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용사는 태어나지 않는다. 만들어진다.

1화 : https://arca.live/b/monmusu/101007593


2화 : https://arca.live/b/monmusu/101007626


3화 : https://arca.live/b/monmusu/101007657


4화 : https://arca.live/b/monmusu/101007688


5화 : https://arca.live/b/monmusu/101477707


6화 : https://arca.live/b/monmusu/101861677


7화 : https://arca.live/b/monmusu/102074828





“엘프…엘프의 소행이다.”


엘프 (The Eco Love Fucker, E.L.F).


동음이의어로 깐프라고 불리우는 극악무도한 종족이자 마이아 대륙에서 자연을 가장 사랑하다 못해 따먹을 정도로 극악한 종족.


또한, 문명의 발달로부터 파괴되어온 자연을 보호하고 이를 가꿔나가 대륙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극악한 종족이다.


으음?


이렇듯, 자연을 수호하는 자들이 어찌하여 극악무도한 종족이라 불리게 되었는가?


그 이유는 자연을 사랑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연을 ‘광적으로’ 사랑하는 종족이니까.


저 깐프 새끼들은 자연을 광적으로 사랑하는 나머지, 타 종족들을 ‘자발적’ 으로 자연의 일부로 만드려고 드니까.


대표적인 사례로, ‘자연이 그대를 거부하리라’ 라고 외치며 상대방 명치를 걸레짝으로 만들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족속들이다.


“그래. 이 스파이시한 부엽토 썩은내는 오직 귀쟁이새끼들만 풍기는 냄새…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냄새지.”


워낙 오랜만에 맡은 냄새다보니 기억에 혼선이 생겨 판단력이 흐려졌지만, 지금와선 중요하지 않다.


이래나 저래나 미약하게나마 실마리는 잡혔으니까.


“…헌데, 깐프새끼들이 왜 고리대금같은 사업을 하고 있는거지?”


풀 열매 쪼가리나 뜯어먹는 귀쟁이 녀석들이 ‘문명의 상징’ 이라 할 수 있는 돈을 왜 모으는건가?


물론, 개체수가 한 둘이 아니다보니 게중에는 별종이 튀어나올 순 있다.


그래도 여태껏 살아오면서 옹이구멍에 박는 새끼는 봤더라도 돈에 미친 새끼는 본 적 없었거늘…


“…흠, 많은 추측이 떠오르나 확실하지 않군.”


이제 추측의 영역을 확신의 영역으로 바꿔야 할 때.


겨우 잡은 실마리를 놓칠 순 없기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한다.


“흐음…”


그렇게 골똘히 생각을 정리하고 또 정리하며…


“흐으음…!”


좌뇌와 우뇌의 모든 역량을 최대치로 가동한 이 몸.


“…그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름 최적해를 도출하는데 성공했다.


“생각해보니 귀쟁이새끼들의 전문가가 있다.”


그리하여 얻은 답안지.


답안지를 얻었으니, 더 이상 망설 일 필요가 없다.


오직, 앞으로 나아갈 뿐.


“어이, 마왕.”


“…”


“흐음?”


불렀음에도 돌아오는 메아리조차 없다니?


혹시, 목소리가 작아 들리지 않았을 수 있으니 다시 한 번 불러보기로 했다.


“마왕, 범인이 귀쟁이새끼들인걸로 밝혀졌다. 더 자세한 정보를 얻기위해 이동하도록 하지.”


“…”


아니다.


들리지 않은게 아니다.


저 뾰족한 여우 년의 양쪽 귀가 쫑긋거리는 건 분명, 목소리를 듣고 반응한 것이니까.


“하아! 네 년은 아직까지 귀 잡힌 걸로 마음에 담아두는…”


“끄으으으!!! 귀?! 고작 귀라고 했느냐! 용사!! 네 녀석은 길 한복판에 부랄 잡히고도 아무렇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


자리에 벌떡 일어나 말을 끊고 울분을 토하는 마왕.


평소에 보이던 여유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그 모습은 실로, 이 몸 조차 당황하게 만들었다.


“용사!!! 뜬금없이 부랄 잡히고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느냐 말이다!!!”


“…거기서 그게 왜 튀어나오는거지?”


저 여우년은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건가.


귀와 부랄이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어서 저러는건가.


혹시, 수인족에게 귀라는 것은 단순히 청각 목적으로 존재하는게 아니라 생식 목적도 겸비하고 있는건가?


그렇기에, 저 여우년이 두 눈 부릅뜨고 온 몸을 바르르떠는건가?


“마왕이여, 이 몸이 네 년에게 큰 실수를 저질렀군.”


“…무어라?”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 몸의 중대한 귀책사유가 맞다.


이 몸 조차도 저 년의 말마따나 길 한복판에서 부랄잡히면 생각이 굳어버릴태니까.


“멋대로 귀를 만져서 미안하다. 설마 그런 용도로도 쓰이는지 몰랐다.”


“…그런 용도? 아니, 그것보다 용사. 네 녀석이 저지른 중죄를 인정하는게냐?”


“반대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인정할 수 밖에. 진심으로 사과하마.”


도무지 수인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의 통념이 그리하다면 겸허히 받이들이는게 맞는 법.


진심을 다해 90도에서 0.0001도도 흐트러지지 않은 ‘진심 도게자’ 를 시전했다.


이 몸의 정성어린 사과가 마왕에게 와 닿을 수 있도록 말이지.


“…”


“물론,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향후 세 차례 무료 급식소에 나올 매인 반찬도 양보하마.”


“…매인 반찬을 양보하겠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닌 세번 씩이나…!”


