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개월.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는 나와 함께 놀아주던 조금 모자란 취급을 받던 누나가 있었다.


헝클어진 긴 머리카락, 긴 앞머리에 가려져 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상냥한 미소를 가진.

적당히 간편한 옷을 입은채 밖을 배회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나에게 말동무가 되어주었고, 늘 한결같이 재밌고 상냥한 누나였다.


사실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 당시 유행하던 구버전의 가정용 로봇으로, 생일 선물로 부모님이 사오신 것이였기 때문이다.


외동아들이였던 나는 부모님도 자주 집을 비우시기에, 외로움을 줄곧 타곤 했기에, 그런 로봇 누나를 자주 따랐다.

가끔은 교육적인 공부도 알려주었고, 함께 게임을 즐기기도 하였고, 아무런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친구들과 노는 것 보다도, 다른 어떤 로봇들을 사오더라도 나는 그 누나가 좋았다.

가장 친근하였고, 깊은 생각을 하거나 달리 주의할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 로봇 누나만을 오래토록 따랐다.


어느덧 세월이 지나 중학교를 지나게 되며, 점차 집에 오래토록 머무르기 보다는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것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굳이 재밌는건 아니였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이 조금씩 트렌드가 되어감에 따라 집에 홀로 남겨진 누나는 조용히 집을 지켰다.

구형 가정용 로봇으로서의 성능도 어느새인가 서서히 맛가기 시작하며 천천히 구시대의 산물로 변해가고 있었다.


물건으로써 쳐다보게된 누나는 단지 낡은 기계덩어리 였다.

다른 신형 로봇으로 바꾸어 달라고 부모님께 말해도, 부모님은 그만한 돈이 없다는 말로 나를 돌려보냈을 뿐이다.

낡아진 누나는 여전히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예전의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였지만, 나는 늙은 구닥다리라는 말을 하며 자리를 떴다.


여전히 누나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느덧 고등학교의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누나는 오작동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로봇이긴 했지만, 여태껏 가장 누나처럼 따라왔던 존재였기에 나는 낡았다며 눈을 돌렸지만 사실은 표현이 서툴렀을 뿐이다.

부모님은 나에게 신형 로봇을 새로 사주겠다며 말했으나 이 나이에 그런게 필요하냐며 부모님을 타일렀다.

대신 누나를 수리공을 불러서 수리만 해달라며 부탁했다.


수리공에게서 돌아온 이야기는 서비스 종료.

구형 로봇들은 개인 신상정보부터 공개적인 네트워크 연결들을 통하여 쉽게 바이러스가 침투당하며 그로 인한 정보 해킹이 쉽게 이루어지기에 누나와 같은 세대의 모든 로봇들은 고치더라도 곧 서비스가 종료되어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3개월.


나는 수리공에게 수리해주기를 부탁했다. 다시 고장 났을때에는 자신은 고쳐주지 못한다며 말했음에도 나는 고쳐달라고 사정했다.

어느정도의 인공지능이 있는 누나는 곧 자신이 폐기 처분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처음 만났을때 처럼 상냥하게 웃고 있었다.


고친 후에는 누나와 함께 여태껏 함께 했던 것들을 돌아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게임들.

지금은 유치하더라도 당시엔 교육적이라 하였던 공부들.

잠자기 전에 읽어 주었던 동화책들을.


누나에게 내장되어 있던 모든 것을 되돌아 본 이후에, 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누나는 말했다. "바깥에 나가서 하늘을 본게 오래전인거 같아"


구슬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에, 누나와 함께 나는 바깥으로 나왔다.

어느정도 방수 처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누나는 비에 젖으면 안됬기에, 우산을 씌워주고서 밖을 나왔다.


오작동 이후로는 걸음걸이 조차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되어 휠체어를 태워 갈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묵묵히 누나를 이끌었다.

수업이 끝나고 돌아오는 하굣길. 학원을 끝나고 나오는 골목길. 한때 배움의 터였던 곳.


누나와 함께 걸었던 길을 걷다보니, 누나와 마지막으로 놀았던 놀이터에 다다랐다.

비가 오고 있었기에 노는 아이들은 하나도 없었지만, 덩그러니 남겨진 삽 하나만이 모래사장에 박혀있었다.


누나는 나를 부르며 앞에 오게 하였다.

신기한 마술을 보여주겠다는 누나에게 보여달라고 하였다.


추억.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자라난 나의 모습을 사진, 동영상으로 몰래 찍어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누나는 몰래 찍어서 미안했지만, 소중한 추억이라며 담긴 사진과 영상을 보라고 남겨두었다며 전해주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누나는 상냥하게 탑재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이 너무 낡아서 이제는 못났다고.

요즘 나오는 최신 로봇들이 부럽다라고.

언제까지고 고장나지 않고 함께 있고 싶다고 했다.

그렇지만, 자신은 낡아서 이젠 자신에게 주어진 일도 하지 못한다며 말했다.


새로운 로봇.

새로운 기종.

새로운 게임.


내가 그때 즐겼던 게임들은.

내가 그때 웃었던 추억들은 모두 누나와 함께 있었다.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나의 얼굴에 날아들어 눈가에 흘러내렸다.

누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낡아져서 미안하다고 말하였다.

여태까지 자신을 사랑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했다.


누나는 눈을 감았다.




원래는 하루살이 몬무스에 대해서 쓰려고 했는데 하루살이로 생각할만한게 마땅히 없어서 미뤘음.

그러다가 문뜩 알고리즘에 플래시 게임이 나오길래 뭔가 영감이 떠올라서 끄적이게 됨.

플래시 게임 몬무스라니 색다르지 않음?


위에 짤 사진은 러브 앤 몬스터스에서 나온 MAV1S임.

영화 자체는 B급 영화같은데 중간에 나오는 메이비스가 상당히 인상깊음.

출처 표현 하는 이유는 작중에서 나온 걸 조금 인용했기 때문.


누구나 한번쯤은 만났고 함께했을 플래시는 이제 인터넷 역사속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함.


어찌저찌 플래시 게임들을 연명시키고 있는 프로그램이나 사이트 등이 있긴해도,

과거의 접근성이나 추억등으로 하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있는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