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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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세계관-


마계 인류 자치령


마계에서도 몇 남지 않은 인간들이 존재하긴 한다. 그리고, 대부분이 인간 연인을 데리고 있는 경우이며, 대표적인 것이 최남단의 A시. 클라크가 거주했던 곳, 그리고 지금은 클라크 타운이 있는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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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딕과 뜨거운 한판을 벌인 이후, 당연하게도 이후에는 기사단의 환영 파티. 당연하게도 기사단의 주요 인원들과 비번 인원들만 참가하는 것. 당연하게도 현재 나는 아리스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있다.


자주들 깜빡하는데,


전화도 있고 인터넷도 다 있다. 그래, 기술문명의 발전도 어느정도 이루어져 있고. 여기에도 인터넷선과 기지국 깔아서 잘 사용하고 있다. 그야 없으면 불편하니까. 로레인이 말을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마계령이 더 WIFI며 여러 인프라가 잘 되어 있다고.



".......음, 그러니까, 영상이 왔다고? 도와달라고?"


-네, 상담건인데, 이렇게 영상을 보낼 정도면 뭔가 급박한 거 아닌가요?


"영상 내용은?"


-........그러니까, 그린웜들을 잡아다가 그녀들이 고치를 틀때 사용하는 실을 강제로 뜯어내는 작업장이 있다고- 적혀있는 곳으로 와달라고 써 있어요.


"혹시 그 작업하는 영상은 봤어?"


-니아 언니가 보지 말라고 해서 안 봤어요.


"잘 했어. 그리고 니아한테 고맙다고 전해줘."


엣헴! 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만. 뭐 그것과 별개로 임산부에겐 별로 좋지 못한 영상이기도 하다.


.......분명 고의는 아니였겠지만, 그 작업 영상이란 건 뭐- 보나마나 끔찍하겠지. 당연하게도 그걸 생각없이 열어보려고 했던 아리스. 당연하게도 빠삐용으로 우화되기 전에 그린웜을 잡아다가 그 안에다 쳐넣는거다.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가 있건 말건 말이다.


간만에 좀 더러운 일들을 보게 되겠군.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추악한 일들 뿐이다.


"........그건 접어둬. 정말로 급하다면 본인이 찾아올거야."


-네? 하지만-


"날 믿어. 그런 걸 보내는 놈들은 두 종류 밖에 없거든."


진짜로 급하거나,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거나. 그리고 내가볼때 후자에 가깝다. 진짜 급하면 들이민다. 크투가에게도 말해놨고, 특히 엘리시아가 온 뒤에 그나마 정상적으로 응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진짜로 급한 일이면 탄원서보다는 [찾아올 것]을 강권한다.


그야, 진짜 급하다면 추격자로부터 보호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대상자의 정보를 찾아내고 이 클라크 타운에서, 단 한명만이 [그린 웜]을 데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신경쓰지 않는다.


뭐, 난 하나도 급할거 없다.


-그래도 이걸, 무시하는게 옳은걸까요.


"옳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니야. 그래도 정 찜찜하면 내가 출타중이니 기사단 연병장으로 가라고 해줘."


-알겠어요. 오빠. 그보다도......방금 연병장 쪽에서 무슨-


"별거 없어. 그 단장에 그 부하가 똑같은 짓 한거야. 밀레나는 이제 암흑 기사단의 훈련 교관이야. 이제부터 신병들 조질거고, 다시 전투가 벌어지기 전까지 단련된 신병들이 암흑 기사단으로 활동하겠지."


-후후, 그렇게 다 제 자리를 찾아가는군요.


"너도, 마왕성으로 가고 싶지 않았어?"


-지금은, 오빠 곁이 더 좋아요. 그리고.......후후, 아이 이름은, 제가 지어도 될까요?


"그걸 원한다면야. 혹시라도 몸 안 좋은 곳 있으면 말해. 다 던져두고 갈테니까."


아직 뭐 임신 초기지만 입덧은 안하는 거 같다. 그야 그럴게, 8~12주 쯤에 심하게 시작하니까. 아니면 마물들은 안할까? 그건 모르겠다. 모든게 처음이고, 그렇기 때문에 두근거리고 설레는 순간이니까.


