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아트 감사합니다


에피소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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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스페이스에서 빠져나온 프레이의 함선 앞에는 삭막해 보이는 사막 행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기가 아이슬리 행성이야? 아무리 봐도…황무지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데?”


“지도 정보 상으로는 문명화가 되어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카라와 새틴의 대화를 듣던 프레이는 대기권 돌입 준비를 하며 말했다.


“저래 보여도 아이슬리는 아우터 림의 유흥 행성들 중 하나야. 쓸 만한 정비소가 착륙장에 딸려 있던 걸로 기억해. 다만…”


“다만?”


“루포 행성의 유민인 타누키 종족들이 착륙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바가지가 조금, 아니…많이 심한 게 단점이지.”


“타누키? 으, 그 돈만 밝히는 종자들…”


카라는 타누키 종족의 이름을 듣자마자 질색하는 듯한 기색이었고, 새틴 또한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행성으로 가야 하지 않겠어? 그 녀석들, 분명 돈은 물론이고 이 배까지 뺏으려고 할 텐데…”


“그녀의 말이 맞습니다, 주인님. 특히 주인님 갑옷과 저도 탐내겠죠. 베스카르는 만달로어의 위성, 콩코디아에서만 나오는 희귀 금속이니까요.”


“…다른 선택지가 없어. 이 이상 무리하게 하이퍼스페이스 점프를 했다가는 보조 동력까지 나갈 거야.”


프레이는 자신의 허리춤에 달린 블라스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협상 수단은 언제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전통적인 만달로리안 식 협상 방법이죠.”


프레이와 새틴의 말에, 카라는 ‘만달로리안들은 옛날부터 대화를 블라스터로 했나…?’라고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내 행성의 대기권으로 돌입한 뒤, 지상의 착륙장에 우주선을 착륙시킨 프레이는 카라와 새틴과 함께 우주선에서 내렸다.


타누키들에게 베스카르로 만들어진 드로이드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새틴은 검은 천옷으로 전신을 가리고 있었다.


이내 정비공 차림의 그렘린과 드로이드 몇이 함선으로 향했고, 그 뒤에서는 타누키 하나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프레이 일행에게로 다가왔다.


“아이슬리 행성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보아하니 관광을 하러 오신 건 아닌 것 같고…”


“주 동력원의 정비. 그리고 하룻밤 동안 정박. 그것만 필요하다. 그 이상은 하지 말도록.”


“…그렇다면 숙박하실 만한 장소를 소개-“


“관심 없다.”


“…칫, 이래서 만달로리안들은…"


프레이는 불평하는 타누키를 무시하며 그녀를 지나쳤고, 카라와 새틴 또한 프레이를 따라 재빨리 착륙장을 나섰다.


“너무 매몰찬 거 아냐? 저러다 앙심이라도 품고 배에 장난질이라도 치면…”


“저 녀석들이 돈을 밝히긴 해도, 그런 장난질을 칠 놈들은 아니야. 계약에 대한 깐깐함 하나만은 은하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녀석들이니까.”


“계약과 거래라면 게헤나 행성계의 데몬들이 낫지 않아? 그래서 행성 규모 이상의 조약에는 항상 증인들로 서잖아.”


“상거래에 한정해서야. 돈이 오고 가는 거래에 한해서는 데몬들보다 까다롭지. 단지…알게 모르게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거래를 끌고 가려 할 뿐이야.”


“그게 안 공평한 거 아냐?”


“불공평하다고 보기엔 애매하지. 그리고 애초에 웨남ㄴ한 멍청이가 아니라면 내 배에 수작질을 할 생각은 못할 거야. 당장 저기서 정비를 받고 나서 여기 상공에서 그대로 배가 터진다면 누가 여기서 정비를 받겠어?”


“그렇기는 하네.”


이내 입성 수속을 마친 그들은 거리로 발을 디뎠고, 행성 밖에서 보았던 삭막해 보이던 모습과는 달리 화려한 카지노와 거리들이 늘어선 도시와, 다양한 종족들이 걷고 있는 거리의 모습을 카라는 놀란 듯이 바라보았다.


“행성 밖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가까이서 보니까 화려하네.”


“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일걸.”


프레이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저 카지노 앞에 주차된 스피더들을 봐. 다 먼지가 쌓여 있잖아. 주인이 오랫동안 돌아오질 않은 거야.


“왜…아, 저 카지노에서…”


“나오질 못한 거지. 도박에 빠져서, 아니면…빛을 지고서 웜프 랫도 피요 새도 모르게 사라진 거지.”


프레이는 그렇게 말한 뒤 앞만을 보고 걸어갔고, 카라와 새틴은 먼지 쌓인 스피더들을 바라보더니 이내 프레이를 따라 화려한 거리를 걸었다.


그렇게 프레이 일행은 계속 걸어, 어느 커다란 호텔 앞에 도착했다.


“들어가자.”


