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이젠 용사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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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의 접객원 에들레이드는오늘 따라 멍한 하루를 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봐,” 

 

 

사실 이런 문제에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달리 할 일도 없었다.

 

 

이봐.”

 

 

그 문제에 몰입해있던 까닭에 그녀는 그녀에게 또 다른 손님이 찾아왔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봐!!!!”

 

 

에에에에에엣????”

 

화들짝 놀란 그녀는 겨우 그녀 앞에 누군가가 그녀를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나 자신의 얼빠진 표정을 보였을까놀라고 창피한 마음에 그녀는 평소보다도 더 격하게 반응했다.

 

,언제부터 거기 계셨어요!!! 아니 그것보다 왜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고 그러세요!!!”

 

 

그러나 상대방은 방금 언성을 높인게 마치 그녀의 착각이라는 듯이 다시 조용하고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이상해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아.’라고 중얼거릴 때부터 계속 불렀거든?”

 

 

그녀가 마음속 말을 자기도 모르게 꺼내버렸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초침이 두어번 움직일 시간 정도가 필요했다그리고 깨달은 표정 그대로 그녀는 굳어버렸다.

 

 

...아아....”

 

 

그녀가 우려하던 것을 넘어서 더욱 창피를 당한 것이다

 

그것도 처음 보는 손님 앞에서.

 

그러나 다행히도 손님은 그녀를 그것으로 놀려먹을 만큼 짓궂은 사람은 아니었다그녀는 오직 자신의 일에만 관심이 있었으니까.

 

 

정신 차렸으면 질문에 대답 좀 해주지?”

 

아아 네!! 죄송합니다!! 어떤 의뢰를 찾으시는... 아니 어떤 것을 물어보러 오셨을까요?”

 

 

에들레이드를 찾아온 손님은 음산한 목소리의 로브를 뒤집어쓴 여성이었다그녀는 의아해했다이 근방에 이런 사람이 살던가?

 

아무튼 그녀의 반응은 에들레이드와는 달리 쌀쌀하고 무감정한 대답이었다.

 

 

좀 더 조용히 말해줘다 들리니까.”

 

죄송합니다...”

 

그 얘기는 방금 들었어두 번 말할 필요 없어내가 여기 온 건 이 길드에 맡긴 의뢰 때문이야.”

 

어떤 임무인가요?”

 

이 길드에 정기적인 약초 배달을 부탁한다는 의뢰가 하나 들어왔을 텐데어떤 길드원에게 부탁했고그리고 거절당했다는 말을 들어서 말이야.”

 

 

모를 리가 없다그도 그럴게방금 한스에게 거절당한 그 의뢰 아닌가.

그렇지만 그 사실을 굳이 궁금해할 사람이 따로 있으려나?

 

그녀 생각에 그런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들은 딱 두군데에 있으리라 짐작했다약초점 측의 사람이거나아니면... 의뢰를 맡긴 본인이거나

 

 

혹시... 그 의뢰와 어떤 관계가 있으신지 알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은 걸쳐쓴 로브의 머리를 뒤로 넘겼다그리고에들레이드의 짐작은 적중했다.

 

 

내가 바로 그 임무를 맡긴 의뢰주야.”

 

 

그리고 로브에서 나타난 것은 피곤해보이는차가운 인상의 리치였다.

 

마을의 온갖 소문을 다 들고 다니는 에들레이드도그 저택의 주인에 대해서는 확실한 정보를 얻지 못했었다

 

아마도 마왕 교체 전에 퍼졌을 흉흉하고 이상한 괴담만이 돌아다니고 있었기에 그다지 큰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이번 배송건 때문에 누군가 그 곳에 살기는 하는구나 하고 깨달았을 뿐이었다

 

그런 수수께끼의 저택에서 주인이 직접 행차한 것은 꽤나 희귀한 일이 맞았다.

 

그런 그녀의 깨달음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리코리스는 이어 말했다.

 

 

나름 꽤 좋은 조건을 제시했는데왜 거절했는지 알고 싶어서 말이야.”

 

... 그 문제말이죠... 배송에 차질이 생기는 문제라면 혹시 다른 길드원에게 의뢰를 하시면...”

 

절대로 안돼.”

 

 

그녀는 딱 잘라서 거절했고그 거절이 암시하는 바에는 그 역할에 대한 확실한 지목이 있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그 질문에 대해서 답변할 만한 거리를 에들레이드는 갖고있지 않았다

애초에 왜 안받냐고 물었던 그녀가 아니었던가.