그것을 끝으로 전화 통화는 끝. 그리고- 


"건배!"


지금은 새로운 훈련 교관의 입단을 환영하는 간단한 의식. 뭐, 난 뭘 하고 있냐고?


당연하게도- 고기를 굽는 역할이다. 왜 내가 이런 역할을 하고 있냐고 하면........뭐, 흔히 말하는 고기 굽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그래, 다 익지도 않은 걸 먹으려고 하는 그 먹성들 때문에 보다 못해 비켜! 이 고기는 내가 집도한다! 하면서 불판 앞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 셈이다.


음~ 맛있는 냄새.


사실 오래전에 이 식사를 통해서 영양을 섭취하는 행위는 끝냈지만 그래도 먹으면 맛도 느끼고 포만감도 느낀다. 역시 고기는 언제나 옳지. 암, 그렇고 말고. 그리고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서는 니알리가 내게 고기조각 하나를 들어 올린다.


"자, 아앙~"


그리고 그것에 입을 벌리자, 니알리가 내가 구워놨던 고기 하나를 입에 넣어준다. 사실 이렇게 하고 있으면 다들 알아서들 먹여주러 온다. 그야 그럴게, 지금 계속 굽고 있는 거니까. 자기들도 먹다보면 배가 부르고, 거기다가 뭐 자기들끼리 동료애를 쌓는 법이기도 하다.


"음~ 역시, 고기는 언제나 옳아."


"그거 안나랑 캐롤한테 말해도 돼? 매일 고기 안 준다고?"


"사실 이제 안 먹어도 되거든? 내가 식사를 즐기는 건 단순한 식도락이라고."


"너도 이제 우리 일족 다 됐구나."


사실 그 전에도 조금씩 변하긴 변했다만, 아성체로 진화해 성체로의 완전한 성장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식사로 에너지를 얻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야 뭐, 그 전에도 별로 필요로 하진 않아도 여전히 식사는 했던건 순전히 버릇.


그냥 먹는 감각은 여전히 남아있고, 나는 그 식도락의 맛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야, 30년 평생을 맛대가리 없는 편의점 도시락과 삼각 김밥으로 쳐먹고 다녔던 것에 대한 설움일지니, 당연하게도 맛있는 거 먹고 싶던것도 많고, 그걸 또 알고 남몰래 요리도 공부하는 안나와 캐롤에게 그럴 필요 없다고 해도 그녀들은 꾿꾿하게 해주었다.


뭐, 그래도 그녀들이 해주는 걸 거부할 정도로 매정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산해진미들을 다 맛보게 되니 좋다. 그리고, 이렇게 모두와 함께 떠들썩하게 먹는것도 나쁘지 않고. 그리고-


"그나저나, 클라크, 너 말이야. 딕하고 이대로 좋은거야?"


"그건 무슨 말이야?"


"아니 말이야, 사실 따지고 보면 자연스럽게 걔는 네 신도가 된거나 마찬가지인데 널 위해 싸운 시점부터 이미 쟤는 네 [챔피언]이야. 그리고 말이지, 아마 슈브도 그렇고 크투가도 그렇고, 이호트도, 말은 안 해도 상당히 딕을 불쾌해 할거란 말이야? 그야, 우리들 입장에선 넌 왕이고, 그 왕에게 장난치는 [챔피언]이라니. 그건 또 말이 안 돼는 소리거든."


.......쯧-


-언제부터 그런 좇 같은 규칙이 있었는데? 사람은 자기가 가진 능력에 따라 대우받고, 대접받는 법이야. 게다가, 애초에 따로놀기 바쁜 그레이트 올드 원 규합하는건 니알리 너였잖아?


-그렇지?


-그럴땐 말해. 남편한테 장난치는 모습이 보기 좋지 못해서 짜증이 난다고 말이야. 그런 식으로 돌려서 말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그것에 니알리는 살짝 눈매를 좁힌다. 그건 뭐, 대충 니알리가 속내를 들켰을때 자주 보이는 말이다. 그야 그럴게, 누구보다도 날 가까이서 보좌하고, 내 손발이 되어 견마지로를 마다하지 않는게 니알리다. 특히나 처음에 날 잡아먹으려고 달려들었고, 그 끝에 제압당하긴 했었지만, 아마도 여러모로 마음에 남아있는게 있겠지.


