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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붕이가 소파 아래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던 솔피에게 말했어.


놀거리가 생긴 솔피는 기쁘게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반짝이며 "응! 응! 할래!" 라고 대답했지.


"어렵진 않아. 먹을 거 관련이니까. 내가 지금부터 설명하는 특징을 듣고 그걸 맞추면 돼."


"좋아. 맞추면 상품 같은 건 있겠지?"


능글맞은 표정으로 상품 얘기를 하는 솔피를 본 몬붕이는 씨익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어.


"물론. 솔피 네가 원하는 것 하나."


"호오... 두 말하기 없기다?"


"물론. 대신 솔피 네가 틀리면 내가 원하는 것 하나. 공평하지? 그럼 퀴즈 낸다? 잘 들어."


한번 심호흡을 크게 한 몬붕이는 퀴즈 내용을 솔피에게 들려주기 시작했고 솔피는 귀를 쫑긋 열고 집중했지.


"이것은 하얘. 아니지, 하얗지만 약간 탁한 색깔이야. 투명한듯 하면서도 불투명해."


"호오..."


하얗지만 탁한색깔. 이 단어만 듣고도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솔피는 벌써 정답을 짐작했어. 이런 단순한 넌센스로 자신을 골탕먹일려 하는 몬붕이를 속으로 비웃으며 말이야.


"이것은 달콤해. 대게 달달한 맛이 나지만 경우에 따라 끝에 쓴 맛이 날 수도 있어."


"계속해 봐."


하얗지만 달달하고 쓴 것, 완전히 감을 잡아 기세등등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솔피를 아는지 모르는지 몬붕이는 문제를 내는 데에 집중했어.


"이것은 하얀 알갱이가 액체 속에 떠다녀."


"하얀 알갱이... 오케이."


역시, 그거구나.


솔피는 3번째의 문제를 듣자마자 경우의 수를 모두 쳐내고 자신이 생각한 답이 확실하다고 장담하듯,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가슴을 펴 승리의 콧김을 흥, 흥 하고 뿜어댔지.


그런 솔피를 보고 몬붕이는 다음 문제를 내려다가 그녀에게 질문했어.


"...벌써 정답을 알고 있다는 듯 보이는데? 어떻게 할래? 정답을 말할래? 아니면 문제를 더 들을래?"


"문제를 더 들을게. 혹시 모르잖아? 결과를 많이 도출할 수 있는 게 좋을 테니까."


"좋아... 그럼 이어 말할게. 어차피 다음 게 마지막 문제지만."



"이것은 피부에 닿았을 때 끈적해."


"음. 내가 생각한 답이 맞는 것 같아."


"그래? 그러면 동시에 말하기다? 자... 하나, 둘, 셋...!"


"정액!!!" ㅡ 솔

"단술!!!" ㅡ 몬


거의 동시에 말해 서로의 정답을 듣지 못했지만 다른 대답을 했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어. 솔피는 자신이 생각한 답과 몬붕이가 말한 답이 다른 걸 느끼자마자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입을 벌렸어.


"어??? 뭐라고??? 다시 말해줄래?"


솔피의 당황하는 표정을 보고 짓궂은 웃음을 짓는 몬붕이는 솔피를 확인사살하기 위해 정답을 또박또박, 한 단어씩 끊어 말했지.


"다ㅡ안ㅡ수ㅡ울. 단술. 감주라고도 하고 식혜라고도 하는 그거."


"허, 허어어...."


"솔피 네가 뭐라고 말했더라? 분명... 정ㅇ..."


"아, 아니아니 아냐. 내가 졌어 몬붕아. 흐..."


내기에서 패배해 소원권을 잃은 솔피는 힘이 빠지는지 어깨를 추욱 늘어뜨렸어.


사실 여기서 박박 우겨대며 몬붕이를 덮칠 수 있는 솔피였지만 내기의 결과를 인정못하면 다음에 이렇게 몬붕이가 놀아주지 않을 거 같아 덤덤하게 받아들였지.


"그럼, 내가 원하는 걸 솔피 네가 들어줄 차례네?"


"그래~ 우리 몬붕이는 뭘 원하실까...욧?!"


눈을 감고 한숨을 푸욱 쉬던 솔피는 몬붕이의 부탁을 들어주려다 갑작스레 자신의 몸이 확 들리는 게 느껴져 깜짝 놀랐어.


화들짝 놀란 솔피가 눈을 떠보니 몬붕이가 자신을 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아든 게 아니겠어? 몬붕이의 이런 행동에 어버버 말을 잇지 못했단 말이지.


"모, 모모몬, 몬붕아아!??"


"내가 원하는 거. 하러 가자."


"어, 어어어? 어...? 어어..."


몬붕이가 말하는 의도를 눈치 챈 솔피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입으로 "아바바바..." 하는 귀여운 소리를 냈지.


가뜩이나 몬붕이에게만큼은 부끄러움을 숨기지 못하는 솔피에게 결정타를 넣으려는 몬붕이는 안아든 그녀의 귓가에 이렇게 속삭였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거 맞아. 바로 그거야. 솔피야."


낯간지러운 목소리로 속삭인 몬붕이는 그녀의 귀에 쪽 하고 입술을 맞춘 뒤, 아직도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고 있는 솔피를 안아들고 안방으로 향했어.


몬붕이와 솔피가 사는 집에서 휴일 대낮바람부터 침대소리와 신음소리가 흘러나와 빌라 전체가 끈적한 향기로 뒤덮여 집집마다 야릇한 바람이 숭숭 불었지만 그들은 알 턱이 없었어.







단술 먹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봄.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는 거 아니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