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정글에서 하나는 사바나에서 살아온 두 슬라임이 있었다. 서로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아종의 슬라임들이기에 서로 삶의 방식, 지식, 상식등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본 연구소에서 슬라임 생태학의 연구용으로 두 슬라임을 데려와 슬라임 생태에 대한 연구를 하던 도중, 두 제각각의 슬라임이 바깥이 궁금하다며 작은 분체를 만들어 밖으로 보내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문제없이 포획되었지만 잡힌 슬라임은 정글 슬라임도 사바나 슬라임도 아닌 연녹색의 새로운 슬라임이었다. 일부 세포를 채취해서 관찰한 결과 그 두 분체가 합쳐진거로 판단되었다. 여기까지는 단순히 슬라임간 교잡종으로 새 연구대상이 하나 추가되는걸로 끝난 연구소의 해프닝이었다.


이 다음부터는 내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고 내 개인의 고찰이다, 놀랍게도 정글 슬라임의 담당 연구원과 사바나 슬라임의 담당 연구원은 각자 담당하던 슬라임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른바 금지된 사랑관계였단거지.


분체 슬라임에게 혹시나하여 두 연구원의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두 연구원 모두가 자신의 연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궁금증이 들었다. 이 슬라임은 어디까지나 분체다. 하지만 이제 본체와는 동떨어진 존재가 되었으며, 두 본체 슬라임은 여전히 담당 연구원들과 사이좋게 지내고있다.


그럼 이 분체 슬라임은 대체 누구인가? 사바나 슬라임인가, 정글 슬라임인가? 본체로부터 떨어져 나왔지만 이미 완전히 다른 개체며 본체와 다르게 사고한다. 허나 두 본체의 지식과 경험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럼 이 슬라임은 누구인가?


이 고찰을 분체 슬라임에게 상담해봤더니 애초에 인간이 내세우는 너와 나, 분체와 본체, 같은 개체와 다른 개체라는 개념부터 이해가 안간다는 질문이 역으로 들어왔다. 이들에게 있어 너와 나가 없다면 슬라임과의 사랑은 과연 누구와의 사랑인가? 새로운 고찰거리와 연구거리가 생긴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