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마을 뒷산에는 버려진 대저택이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뒷산에 오르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저택의 괴담 때문이다.


저택은 비가오는 밤이면 정체모를 그림자가 나타나 산에서 길을 잃은 사람을 납치해 돌아오지 못하는 어딘가로 데려간다던가 하는 흔해빠진 괴담. 하지만 마을에선 저택에 대한 언급 조차도 금기시 한다.


나는 그 괴담이 괴담이 아니란것을 이미 알고 있다. 실제로 누군가 실종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것을 학생이 될 무렵부터 깨닫게 되었다.


반의 친구중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전학을 가게되었지만 전학을 간 친구의 부모님은 여전히 마을에 남아있었고 사실은 전학을 간 것이 아니라 모종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사라져버렸단 것을.


하지만 전학을 정말 가버린걸수도 있겠다 싶었던것을 깨달은것은 고등학생이 될 무렵에 전학갔던 친구들이 다시 마을로 돌아왔을때 였다. 돌아온 친구들은 전학가기 전의 모습 그대로 였다. 아무도 그것을 수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다. 나 역시도 모두가 그러했듯이 수상쩍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돌아와서 반가웠으니까.


나는 오늘 어째선지 모르지만 뒷산으로 향하고 있다.

비가 내리고 있다.

산은 날씨가 맑을때와 다르게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빼곡하게 우거진 나무들이 비바람을 맞으며 내는 나뭇잎 소리가 거슬린다. 나는 저택의 위치를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이끌듯이 나는 저택이 있을법한 위치로 향했다.


이윽고 저택에 다다르자 누구도 살고있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저택은 누군가 정성스레 관리한듯 말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택의 창문사이로 밝혀진 빛을 따라 2층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는 내게 이곳으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홀린듯이 그녀가 있는 저택의 문을 열었고 나는 그동안 어른들이 금기시한 저택이 사실은 좋은것을 독차지하기 위한 심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저택은 아름다운 예술작품과 장식들로 꾸며져 있었으며 그중 가장 눈에 띄는것은 아름다운 여인의 초상화였다.


여성의 모습은 아직 성인이 채 되어 보이지 않았다. 지금의 나와 나잇대가 비슷한 정도일까. 넋을 잃은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2층에서 나를 부르던 사람이다.


어쩌면 나는 지금 사람이라는 표현을 잘못 사용한 걸지도 모른다. 그녀는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이질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흐물거리는 액체와도 같았고 얼굴은 초상화속의 여성과 닮아있었다.


나는 여성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여성을 에게 안긴다.


나는 여성에게 입을 맞췄다.


나는 여성에게 내 몸을 맡겼다.


나는 여성의 몸에 빨려들어갔다.


이윽고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

.

.

.

.

.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전까지 내가 누군지 잊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누구였을까?


이곳이 어디인지 난 모른다.


하지만 궁금하지 않다.


나는 지금 그녀와 몸을 섞고 하나가 되어간다.


마치 어머니의 뱃속에서 헤엄치던 그시절로 돌아간듯이 평온함을 느꼈다.


나는.


이곳에.


무엇을.


위해서.


온.


것일까.



나는 더이상 생각하는것을 그만두었다.


사고를 할 수 없게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나는.

.

.

.

.

.


그녀는.

.

.

.

.

.



...를 집어삼켰다.



.

.

.

.

.

.

.

.

.




나는 마을 어른들로부터 뒷산에는 절대 가까이 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니까.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내일 초등학교의 첫 입학식이 너무나도 기대된다.


부모님이 또래 친구들보다 나이가 많은것은 조금 부끄럽지만.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