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 몬챈 고등학교 〉


『그린 웜』

[사과 선호], [낮잠 선호]


" 헤아. "


' 쟤는 맨날 헤아 거리기만 하더니 진짜 먹고 자기만 하나보네. '


어느 날, 내게 갑작스런 초능력이 생겼다.


…라고 해도 어디다 써먹어야 할 지 모르겠다만.


' 대충 정리하자면 좋아하는 것, 현재 원하는 욕망 등이 선호하는 것으로서 명칭화되어 보이는 거 같은데. '


가령, 예를 들자면…


" 아~ 섹스하고 싶다~ "


『서큐버스』

[섹스 선호+], [질내사정 선호], [음문 선호]


' 딱 봐도 떡 치는 거에 환장한 종족 답지. '


참고로 선호도가 짙으면 뒤에 +가 붙는다. 아무튼 저런 겉보기로도 알 수 있는 간단명료한 것 부터,


" 큐버야~ 니 것 좀 빌려줘. "

" 또? 그거 너 한테는 크다니까. "

" 에헤헤♡ 한 번 맛들리니까 다른 걸론 만족하질 못하겠어. "


『페어리』

[극태자지 선호], [자궁관통 선호], [오나홀 플레이 선호]


' 워어…. '


겉으로는 알기 힘든 특이 취향을 가진 애나,


" 그러고보니 요즘 담쌤이 우릴 쳐다보는 거 완~전 기분 나빠지지 않았어? 존나 역겨운 로리콘 새끼 맞다니까아? "


『데빌』

[금단의 사랑 선호], [원조교제 선호], [임신 선호]


' 했네, 했어. '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속은 음흉한 미친 년 등을 알 수 있기도 하다.



텁.

" 야. "

" !? "

" 너 정액 가진 거 좀 있냐? "


『헬하운드』

[강간 선호+], [정액 마시기 선호], [불알 만지기 선호], [강제 음뇨 선호], [찐따 선호]


" 아, 아니… 없는데. "

" 뭐? 그럼 여기 있는 건 뭐야? 가죽 주머닌가? "

" 흐에익! "


쪼물락 쪼물락.


" 아-따 고놈 실하네잉~ "

" 머, 멈춰! "

" 아 씨이빨- 고추랑 불알 털어서 나오면 개당 10리터 씩이다. 닥치고 자지나… "


" 야. "


흠칫. 뒤에서 들려온 묵직한 중저음에 헬하운드가 굳는다.


" 뭐, 뭐야. "

" 개는, 세 종류가 있다는 거 알아? "

" 그게 뭔 개솔… "

" 하나는, 반려견이고. "


헬하운드의 반응은 아랑곳 않고 체격이 다부진 사내가 그녀에게 한 발 내딛는다.


" 뭐, 뭔데 씨발! 한 판 붙자는 거냐! "

" 둘은. 사냥개나, 싸움 붙이는 투견이 있고. "


저벅저벅. 그는 그녀가 한껏 털을 부풀리고 꼬리를 들어도 개의치 않고 코가 맞닿기 직전까지 다가가서야 겨우 멈춘다.


" 셋은… 아무런 말도 못했어. "


덜덜덜… 털썩.


천하의 알아주는 개새끼 헬하운드도, 그가 가진 범상치 않은 기운과 얼어붙을 듯한 눈초리에 찍소리도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그의 몸에선 죽음의 냄새가 가득해 저도 모르게 두려움이 자리잡은 것이다.



" 너, 너 대체 뭐야? "

" 나? 이 녀석 친구. "


그는 그저 싱긋 웃었다.


그러나 헬하운드는 그가 능청스럽게 말을 돌렸다 해도 상대가 어떤 인간인지는 오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의 정체는 개장수라고.


" 두… 두고 보자!! "

" 살 좀 찌워서 와라. "

" !!!!! "


호다닥- 헬하운드는 소름이 끼쳐 최대한 재빠르게 자리를 빠져나갔다.


" 휴우… 고맙다. "

" 뭘 이런 거 가지고. "


툭. 주먹 쥔 손으로 서로의 손등을 가볍게 마주쳤다. 부랄친구 사이인 놈이 나를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오늘 내 동정은 강제졸업을 당했을 것이다. 어렸을 때 부터 내 곁에 있어주며 나를 지켜준 놈이라 참으로 믿음직스럽다.


