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하고 있을 때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데, 이따금씩 시야 외곽쪽이나 구석탱이에 뭔가 사람이나 형상 같은 게 서있거나 지나가지 않았나? 하고 그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아무것도 없는.


이런 게 하루에 한 번 내지 2-3일 간격으로 간간히 일어나기도 함. 귀신이라도 스쳐지나간 걸까?


귀신 보고 싶어서 가위 눌려보려한 적도 있지만 살면서 한 번도 가위눌려본 적 없음.


가위 대신 뭔가 얼굴거죽이 녹아내려 가죽으로 복면을 하게된 검은 로브의 무언가에 쫓기다 손목 칼날에 목이 째져 목젖인지 뭔지 뜯어먹히는 악몽 꾼 적 있음.


성욕이 넘치던 어느 날은 서큐버스가 찾아와 실컷 떡을 치고 질싸하는 꿈도 꿨는데 질싸하는 순간 첫 몽정을 겪음.


본인은 귀신이 존재한다를 반은 믿고 반은 안 믿는 편이다. 어릴 적에 턱이 높은 돌계단에서 까불랑 거리며 내려가다 자세가 무너져 굴러떨어지려는데, 그 순간 누가 내 팔을 잡아당겨 넘어지지 않게 해주었다.


나는 자칫하면 뒤질뻔한 상황에서 나를 구해준 사람에게 감사인사를 하려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봤을 땐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분명 누군가가 팔을 잡아당긴 느낌이 들었는데.


어쩌면 수호령 같은 게 아니었을까. 이 이후로 운이 바닥을 치는 듯이 운에 맡긴 일은 거의 실패하게 되었다. 기분탓일지도 모르지만.


그 일이 있었기에 나는 귀신이 존재한다고 믿지는 않으나, 존재할 거라고 믿고 싶어지게 되었다. 만약 있다면 그 날에 나를 구해준 이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


가능하면 음침거유미소녀귀신이었으면 좋겠다.