"그래도 괜찮아. 그렇게 생각 할 수 있어. 그리고 말이지 니알리? 난 개인적으로 딕을 상당히 존경하고 있다고?"


"......[인간]을 존경한다니. 그거, 잘못하면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딱히. 그리고, 어차피 앞으로도 그렇고 그 이후로도 그렇고, 그걸로 나에게 시비를 걸 정도라면 그것밖에 안 되는 놈이란 거고, 그리고 두 번째 오해를 하나 풀어줄게. 나는, [인간]이 아니라, [딕]이라는 [지성체]를 나와 동등한 지성체로 취급할 뿐이야."


"........아하-"


그제서야 내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니알리가 그제서야 안심한 듯 미소짓는다. 그야 그렇겠지. 나는 인간 전체가 아닌, 인간이란 틀에서 [딕 세인츠]와 다른 존재들을 철저하게 분리해서 취급한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자기 옛 부하들 만나서 왁자지껄 놀고 있는 모습의 딕을 보면서 난 피식 웃는다. 뭐, 처음 마계로 왔을때 그 눈, 그리고 자신의 예전 부하들이 대주교의 아들의 손에 처형당했다는 걸 알았을때, 딕이 보였던 반응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그들의 손에 죽었다는 걸 알았을때의 반응들.


글쎄, 평범한 사람이라면 미치고, 혹은 광기로 비틀려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사건이었다. 당연하게도 딕은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서-


당연하게도 난 그것에 말했다.


-뭘 하든 후회할거라면, 네 마음이 시키는 걸로 질러버려.


그리고, 그 결과대로 그는 자신의 부하들을 죽인 대주교의 아들의 목을 잘라 거리에 내던졌다. 그리고, 기사단원들의 유품을 모아 그들을 기렸다. 지금도 그 날만 되면 딕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체 그 자리에 앉아서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명복을 빌어준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빌면서.


"딕은 말이지, 어릴때부터 좀 유약한 편이었어. 저 덩치에 유약이라니 믿겨져?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 누가봐도 다 죽어가고 빌빌거리던 꼬맹이었던 날 두들겨 패는 어른에게 덤벼들었고, 그것에 물러서지 않았지. 좋은 아버지를 가졌고, 좋은 부모곁에서 자랐고- 그 애정을 받았지. 그리고, 하루아침에 자신의 소중한 가족들을 한 순간에 잃었지. 미라와 나, 그리고- 그 뒤에는 아버지.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었어."


마커스는 나와 미라를 팔았고, 살기 위해선 마기아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나는 딕과 모드레드 아저씨에게 아무말도 하지 못한체로 미라의 손에 이끌려 마계로 도망쳐야만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라에게서 모드레드 아저씨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됬고, 곧 이어 하인리히를 암살하기 위해 딕이 찾아왔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딕에게 들었을때, 그야말로 딕에게 있어 남은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던, 아버지의 휘하의 기사단. 그리고 그들은 딕에게 형이였고, 동료, 그리고 가족이었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임무를 실패하자마자 배신했다는 이유로 이단 심문을 한 끝에 모조리 죽여버렸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딕에게 기사단원들은 아버지가 남겨준 동료이자 부하, 가신, 그리고 동료, 형, 가족이었어. 그리고, 내 조언 끝에 자신의 유약함을 극복해내고, 모든 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고, 그는 내가 던지듯이 한 말을 듣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꿨고, 그리고 그 끝에 자신만의 동료, 부하들을 가질 수 있었어. 그 녀석은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았었고, 이 빌어먹을 솔리아스의 쓰레기들은 그 녀석한테서 그걸 모두 빼앗아버렸지."


딕은 거기서 복수에 미친 살인귀가 될 수도 있었다. 세상 그 자체를 찢어버리고도 싶었을거다. 나였다면 그러고도 남았다. 그런 동료들, 가족, 아버지의 마지막 흔적이 사라져버렸다. 그 모든 것을 빼앗아버렸고, 그는 세상 그 자체를 증오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녀석은 그 고통을 감내했다.