다만….


『인남』

[알프화 선호], [동성애 선호], [금단의 사랑 선호+]


' 저 불길한 선호도가 왠지 모르게 찝찝하단 말이지…. '


이따금 친구가 말하는 우정이 우정이 아닐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수상쩍은 친구의 선호를 뒤로하고 평범하게 대화를 주고 받은 뒤, 친구가 떠나간 참이었다.


" 우리 몬붕이~? 내가 누구~게? "


슈르르륵-. 무언가가 내 몸을 휘감으며 뒤에서 누군가가 손으로 내 눈을 가린다.


' 윽… 이 소린…. '


" 호, 혹시 시로헤비…? "

" 딩동댕~! 역시 《나만의》 몬붕이야! 바로 알아맞추네? "


『시로헤비』

[애정 선호++], [독점 선호], [회 칼 선호]


' 이런 선호를 갖고 계신데 어떻게 모르겠어…!! '


심지어 선호도가 매우 짙어서 서큐버스 보다도 +가 한 개 더 많다.


꾸우욱-


" 그런데… 아까 그 년은 대체 누구실까아…? "

" 그으윽, 걔, 걔는 그냥 남자를 못 만나서 그런 거야! "

" 보아하니 몬붕이가 곤란해 하던 건 맞는 거 같은데, 어째서 감싸는 거야? 설마… "


그럴 리가 있나. 단순히 시로헤비가 자칫 잘못하면 헬하운드를 죽이려고 달려들까봐 아닌 척 하는 것 뿐이다.


" 어머, 시로헤비잖아? "

" 읏…!? "


사사삭- 시로헤비는 뒤에서 난 소리에 공포를 느낀 듯 질겁을 하며 물러섰다.


' 휴우. '


이 목소리는 틀림 없이…


" 몬붕이를 생각한다면, 좀 더 조심스럽고 상냥하게 대해야 한다고 얘기해줬는데…. "

" 칫. "

" 아무래도 《충고》가 부족했던 모양이야? "

" ! 아, 아니. 잘 알고 있어. 방금은 몬붕이가 다른 년이랑… "


텁. 시로헤비의 새하얀 살결과는 대비되는 갈빛의 털구슬 손이 그녀의 어깨에 얹어졌다.


" 변명은. "

" ………. "

" 알아들었으면 곱게 물러갈까? "


사사삭- 시로헤비는 사색이 된 얼굴로 부리나케 도망을 갔다.



" 고마워. 이번에도 도움 받네. "

" 으으응, 그나저나 몬붕이는 제대로 거부할 줄도 알아야 해. 애매하게 대하면 오해한다구. "

" 충고 고맙게 받을게. "

" 히힛. "


방금 시로헤비를 쫓아낼 때의 기백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그저 한 마리의 순한 코볼트가 눈 앞에 있다.


『코볼트』

[순애 선호], [??? 선호], [아낌없는 사랑 선호], [깍지 선호]


' 이게 이상적인 선호의 표본이자 귀감이지. '


" 뭐 좋은 일 있어? 기분 좋아 보이네. "

" 어? 아니. 그냥 너 보니까 좋아서. "

" ~~~!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 한다 너. "

" 응? 으음? …앗!? 그, 그런 말이 아니라! "


피식. 조금 전의 발언으로 살짝 얼굴이 붉어졌던 코볼트가 알고 있다는 듯이 가볍게 웃었다.


" 농담이야~ 방금 말한 건데 이렇게 또 오해 살라. 반성 좀 해. "

" 아하하…. 시정하겠습니다. "

" 응. 그보다, 오늘 시간 있어? "

" 오늘? 되는데 왜? "



………

……



" 요새 노래방에 자주 가네? "

" 응! 마음에 드는 노래가 있는데, 이게 듀엣이라 혼자 부르기 힘들단 말야~ "

" 하하, 듀엣이면 혼자 부르기 힘들긴 하지. "


여러번 와서 그런지 이제는 노래 연습하는 곡의 번호도 다 외울 지경이었다.