역시, 진심이 다하면 이뤄지지 않을게 없다는 말이 맞다.


세상 감동한 눈빛으로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상황을 겪은 듯한 낯색을 띄는 저 여우년을 보면 말이지.


“용사이자 대 영웅으로서 뱉은 말은 번복하지 않는다. 정 못 믿겠다면 새끼 손가락이라도 잘라주마.”


“용사여, 예닐적 짐에게 비슷한 소리를 하다가 이미 하나 날려먹지 않았는가?”


아픈기억을 들춰냈지만…


사실이다.


과거, 마왕과의 약속을 지키기 못한 댓가로 과감히 왼손 약지를 잘라버렸던 이 몸.


마디 끝만 살짝 도렸어야했는데, 너무 오버해서 두 마디를 자른 탓에 마왕성을 아비규환으로 몰았으나 이미 지난 이야기다.


중요한건, 약속은 지켰다는 것이니까.


“손가락 갯수를 짝수로 맞출 심산이면 말리진 않겠다만, 짐은 그 약조로도 충분하다.”


“각오가 전해졌으니 다행이군.”


아무튼 토라진 여우를 완벽히 달랬으니, 진짜 더 이상 시간 낭비해선 안된다.


상정 외의 일로 무료 급식소 점심은 놓쳤으나 저녁은 진짜 놓칠 순 없으니까.


중천에서 뉘엇뉘엇 저물어가는 태양이 완전히 저물어지기 전에 이동해야한다.


“마왕, 따라와라. 우린 뒷 골목으로 향한다.”


.

.

.

.

.


“용사여, 이곳이 뒷 골목인게냐?”


“그렇다.”


잠시 후, 번화가를 지나 우중충한 거리를 배회하여 뒷 골목에 도착한 이 몸과 마왕.


그저 숨 쉬는 것 만으로도 콧 구멍에서 버섯이 피어날 법한 음산함이 가득한 이곳.


처녀 귀신 조차도 너무나도 강력한 음기에 생불 해버릴 법한 으스스함이 가득한 이곳.


이곳에서 깐프 권위자에게 조력을 구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흠…여긴 예나 지금이나 똑같군.”


온갖 범법자와 무뢰한들이 즐비한 뒷골목.


사회의 그늘에 머무는 하류층이 머문다는 특징 때문인지, 가게들도 하나같이 범상치 않다.


그 중, 대표적으로 전당포라던지 혹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루를 판매하는 가게라던지


도심가에선 보기 어려운 아가씨가 나올 법한 술집, ‘때인 돈 받아줍니다.’ 라며 불법 추심을 자행하는 흥신소라던지


과연, 이 새끼들이 세금은 내고 합법적으로 장사를 하는건가? 라는 의문을 자아내는 그런 가게들이 주를 이룬다.


“용사여, 왠지 오래 머물고 싶지않은 장소구나. 형용할 수 없는 고약한 냄새에 불쾌함만 느껴진다.”


“동감한다. 어서 목적을 달성하고 벗어나도록 하지.”


그렇게, 좆같음을 꾹꾹 참아가며 목적지로 향한 이 몸과 여우년.


부디 약 빤 새끼들이나 괜시리 시비거는 껄렁한 것들이 없길 바라며 발걸음을 재촉…





“허접♡ 좆밥♡”


…하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요즘시기에 뒷 골목 서성거리면 위험한지도 몰라? 허접 개백수♡”


“가진 돈 내놓고 알몸 도게자나 해버려 사회낙오자 허접들♡”


한 시라도 지체할 수 없는 우리를 가로막은 건 여느 길 바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금발 트윈테일의 매스가키 무리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말 끝 마다 허접거리며 소악마스러운 표정을 짓는게 참으로 배빵을 날리고 싶다는 욕구가 자리잡는다.


“용사여, 저들은 누구지? 방금 저 자들이 말한 ‘허접들’ 이라는 말은 설마 짐을 포함한게냐?”


“흠…개백수 새끼도 아닌 ‘들’ 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네 년도 포함된게 확실하다.”


“오호? 그렇구나. 저런 저급한 말을 내 뱉는게 용사 외에도 세상에 존재하다니…인생은 알다가도 모르는 일이로구나!”


“이런 여우년이?”


도대체 저런 새끼들과 대 영웅이신 이 몸을 같은 급으로 엮는게 참으로 야마돌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서 단체 회보라도 쳐 돌리는지, 금발 포니테일 매스가키 무리들이 우후죽순 때를 짓고 있으니까.


“이대로 가다간, 저 녀석들의 쌉꾸릉내나는 냄새에 질식할 것 같다.”


“쿠후후…! 용사여, 저 녀석들로 하여금 골목을 가득 매웠구나. 혹여 짐의 손길이 필요한가?”


“굳이?”


피라미가 때를 지어봐야 상어가 되지 않듯, 매스가키가 때를 지어봐야 매스가키인 법.


대 영웅이시자 용사이신 이 몸이 저딴 년들을 담근다고, 마왕년의 손을 빌리는 건 까오가 상하기에 결코 빌릴 수 없다.


“예상했던 반응이로구나. 좋다! 용사여, 그대의 진면목을 보여다오. 그대가 짐에게 어울리는 사람인지 증명 할 기회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말하는 꼬락서니가 무슨 주인공의 힘을 시험하는 최종보스 같이 떠드는 마왕년.


한 껏 자신감 찬 표정과 여유로이 팔짱을 끈 모양새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도취된 듯 보이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저 년에게 쿠사리 먹일 심력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까.


“거기서 가만히 있도록. 뒤져버린 애미애비 곁으로 보내주마.”


차리리 저 녀석들을 담그는데에 소비해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