이겨냈고, 죽은 동료들,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사가 되고자 자신을 가혹하게 채찍질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는 마계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기사단을 만들어냈고, 자신의 전 동료들을 무참히 죽인 대주교의 아들놈에 대한 응징을 하고, 마계에 살고 있는 수 많은 인큐버스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마계를 위해서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흔들리지 않고, 다시 한 번 자신의 의지를 붙잡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석은 그 고통을 이겨냈어. 다시 한 번, 자신이 가진 힘으로 무언가를 위해 싸울 수 있었고, 자신만이 아닌, [모두]를 위해서 일어났어. 그 상실의 아픔을 끌어안았고, 그걸 희망의 상징으로 바꿨지."


"........"


"그 녀석은 하루 아침에 모든 걸 잃고도, 여전히 세상에 대해서 믿음을 잃지 않았고, 더 나은 것을 위해서,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 모순된 세상을 부수고 다시 만들기 위해서 싸우고 있어. 나는 그런 운명이었기에 지금 이렇게 된 거지만, 그 녀석은 스스로의 절망, 고통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서 싸우고 있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고 있어."


그리고, 그 결과로, 딕의 운명은 나도 예측할 수 없다. 니알리도 마찬가지고, 그건 아마도,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던 나와 다르게 그 녀석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고, 모든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있다.


그럴 운명이기에 나는 이렇게 되어야 했지만, 그 녀석은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해서 싸우고 있었다.


그저 내가 내 마누라들과 섹스하면서 사는 걸 원한다면, 그 녀석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싸우는거다.


"그런 의미에서 딕은 나보다 나은 녀석이야. 모든 마계인들이 그 녀석처럼 되길 원하고 있......."


".......그렇다고 하기엔 저 병신짓을 봐. 젓가락을 이에 끼워넣고서 바다 코끼리다! 하면서 하는 병신 짓을 말이야."


".......쿡-"


그리고 한참 술자리에서 흥이 돋아서 신명나게 놀고 있는 딕의 모습. 뭐, 저러고 있는 모습 보니까 좋다. 당연하게도 저런 병신 짓도 하고, 왁자지껄하게 노는게 저녀석 답다. 이제 아버지의 죽음은 어느정도 극복했을까?


그랬으면 좋겠군.


적어도 나에겐 잠깐의 찰나의 순간일 뿐, 슬픔같은건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분명 소중한 사람인데, 죽어도 슬퍼하지 못한다니.


......너무나 잔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고, 딕과 그 후손들의 마지막까지 지켜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렇게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시간을 보니 어느세 3시간이나 지나가고 있었다.


"......저기, 클라크 후작님이십니까?"


"용무가 있다면 집으로 오도록 하시길."


"........급한 일입니다! 세라!! 세라가 위급......"


"말했지 않습니까? 데리고, 오라고 말이죠."


나에게 접근한 남자. 그리고 나는 그에게 단 한 마디로 축객령을 내렸다. 당연하게도 나는 거기에 갈 생각 없다. 정말로 급한거 같지도 않고 말이다. 그리고, 나의 옷깃을 붙잡으려는 그의 손길을 쳐낸다.


"분명히 말했습니다. 도움을 바란다면, 직접 데리고 오라고 말이죠."


"......세라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


......


움직이면 안 되는게 아니고? 당연하게도 그렇게 말하진 않는다. 이미 난 여길 다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자기가 간섭받고, 감시 당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니까.


그리고, 그의 말과 다르게 세라라고 불린 그린 웜은 그렇게 위급하지 않다. 잘 먹고 잘 쉬고 있는 편이지. 결정적으로 위급한 게 없다. 나라고 해서 이 철칙을 늘 철통같이 지키는 건 아니다.


그린웜이 해봐야 30kg도 안 된다. 즉, 급하면 얼마든지 들쳐업고 올 수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도 데지 않고 여기에 와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믿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에게 절박함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그의 집을 보면 오히려 더 역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나의 모습에 니알리가 다시 한 번 고기를 들어서 내게 들이민다.


