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돌아다니던 여행자는 어느 한 마을에 잠시 들렀다.


외지인에게 경계심보다 호기심이 가득한 마을 주민들은 여행자에게 잠자리와 먹거리를 나눠주고, 대신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를 즐겁게 듣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여행자는 몸이 단단한 비늘로 덮혀있고 강인한 꼬리가 달려있는 소녀를 발견한다.


그녀는 산에서 사냥한 짐승의 고기를 가져와 쌀과 과일을 사려고 했지만 마을사람들은 그녀를 경멸과 두려움이 섞인 눈으로 노려보며 문전박대하기 일쑤였다.


이종족 소녀에게 호기심과 측은지심이 생긴 여행자는 힘없이 마을을 떠나는 소녀의 뒤를 밟아 산 속 깇은 곳에 자리잡은 그녀의 주거지를 발견했다.


하지만 후각과 청각이 짐승보다 예민한 이종족 소녀에게 금새 발각되었고, 그녀는 당황하면서 여행자를 내쫓았다.


하지만 여행자는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계속 소녀의 집에 찾아와 그녀가 먹고 싶어하던 쌀과 과일을 나눠주었다.


처음에는 여행자를 거부하던 이종족 소녀도 점차 그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겉모습과 달리 얌전하고 착하고 선량한 그녀를 어째서 마을에 배척당하고 있는 건지 의아했던 여행자는 마을의 촌장에게 찾아가 이종족 소녀에 대해 물었다.


"자네 제정신인가? 그 불길한 소녀 곁에 계속 있었다고?"

"제가 보기에 그녀는 그저 종족이 다를 뿐인 평범한 소녀였습니다. 어째서 여러분은 그녀를 그렇게나 경멸하는 것입니까?"


억누르지 못한 분노가 담긴 여행자의 질문에 촌장은 잠시 골치아픈 듯한 신음을 냈다.


"이미 그녀와 같이 지냈다면 자네에게도 밝혀야겠군. 잘 듣게. 그 소녀는 그저 평범한 소녀가 아니야."


그리고 이어진 촌장의 이야기에, 여행자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그녀의 종족은… 전신의 비늘에서 항상 방사능을 방출하는데다, 내뿜는 숨결엔 1급 발암물질이 다량으로 뒤섞여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