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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나의 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 안에서만큼은 나를 도울 사람도 없었다.


오로지 나 혼자서 견뎌야 할 외로운 싸움이었다.


더 악착같이 살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그 괴롭힘의 대상은 괴롭히는 재미가 없는 존재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


괴롭히다가 제 풀에 지쳐 눈을 돌리게 하기 위해.


화장실에서 물벼락을 맞기도 했다.


나중엔 하도 맞으니까 그냥 우산을 가져와서 막았다.


내 책상은 이미 "책상"이라고 보기도 힘들었다.


머리를 써서, 낙서같은 것 보람도 없게 그냥 검게 칠해버렸다.


발 거는건 하도 당해서 이젠 예측하고 그 발을 밟아버리곤 했다.


밟힌 발의 주인한테 보는 눈이 없으면 멱살을 잡히기도 했는데, 말 없이 웃어주면 미친년이라면서 금세 놔 줬다.


이런 학교 생활, 진작에 그만두고 싶었다.


그만큼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그럼에도 그만두지 않은 첫 번째 이유는 고작 그런 헛소문 따위에 내가 지는 기분을 느끼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두번째는, 이 지긋지긋한 학교만 나가면 괴롭힐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절대 날 놔주려 하지 않았다.


그래봤자, 담 몇번 넘어주니까 금세 따돌릴 수 있었다.


담 타는 방법은 이때 다 배운 거 같다.


그리고 해가 지고 나면 항상 공원 뒤편으로 향했다.


한창 공사 중이던 건물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살면서 어깨넘어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이 건물을 짓던 회사는 부도가 났다.


꽤 높은 담과 빼곡히 들어선 출입 금지 표지.


다른 사람은 쉽사리 들어오지 못하지만 둘은 쉽게 넘어 올 만한 곳.


이만한 비밀 기지도 없었다.


현지와 몰래몰래 둘만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하나 둘 불빛이 꺼져가지만 여전히 밝은 도시의 야경과 대조적으로 은은하게 달빛이 들어오는 곳.


처음에는 차가운 바닥 뿐이었지만, 안 쓰는 담요를 깔고, 이것 저것 갖다 놓으니 그 지옥같던 학교에 비하면 정말 낙원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모이고 나면 나란히 앉아 하늘을 보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오늘은 누가 무슨 짓을 했다든가...


발을 걸길래 밟아줬다든가...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은 없냐든가...


그런 암울하지만, 한편으로는 둘만이기에 털어놓는 그런 이야기들을 나는 주로 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현지는 때로는 어떻게 할 수 없냐며 화를 내주기도 했고,


힘들지 않냐고 안아주기도 했고,


어쩔 땐 하늘이 왜 짖궂게 굴까 대신 울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지의 이야기 역시 들어주었다.


아무래도, 좋지 않던 가정 불화가 더 심해진 듯 했다.


어머니는 아예 완전히 집을 떠나 버렸고, 아버지는 이제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저기 멍 든 자국을 보여주었다.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상처의 개수에 내 마음도 아파왔다.


그런 날 의식했는지 나를 보며 애써 웃어 보일 때마다 나는 말없이 현지를 쓰다듬어 주었다.


둘이서 아무 방해 없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영원히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조금 더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면, 지금쯤 뭐 하고 지냈을까 행복한 고민도 해보며 야속한 세월은 그렇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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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잘 써질 때는 아낌없이 써둬야 하는게 맞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