"자, 수고했어. 아앙-"


.......역시 마누라 밖에 없구만. 












"그나저나, 단장님?"


"나 단장 아니라니까 그러네."


아우로라, 그리고 딕. 기사단장과 부단장, 그리고 지금은 전 단장과 현 단장. 그 둘의 대화.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아우로라는 영원히 딕을 단장이라고 부른다. 그야, 그의 휘하에 들면서 그녀의 인생은 남편과 함께 겨우겨우 살아가는 삶에서, 지금은 이름높은 암흑기사단의 단장이 되어서 출세했으니까.


".......생각해보니까, 단장님은 괜찮으신거에요?"


"뭘?"


"후작님이요. 뭐랄까, 많이 변하신거 같아서요."


"별로, 그냥 흔한 중2병이야."


"푸훕-!"


그리고 그걸 듣고 있던 솔피가 웃음을 터트린다. 당연하게도 중2병이라니~ 하면서 웃는 건 덤. 물론 그것에 아우로라가 꿀밤을 먹이자 조용해진다. 히잉- 거리면서 혹이 난 머리를 어루만지는 모습. 그리고 마리가 토닥여주는 모습. 


그리고 딕을 향해 밀레나 역시 묻는다.


"클라크=요그소토스, 그와는 오랬동안 알고 지내셨는데- 그는-"


"음, 약골이지? 네가 레이피어로 농락했을 정도면 사실 전투 경험이 별로 없어서 아마 전투 기술만으로 따지면 네가 이길걸?"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요-"


"뭘? 친구면 친구인거지, 거기서 뭐가 더 필요해?"


당연하게도 딕 역시 클라크와 똑같은 반응이다. 물론 니알리는 그것 역시 보고 있었다. 그야 그럴게, 클라크가 그리 말했지만 딕은 어떨까? 하는 의심. 당연하게도-


"그 녀석은 내 둘도 없는 친한 친구, 그리고, 내 형제야. 그리고, 이건 죽었다 깨어나도 변하지 않아."


"........확신, 하시는건가요?"


밀레나라면 그럴 수 있다. 당연하게도, 그의 공포스러운 힘을 직접 봤으니까. 그 단편이었지만, 그것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제압당하기까지. 그의 힘은 공포 그 자체였고, 동시에 그 누구도 제지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그가 그 힘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깽판치지 않고 있다는 점.


그리고 본인이 나서기보단 다른 신을 후원함으로 솔리아스와 맞서게 한다는 것 까지. 그 덕분에 마왕군에는 유례없는 도움이 되어주고 있다. 


"뭐, 혹시 믿기지 않을수도 있겠지. 그래도 말이야, 클라크, 쟤 저래뵈도 진짜 독한 놈이야. 나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었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면서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 하며 꿈을 가지며 살때, 저 녀석은 그러질 못했어. 알 사람은 다 알거야. 그의 아버지, 마커스 - 던 브링어가 얼마나 쓰레기 자식이었고, 자식인 클라크에게 어떤 망발을 했는지."


대부분이 방어전에 참석했던 인물들이었기에 안다. 그리고, 그때를 생각하면 클라크는.......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엔 정말로 웃었다기 보단, 슬픔을 감추기 위한 웃음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클라크를 대놓고 자신의 인형으로 만들었고, 부모들은 그를 철저하게 자신의 창조물, 피조물로 취급했지. 나는 좋은 부모를 만나 부모님과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지만, 혼자서 쭈그려서 앉아서 울고 있던, 맞고 있어도 아무 소리 못하던 소년이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녀석은 삐뚫어지지 않았고, 타인에게 쓴소리를 할 줄 알고, 충고까지 해주며 걱정해주는 그런 녀석이었어."


마법사들의 도시, 마기아에서 점점 자신이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 파견나온 딕과 모드레드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는 정말로 삐뚫어졌을거다. 흙바닥을 구르면서, 클라크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나쁜쪽으로.