" 어디보자… 58826, 97449, 49697, 44989… 응? "


어디 보자. 저번까지 부를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지금 보니 곡 선정들이…


" 썸타는 노래네? "

" 으, 응? "


뜬금 없는 소리에 소꿉친구 코볼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 아, 별 거 아냐. 부른다는 노래가 다 사랑고백이길래. 이런 게 유행이구나? "

" 응, 뭐… 그렇지…. "


코볼트는 약간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노래가 시작되어도 마이크만 꼭 쥔 채 꼼질거리기만 하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 코볼아? 왜 그러… "


화악- 털썩.


" 코, 코볼아? "


코볼트는 몬붕이를 밀쳐 소파에 넘어뜨렸다.


" 몬붕이… 나빴어…. "

" 뭐? 내가? "


갑작스런 말에 몬붕이는 순간 벙찌고 말았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한 건가?


" 알고 있으면서… 맨날 모른 척 하구…. "


' 모른 척 하다니. 뭘? '


이 때, 코볼트의 머리 위 선호창에 변화가 생겼다.


띠링-


『코볼트』

[순애 선호], [소꿉친구 선호], [아낌없는 사랑 선호], [깍지 선호]


' 어라? '


소꿉친구라 함은… 어려서 부터 코볼이를 알고 지내고, 같이 자라온 사람을 말하는 거니까….


코볼이가 성격 좋긴 하지만, 코볼이는 어쩐지 내 주변에만 맴돌고 다가오는 여자를 경계하는 것 때문에 친구가 적다.


그런 그녀가 걱정되어서, 되도록 다른 친구도 만나보고 그러라고는 했다만. 그럼에도 코볼이 주변 친구 중에서 소꿉친구라 할 만한 사람은.


' 나야? '


" 몬붕아? "

" 어, 어? "

" 지금 무슨 생각해? "

" 아… 미안. 조금, 믿기지가 않아서. "


코볼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 몬붕이는.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누군가에게 끌려 갈 거 같아. "


코볼이는 주먹을 꼭 쥐었다.


" 그렇다고. 내 맘도 몰라주고 이렇게 계속 가다간, 동정으로 졸업할 테구. "


코볼이는 고개를 들어 방울진 눈으로 나를 매섭게 쳐다봤다.


" 그러니까. 몬붕이는 내 거라는 걸 알게 해 줄 거야. "


띠링-


『코볼트』

[임신 선호], [순애 선호], [소꿉친구 선호], [아낌없는 사랑 선호], [깍지 선호]


" 억!? 코볼아, 자, 잠깐만! "

" 평소엔 눈치는 헬하운드 줬으면서 지금 하려는 게 뭔지 알아? "

" 우… 우린 아직 성인이 아니잖아! 이런 건 좀 더 어른이 되고 나서― "


띠링-


『코볼트』

[임신 선호+], [순애 선호], [소꿉친구 선호], [아낌없는 사랑 선호], [깍지 선호]


" 헛!? "

" 우리들. 몬무스들이 세상에 퍼지고 나선 나이는 의미 없어진 거 너도 알잖아. "

" 그, 그래도― "


띠링-


『코볼트』

[임신 선호++], [순애 선호], [소꿉친구 선호], [아낌없는 사랑 선호], [깍지 선호]


" 히이이―…!! "

" 몬붕아. 우리가 같이 지낸 시간이 몇 년이지? "

" 시, 10 년? "


띠링-


『코볼트』

[임신 선호++x2], [순애 선호], [소꿉친구 선호], [아낌없는 사랑 선호], [깍지 선호]


" ……!!! "

" 응. 10 년. 그 동안 너를 봐왔는데, 내가 너를 모를까봐. "


띠링- 띠링-


『코볼트』

[임신 선호++x4], [순애 선호], [소꿉친구 선호], [아낌없는 사랑 선호], [깍지 선호]


' 대체 어디 까지 올라가는 거야!!? '


" 몬붕아. 나는 널 잘 알아. 네가 평소에 하는 것, 좋아하는 것도, ' 하고 싶은 것' 도, 뭐든. "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코볼트』

[임신 선호++x8], [자궁구 키스 선호], [질내사정 선호], [자궁관통 선호], [자궁문신 선호], [순애 선호], [소꿉친구 선호], [아낌없는 사랑 선호], [깍지 선호]


" 네가 원한다면, 나도 그 취향에 맞춰줄 수 있어. "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




그 이후로, 몬붕이는 만삭의 아내와 비동정인 채 졸업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