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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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앉아서 싸우려는 거야?"


"......아니....아, 좀 나아졌다. 기립성 저혈압 느낌이었어. 이제 좀 적응되네."


유혁은 잠시 쭈그려 앉아서 아르미엘이 다가온다면 앉은채로 강력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카포에라의 발차기를 꽂아넣을 생각이었으나, 의외로 자신을 너무 크게 경계한 듯 쉽게 접근하지 않고 아예 유리조각 공격조차 하지 않는 아르미엘 덕분에 두통을 회복하는데 성공한다.


".......뭐야, 내가 공격하길 기다린 게 아니라, 두통을 회복할 시간을 번 거였어...?"


"....기다린 것도 맞긴 한데, 회복도 할 겸 앉아 있었던 거지."


아르미엘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짜증이 솟구쳐 유리조각을 날리며 유혁에게 달려든다.




...............




"....아파."


"...그러게, 좀 아프다 야."


아르미엘의 '시간' 속에서 서로 합을 주고 받은지 30분, 1시간, 2시간 가량이 지나고서 아르미엘과 유혁이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밀려오는 고통에 대한 짜증과 눈앞에 서있는 적에 대한 증오가 한데 섞인 하소연.


"인간이 어떻게 대천사를 상대로 이 정도의 능력을 보일 수 있는거지? 비록 음마가 아니라고는 해도 우리 천사들 또한 성스러움을 필두로 하여금 너희 나약한 인간들 정도는 순식간에 품에 안기게 할 정도의 매혹 스킬은 가지고 있는데 말이야."


"말이 길다. 답은 간단하지, 두 가지 이유가 있어."


유혁은 짧게 말을 마치고 아르미엘의 사이드로 도약하여 허리를 비틀어 온 힘을 다하여 그녀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가격한다.


"첫째, 일단 난 유부남이야."


이어서 유혁은 고통에 표정을 찡그린 아르미엘의 명치를 향해 돌려차기를 선사하려는가 싶더니, 마력으로 가슴에 보호막을 치는 아르미엘의 모습을 보고 찰나의 순간에 골반과 무릎을 틀어 궤도를 달리하는 발차기.

브라질리언 킥을 아르미엘의 왼뺨에 꽂아버린다.


".....둘째, 그냥 네가 안 꼴려."


짧은 순간에 크나큰 충격을 두 번이나 입게된 아르미엘은 비틀거리면서도 유혁을 노려본다.

아마 그녀는 두 번 맞은 피해보다 자신에게 매력이 없다는 말이 더 큰 충격을 안겨준 듯하다.


".......겠어..."


"뭐라고? 난 목소리 작은 여자는 매력도 없는 것 같더라. 너 처럼 말이야."


".......내 발 아래에서 짖도록 만들어 주겠어....."


"........"


아르미엘의 독백에 순간적으로 싸늘한 분위기가 되어버리고, 유혁은 약간이나마 긴장하여 침을 꿀꺽 삼키더니..


".....노처녀 히스테리는 일단 단 음식을 먹으면 조금 나아질 수도 있으니ㄲ..."


"으아아아아아!!!!!!!!!!"


자신에게 겁을 먹은건가 싶어 잠시나마 우쭐해진 아르미엘..하지만 그녀는 이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오히려 측은하는 눈빛으로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유혁을 향해 넘치는 증오로 인해 눈물을 흘리며 달려든다.


"나이를 그렇게나 쳐먹은 천사들도 싸움에서 흥분하면 진다는 걸 못 배운건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아르미엘의 유리조각 공격을 가뿐하게 다리를 굽히고 허리를 숙여 피하고서, 그 상태로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오른발을 위로 뻗어 아르미엘의 아랫배를 꿰뚫을 듯 강력하게 차버린다.


".....!!!!!!"


불알을 맞은 남자처럼, 잠시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는가 싶은 아르미엘은 몇 초 지나지 않아서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지게 되고....


".....오..."


허공이 마치 거울이 깨지듯 금이 가면서 쨍그랑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깨진 후, 위화감이 사라진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건가."


마법의 시전자인 아르미엘이 의식을 잃어 시간의 마법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 하고 기능이 멈춰버린 것이다.


"좋아, 그럼 노처녀 시간누나가 열면 후회한다고 한 이유를 보러 출바알~!"


기세등등해진 유혁은 다시금 방문을 열어재끼고서 안으로 들어간다...


.....


".......어...수녀님? 혹시 이름이 레이나 델라쿠르..였나? 아무튼 레이나 씨 맞으세요?"






"..........."



마치 성당을 연상케 하는 방 안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일단 발걸음을 멈추고서 주변을 둘러보던 유혁은 기도하는 것 처럼 앉아있는 수녀를 찾고서 다가가며 말을 거는데..



"........어...?....아...안 돼요...!! 저에게 다가오시면 안 돼요, 용사님!!!"


"용사님? 아하핫, 천사들도 그렇고 다들 나를 보고 현대의 용사라고 불러주니 기분이 썩 나쁘진 않......?!"