 

 

죄송합니다이유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밝히는 걸 거부해서요.”

 

 

그녀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설명했다.

그렇지만 그런 설명에 리코리스는 꽤나 짜증이 난 것처럼 보였다.

아니무표정한 얼굴에 그런 감정은 보일 리가 없으니그렇게 직감했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한번 고개를 끄덕이고는말했다.

 

 

알겠어그럼 직접 물어야겠어.”

 

 

그렇지만 에들레이드가 보기에 그 해결방식은 그렇게 썩 좋은 방식은 아니었을 것이다.

 

 

저기... 아니 그 사람을 찾아가려고요?”

 

.”

 

어디 사는 줄 알고 계시나요?”

 

아니.”

 

 

에들레이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디 있는 줄 아시고 직접 물어보려고요?”

 

 

리코리스는 들고 있던 스태프를 살짝 기울였다에들레이드는 처음에는 그것이 어떤 마법의 실행을 위한 자세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에들레이드 그녀 자신을 가리키는 동작임을 늦게나마 깨달았을 때쯤리치는 부연설명을 했다.

 

그건 당신이 알려줘야지.”

 

 

길드의 접객원 에들레이드 양에게는 불행히도이 고약한 손님은 고약한 요구만 할 뿐이었다그녀가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아까 전부터 난감하고 대답하기 힘든 요청만 이어 들어올 뿐이었다.

 

 

죄송합니다만... 그 사람의 거주지는 우리가 파악하고 있지 않아요.”

 

 

이번엔 리코리스가 좀 더 의아한 표정으로 아니 사실 무표정이기에 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그녀를 응시했다

 

그 느낌에는 뭔가 괴상한 것을 다 본다는 느낌까지 어려있었다.

 

 

그 사람 길드원이라고 하지 않았어?”

 

맞아요.”

 

그런데거절 이유도길드원의 거주지도 모른다고?

“...맞습니다.”

 

 

 

리치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더 얘기하기도 싫다는 뜻이었다에들레이드로써는 뭔가 무안하고또 기분상하는 일이었지만이 상황에서 길드를 대표하는 사람로써는 할 말이 없긴 했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라도 에들레이드는 뭔가 말을 해야만 했다.

 

 

매일마다 찾아오시곤 하니까내일 다시 오시면 보실 수 있을지도 몰라요.”

 

 

리코리스는 곧바로 다시 고개를 돌려서그녀를 바라봤다.

 

 

그래?”

 

 

그리고는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카운터 앞에 그대로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탁 하고 부딫히는 소리를 보아 단단하고 무게감 있는 무언가였다.

 

리치가 손을 치우자 그것의 정체가 드러났다그것은...

 

 

금편?”

 

 

금화 5개 어치는 될 크기의 작은 금편이었다에들레이드가 의문섞인 눈초리로 리치를 바라보자그녀는 그 의문에 답해주었다.

 

 

저택까지 돌아가는 것도 귀찮고여기서 기다릴게그 사람 올 때까지.”

 

 

한마디로이 금편은 밤새 지내는 것에 대한 숙박비라는 뜻이었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었지만그녀는 그래도 이것에 대해서는 대답할 말이 있었다.

 

 

모험가 길드는 길드원이 아닌 사람에게 숙소를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더군다나이건 어림잡아 봐도 하루 숙박비의 50배 가격이고요.”

 

 

그러나 리코리스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내가 묵을 자격이 있었다면 은화 하나만 냈을거야50배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줘.” 

 

 

한마디로 그 정도는 눈감아 달라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은 그녀에게 원칙이 살아있었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

 

데스크에 하나 더 금편이 얹혔다.

 

 

애매한 숫자라서 애매한 답이 나온 것 같아서.”

 

 

에들레이드는 금편의 액수에 대해서그리고 그 액수로 그녀가 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생각했다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원칙이 겨우 겨우 이겼다

 

 

그래도이건 너무 많은...”

 

 

.

 

 

아 혹시 애매한 숫자를 좋아하나?”

 

애초부터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

 

 

“아니군.

 

 

그녀는 굴복했다.

 

 

어서오세요 소중한 길드원님, 집에 계신 것처럼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 





조언 받은 대로 이거 먼저 완결 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