 되었는가 하면, 지방으로 출장 나갈 일이 있을 때, 같이 갔던 선배가 자기 고향이 근처라면서 함께 가자고 했고, 그 때 들렀던 마을의 여관이 바로 미치쿠사야였다.


--○○입니다. 오는 주말 묵으러 가려고 하는데요.

"아, 손님(お客様), 오랜만이네요. 잘 계셨나요?"

--저야 뭐 항상, 세리(芹) 씨는 잘 지내셨나요? 여름에 그 쪽으로 태풍도 왔었던 것 같은데.


지금 전화를 받고 있는 사람은 미치쿠사야의 7명의 종업원 중 한 명이자 여관 주인인 세리 씨였다.


"덕분에요. 며칠 정전돼서 고생하긴 했지만, 뭐, 평소에도 어두컴컴한 시골동네니까 초는 잔뜩 있답니다. 후훗."


세리 씨는 손님을 맞을 때 두건을 짐승귀 모양으로 접어서 머리에 쓰고 다니곤 했다. 그 모습으로 웃으면 마치 사람을 홀리는 여우 요괴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전화기 너머로 웃는 소리만 들어도, 세리 씨의 모습이 떠올라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시간은 이번 주말 1박이지요? 지명은 누굴 지명하시겠어요?"


손님 별로 묵을 때마다 세리 씨를 포함한 점원들 중 한 명이 밤시중을 들었다. 밤시중이라고 해서 퇴폐적인 영업은 하는 것은 아니었고, 귀 파기나 마사지 같은 마음의 치유를 위한 이벤트였다. 점원들마다 조금씩 특기가 달랐고,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연구했기 때문에 갈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세리 씨는 그 날은 괜찮으실까요?


나름 단골이었던 나는 미치쿠사야의 모든 점원들을 알고 지냈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누굴 지명할지를 망설이다가 요즘에는 전화를 받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지명하는 습관이 생겼다. 안 된다고 말하면 다른 사람을 지명하겠지만, 아직까지 그랬던 적은 없었다.


"저요? 잠시만요. 확인하겠습니다……네, 이 때면 괜찮네요. 그럼 어떤 걸 준비해드릴까요? 늘 하는 마사지하고, ……한동안 안 찾아주셔서 이야기보따리가 좀 무거운데."

--안 부탁드리면 서운하시겠네요. 세리 씨의 괴담.

"우후후♡"


점원들마다 특기가 있다고 했는데, 그 중에서도 세리 씨는 괴담을 들려주는 것을 즐겨했다. 그냥 이야기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으로 데리고 가는 것부터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갑자기 뒤편에서 효과음이 들려온다거나, 일부러 듣는 사람의 눈을 가리고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뒤에 확 놀래킨다거나, 굉장히 리얼한 구현괴담이었다.


"그럼 다른 거 필요하신 건 없으신가요?"

--저기….

"네?"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술, 같이 마셔주실 수 있나요?"

"아……."


세리 씨가 처음으로 말꼬리를 흐렸다.


다시 말하지만 이 여관은 퇴폐업소가 아니다. 술접대를 하는 업소도 아니다. 다만 단골이 되다 보니 때때로 손님과 여관주인의 선이 허물어지는 시기가 있어서 때때로 같이 대작을 하게 될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대체로 세리 씨가 이미 술에 취한 상태였거나, 그냥 가볍게 한 잔 한 경우로, 내 쪽에서 요구한 적은 없었다.


--술은 제가 준비해 가겠습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한정판 맥주가 있는데, 같이 먹고 싶어서 아껴놨거든요.

"아…, 손님……, 안 되는데……."

--이번이 아니면 평생 못 드실 건데요.

"으으으……."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세리 씨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관주인.여관 운영이 있는데 대놓고 술을 먹겠다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 하는 수 없네요. 제가 먼저 마시고 있을 테니까 나중에 오셔서 대작해주세요.

"네? 그러면……."

--참고로 전 세리 씨가 그런 식으로 해서 많이 받아드렸습니다."

으으…, 그런 식으로 나오면 할 말이 없는데요…."

--…부탁드립니다.

"……손님?"

--이번만요.

"……."


도심의 삶은 외롭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정말로 정말로 누군가 스스럼 없이 곁에 있어줬으면 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게 가족이고, 배우자고, 연인이고, 절친한 친구이고,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야간 버스를 타고 가서 또 다시 버스를 타고, 또 다시 3시간에 한 번씩 오는 마을 버스를 타고서 시골 흙길을 20분 남짓 걸어가야 겨우 닿을 수 있는 곳.


"알겠습니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그 때 뵙겠습니다.

"네."


오늘도 나는 그곳을 찾는다.


-------------------------------------------------------------------------------------


및갤 폭파하고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런데 또 생겼었네.

여기는 그냥 수위 없는 겨? 짤도 수위 없는 거 같은데. 야설 되도 상관 없나?


그런 거보다 에버노트에서 복붙하면 줄바꿈 다 ㅄ되는데 어떡해야 되는겨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