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계속 아름다워야만 해"


화원을 업으로 삼은 여인이 있었다.


온 몸은 녹색이고 그 몸에도 꽃이 드문드문 핀 여인이었다.


그녀의 미소는 모두의 마음을 평안케 하는, 그야말로 천사라는 말이 손색이 없는 여인이었다.


고원 도시의 젊은 영주가 그녀에게 한눈에 반해 반지를 건넸을 때엔 모두가 축복해 주었다.


그녀의 비밀을 아는 이가 고원에 나타난 것은 결혼식 전 날이었다.


그 부랑자는 그녀를 찾아가기 전 그녀와의 기억을 되새겼다.


10년도 더 된 낡은 기억 속에서, 한 남매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숲 속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부부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여기서 기다리면 꼭 찾으러 올게" 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것이 남매의 부모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그는 그 전날 거실에서 부모가 하는 말을 들었다.


잠들기 직전의 흐린 기억 속에서도 두 문장은 똑똑히 기억할 수 있었다.


"올해는 흉년이라 식량 창고가 동 나 버렸어요, 어쩌면 좋죠?"


"저 아이들, 우리가 살려면 어쩔 수 없어"


어차피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달님의 희미한 빛과 그보다 더 희미한 기억을 이정표 삼아 나아가던 중 그녀는 굶주림을 이기지 못하고 나무덤불의 열매를 주워 먹었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


그녀는 이내 온 몸이 곰팡이가 피듯 녹색으로 변하고, 몸 군데군데 붉은 꽃이 자라났다.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지만 발광하는 그녀를 꼭 안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안았다".


한참 동안 낙엽이 들썩인 후 정신을 차린 둘은 계속 나아간 끝에 어느 마녀의 집을 찾아냈다.


집 안에 있던 마녀도, 마녀의 부하도 그녀가 네 개의  덩굴을 뻗어 각각의 목과 허리에 감고 목과 등허리를 만나게 하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 애야, ㅁ....안돼 안돼 안ㄷ


그녀는 마녀도, 부하도 벽난로 속으로 던져넣었다.


"참, 낮익은 집이야, 마치 예전부터 살던 것처럼"


그 집에 눌러앉은 지 몇 달이 지났을까, 남매라면 모를까 이성으로서는 사랑하지 않는 둘의 작은 사고로 잉태된 씨앗이 싹트고, 그녀는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회상을 마친 그는 우물가에 있는 그녀에게 찾아갔다.


그리고, 그는 낙엽이 되었다.


"꽃은 계속 아름다워야만 해."


삼 년 뒤 한 소녀가 고원의 귀부인을 찾아갔다.


그 소녀는 그녀가 자신을 낳고 버린 여자라 해도, 조부모를 죽인 자라 해도, 아비의 누이라 해도 그저 사랑을 바라고 제 어미를 찾았다.


"꽃은 아름다워야만 해"


우물에는 지금도 낙엽이 두 장 떨어져 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고원의 꽃은 행복해. 그걸로 충분해"


우물 바닥에 떨어진 낙엽 따위는 신경쓰면 안 된다. 신경 써서도 안 된다.


그녀의 추악한 과거를 아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그리고 우물 속에는 낙엽이 쌓인다.


그녀의 추악함의 편린을 눈에 담은 자는 낙엽이 된다.


시녀가 사라지고 시종이 사라지고 영주가 사라졌다.


이제 고원의 성에는 부엽토를 먹고 자란 그녀 뿐이다.














이거 듣다가 급꼴려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