카라는 호텔의 화려한 외관을 보더니 프레이에게 물었다.


“꽤 비싸 보이는 곳 같은데…괜찮겠어?”


“여기 주인이 나랑 친한데, 나한테 옛날에 빚진 게 있어서 말이야. 하루 정도는 공짜로 묵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야, 크레딧을 빌렸으면 갚아야지, 왜 안 갚겠다고 뻐팅겨?”


“그, 그러니까…안 빌리겠다고 했는데, 억지로 떠넘겼-윽!”


호텔의 로비 카운터를 보고 있던 남자는, 한 오르카 종족 여자에게 멱살이 붙들려 있었다.


오르카 종족 답게 그 여자는 덩치가 웬만한 성인 남성보다도 컸고, 반면에 그녀에게 멱살이 잡힌 남자는 키가 평균보다도 작아 그녀가 멱살을 잡자 허공에 매달려 다리가 공중에 덜렁거릴 지경이었다.


“억지로? 내가 언제, 카지노에서 돈 다 꼴아박고 거지꼴 돼서 돈 빌리겠다고 했잖아!”


“…당신들에게 빌리겠다고 한 적은 없잖아!”


“허, 여기 네 지장이 찍힌 계약서도 있는데 발뺌할 생각이야?”


그 말과 함께, 오르카 여자는 호텔의 카운터 위에 홀로그램 비콘을 하나 올려놓았고, 그 비콘은 이내 계약서의 내용과 그의 지장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확실한 증거가 있잖아, 그러니까 돈이나 갚으라고! 돈이 없으면 이 호텔이라도 팔던가!”


그렇게 말하며 오르카 여자는 그의 멱살을 붙잡고 계속해서 그를 닦달했지만…


“비켜.”


머리 뒤쪽에 닿는 차가운 총구의 감촉에, 오르카 여자는 몸을 굳혔다.


“…넌 누구야? 남 일에 신경 쓰지 말고…만달로리안!?”


여자는 놀라며 뒤로 물러났고, 프레이는 블라스터를 여전히 그녀에게 겨눈 채로 말했다.


“…하여간, 오르카 종족 놈들은 예의가 없군. 한낮에 무턱대고 남의 직장에 찾아와서 들쑤시다니.”


“이 녀석이 돈을 빌리고 안 갚고 있다고! 그것도 한 달 동안이나!”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비켜. 걸리적거리니까.”


여자는 프레이를 노려보더니 이내 호텔의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고, 카운터에 기대 숨을 고르고 있던 남자는 프레이를 보며 말했다.


“도와줘서 고마워…어? 너…넌 그때 날 도와줬던 만달로리안…”


“또 도박에 빠져서 사채에까지 손을 댔나, 제이?”


프레이는 한심하다는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아, 아니야. 도박은 이제 그냥 취미로만 하기로 했다고. 그리고…저 녀석이 속한 오르카 갱단이 나한테 억지로 빛을 뒤집어 씌우고, 이자를 엄청나게 붙여서…이대로 가다간 호텔을 팔아야 할 판이란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공짜로 묵게 해달라고 하려 했는데, 사정이 어렵다면 그것까진 어렵겠고…할인 정도는 되겠지?”


“아니, 그냥 공짜로 묵고 가…솔직히 말해서, 매일 찾아와서 저러는 것 말고도, 영업 방해가 심해서 말이야…곧 호텔을 팔아야 할 것 같아.”


“영업 방해?”


“그, 호텔 앞에서 진을 치고 앉아서 손님들 내쫓는…그런 거 있잖아.”


“흔한 일이군. 내 생각에 그 갱단 녀석들은 네 돈이 아니라 호텔을 노리는 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저 녀석들이 업무 방해를 하기 전까지는 꽤 장사가 잘 됐거든…”


“장사가 잘 됐다면 저 녀석들에게 갚을 돈 정도는 있지 않나?”


“…있었지. 하지만 내가 괜한 고집을 부려서 이자가 불어났고, 이젠 그 정도의 돈만으로는 갚을 수가 없게 되어 버렸어…”


“도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룻밤만 묵고 갈 예정이라…미안하군.”


“아니야, 예전에 도와준 것만으로도 이미 큰 빚을 졌는데…이 이상 도움을 받을 순 없지.”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프레이에게 객실 키를 건넸다.


“맨 윗층에 있는 스위트룸 키야. 아마 네가 이 호텔의 마지막 손님이겠네.”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네.”


그날 밤, 호텔의 맨 윗층 스위트룸에서 창 밖을 보며 생각에 빠져 있는 프레이를 보며, 막 샤워를 마치고서 맨 몸에 목욕가운만을 걸치고서 나온 카라는 말했다.


“...뭐?”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라고.”


“헬하운드가 투시를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못 해. 그냥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거라고 짐작했을 뿐이야.”


