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 리치 교수님을 죽였다. 이유는 터무니없진 않다. 날 대학원으로 유혹한 걸로도 모잘라 연구 과제를 ㅈ나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지 노예인 줄 아나 보지.

근데 방법은 터무니없었다. 어느 때처럼 8시간 넘게 연구로 겁나 굴렀을 터였다. 다행이 이번에는 결과가 잘 나온 거 같았다. 그래서 잠시 화장실에 들렸다가 이제 기숙사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교수님이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자신의 생일이니까 자기 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잔다. ㅅㅂ 누구때문에 나는 생일도 제대로 못 보냈는데. 기분이 언짢아저서 목례만 하고 지나가려다 실수로 교수님 팔을 치고 말았다.

달그락. 예쁘게 세공된 상자 하나가 교수님 품에서 떨어졌다. 나는 죄송하다고 말한 뒤 빠르게 주워 올렸다. 그리고 잠깐 관찰한 뒤 교수님에게 이 상자 아름답네요라고 말하면서 건내려했다.

교수님은 고개를 숙인 채 허공에다가 팔을 반만 내밀고는 가만히 있으셨다. 내가 교수님에게 괜찮냐고 말하자 교수님은 알겠으니까 그 상자를 돌려달라고 하셨다.

음, 갑자기 불현듯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그래서 상자를 더 관찰하다가 일부러 천천히 건넸다. 뭐 교수님도 과제로 괴롭혔는데 이정도는 괜찮겠지. 내가 상자를 관찰하는 동안 교수님은 가만히 있으셨다.

암튼 관찰을 다하고 상자를 건네려는데, 실수로 상자가 떨어졌다. 상자는 덜커럭 소리와 함께 깨져버렸다. 아, 나는 망했다는 것을 직감하고 당황해서 교수님을 쳐다보는데,

아히히잇-!

갑자기 교수님이 신음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나는 정말로 당황해서 교수님 얼굴에 귀를 갖다댔다.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ㅅㅂ 나는 팔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는 맥박을 쟀다.

맥박이 하나도 뛰질 않았다. 나는 교수님의 앞섶을 풀은 뒤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다. 그래도 맥박이 뛰지 않았고, 나는 일단 교수님을 들쳐 업고 실험실로 돌아온 뒤 문을 잠갔다.

여기까지가 아까 5분 전에 벌어진 일이다. 왠지 모르게 등이 축축이 젖은 듯하다. 고작 상자 하나로 사람이 죽진 않을 꺼다. 않겠지. 그래도, 만에 하나, 만일 그 상자가 정말로 소중했던 거라면, 충격으로 심장마비로 쓰러질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지아니지. 일단 살리고 봐야한다. 아무리 교수님이 싫다고 해도 범죄자가 될 순 없었다. 나는 벽에 붙어 있는 자동제세동기를 떼서 교수님 옆에 펼쳤다. 그리고 마저 셔츠 단추를 풀었다.

... 솔직히 교수님은 예쁜 편이었다. 특히 대학원생이라서 더욱 여자를 만나기 힘들어서 그런지, 이유모를 욕망이 올라왔다.

암튼,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나는 교수님의 창백한 피부에 제세동기 패드를 붙여야 한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교수님 리치니까 언데드잖,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