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귀신은 안믿어.
사람이 종교가 없어서 그런거 믿는게 쉽지가 않더라.
우리 외가 집안은 귀신을 믿는거 같아.
어릴 때 사람들 한 가운데서 춤을 추던 젊은 어머니가 생각이 나.
사람들은 홀린 듯 어머니를 보고 있고, 나도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어.
붉은 옷을 입은 어머니와 춤을 따라 움직이는 붉은 천.
찢어지는 소리와 번쩍이는 섬광이 기억이 나.
우리 어머니도, 우리 외할머니도, 그 위로도 어머니의 집안 사람들은 귀신을 볼 수 있었다고 해.
내가 8살이 되던 무렵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을 했어.
어머니는 나를 두고 가야 한다며 소리를 질렀어.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에게 질려 내 손을 잡고 문을 나갔지.
나는 어머니가 있던 작은 촌에서 벗어나 아버지를 따라 도시로 올라왔고
고등학생이 되고 얼마 지나서 무당들은 조현병을 앓는 사람들이라고 배우게 되었어.
우리 어머니도, 어머니의 어머니도.
모두 조현병이 유전되었다는거야.
그래서 난 귀신이 있다고 믿지는 않아.
하지만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는 다른 것 아닐까.
귀신은 존재하지 않아, 전부 우리의 망상일 뿐이야.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있는 수 많은 그림자들.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어린 아이.
하늘에서 우리를 보고 있는 눈길들.
모두 내 유전병이 원인이겠지.
난 귀신을 믿지 않아.
어머니와 있을 땐 몰랐어.
도시로 올라와서 피곤해서 그런가봐.
집 앞 문에 묻은 핏자국
엘리베이터 거울 너머 긴 머리의 여자
전부 내 망상이라고 생각해.
하루가 끝나고 방문을 열면 들리는 찢어지는 이명.
진부한 이야기지만 샤워를 하면 위에서 느껴지는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
목욕물을 틀고 누워있으면 뒤에서 서서히 내 눈을 가리는 차가운 손가락.
모두 내 망상이야.
나는 귀신을 믿지 않아.
그렇지만 이젠 귀신을 믿게 된다면
나는
귀신을 믿지 않아.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곧 잠을 청해.
눈을 감으면 속삭임이 들려와.
나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자들의 목소리
나를 항상 바라보는 감기지 않는 눈
내 망상이야.
모두
내 망상이야.
하지만어째서
오늘밤
나를
바라보는
천장의
눈이
저리도
선명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