아무것도 모른 채 히히덕 거리던 유혁은, 갑작스레 느껴지는 살기에 옆으로 굴러 몸을 피하고 뒤를 돌아본다.


".......용사.....막는다....여신님.....명령......"


방금까지 자신이 있었던 자리에는 자신이 피하지 않았다면 바닥이 아닌 자신의 머리를 쪼개버렸을 대검과, 검을 쥐고있는 용사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갑옷과 망토를 두른 사내가 있었으니...


"....뭐야, 천사중에 남자도 있었어...?"


"...아니에요....이 분은....수 세기 전, 여신과 마지막까지 단신으로 싸워나간 최초이자 최후인 최강의 용사...."


"..........."


".....피터 브륀헬...."


유혁은 본능적으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음을 알아채고서 턱을 당겨 긴장을 유지시킨다.


".....거, 여기 와서 캐시 누나한테 위인전 얘기 들어서 대충은 아는 것 같네요. 용사 피터. 맞아 들어봤어."


피터는 초점 없는 두 눈으로 유혁을 지그시 바라보며 바닥에 박힌 대검을 뽑아낸다.


"아니, 난 분명 죽었다고 들었는데 여신 이거 안 죽이고 지 꼴리는 대로 조교시킨 거야?"


"........팔...다리....자른다.....데려간다....여신님께...."


피터는 말을 더듬으며 유혁에게 대검을 휘둘러오기 시작한다.


"아니 시발 사람을 병신을 만들어놨어?! 애초에 몇 백년이 지났는데 살았다고 할 수 있나? 제삿밥이 부족하셨나, 왜 아직도 좀비같은 몰골로 나돌아다니는 거야??"


대검을 피하며 일단 무전기로 강하연에게 연락하는 유혁.


"야!! 너 어디야!! 나 수녀 찾았어!! 레이나 수녀 찾았어!! 빨리 이 쪽으로 와!!"


"........."


강하연은 무전을 들었음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야!!!! 들었으면 대답을 해!!!! 여기 지원좀 오라고!! 여신한테 감금세뇌납치조교당한 좀비용사가 막고 있다고!!!"


"......저도 만났어요..."


"만나?? 누굴??? 수녀는 여기 있다니까??"



................



조금 전.....



"오랜만이야....설마 나를 잊은 건 아니겠지?"


"....잊을 수가 있나....크루엘....이름만 불러도 그 사람을 찢어죽이는 역겨운 년..."


"...어머,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도 되겠어?"


"...뭐..?"


크루엘은 싱긋 웃어보이며 자신을 향해 칼을 뽑아든 강하연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레이나 수녀는 아무도 데려갈 수 없어. 前전 용사 피터 브륀헬...그 녀석이 지키고 있거든."


"....널 쓰러트리고 형과 함께 싸워나가면 돼."


"으응~ 안 될걸~? 그도 그럴게....너도 다른 용사들을 봐서 알잖아~? 게다가 피터는 그 년놈들보다 훨씬 강했다고~ 아마 너희 둘이서도 절대 이기지 못할텐데....차라리 지금 여기서 나한테 개처럼 빌면 내 넓은 아량으로 너를 품어서...♡...키힛...레이나인지 하는 그 계집, 만나게 해줄 수 있는데...♡"


크루엘은 강하연의 턱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속삭여 그의 멘탈을 흔든다.


".......아......아아....."



...............



다시 현재로..



"야!! 내가 어떻게든 해 볼테니까 그 천사 말 듣지마!!! 예로부터 형이 히토미 망가로 배워온게 있지, 인질이 잡혔을 때엔 죽어도 적과 타협하지 마라!! 항복하면 너도 따먹히고 인질도 뒈지는 거야. 알아?!!"


어떻게든 강하연을 설득하려 무전기 너머로 들려오는 유혁의 쉴새없는 목소리.....


"........."


강하연은 말 없이 검을 바닥에 떨어트려 버린다.


"....옳지...잘 생각했어....♡"


크루엘은 기다렸다는 듯이 강하연의 배에 주먹을 꽂아넣는다.


"커헉...!"


"하아....하아.....내 취향의 소년이 얼마 만인지....너는 여신님께 보고하고 나서도 내가 길들여줄게.....명계에선 좋았지? 여긴 그 잘난 원유도 없어♡ 널 지켜줄 인간은 아무도 없다고..!!!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강하연은 울먹이며 아픈 배를 부여잡고 무릎을 꿇고...


'....어떻게 해야 해....? 레이나 누나.....보고 싶어....난 대체 어떻게 해야 해....? 엄마아.....아빠아.....'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눈물과 침을 흘리며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크루엘을 바라보기만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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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TMI

보고를 제대로 듣지도 않고 천계로 돌아온 크루엘은 천계에 침입한 인간이 유혁이었다는 사실에 대노하여 궁전의 유리창을 깨고다니다가 날 리가 없는 익숙한 원유의 냄새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강하연을 마주하게 됐대




나도 연비한테 공부 배우고 호두랑 같이 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