자신은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고, 사용했어야 했지만, 사용할 수 없는 병신중에 병신이었다는 걸. 그리고 이질적인 존재가, 자신이 얼마나 이곳에서 이질적인 존재인지 알아가면서, 상처입고, 또 상처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삐뚫어질 수 없었던, 그런 인물.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클라크에겐 세상을 찢어버릴 힘이 있었다.


"지금의 클라크에겐 세상을 찢어버릴 힘이 있어. 손가락 하나로도 그럴 수 있지. 당연하게도 여긴 클라크에게 고통만을 준 세상이고, 그 녀석에 비하면 나는 물론이고 여기 있는 모든 생명체가 티끌보다도 못한 생명체들이야. 그 녀석에게 우린 벌레처럼 보일수도 있어."


상상해봐라, 마법사의 나라에서, 마법도 쓰지 못하고 겉돌고, 마계에서도 병신 취급 받으면서 겉도는 그 기분을. 자신을 비웃고, 괴롭혔던 이들, 그리고 그런 이들을 두고도 클라크는 이 세상을 찢어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 마계에 다시 한 번 희망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마법사의 나라에서 마법도 못쓰고, 마계에서도 제대로 섞이지도 못한체, 방황하고 이리채이고 저리 채이는 고통을 생각해봐, 그 분노를 떠올려보면, 그 녀석이 이 세상을 아직도 안 찢고 있다는게 난 신기할 지경이야. 그런 분노를 끌어안고서, 그 녀석은 지금 마계의, 이 세상의 희망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지."


아이러니 하지 않는가. 그레이트 올드 원, 위대한 옛 것들의 수장이, 빛도, 어둠도 아닌 혼돈의 수장이 희망의 상징이 된다니. 그리고 그런 것들을 다 감안하고 나서- 클라크는 이 길을 걷기로 했다.


"난 그저 검만 쓸 줄 알고, 마법도 겨우 배워놓은 단순 무식한 놈이야. 난 어린시절을 행복하게 보냈지만, 저 녀석은 그러지 못했고, 그 이후에도 매우 고통스러웠지. 나는 다시 한 번 이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지만, 육신의 속박에서 벗어난 그 녀석은, 이 세상을 지배할 수도 있었고, 이 세상을 파괴할 파괴자가 될 수도 있었지. 그러나, 그 녀석은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서 지금의 [클라크=요그소토스]가 된거야."


자신이라면 그럴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것이 자신을 핍박하고, 비웃고, 괴롭혔는데, 그 와중에 자신의 친구가 있다는 이유로 세상을 용서하고, 그 친구가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 그 모든것을 눌렀다.


그리고 지금의 클라크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 클라크 타운을 시작해서, 그 녀석은 이 세상에 희망을 전파하고 있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자신의 모든 분노를 누르고서, 끌어안고서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어?"


"........"


"그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야. 그리고, 나는 그저 일개 필멸자에 불과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조작할 수 있는 녀석이지만, 이제는 마계의 희망의 상징이 되었어. 따라서 난 그 녀석을 믿는다. 고작 벌레만도 못한 필멸자를 친구라고 부르고, 믿어주는 그 녀석을 위해서라도, 최후의 한사람인 나 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주겠어."


아버지의 안식, 그리고 그를 위해서라도, 그의 죽음에 슬퍼해줄 수 있는 [사람]은 이제 너 하나 뿐이라면서, 살아남을 것을 말하는 그레이트 올드 원. 니알리를 봤을때 그 공포는 아직도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딕은 클라크의 앞을 막았다. 그를 지켜냈다.


내가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나마저 클라크를 버리면, 그동안 자신이 욕해왔던 그놈들과 다를 바 없었다. 목숨이 아까워 친구를 버린다니. 


그리고, 그 믿음에 보답하듯, 클라크는 딕에게 언령을 통해 지원해줬고, 최후의 한방으로 니알리의 전신을 갈가리 찢어놓을 참격을 쏘아냈고, 갈가리 찢고 약체화된 니알리를 복종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평생의 숙원을 풀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그건 그가 가진 힘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모든 증오의 굴레를 집어던지고, 행복한 삶, 그리고 자신의 행복한 삶을 빌어주는 클라크를 위해서라도- 딕은 마지막까지 클라크를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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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크와 딕의 관계에 대한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는 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