그녀는 프레이가 앉은 의자의 건너편에 놓인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냥 빚진 사이인 줄 알았더니, 여기 주인이랑 생각보다 친했나 봐?”


“그래, 하지만…”


“하지만 뭐?”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프레이를 바라보던 카라는, 이내 씨익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여기 주인을 도와주고 싶은 거지, 만도?”


그 말에, 프레이는 창 밖을 바라보던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그 차가운 헬멧을 쓰고 다니면서 은근히 마음씨는 따듯하다니까.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거지만..."


프레이는 아무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더니, 이내 망설임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잘 모르겠어.”


“뭘 잘 모르겠다는 거야?”


“도와줘야 할 지 말 지를 잘 모르겠어. 그냥 보고 지나치기에는…좀 마음이 불편하고, 그렇다고 도와주기엔 너무 귀찮은 일이야. 이 녀석을 위협하는 녀석들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내가 나서서 해결될 일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네 심장은 뭐라고 하는데?”


“…내 심장?”


“헬 하운드들 사이에 내려오는 말이야.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가 고민이 될 때는, 네 심장이 시키는 대로 해라.’”


“…결국 달리 말하면 본능대로 하라는 거잖아.”


“뭐, 그런 거지.”


“저번에 네가 본능대로 날 덮쳤을 때 결과가 딱히 좋지 않았었다는 건 기억하지?”


“그, 그건…그렇지만…그래도 거기서 값진 교훈을 얻었잖아! 그럼 된 거지 뭐…”


“그렇다고 치고…옷 좀 입지 그래?”


프레이는 속옷도 없이 목욕가운 하나만을 걸친 카라의 옷차림을 보며 말했다.


“왜, 신경쓰여?”


카라는 장난기 섞인 웃음을 지으며 목욕가운의 가슴골을 손가락으로 살짝 끌어내려 보였고, 프레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카라, 진심으로 지금 네 복장의 노출도가 네가 평소에 입는 것보다 더하다고 생각해?”


그 말에, 카라는 자신의 옷을 내려보더니 말했다.


“더하지, 이 밑에 속옷을 안 입었잖아?”


“…솔직히 말해서 니가 평소에 입는 게 속옷이랑 뭐가 달라? 거의 브래지어랑 비슷한 면적의 탱크탑에 팬티랑 길이가 비슷한 핫팬츠 말고는 거의 아무것도 안 입으면서…”


“우린 다 그렇게 입고 다니는데? 애초에 그렇게 안 입고 다니면 몸의 열이 배출이 안 돼서 열사병으로 쓰러진단 말이야.”


“그건 그렇다 쳐도, 지금 그 가슴골 끌어내린 건 뭐냐, 유혹이냐?”


“당연하지, 내가 널 덮치는 게 안 되면, 네가 날 덮치게-“


갑자기 아랫층에서 들려온 블라스터의 총성에, 프레이와 카라의 표정은 급격하게 굳어졌다.


“…새틴이랑 있어. 무슨 일인지 금방 보고 올 테니까.”


프레이는 탁자의 위에 올려 놓았던 블라스터와 그 총집을 집으며 말했고, 카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건틀릿을 잡았다.


스위트룸 문을 박차고 나온 프레이는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계단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비상계단의 난간을 넘어 곧바로 1층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닿기 직전에 제트팩을 가동해 안전하게 착륙한 프레이는 곧바로 문을 박차고 로비로 진입했고, 그런 프레이의 눈에 들어온 것은 블라스터를 든 오르카 갱단원들과 그 중 한 명의 손에 붙들린 채로 기절한 제이였다.


“그 만달로리안이다! 후퇴해!”


로비 입구를 통해 제이를 납치한 채로 후퇴하는 갱단원들을 향해 프레이는 블라스터를 쏘려 했지만, 그들이 제이와 호텔 로비의 기둥을 방패로 삼은 탓에 위협사격만을 할 수 있을 뿐, 그들을 제대로 맞추지는 못했다.


호텔 로비를 뛰쳐나간 그들이 스피더에 기절한 제이를 싣고서 도망가는 것을 본 프레이는 곧바로 제트팩을 가동시켜 그들을 쫓았다.


프레이가 자신들을 쫓아오는 것을 본 오르카 갱단원들은 블라스터의 끝에 총류탄을 장착하고 프레이를 향해 쏘았고, 프레이는 그것을 회피했지만, 총류탄은 공중에서 터지며 연막을 형성했다.


프레이는 곧바로 연막을 헤치고 스피더를 눈으로 쫓았지만, 이미 갱단의 스피더는 좁은 골목길로 모습을 감춘 지 오래였다.


“…젠장.”


프레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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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프 랫도 피요 새도 모르게: '쥐도 새도 모르게'랑 똑같은 뜻.


글에 등장한 타누키랑 오르카 종족은 어떤 모습인지 다 알 거라고 생각해.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줘서 고맙다, 몬붕이들아.


댓글과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